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팩트체크] 그린워싱, 이렇게 하면 막을 수 있다

[2022 그린워싱 팩트체크] 10. (최종회) 그린워싱 예방 솔루션

  • 기사입력 2022.09.30 09:48
  • 최종수정 2022.09.30 14:31
  • 기자명 선정수 기자

그린워싱.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짝퉁 친환경’이죠.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친환경적 소비가 강조되면서 기업들도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린’, ‘에코’, ‘녹색’, ‘친환경’, ‘천연’ 등 말만 들어도 지구가 살아날 것 같은 단어들이 광고를 가득 채웁니다. 과연 그린워싱이란 무엇이고, 그린워싱에 속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뉴스톱이 <2022 그린워싱 팩트체크> 시리즈를 통해 우리 곁에 있는 그린워싱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 이 시리즈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취재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뉴스톱은 10회에 걸쳐 2022년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그린워싱 실태를 알아보고 해법을 모색해봤습니다. 마지막 회에선 일상생활에서 그린워싱에 당하지 않을 방법은 무엇인지 총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무턱대고 믿지 말자

지난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성 관련 부당 표시 광고와 관련해 1만2187건을 조사했습니다. 2900건은 사업자들이 자율시정 조치했고, 267건은 시정권고, 5건은 시정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친환경’이라고 광고하는 제품을 무턱대고 믿으면 안 된다는 뜻이죠.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환경성 관련 부당 표시∙광고로 적발된 건수는 3만3532건입니다. 이렇게 위반 사례가 쏟아지지만 그린워싱을 단속하는 인력은 고작 3명에 불과합니다. 정부와 국회가 소비자의 권익과 환경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품이 친환경적이라고 표시∙광고하려면 사업자가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된 사항을 실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현실 세계에선 법은 먼 이야기입니다. 쿠팡,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선 제조사가 아닌 개별 판매자들이 임의로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광고 문구를 내세워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오픈마켓 상품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는다”는 면책조항 뒤에 숨어 이들 대형 온라인 쇼핑몰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화학물질안전법에 따라 안전확인대상화학물질과 살생물제에는 사용할 수 없는 '친환경', '무독성', '환경·자연친화적', '무해성', '인체·동물친화적' 등의 단어도 버젓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간단한 조치로 개별 판매자들의 광고문구 입력을 제한할 수 있음에도 면책조항을 핑계로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죠. 

 

출처: 각 쇼핑몰 홈페이지
출처: 각 쇼핑몰 홈페이지

제품에 대해선 제한적이지만 단속이 이뤄집니다. 그러나 기업의 이미지 조작에 대해선 사실상 아무런 규제가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이라는 고시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고시를 보면 “표시·광고의 내용과 표현 및 방법이 사실에 근거하고 명료·정확하여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인시킬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사업자가 자신에 대한 환경성 관련 광고를 할 때에는 구체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과 관련돼 기업이 단속된 사례는 없습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내용으로 광고를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그 기업들이 환경성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펼치는지 정보를 주지는 않습니다. 무턱대고 믿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출처: 정부 홈페이지
출처: 정부 홈페이지

2. 인증 마크를 확인하자

개별 제품이 친환경인지 따져보는 일은 너무 어렵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를 돕기 위해 정부는 ‘친환경 마크(환경표지)’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환경성을 개선하고 있는지를 따져서 친환경 마크를 부여하는 것이죠. 제도의 취지는 ‘어렵게 따지는 건 정부가 할 테니 인증마크를 믿고 친환경 소비를 해달라’는 것입니다. 환경성과 관련해서 공신력을 가진 정부의 인증 마크는 환경부의 ‘친환경’입니다. ‘환경성적’ 표지는 현 시점에서 환경성과 관련된 지표를 실측하고 공개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그 자체로 ‘친환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도 신뢰할 만합니다. 유기농, 무농약, GAP 인증을 받은 농축산물 가운데 환경성을 개선한 제품에 대해 인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협회 또는 개별 기업에서 부여하고 있는 친환경 관련 인증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는 전혀 공신력을 갖지 못한 인증이 발견됩니다. 가급적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참고 기준으로 삼기를 권고합니다.

 

3. 나는 이 제품을 왜 사는가?

