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뱀에 물렸을 때 강하게 묶어야 한다?

  • 기자명 김정은 기자
  • 기사승인 2022.09.0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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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전국 소방서는 야외 안전사고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가을철 산으로 향하는 성묘객이 뱀에 물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뱀 교상 사고는 매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재근 국회의원실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뱀에 물린 환자수는 3161명이었습니다. 그 중 경북(565)과 전남(434) 지역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 8월, 뉴시스동아일보는 이웃 주민들이 응급 처치로 뱀에 물린 60대를 구조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두 언론사는 주민들이 발목 부근을 밧줄로 ‘강하게’ 묶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독이 몸 전체로 퍼지지 않도록 강하게 묶는 것이 중요하다”는 소방당국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이런 내용의 응급처치 방법은 인터넷 검색에서도 쉽게 발견됩니다. 독이 몸 전체에 퍼지지 않도록 강하게 묶어야 하는지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 '세포독성' 살모사에게 물렸을 때는 압박붕대 효과 낮아

먼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응급 처치법을 살펴보았습니다. WHO는 폭이 좁은 지혈대를 사용하거나 상처를 절개하는 방법은 위험하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를 고정시켜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압박 붕대로 뱀에 물린 부위에 압력을 가하는 행위는 전신효과(독성이 전신에 미치는 영향)를 늦출 수는 있지만, 주로 신경독성 뱀에 물렸을 경우에만 권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살모사의 독에는 WHO가 언급한 신경성 독소보다 ‘세포성 독소’가 강하게 함유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출처: 세계보건기구 뉴스룸
출처: 세계보건기구 뉴스룸

우리나라 뱀 교상(뱀에 물리는 상해)을 연구한 논문은 안전수칙에 관해 어떻게 언급하고 있을까요? 2013년에 발표된 「한국 뱀 교상에 대한 항뱀독소」는 “주름진 탄력붕대로 50~60mmHg 압박하고 부목으로 고정하는 압박 고정은 높은 신경독성을 가지는 뱀에 물린 경우 효과가 있으나, 우리나라 살모사에 물린 경우에도 효과적인지는 명확하지 않아 병원 도착까지 일시적으로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압박 붕대로 상처 부위를 감싸는 것은 신경독성을 가진 뱀에만 효과적일 뿐, 세포독성을 가진 우리나라 살모사에 물렸을 경우에 효과가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뱀과 독성 종류가 현장에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은 물린 부위에서 5~10㎝ 위를 압박할 정도로 묶는 것이 관행입니다. 

 

◈ 세게 묶으면 안된다...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묶어야

물린 부위를 묶는 행위 자체가 올바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독이 퍼지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지만, 독이 번지는 속도를 늦추고 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물린 곳에서 5~10㎝ 위를 ‘적당한’ 압력으로 묶으라고 권고했습니다. 환부를 강하게 조이면 동맥 순환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출처: 중앙응급의료센터
출처: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요한 것은 묶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압박의 정도입니다. 고벽성 한양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동맥 순환에 방해가 될 정도로 너무 세게 묶으면 오히려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허혈(국부적인 빈혈)과 괴사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혈관을 누르지 않고 임파선(림프절)을 누를 정도로 묶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비전문가의 경우 임파선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묶으면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혈액순환 저하나 조직 괴사와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벽성 교수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 전에 현장에서 잠깐 하는 응급처치”라고 강조하며,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상처 부위를 묶고 즉시 병원에 오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실 ‘뱀에게 물렸을 때 강하게 묶으라’는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헬스경향은 작년 이맘때 “손목이나 발목 맥박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천을 꽉 조여야 한다. 이후 조금씩 풀어주면서 맥박이 강하게 만져지는 순간에 천을 고정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고벽성 교수는 강하게 상처주변을 압박하는 이러한 행동이 올바른 안전 수칙이 아니라고 답변했습니다. 묶더라도 물린 상처를 묶는 것이 아니라 10㎝ 위쪽을 적당한 압력으로 묶어야 합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뱀에 물렸을 때 올바른 응급 처치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응급센터는 ▲독사여부 확인, ▲환자 안정, ▲적당한 압력으로 환부 묶기,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 등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서도 뱀에게 물렸을 때 응급처치법으로 '(상처) 부위의 약 10㎝ 상방을 정맥혈류만 차단할 정도의 압력으로 묶은 후 긴급대원을 기다린다"고 조언했습니다.

 


정리하면 뱀에 물렸을 때, 폭이 좁은 지혈대를 사용하거나 압박 붕대로 환부를 강하게 압박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의 세포독성 독사에 물린 경우에는 적절한 대응책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환부의 5~10㎝ 위를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적당한 압력'으로 묶어야 합니다. <뉴스톱>은 “뱀에 물렸을 때 강하게 묶어야 한다는 주장”을 ‘절반의 사실’로 판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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