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맞은 적 없는 감정원 집값 예측...무얼 위한 것인가

  • 기자명 최승섭
  • 기사승인 2019.02.1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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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집값이다. 전세를 사는 사람은 내집을 마련할 타이밍을 잡기 위해, 내 집 한 채 있는 사람은 ‘실수요지만 그래도 내집 값이 오르면(자산이 증가하면) 기분은 좋으니’ 집값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집이 여러 채 있는 사람은 당연할 것이고.

집값이 우리 생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다 보니 집값 변동기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주간변화, 월간변화, 분기변화, 상하반기 변화, 연간변화 등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파트값이 0.0X% 변했다는 기사가 포털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는 물론이거니와 정부기관인 한국감정원도 주간, 월간 아파트값 변화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자산의 대부분이 집인 나라에서 당연한 현상이다. '내 친구 누구는 어디에 분양받아 얼마를 벌었네, 누구는 어디에 집을 사서 얼마를 손해봤네' 등 집값 이야기는 회사에서도, 가족 모임에서도 늘 주요한 이야기 거리다.

이같은 국민들의 부동산 관심에 도움을 주기 위함인지, 정부와 부동산업체들은 친절하게도 매년 초 올해 집값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매년 12월과 1월 정부와 각종 연구소, 부동산 업체들은 내년도 집값 전망을 내놓고, 언론은 이를 기사로 쏟아내고 있다. 해당 전망이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 배포된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로 옮겨 적을 뿐이다. 이후 해당 전망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도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정부의 부동산 경기 전망? 과연 사실일까?

정부기관인 한국감정원은 매년 1월 지난해 부동산경기 동향과 올해 전망에 대해 ‘원장이 직접’ 언론브리핑을 실시한다. 올해에는 ‘국가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부동산 세제개편, 규제지역 추가 등 정부 규제정책, 누적되는 아파트 입주물량 등의 영향으로’ 집값은 1.0% 상승하고, 전세값은 2.4%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1월 예측을 어땠을까? 1년 전인 2018년 1월 감정원이 예측했던 2018년 가격 동향은 매매는 0.3% 상승, 전세는 0.1% 하락을 예측했다. 결과는? 지난해 매매는 1.1% 상승했으며, 전세는 1.8% 하락했다. 매매는 267%, 전세는 1700% 오차가 나타났다. 쉽게 말해 완전 틀렸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현실이 지난해 뿐이었을까? 2015년부터 감정원의 예측과 결과를 비교했다.

 

<표1>한국감정원 매매 및 전세가격 예측과 결과 비교

연도

매매

전세

전망

결과

오차율

전망

결과

오차율

2015년

2.3%

3.5%

52%

2.2%

4.8%

118%

2016년

1.2%-2.0%

0.7%

129%

2.0%-2.8%

1.3%

85%

2017년

-0.2%

1.5%

750%

0.3%

0.6%

100%

2018년

0.3%

1.1%

267%

-0.1%

-1.8%

1,700%

2019년

-1.0%

?

?

-2.4%

?

?

 

맞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2배 이상 차이 나지 않은 경우(100%이내)가 매매는 2015년 1번, 전세는 2016년 1번 뿐이다. 국가기관이 잘못된 예측을 매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으로 조사해서 말이다. 2017년에는 집값이 하락한다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집값이 상승했다. 이건 단순히 변동률이 틀린 것 과는 차원이 다르다. 2015년 이전이라고 전망이 맞았을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전망이라는 게 앞으로를 내다보는 것이기 때문에 100% 정확하기란 힘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던, 아니면 잘못된 수치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예측을 중단해야 한다. 잘못된 수치가 수십개 언론을 통해 시민들에게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망은 한국감정원뿐만 아니라 부동산114 등 부동산 정보업체와 주택산업연구원 등 연구기관도 내놓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건설산업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이 국가 연구소로 착각할 만한 이름이지만, 사실 이익단체의 부설 연구기관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건설업체들의 모임인 주택협회 부설이고, 건설산업연구원은 대형건설업체들의 모임인 건설협회 부설이다.

연구원의 이름으로 인해 굉장히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자신들의 모기업(?)인 주택협회와 건설협회의 이익을 위해 연구하는 조직이다. 그럼에도 언론에는 굉장히 중립적인 전문가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주택협회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사장이고,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신한건설 대표이사이다. 그럼 이들의 예측은 어떨까. 국가기관보다 정확할까.

<표2>민간 연구소 매매, 전세 예측치 비교

연도

매매

전세

주택산업연구원

건설산업연구원

실제

주택산업연구원

건설산업연구원

실제

2015년

2.0%

2.0%

3.5%

3.5%

3.5%

4.8%

2016년

3.5%

3.0%

0.7%

4.5%

4.0%

1.3%

2017년

0.0%

-0.8%

1.5%

0.4%

-1.0%

0.6%

2018년

0.2%

-0.5%

1.1%

0.0%

-0.5%

-1.8%

2019년

-0.4%

-1.1%

 

-1.0%

-1.5%

 

 

한국감정원과 비슷하다. 실제와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2017년 전세 예측치가 그나마 0.4%로 실제 0.6%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어찌됐든 이들은 국가 세금이 아니라 건설업체들이 부담하는 돈으로 연구하는 것이니 틀렸다고 지적할 수는 있지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각자 자기 입장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수치를 내놓는 것이 통계의 기본적인 맹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감정원은 다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단 한번도 제대로 예측한 적이 없는데 계속해서 국민세금으로 엉터리 예측을 계속하고 있다.

필자 의견은 집값 예측은 시민들의 주택구매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사용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다. 결과가 예측과 맞는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연초 발표하면 끝이다. 실제 시민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단 한번도 사실에 부합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 주변에 집을 산 사람 중 한국감정원의 집값 전망을 보고 집을 샀다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본 적 없다. 자신이 원하는 아파트값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주변사람들의 매매 사례 등을 과거 변화를 보고 앞으로를 예측해 구입을 결정하지, 올해 집값이 어떠할 것이라는 한국감정원의 예측을 보고 구매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확신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주변에는 주택을 구입할 때 한국감정원의 예상을 고려하는 사람이 있는가? 이러한 집값 예측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그림> 한국감정원 및 민간 연구소 집값 예측과 결과 비교

덧) 지난 팩트체크(공시지가 인상이 세금폭탄? 올릴 곳 올렸다)에서 정부의 표준단독주택 발표에 맞춰 일부 지역, 가격대의 전수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예고했으나 정부가 유례없이 가격대별 상승률을 발표해 팩트체크 소재를 불가피하게 변동했다. 가격대별 표준단독주택의 상승률은 아래와 같다. 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시세 15억원 이상 고가주택만 20~30%대 올랐고 나머지 일반 주택은 예년도 상승률과 큰 차이가 없다. 

<표3> 시세 기준 가격구간대별 공시가격 변동률 (단위 : %)

구 분

∼3억

3∼6억

6∼9억

9∼15억

15∼25억

25억∼

전 국

9.13

3.56

6.12

6.99

9.06

21.1

36.49

서 울

17.75

6.58

8.45

9.35

11.11

23.56

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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