내가 구매하려고 하는 제품에서 원하는 것이 무언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방안에 모기가 들어오는 것이 싫다면 ‘친환경 살충제’를 구매하는 것보다는 모기가 들어오지 않게 할 방법이 뭔지를 먼저 생각해 보십시오. 예방이 불가능해서 모기를 잡아야겠다면 물리적인 방법을 차선책으로 고민하십시오. 화학약품인 살충제는 최후의 선택이 돼야 하고, 정해진 용량과 용법에 맞춰 사용해야 합니다. 생물을 죽이는 살생물제가 ‘친환경’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친환경 살충제’라는 광고는 무시하십시오.

텀블러를 구매한다고 칩시다.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계절마다 디자인을 바꿔 판매하는 ‘굿즈’ 마케팅을 회피하십시오. 내 집에 텀블러가 얼마나 많이 쌓여 있나 생각해보십시오. 계절마다 ‘신상 굿즈’ 텀블러를 사서 쓴다면 매번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받아 마시는 것보다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 수도 있습니다. 텀블러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플라스틱 컵 하나를 만들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보다 수십 배 많다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품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제대로 분해될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58도 이상을 60일 이상 유지하는 조건을 우리나라 어디에서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입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일회용품을 쓰지 않을 방법부터 생각하는 게 맞겠지요. 정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사용한 일회용품에 친환경 인증을 내주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RE100 가입 직후 LNG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책을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하며 항의메일 보내기 운동 등을 펼쳤다. 출처: 청소년기후행동 홈페이지
청소년기후행동은 RE100 가입 직후 LNG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책을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하며 항의메일 보내기 운동 등을 펼쳤다. 출처: 청소년기후행동 홈페이지

4. 유용한 정보를 알아두자

친환경 소비 생활을 위한 꿀팁 몇 가지 알려드리죠. 친환경 마크를 무단으로 도용하거나 인증기간이 만료돼 효력이 없어졌음에도 친환경 마크를 달고 판매되는 제품이 있습니다. 이런 제품을 확인하려면 환경부의 환경표지 홈페이지를 찾으시면 됩니다. 저탄소농축산물 인증을 받은 제품이 진짜인지 확인하시려면 관련 스마트그린푸드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되구요. 생활화학제품에 관한 정보가 모이는 초록누리라는 홈페이지도 있습니다.

<위장환경주의: ‘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의 실체>라는 책도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다국적기업들의 그린워싱 실태를 추적하는 내용입니다. 국제 환경 단체와 환경관련 국제 인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국내 언론들의 그린워싱 고발 기획취재도 눈에 띕니다. 한국일보는 ‘그린워싱 탐정’이라는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그린워싱 실태에 관해 폭넓고 깊은 취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린워싱에 대해 감시의 눈을 가장 번뜩이고 있는 곳은 환경단체들일 것 같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재생에너지 100%(RE100) 동참을 선언하고 곧바로 LNG 발전소 건립 추진을 발표한 현대자동차의 그린워싱 사례를 고발하고 항의 메일을 보내는 <뽀득뽀득 녹색을 닦아보자>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녹색연합은 <플라스틱 이슈 리포트>를 발간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의 그린워싱을 고발했죠.

 

5. 최고의 친환경은 소비를 줄이는 것… 그러나

소비자들이 친환경 소비에 관해 고민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린워싱이 이슈가 됩니다. 실상은 ‘그린’이 아닌데도 ‘그린’으로 위장해 소비자를 현혹시키려는 기업의 시도가 늘어나는 것이지요. ESG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기업들은 ‘이윤 창출’이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합니다.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선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죠. 그린워싱에 관한 규제가 없거나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온갖 틈새를 파고듭니다. 친환경적인 소비에 대해 고민하는 소비자의 성향을 파고들어 ‘위장 환경주의’ 제품을 판매합니다.

근본은 무엇일까요? 소비를 줄이는 겁니다. 덜 쓰고 덜 만들어내야 지구를 덜 해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소비를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친환경적인 소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 기업과 정부에 끊임없이 요구해야 합니다. 정확한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하도록 요구해야 하고, 친환경 인증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친환경’으로 장난치는 기업은 다시는 발을 붙일 수 없다는 준엄한 경고도 필요합니다. ‘그린워싱’을 감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뉴스톱도 그린워싱에 대한 감시의 눈을 부릅뜨겠습니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주요뉴스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