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팩트체크] 비건 마케팅 친환경 맞아?

[2022 그린워싱 팩트체크] 9. 20대가 바라본 비건 마케팅, "정말 친환경 제품 맞나요?"

  • 기사입력 2022.09.29 13:57
  • 최종수정 2022.09.30 14:35
  • 기자명 김정은 기자

그린워싱.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짝퉁 친환경’이죠.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친환경적 소비가 강조되면서 기업들도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린’, ‘에코’, ‘녹색’, ‘친환경’, ‘천연’ 등 말만 들어도 지구가 살아날 것 같은 단어들이 광고를 가득 채웁니다. 과연 그린워싱이란 무엇이고, 그린워싱에 속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뉴스톱이 <2022 그린워싱 팩트체크> 시리즈를 통해 우리 곁에 있는 그린워싱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 이 시리즈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취재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비거니즘(veganism), 동물에 대한 모든 형태의 학대를 최대한 배제하려는 철학이자 삶의 방식을 의미합니다. 20세기 중반 동물보호운동에서 출발한 비거니즘은, 음식과 생활용품까지 확산돼 동물과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생활을 지향하는 개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출처: 「비건 패션의 범주와 실천 방안 모색(2020)」)

‘MZ 세대의 트렌드가 된 비거니즘’ 

이런 제목의 기사 한 번쯤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한 마디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친환경윤리를 고려하는 가치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학계에서는 이를 녹색소비라고도 부릅니다.

기업은 젊은층의 비건 열풍 추세에 맞춰, 다양한 비건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유해 성분이 첨가되지 않은 비건 화장품, 지속가능한 비건 가죽으로 만든 의류 등을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어째 명확한 기준 없이 친환경 비건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구체적인 성분 함유량을 표시하지 않고도, 비건 제품이라는 이유로 환경 친화적임을 자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소비한 비건 제품, 정말 지구에 도움 되는 것이 맞을까요? <뉴스톱>20대가 지향하는 비건 문화를 살펴보고, 이들을 노린 기업의 위장환경주의를 살펴봤습니다.

 

우리가 비건 제품을 왜 사냐고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월에 발간한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에 따르면, 응답자의 68.1%가 향후 비건 라이프에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20대와 과거 채식경험자가 비건 라이프에 동참 의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대가 비건 문화를 지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뉴스톱>은 구글 설문지 플랫폼을 이용해 2042명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이 비건 생활을 실천하는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42명 중 26명이 비건 제품을 구입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들은 그 이유를 기존의 제품보다 환경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동물 실험을 하지 않아서라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60% 가량이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있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비건 제품을 구매했다는 것입니다. 나머지 16명은 관심이 없거나 가격이 저렴하지 않아, 비건 제품을 구입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표1. 비건마케팅 인식 조사
비건마케팅 인식 조사. 표=뉴스톱

비건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립밤과 로션 등 '비건 화장품'을 주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두와 가방과 같은 '비건 잡화'와 '비건 의류'는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비건 제품을 친환경제품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었을까요? 응답자 26명 가운데 21명은 딱히 확인하지 않고 구매한다고 답했습니다. 기업이 비건 제품을 출시하면서 친환경이라고 홍보하면, 이를 의심하지 않고 구입한다는 의미입니다. 단 2명만 기업의 제품 상세페이지에서 성분을 확인한다고 답했습니다. 3명은 환경부나 환경운동단체의 친환경 제품 구분 정보를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기업의 비건 마케팅실태조사 해보니...성분 표시 제대로 하는 곳 드물어

<뉴스톱>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환경기술산업법)’환경성 표시·광고 관리제도에 관한 고시를 바탕으로 '친환경 비건'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친환경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소비자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환경기술산업법 제16조의 10(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금지 등)은 판매자가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해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아래와 같은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습니다.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기만적인 표시·광고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

비방적인 표시·광고

환경성 표시·광고 관리제도에 관한 고시는 제조업자 등이 친환경제품”, “친환경”, “무독성”, “무공해등 포괄적인 환경성 용어를 사용할 때, 제품의 환경성 개선에 대해 소비자가 제품이 갖는 환경적인 속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근거를 한정하여 광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환경성 개선의 범주는 아래와 같습니다.

