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파벌 뒤엔 스포츠토토 '눈먼돈'

  • 기자명 이상민
  • 기사승인 2019.02.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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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에서 미투운동이 한창이다. 근본적 진단은 한결같다. 지나친 권력의 독점을 막자는 것이다. 체육계의 고질적 문제는 과도한 계파 싸움이다. 왜 체육계는 파벌이 형성되어 특정인과 특정세력이 권력을 장악하고자 할까? 특정 대학 출신의 파벌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애교심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권력과 파벌은 보통 돈에서 나오는 법이다. 체육계에 ‘눈먼돈’이 있고, 그 눈먼돈을 쟁취하고자 권력과 파벌이 형성된다는 설명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체육계에 어떤 눈먼돈이 있을까? 특히, 국가의 돈이 얼마나, 어떻게 체육계에 흘러들어 갈까? 예산액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출처: 기획재정부 열린재정 http://www.openfiscaldata.go.kr/portal/main.do

올해 우리나라 체육부문 총지출액은 1.5조원에 달한다. 작년 1.2조원보다 24%나 증가한 금액이다. 그런데 일반회계에서 쓰는 돈은 불과 30억원이다. 그래프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적은 수치이다. 일반회계는 우리나라가 정부돈을 넣어놓고 쓰는 보통의(일반적인) 주머니라는 의미다. 모든 정부 부처와 모든 이해관계자가 사회적 논의, 정치적 타협을 거쳐 배분하는 돈이다.

반면, 특별회계나 기금은 좀 특별한 별도의 주머니다. 법으로 배타적인 사용처를 명시한 특별한 돈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출하기보다는 법에 명시된 곳에 자동적으로 지출한다. 눈먼돈이 될 확률이 커지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체육계에 지출되는 돈은 대부분 일반회계가 아니라 국민체육진흥기금에서 지출된다. 도대체, 국민체육진흥기금은 무엇일까?

 

<14~19년 체육부문 지출액 변화(본예산 기준)> (단위: 백만원) 

회계

14년

15년

16년

17년

18년

19년

일반회계

4,477

3,597

3,318

2,891

3,040

3,012

균형발전특별회계

144,120

130,565

132,115

130,689

125,616

234,129

국민체육진흥기금

897,736

1,219,893

1,775,079

1,715,299

1,056,367

1,227,533

합계

1,046,333

1,354,055

1,910,512

1,848,879

1,185,023

1,464,674

 

스포츠 토토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쟁탈전

예산서를 통해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수입 내역을 보면 좀 특이하다. ‘기타영업외잡수입’이라는 항목이 사실상 국민체육진흥기금 수입의 근원이다.

<17~ 19년 체육부문 수입액 변화 (총계기준)> (단위: 백만원)

 

17 결산

18 본예산

19 정부안

총계

2,003,569

1,576,384

2,349,294

이자수입및 재산수입

10,371

6,741

11,518

법정부담금

41,411

32,331

31,313

타경상이전수입

77,242

20,880

41,555

기타잡수입

23,533

23066

23984

기타영업외잡수입

1,495,381

1,235,661

1,526,589

법정부담금

-

21,221

22,090

전입금

62,881

68,282

75,423

예탁이자수입

2,799

5,957

16,880

* 문화체육관광부 2019년 예산및기금안 사업설명자료

 

기타영업외잡수입 항목을 좀 더 들여다 보면, 이는 경륜, 경정, 그리고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 수입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민체육진흥법 제20조 제1항 : 기금은 다음 각 호의 재원으로 조성한다.

