[그린워싱 팩트체크] 일회용품과 세제가 친환경이라고?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9.07 13: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린워싱.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짝퉁 친환경’이죠.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친환경적 소비가 강조되면서 기업들도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린’, ‘에코’, ‘녹색’, ‘친환경’, ‘천연’ 등 말만 들어도 지구가 살아날 것 같은 단어들이 광고를 가득 채웁니다. 과연 그린워싱이란 무엇이고, 그린워싱에 속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뉴스톱이 <2022 그린워싱 팩트체크> 시리즈를 통해 우리 곁에 있는 그린워싱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 이 시리즈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취재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출처: 구글 검색
출처: 구글 검색

◈친환경 1회용품?

인터넷 쇼핑몰에서 ‘친환경 종이컵’을 검색해보면 수많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일부는 버젓이 환경부의 친환경 마크를 달고 판매되고 있죠. 종이컵을 비롯해 종이접시, 종이호일, 분식용기, 김밥용기 등 수많은 일회용품이 친환경 마크를 달고 판매됩니다. 세상에 친환경 일회용품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일회용과 친환경은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습니다. 한번 쓰고 버리는데 어떻게 친환경일 수가 있을까요? 혹시나 해서 환경부가 내준 친환경 마크 인증을 모두 찾아봤습니다.

결과는 놀라웠는데요. 2022년 8월 31일 기준 환경부가 친환경 마크를 내준 제품은 모두 1만7886종(기본제품 기준)입니다. 이 가운데 포장재로 친환경 마크를 받은 제품은 232종인데, 213개가 일회용품입니다. 현행 친환경 인증 기준에 따르면 종이로 만든 제품은 헌종이(고지) 사용률이 50% 이상,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가공(플라스틱 코팅, 수지 도포, 유지 함침)을 하면 안 되고, 형광증백제를 사용하지 않는 등 기준을 충족시키면 됩니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면 인증 사유 중 ‘자원순환성 향상’, ‘지역 환경오염 감소’에 해당됩니다.

그렇다면 지금 시중에서 팔고 있는 '친환경 일회용품'은 이런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현재 팔리는 제품들은 개정되기 이전의 기준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이전 인증 기준은 폐지로서 회수와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필름코팅, 합성수지 도포 등을 하지 않는 등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면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죠. 종이컵 등 물기 있는 음식을 담는 포장재의 특성상 종이 표면을 발수성 소재로 마감해야 하는데 코팅된 수지가 알칼리 용액(양잿물)에 잘 풀어지면(해리성, 분산성)일 경우엔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예외를 뒀습니다. 

이런 방식의 '친환경 일회용품'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적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친환경일 수 없는 일회용품에 면죄부를 부여하게 되는 결과라는 비판이었죠.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정부는 지난 1월 ‘환경표지대상제품 및 인증기준’ 고시를 개정했습니다. 원칙적으로 1회용품은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없도록 했습니다. 컵, 접시, 용기, 봉투(지퍼백, 롤백, 위생백, 랩, 크린백 등 포함), 쇼핑백이 대표적인 일회용품입니다. 이런 조치로 인해 2025년부터는 ‘친환경 일회용품’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전망입니다. 

이전 기준에 따라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은 잔여 인증기간 동안에는 친환경 마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시 개정 이전에 인증 심사가 진행 중이던 상품도 이전 기준에 따라 심사를 통과하면 2024년말까지 친환경 마크를 쓸 수 있게 됩니다. 2024년까지는 ‘친환경 일회용품’이라는 모순적인 제품을 시중에서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출처: 소비자원 홈페이지
출처: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

◈친환경 세제?

세제도 대표적인 그린워싱 품목으로 통합니다. 환경부 홈페이지에서 세제가 수질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검색해봤습니다.

화학합성 계면활성제를 쓴 세정제. 배합제의 증량제, 세정 촉진제, 효소, 향료, 형광 염료 등을 모두 포함한다. 제2차 대전 후 미국은 석유에서 ABS를 제조하였고, 인에 의한 수원지의 과다 영양화 발견을 계기로 대부분 무린계로 바뀌었다. 인체 피해, 수질오염이 가장 큰 문제다. <환경부 홈페이지 용어사전: 합성세제>

그러나 세제에도 수많은 '친환경' 제품이 존재합니다. 2022년 8월 31일 기준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세제류 제품은 375종이나 됩니다. 친환경 마크를 받은 세제인 셈이죠. 쓰면 쓸수록 수질이 나빠지는 세제인데 어떻게 친환경 마크를 받을 수 있을까요?

주방용 세제 친환경 인증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유해물질 사용을 줄여야하고, 하천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줄여야 합니다. 포장재로 인한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포장재의 재활용성을 높여야 합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별도의 기준을 만족시키면 정부가 친환경 인증 마크를 붙여줍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제품에 붙은 친환경 마크만 보고는 이 제품이 어떤 점에서 환경성을 개선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주요 세제 제조사 홈페이지에도 친환경 마크가 붙은 세제가 어떤 점에서 환경성을 개선했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는 셈이죠. 어쨌거나 정부가 환경성 개선을 인증했다는 의미는 있습니다.

친환경 마크가 붙었다고 해도 "수질오염이 없는 100% 생분해 무공해 주방세제"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쌀뜨물로, 아니 맹물로만 설거지를 한다고 해도 수질오염은 발생하게 마련이니까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