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전자레인지에 절대 데우면 안되는 음식들?

조회수 장사에는 책임감이 따른다

  • 기사입력 2022.09.29 15:14
  • 최종수정 2023.03.07 10:47
  • 기자명 선정수 기자

생활정보 콘텐츠 채널인 <자취생으로 살아남기>는 2022년 9월27일 <전자레인지에 다시 데우면 안되는 음식들!> 이라는 콘텐츠를 발행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다음과 카카오톡 채널 등을 통해 서비스된 이 콘텐츠는 이틀 만에 1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읽었습니다. 6장의 카드뉴스로 만들어진 이 콘텐츠는 전자레인지에 데워서는 안 되는 음식들로 우유, 계란, 남은 치킨, 스팸과 베이컨, 익은 감자, 고추, 버섯, 식은 밥, 시금치와 셀러리, 브로콜리, 밤과 옥수수, 과일을 꼽았습니다. 과연 이 콘텐츠는 왜 이런 음식들을 전자레인지에 데우지 말라고 했을까요? 과연 사실일까요?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습니다.

출처: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출처: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우유 영양소 파괴?

해당 콘텐츠는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당과 지방을 제외한 영양소가 파괴됨”이라고 적었습니다. 해법으로는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고 따듯한 물에 중탕해서 데우기”를 제시합니다.

해당 업체에 이런 콘텐츠를 만든 근거가 무엇인지 물었지만 회신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 이 업체는 비슷한 콘텐츠를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했습니다. 이걸 재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머니투데이 등 기성 언론사의 기사에서도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안 되는 음식을 알려주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근거는 없습니다.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물 분자를 진동시켜서 열을 발생시키는 원리입니다. 전자레인지에 데운다고 해서 당과 지방을 제외한 영양소가 파괴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물론 열에 약한 비타민B, C 등 일부 영양소가 고온에서 파괴되기는 하겠지만 이건 전자레인지를 사용한다고 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지요. 따뜻한 물에 중탕해서 데우라고 권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는데요. 아마도 끓을 정도로 높은 온도를 피하라는 취지인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렇다면 전자레인지로 끓지 않게 짧은 시간 데우면 될 일입니다.

계란에 대해서는 “터질 위험성이 있음”이라고 주장합니다. 삶은 계란이든 날 것이든 계란을 껍질 째로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면 폭발합니다. 해법으로는 “껍질을 까고 잘 풀어서 그릇에 넣고 돌려야 함”이라고 합니다.

전자레인지는 말씀드린 대로 마이크로파로 물분자를 진동시켜 가열하는 원리인데요. 계란을 껍질 째 돌리면 내부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빠져나올 구멍이 없어서 압력이 높아지다가 결국 터지는 것이죠. 그래서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는 모든 것은 수증기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구멍을 만들어 주도록 권고하는 겁니다.

출처: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출처: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남은 치킨 전자레인지로 데우면 배 아파?

“남은 치킨을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단백질이 변성돼 배가 아플 수 있다”고도 합니다. 단백질 변성은 열, 화학물질, 산도 등에 따라 단백질의 형태가 바뀌는 것을 말합니다. 계란 흰자에 열을 가하면 투명한 액체였던 것이 흰색 말랑말랑한 고체로 바뀌지요. 이런 것이 단백질 변성인데요. 전자레인지로 남은 치킨을 데웠을 때 단백질이 변성된다는 이야기는 역시 근거가 없습니다. 전자레인지로 데운 치킨 먹으면 배가 아프다는 것도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아마 상온에서 오래 보관해 변질된 치킨을 데워먹고 배가 아팠던 것 아닌가 합니다.

“남은 치킨을 데울 때는 고온의 프라이팬에 다시 익혀먹기”라고 안내하는데요. 역시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이 업체가 만들어낸 콘텐츠 중에는 전자레인지로 치킨 만들어먹기라는 게 있는데요. 전자레인지로 치킨을 조리하는 건 괜찮고 데우는 것은 안 된다는 걸까요?

스팸과 베이컨도 전자레인지 금지 품목에 올랐는데요. “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프라이팬에 조리하는 것이 best, 또는 에어프라이어, 오븐에 굽기”라고 조언합니다. 이것도 전혀 근거없는 낭설입니다. 가공육의 경우엔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하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조리법이 특정질환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스팸과 베이컨을 전자레인지에 데운다고 해서 혈관질환을 더 유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프라이팬에 조리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만한 근거도 없습니다.

출처: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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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은 감자와 고추

익은 감자와 관련해선 “박테리아가 생성될 가능성이 높음. 요리한 다음에 냉장고에 바로 넣지 않았다면 데워 먹지 않는 것 추천”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모든 음식물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음식을 조리한 뒤에 뚜껑을 덮지 않은 채로 상온에 놓아두면 미생물이 증식하게 됩니다.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서 냉장고를 사용하는 것이구요. 딱히 감자라고 해서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박테리아가 생성되는지 의문입니다.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고추에 대해서는 “전자레인지에 매운 연기가 가득 참. 고추 많이 들어간 음식을 데울 땐 용기에 넣어 뚜껑 살짝 닿고 조리”라고 알려주네요. 도대체 무슨 맥락으로 이런 정보를 생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자레인지로 고추에서 연기가 나도록 온도를 올리기 어렵습니다. 정상적으로 음식을 데우는 정도라면 음식에 들어간 고추에서 연기가 나지 않습니다. 뚜껑을 닫고 음식을 데우면 그릇 안에 수증기 압력이 높아져 뚜껑이 날아가면서 음식이 전자레인지 안쪽 곳곳으로 튀어나갑니다. 전자레인지로 무언가를 데울 때는 꼭 수증기가 빠져나갈 틈을 만들어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출처: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출처: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버섯과 식은 밥