1. 정부와 정부 외의 자의 출연금

2.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승인하는 광고 사업의 수입금

3.골프장(회원제로 운영하는 골프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 시설의 입장료에 대한 부가금

4. 기금의 운용으로 생기는 수익금

5. 「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23조제1항에 따라 배분된 복권수익금

6. 제22조제3항제3호 및 제4호에 따른 사업에 대한 출자 등에 따른 수익금

7. 제29조제2항제2호에 따른 출연금 → 스포츠 토토

8.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입금 → 경륜, 경정

금액으로는 스포츠토토 수입금이 절대적이다. 올해 ‘기타영업외잡수입’ 계획 금액 1조5300억원 중, 스포츠토토금액은 1조4800억원을 차지한다. 결국, 우리나라 체육지출액은 일반회계가 아니라 기금이며, 기금 수입은 ‘스포츠토토’ 수익금에 좌우된다. 스포츠토토가 체육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며,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 쟁탈전이 체육계 계파갈등의 근원이라는 의미다.

스포츠 토토 규모가 얼마나 클까? 스포츠 토토 발행액은 18년 자그마치 4.7조원을 초과한다. 4.7조원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감이오지 않는가? ‘국민 도박(?)’인 로또보다 더 큰 규모라고 하면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미 2013년부터 로또 발행액을 초월했고 그 차액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또 보다 스포츠 토토 발행액이 더 크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12~18년 스포츠토토 VS. 로또 판매액 변화> (단위: 백만원)

회계

12년

13년

14년

15년

16년

17년

18년

스포츠토토 발행액

(일반발행)

2,758,296

3,000,720

3,101,127

3,430,045

4,068,890

4,196,788

4,734,700

로또판매액

2,839,873

2,989,625

3,048,909

3,257,092

3,566,012

3,797,350

3,968,700

*국민체육진흥공단, 복권위원회

그런데 스포츠 토토는 이게 다가 아니다. ‘일반발행’외에 ‘증량발행’이라는 특별 추가발행이 별도로 있다. 일반발행은 농구, 배구, 축구 등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의 경기결과에 베팅하는 스포츠 토토다. 여기서 생기는 이익금액은 전액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재원이 된다.

반면, 증량발행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특정 국제대회를 지원하고자 추가로 발행하는 스포츠 토토다. 추가 증량발행을 통한 이익금은 특정 국제대회 조직위원회로 지원된다. 예를 들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자금이 필요 한다면 그냥 스포츠토토를 추가로 증량 발행한다. 그리고 거기서 생긴 이익금을 주는 구조다.

 

<12~18년 스포츠토토 발행액 변화, 증량발행> (단위: 백만원)

회계

12년

13년

14년

15년

16년

17년

18년

스포츠토토 발행액

(증량발행)

85,248

77,463

180,217

19,454

372,567

2,305

811,900

*국민체육진흥공단

자원을 어디에 얼마나 분배하는 것을  국가의 재정 과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정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가정이나 국가나 마찬가지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살림을 하게 된다. 그러다 특정한 지출처가 생기면 다른 곳에 쓸 돈을 줄이게 된다. 그러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독점하고 있는 스포츠계는 다르다.

국제대회에 지출할 돈이 필요하면, 그냥 스포츠 토토를 증량발행하면 된다. 예산 지출 항목을 조정하는 등의 자원배분을 위한 정치적 과정이 제한적이다. 이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스포츠계가 독점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대표성을 통해 예산이 배분되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 토토라는 국가의 독점적 사행산업을 차지하고 발행총량과 분배과정을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정하지 않는 것이 스포츠 예산의 특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종 협회, 파벌, 권력의 비대칭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권력의 비대칭은 스포츠에서 성폭행이 발생하는 근본원인 아닐까? 이러한 예산구조를 보면 “(체육계의 성폭행은)그동안 몰랐던 것이 아니라 외면해 왔던 것” 이라는 이은의 변호사의 말이 수긍이 된다.

 

왜 국가는 '프로스포츠'에 1300억원이나 지원하나

우리나라 스포츠 전체 예산 금액을 보면 작년까지(18년) 생활체육육성 예산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 ‘전문체육육성’ 프로그램에 지출되었다. 올해에는 생활SOC 등으로 생활체육예산이 급격하게 늘었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문체육육성예산이 준 것은 아니다.