자원 절약, 물 절약, 재활용성 향상, 유효자원 재활용 등의 환경성을 개선한 자원순환성 향상

에너지 사용 절약, 재생에너지 사용 등의 환경성을 개선한 에너지 절약

온실가스 배출 감소, 오존층파괴물질 배출 감소 등의 환경성을 개선한 지구 환경오염 감소

대기 오염물질 배출 감소, 수계 오염물질 배출 감소, 토양 오염물질 배출 감소, 폐기물 발생 감소, 생분해 등의 환경성을 개선한 지역 환경오염 감소

유해물질 사용 감소, 인체 유해물질 노출 감소 등의 환경성을 개선한 유해물질 감소

실내 공기오염물질 배출 감소, 빛공해 감소 등의 환경성을 개선한 생활 환경오염 감소

저소음, 진동 감소 등의 환경성을 개선한 소음·진동 감소

제조업자와 판매업자는 제품의 구체적인 환경성 개선 범주를 제시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어야, ‘친환경과 같은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비건 인증 화장품은 모두 환경 친화적일까?

먼저 20대 응답자가 가장 많이 구입한 화장품을 중심으로, 기업의 판매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네이버 쇼핑 검색창에 비건 친환경을 검색했습니다. 카테고리 창에서 화장품/미용을 택하니, 1200개의 상품이 검색됐습니다.

그 중 환경을 바꾸는 OO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이면서도 환경을 생각한다고 하니,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출처: 네이버 쇼핑

홈페이지에 들어가 상세 정보를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기업은 환경과 피부를 생각했다는 문구를 강조했고, 그 근거로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받은 인증 마크를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한국비건인증원은 민간 기업인 주식회사로, 동물 유래 원재료를 이용하지 않음,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하지 않음, 제품 생산 공정 전 중 후 교차오염이 없어야 함과 같은 기준을 준수한 기업에게 인증 마크를 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비건 인증마크를 사용했다고 해서 제품의 표시·광고에 환경을 생각했다는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환경성 표시 고시가 언급한 7가지 개선 범주에는, 비건과 관련된 내용이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친환경 관련 법제도는 생산 과정에서 동물 유래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거나, 동물 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환경오염을 개선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출처: 비건 화장품(팩)을 만든 F기업

이번에는 쿠팡에서 '친환경 비건 샴푸를 검색했습니다. 상단에 배열된 저자극 친환경 피토(식물성) 비건 샴푸라는 상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해당 제품은 위탁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되고 있습니다. 상세 정보를 확인해보니, ‘미국동물보호협회로부터 인증 받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친환경입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출처: 쿠팡

기업이 친환경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자세히 알고 싶어, 공식 판매처의 홈페이지를 방문했습니다. 이곳에서도 동일한 문장으로 친환경 상품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연유래성분임을 내세우며, 샴푸에 들어간 식물성 추출물을 기재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자연유래 성분의 추출물을 사용했다는 것을 설명했을 뿐, 고시에서 언급한대로 유해물질 사용 감소혹은 '대기 오염물질 배출 감소'와 같은 효과를 명확하게 입증한 것이 아닙니다. 성분의 명칭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수치를 기재하지 않아 '증거 불충분'의 여지가 있습니다.

 

출처: 비건 샴푸를 만든 S기업

식물성 가죽, 아직 친환경이라고 부르기에는 플라스틱 소재 함유량 높아

이번에는 응답자가 비건 화장품 다음으로 구입했다고 응답한 비건 잡화를 조사했습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비건백이라고 치니, 많은 기업들이 출시한 친환경 비건 가방이 보였습니다.

그 중 이제껏 시중에서 보지 못했던 상품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사과가죽으로 만든 핸드백이었습니다. 이 가방을 만든 기업은 사과로 가죽을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기업의 설명에 따르면 먹고 남은 사과의 씨앗과 껍질을 분리한 후 파우더 형태로 가공하고, 에코잉크를 더하면 사과 가죽으로 제작됩니다.

