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전기차가 엔진차보다 미세먼지 많다고?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10.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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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디젤차보다 미세먼지를 더 많이 발생시킨다는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이 6일 배포한 <차종별 미세먼지 통합 측정 세계 최초 성공> 이라는 보도자료를 다수 언론이 기사화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전기차는 디젤차보다 미세먼지를 더 많이 발생시킬까요?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출처: 다음 뉴스 검색
출처: 다음 뉴스 검색

◈세계 최초 차종별 미세먼지 통합측정

기계연은 홈페이지를 통해 “탄소중립연구소 모빌리티동력연구실 이석환 박사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타이어 마모 시뮬레이터, 브레이크 마모 시뮬레이터와 더불어 이동형 도로먼지 측정 차량을 활용해 국산 소형 SUV를 대상으로 차종별 미세먼지 배출량을 통합 실험 측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료는 “가솔린, 디젤, 전기자동차(회생제동** 90%) 측정 결과 순서대로 각각 PM10(미세먼지) 기준 42.3㎎/㎞, 43.2㎎/㎞, 47.7㎎/㎞, PM2.5(초미세먼지) 기준 14.5㎎/㎞, 14.1㎎/㎞, 13.9㎎/㎞ 수준의 미세먼지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료의 내용을 토대로 많은 언론사들은 “전기차가 디젤차보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다”는 기사를 쏟아냈죠.

 

◈논문 살펴보니, 2차 생성물 포함하면 디젤>가솔린>전기차 순

기계연은 "이번 연구 결과는 유수의 SCI 저널인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게재됐다"고 밝힙니다. 

논문을 살펴보겠습니다. 논문에는 코나 차종의 가솔린, 디젤, 전기차 모델을 사용한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연구는 브레이크 계통, 타이어, 도로에서 유발되는 미세먼지 양을 구합니다. 브레이크와 타이어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양은 앞서 언급한 시뮬레이터를 통해 측정했습니다. 도로 유발 미세먼지는 네덜란드 연구진의 계산식을 이용해 구했습니다. 도로 재비산 먼지는 이동형 측정 차량을 이용해 30회 주행∙측정한 결과입니다.

자동차 엔진에서 연료를 연소하면 배기가스에 입자상 물질이 포함돼 배출됩니다. 이를 1차 미세먼지(Primary PM)라고 합니다. 1차 오염물질 배출량은 엔진 종류와 상황별로 0.4~1.2mg/v∙km로 측정됐습니다. 물론 전기차는 엔진 배기가스가 없기 때문에 이 수치는 0이 됩니다. 여기에 타이어, 브레이크,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재비산먼지(도로에 앉아있던 먼지가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다시 떠오르는 것)를 합쳐서 나온 결과값이 위에 언급한 수치입니다. 전기차>디젤>가솔린 순서로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 수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걸까요?

출처: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출처: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그래픽을 살펴봅니다. 그림12(Fig.12)는 브레이크 종류에 따른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발생원별 배출량입니다. 검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도로 재비산 먼지입니다. 미국 환경청(EPA)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이 계산식을 제시하고 있는데 대체로 차량 중량에 비례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기자동차(EV)는 파란색으로 표시된 배출가스(1차 오염물질)가 없는 대신 검은색의 도로재비산먼지가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많습니다. 배터리 무게 때문에 전기차 중량이 내연기관차보다 20% 정도 더 무겁고, 이 차이 때문에 도로재비산먼지를 많이 일으키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 양이 내연기관차보다 많게 나타나는 겁니다.

 

출처:
출처: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그림13(Fig.13)을 살펴보겠습니다. 연구진은 2차 오염물질을 포함한 측정치도 제시합니다. 2차 오염물질은 자동차 배기가스가 공기 중으로 배출된 후 다양한 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오염물질을 말합니다. 2차오염물질을 포함하면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절반 수준으로 낮습니다. 미세먼지(PM10) 배출 순위도 디젤>가솔린>전기차 순서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 미세먼지, 단지 배출가스 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진은 논문의 결론을 통해 “전기차는 무배출 차량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밝힙니다. 우리나라에서 운행하는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바뀌어도 자동차로 유발되는 미세먼지 문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는 말이죠. 엔진에서 곧바로 나오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타이어와 도로, 브레이크 부품에서 생성되는 미세먼지, 그리고 이미 도로에 내려앉았던 먼지가 다시 날리게 되는 재비산 먼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보여주는 겁니다.

타이어와 브레이크를 개량해 미세먼지가 적게 발생하도록 하고, 도로 청소를 자주하거나 도로 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재비산먼지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개선점이 도출됩니다.


뉴스톱은 이런 근거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미세먼지 발생량이 많다'고 단순 보도한 다수 언론사들의 보도 내용을 '사실 아님'으로 판정합니다. 연구 결과를 기사로 옮길 때는 보도자료만 대충 읽지 말고 논문 원본을 찾아보고 연구진에게도 직접 취재해야 사실을 정확히 보도할 수 있습니다.

뉴스톱 취재 결과 2차 오염물질을 포함하면 미세먼지 배출량은 디젤>가솔린>전기차 순으로 많습니다. 1차 오염물질만 포함한 분석결과에서 전기차>디젤>가솔린 순으로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았는데, 이는 전기차 차량 중량이 더 무거워 도로 재비산 먼지를 일으키는 양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생활 조건을 고려한다면 2차 오염물질을 포함해 분석한 결과가 더 현실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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