<14~19년 체육부문 지출액 변화, 본예산기준> (단위: 백만원)

프로그램

14년

15년

16년

17년

18년

19년

국제스포츠역량강화 

 

 

 

 

138,608

106,774

생활체육육성 

361,119

471,798

481,432

530,663

513,477

804,409

스포츠산업 육성 및 국제교류 

418,112

498,075

566,108

498,158

142,351

138,945

장애인체육육성 

58,718

52,803

431,486

410,029

62,733

65,540

전문체육육성

208,384

331,379

431,486

410,029

327,854

349,006

 합계

1,046,333

1,354,055

1,538,622

1,502,086

1,185,023

1,464,674

 

전문체육육성 프로그램 부분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거의 대부분이 대한체육회지원사업임을 알 수 있다.  전문체육육성 프로그램 사업의 가장 큰 사업인 주최단체지원 부분을 좀더 들여다 보자.

<17~18년 전문체육육성 프로그램 지출액 변화, 본예산기준> (단위: 백만원)

단위사업명

세부사업명

17년도

18년도

대한체육회 지원

국가대표 종합훈련장 건립(2단계)

80,360

0

대한체육회 지원

국립체육박물관 건립

1,256

4,658

대한체육회 지원

대한체육회 운영지원

16,540

16,425

대한체육회 지원

우수선수양성지원

90,609

84,725

대한체육회 지원

주최단체지원

110,654

127,409

대한체육회 지원

체육인재 육성

1,600

1,504

대한체육회 지원

한국동계스포츠육성

22,826

10,609

대한체육회 지원

회원종목단체 및 지회지원

28,602

31,066

시도전문체육

전국(소년)체전 지원

38,223

34,401

체육인복지사업

장애체육인 복지사업

5,189

4,919

체육인복지사업

체육인복지사업

11,330

12,138

소계

 

407,189

327,854

 

주최단체지원 예산은 민간경상보조 100%인 사업이다. 그리고 지원하는 민간단체는 다음과 같다. 1300억원이 다음 협회에 보조금으로 지원된다는 뜻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야구위원회, 한국농구연맹, 한국여자농구연맹, 한국배구연맹, 한국프로골프협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등 프로스포츠 단체, 한국프로스포츠협회,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등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18년도 예산 내역을 세부적으로 보면, 축구에 159억원, 야구에 115억원, 남자농구에 58억원, 여자농구에 44억원 등 프로축구 활성화 예산에 가장 큰 금액이 지출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무엇일까? 프로는 전업이라는 의미다. 즉, 그 일을 통해 나의 재정적 수입을 창출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프로’라는 타이틀을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 프로스포츠는 우리나라 공적지출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프로스포츠를 위한 지출금액만 600억원이 넘는다. 사전적으로만 보면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는 완전한 프로가 아니다.

주최단체 지원예산으로 프로 스포츠외에도 아마추어 스포츠에 420억원의 돈이 지급되며, 비인기 종목에는 252억원의 돈이 지급된다. 그런데 1300억원의 ‘주최단체지원’사업 금액은 대한체육회 운영비를 지원하는 돈이 포함된 돈이 아니다. 대한체육회 운영지원 예산은 별도로 편성되어 있다. 18년도 예산액은 164억원이다. 이는 대한체육회 기관운영비, 회관관리비는 물론 인건비도 지급한다. 특히, 회원종목단체와 지회의 운영비도 별도로 지원한다. 18년 예산은 311억원이다. 64개의 각 회원종목단체외 지회 운영비를 정액으로 지원한다. 그리고 태릉 선수촌 등 국가대표 훈련지원 예산은 별도다. 무려 847억원이다.

지난 국감에 선동렬 야구감독이 국감장에 나왔다. 선동렬 감독은 국감장에서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항변했다. 선동렬 감독을 국감장에 불러다 망신 주는 행동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치와 스포츠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맞는 말은 아니다. 정부의 돈이 프로야구에만 115억원이 지출되는 현 상황에서 어떻게 정치와 스포츠가 분리될 수 있을까?  오히려 스포츠 예산에는 더 많은 정치적 합의 과정과 더 많은 민주적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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