출처: 네이버 검색창

사과 가죽으로 만든 가방에 플라스틱 소재가 얼마나 함유되는지 알고 싶어, 상품의 상세 정보를 살펴봤습니다. 재질에는 사과 가죽폴리에스터만이 적혀 있었고, 구체적인 함유량은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출처: 비건 가죽 가방을 만든 M기업

확인을 위해 제조사 고객센터와 회사 이메일을 통해 사과 가죽 가방의 소재 함유량을 문의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업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해외 패션업체에서 사용하는 사과가죽의 함유량을 통해 성분을 간접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사과 가죽을 원단으로 사용하는 영국의 한 패션 브랜드의 홈페이지를 방문했습니다. 이 기업은 사과 폐기물 50%PU(폴리우레탄수지) 50%로 사과 가죽이 제작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대개 사과 가죽 가방을 만든 기업들은 폴리우레탄수지가 합성된 사과 가죽에 폴리에스터와 같은 소재를 더해 가방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플라스틱에 사과 폐기물을 넣어 만든 인조가죽이라는 뜻입니다. 동물 가죽을 사용하는 것보다 친환경이지 않느냐라고 물으실 수 있겠지만 플라스틱을 사용한 인조가죽은 오래도록 분해되지 않고 미세플라스틱을 남긴다는 점에서 일반 플라스틱 폐기물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출처: olivercompanylondon

이렇듯 사과폐기물과 같은 바이오매스 물질을 사용하더라도, 화학적 처리를 거치거나 플라스틱 소재와 혼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도 기업담당자를 위한 제품 환경성 표시·광고 길라잡이에서"제품의 일부만이 바이오매스 물질로 만들어졌다면 물질의 함량을 밝혀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출처: '기업담당자를 위한 제품 환경성 표시,광고 길라잡이'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기업의 시도가 돋보이지만, 마치 바이오매스 물질만을 사용한 것처럼 광고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비건가죽 자켓’, 원래 있었던 인조가죽 자켓 아닌가요?

비건 가죽으로 만든 가방뿐만이 아닙니다. 비건 가죽으로 만든 자켓도 친환경 자켓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류 브랜드 SPAO(스파오)에코 레더 자켓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에코라는 단어가 들어 있어, 환경에 친화적인 의류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습니다.

 

출처: 이랜드몰

하지만 기업이 작성한 상세 정보에 따르면 가죽에는 폴리에스터레이온이 함유돼 있습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던 인조가죽의 소재와 동일한데, ‘에코라는 이름을 붙여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습니다.

 

출처: 이랜드몰

패션 플랫폼 무신사 스토어에서도 친환경 비건 가죽자켓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판매업자들은 동물보호와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라고 강조해 소비자들을 유인하지만, 소재에는 인공가죽 100%’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전의 인조가죽(레자)과 다를 게 없는데, 비건 제품이라는 이유로 말만 바꿔 에코 가죽이라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출처: 무신사 스토어

이는 환경성 표시 고시가 제시한 7가지의 개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이런 광고는 허위·과장 광고로 단속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우혜진 한구소비자원 국민소통팀 대리는 <뉴스톱> 좌담회에서 친환경 비건 가죽마케팅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일반 인조가죽인데 동물 가죽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친환경적인 것처럼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라며 비건 가죽을 만들 때 안 좋은 성분이 첨가될 수도 있는데, 친환경이라고 표기를 하는 것이 횡행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환경성과 관련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기 위한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정위의 전자상거래 상품정보 제공고시개정안이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고시는 안전 인증 등과 관련된 정보는 소비자들이 명확히 알아볼 수 있도록 시험정석, 인증서 등은 고해상도의 이미지로 게시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제품을 판매할 때 친환경성과 관련된 정보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근본적 의식 갖고 비건 마케팅 해야 해

뉴스톱 설문에서 20대 응답자들 42명 중 23명은 기업의 비건 마케팅에 대해 제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기업이 친환경 비건 제품을 출시하는 것에 대해 좋은 현상이라며 긍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그러나 단순 마케팅이지 않을까 의심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기업의 사명보다 수익창출 활동으로 느껴진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한 응답자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기업이) 비건을 내세워 마케팅할 경우 꼼꼼하게 살핀다실제로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인지 따져보기 위해서라고 응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과정이 피곤하고 소모적으로 느껴진다기업이 인류가 비건을 지향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의식을 갖고 마케팅을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뉴스톱>환경성 표시광고 관리제도에 관한 고시를 바탕으로, ‘그린워싱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소비자가 그린워싱을 판별하기 이전에, 기업이 자발적으로 환경성 표시 기본 원칙을 준수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합니다.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친환경 비건마케팅도 급증하는 추세라 이에 대한 신속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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