버섯에 대해선 “맛이 달라지고 배 아플 수 있음”이라고 합니다. 이어 “버섯은 재가열시 단백질 구성이 완전히 변함(프라이팬 포함)이라고 합니다. 버섯 통조림이 시중에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요. 통조림은 고열로 익힌 다음 밀봉하는 것이죠. 그럼 이 통조림 버섯은 데우지 않고 차갑게 해서 먹어야 하는 걸까요? 이런 버섯통조림은 중화요리를 비롯한 많은 음식점에서 사용되는 식자재인데요. 통조림 버섯을 사용한 요리를 먹으면 배가 아플까요? 재가열시 단백질 구성이 완전히 변한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식은 밥에 대해서는 “박테리아가 증식할 수 있음”, “조리한 밥을 바로 냉동보관 후 데워먹는 것은 괜찮음”이라고 합니다. 익은 감자와 마찬가지로 모든 음식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밥을 상온에 오래 뒀을 때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고, 식중독균이 대량번식한 식은 밥을 데워먹었을 때 위험할 수 있다는 뜻이라면 받아들일 부분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식은 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웠을 때 박테리아가 증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출처: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출처: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시금치 셀러리 브로콜리

시금치와 셀러리에 대해선 “전자레인지 조리 시 발암성 물질 생성”, “질산염이 많이 함유된 채소는 조리 후 차가워지면 재가열 금지”라고 적었습니다.

유럽에선 시금치를 재가열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습니다. 시금치를 재가열하면 질산염이 아질산염으로 바뀌고 이게 니트로사민이라는 발암물질로 바뀐다는 내용인데요. 2016년까지 유럽식품정보기구가 지침을 유지하다가 홍콩의 한 대학생이 이의를 제기해서 지침이 바뀌었습니다. “적절한 냉각, 저장 및 재가열이 이뤄지면 시금치를 재가열해도 됩니다”라고 말이죠.

아질산염은 고온 및 산성환경에서 아미노산과 반응해 니트로사민을 만들어냅니다. 딱히 전자레인지 사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브로콜리는 “영양소의 97%가 손실됨”, “브로콜리는 깨끗하게 세척 후 살짝만 데쳐 먹는 것이 좋음”이라고 적었습니다. 브로콜리 데칠 때 전자레인지를 이용할 사람이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레인지 사용이 브로콜리 영양소를 파괴한다는 내용도 근거가 없습니다.

출처: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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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옥수수, 과일

밤과 옥수수에 대해선 “생으로 조리하면 폭발하듯 터짐”, “반드시 끝부분을 살짝 잘라서 끓는 물에 10분 담갔다가 돌리기”라고 적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태로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폭발합니다. 수증기 배출구를 만들기 위해서 끝부분을 잘라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왜 끓는 물에 10분 담갔다가 돌리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삶거나 찐 옥수수라면 끓는 물에 10분 담가 놓으면 뜨겁게 데워질테구요. 날 것을 삶거나 찌려면 그냥 끓는 물에 넣고 조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과일에 대해선 “수분이 팽창하면서 터질 수 있음”이라고 하네요. “얼어 있는 과일은 전자레인지에 절대 돌리지 말고 상온에 해동”이라고 합니다. 껍질이 두꺼운 과일은 그냥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밤, 계란과 마찬가지로 수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터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왜 과일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워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냉동 과일은 절대로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안 된다는 말도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수많은 냉동과일 판매자들은 전자레인지의 ‘해동’ 메뉴를 이용해 적절히 해동시키면 된다고 권고합니다.

 

◈유사 언론, 조회수만큼 책임도 커

<자취생으로 살아남기>는 페이스북으로 출발한 콘텐츠 회사입니다. 자취생에게 유용한 생활정보를 다양한 플랫폼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콘텐츠는 조회수가 수십만을 넘어설 정도로 파급력이 큽니다. 이미 유사언론으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죠. 콘텐츠를 보러 페이지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자취와 관련된 여러가지 용품을 판매하는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집객을 노리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십만명이 보는 콘텐츠를 만든다면 그에 걸맞은 책임을 가져야합니다. 특히 건강, 의학 등 실생활과 밀접한 정보일수록 사실 확인을 거쳐야 합니다.

<뉴스톱>은 <자취생으로 살아남기>의 반론을 듣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회신을 얻지 못했습니다. <자취생으로 살아남기>의 반론권을 존중합니다. 추후라도 이 기사와 관련된 반론을 제기하면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출처: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자취생으로 살아남기>는 뉴스톱 보도 이후 해당 콘텐츠를 정정하고 독자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제작사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정보에 대한 검증을 면밀히 하지 못한 점, 독자분들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혼동을 드린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밝혔습니다.

뒤늦게나마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허위정보 제공에 대해 사과한 <자취생으로 살아남기>의 조치를 환영하고 용기를 높이 평가합니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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