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6살 모유 수유는 무조건 안된다?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2.10.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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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된 유명 육아예능프로그램에서 장기 모유수유에 대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발언들이 방송되었다. 장기 수유를 하는 가정에서 혼란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므로 사실 여부를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방송에 나온 발언을 중심으로 팩트체크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 “6살에 모유수유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다. 끊는 게 맞다. 아이의 발달 면에서 -1000점이다.”

: 사실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 유니세프를 비롯한 보건의료기구들은 모두 2년 이상의 모유수유를 권장하고 있으며, 반면 정해진 단유 권장 시기는 없다. 전세계의 다양한 사회에서 단유 시기는 3~5세이며, 이는 평균값이므로 각 사회마다 더 오래 수유하는 가정들도 있다. 포유동물마다 차이는 있지만 단유하는 시기를 보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1) 어금니가 다 났을 때 2) 어른 체중의 1/3까지 자랐을 때 3) 자기가 먹이를 직접 구할 수 있을 때다. 이에 따라 비교동물학적, 문화인류학적으로 인간의 자연스러운 이유 시기는 2.5세에서 7세 사이로 본다. 2년 이상의 모유수유가 아기와 엄마에게 이롭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에서도 매년 모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유 캠페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끊어야 한다고는 시기를 정해 두지 않았다. 학령 전기까지 수유하는 패턴은 통시대적으로 흔하며 정상적이다.

 

■ “(모유수유를 오래 지속하면) 여성호르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배란이 안 되고 월경이 안 된다.” “(모유수유 계속해서) 유방암 걸리고 싶으십니까?”

: 사실이 아니다. 이런 표현들은 의학적 사실과 배치된다. 모유수유를 오래 지속해서 배란과 월경이 억제되는 상황은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할 때부터 우리 어머니~할머니 세대까지 지속되어왔고, 여성호르몬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현대의 여성들이 배란과 월경을 과거의 여성들에 비해 약 4배 정도 많이 겪고 있을 뿐이다. 이른 초경과 적은 임신, 짧은 수유로 현대의 여성들은 평생 월경을 약 400번 정도 하는데, 이는 현대 이전의 여성들이 평균 100번 정도 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 이 잦은 월경 주기가 유방과 난소에 지속적인 세포 증식 자극이 되어 암 발병 원인 중 하나가 된다. 따라서 모유수유를 오래 할수록 유방암 예방 효과가 커지기 때문에, ‘단유 안 하면 유방암 걸린다’는 말은 오히려 사실과 정반대이다.

 

■ “모유수유로 인해 건강에 이상이 생긴 모녀”

: 사실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에 나온 6년간 모유수유한 엄마는 유방초음파 결과 혹이 없고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모유수유가 유방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납득 가능한 결과이다.) ‘이대로 가면 여성호르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사의 추측만 나왔을 뿐, 건강에 위험하다는 검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위에 언급했듯 여성호르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또한 아이의 갑상선항진증 역시 모유수유가 원인이 아니었다.

 

■ “(아이가 6살 정도 되면) 모유에 이제 영양이 하나도 없는 것”

: 사실이 아니다. 신생아 때에 비해 모유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기는 하지만, 모유의 영양학적, 면역학적 장점은 계속 유지된다. 우유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흔히 영양 간식이라고 하는데, 암소의 젖인 우유가 이로운 간식이라면 사람 엄마의 젖은 당연히 더 이롭다. 우유가 큰 어린이에게도 영양을 제공할 수 있다면, 모유는 당연히 더 좋은 영양을 제공한다. 아이가 크면서 자체 면역이 형성되어 더 이상 엄마의 모유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 뿐, 몇 년이 지나도 모유 자체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 장기 수유를 하는 여성이 유축하여 기증한 모유도 영양과 면역 제공 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미숙아의 생명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6개월부터 이유를 시작하는 것”

: 부정확한 표현이다. 생후 6개월부터 고형식(어른 음식, 소위 ‘이유식’)을 조금씩 섭취하기 시작하고 모유수유는 점차 비중이 줄어든다. 그래서 돌 시점에는 고형식과 모유의 비중이 역전되어, 고형식이 주식이 되고 모유가 짧게 가끔씩만 섭취하는 간식이 된다(이쯤에는 밤중수유도 끊은 상태가 된다). 이렇게 모유를 간식으로 섭취하면서 2년 이상 수유를 지속하라는 것이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의 권고사항이다. 이유(단유)는 모유를 완전히 끊는 것을 말하며, 따라서 이유식 시작 시기(생후 6개월)부터 이유(돌, 두 돌, 또는 그 이후)까지는 한참 떨어져 있을 수 있다. 이유식의 도입을 아주 넓게 보면 이유의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은 아니다.

 

■ “(그 긴 모유수유 기간 동안) 매운 음식, 술 같은 것도 하나도 못 했겠네요?”

: 수유여성이 매운 음식, 술 등을 완전히 금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유 기간 동안 가려야 할 음식의 종류는 사실상 없으며(매운 음식 먹어도 된다) 술은 가끔 마신다는 전제 하에 맥주 한 캔 정도 마시고 3시간 정도 지나서 술 깬 느낌이 들면 다시 수유를 해도 된다. 엄마의 질병이나 약물 복용이 모유수유 금기증인 경우는 매우 한정적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모유수유 병행 가능하다. 커피도 하루 2잔까지는 괜찮다.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은 모유수유 병행 가능하다고 봐도 된다.

 

[참고문헌 및 근거]

1. 세계보건기구는 생후6개월간 완전모유수유, 2년 이상의 모유수유를 권장한다.

https://www.who.int/health-topics/breastfeeding#tab=tab_2

2. 인간의 이유 시기는 2.5~7세 사이이다.

Dettwyler, K. (1999). A Natural Age of Weaning.

Bogin, B. and Smith, B.H. (1996), Evolution of the human life cycle. Am. J. Hum. Biol., 8: 703-716. https://doi.org/10.1002/(SICI)1520-6300(1996)8:6<703::AID-AJHB2>3.0.CO;2-U

3. 모유수유는 직접적으로 유방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예방효과를 나타내며,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예방하여 간접적으로 암 예방효과도 나타낸다.

Anstey EH, Shoemaker ML, Barrera CM, O'Neil ME, Verma AB, Holman DM. Breastfeeding and Breast Cancer Risk Reduction: Implications for Black Mothers. Am J Prev Med. 2017 Sep;53(3S1):S40-S46. doi: 10.1016/j.amepre.2017.04.024. PMID: 28818244; PMCID: PMC6069526.

4. 엄마의 모유와 기증 모유가 신생아의 건강에 이롭다.

Altobelli E, Angeletti PM, Verrotti A, Petrocelli R. The Impact of Human Milk on Necrotizing Enterocoliti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Nutrients. 2020 May 6;12(5):1322. doi: 10.3390/nu12051322. PMID: 32384652; PMCID: PMC7284425.

5. 초유만큼은 아니지만 기증 모유도 미숙아에게 이롭다.

Gila-Diaz A, Arribas SM, Algara A, Martín-Cabrejas MA, López de Pablo ÁL, Sáenz de Pipaón M, Ramiro-Cortijo D. A Review of Bioactive Factors in Human Breastmilk: A Focus on Prematurity. Nutrients. 2019 Jun 10;11(6):1307. doi: 10.3390/nu11061307. PMID: 31185620; PMCID: PMC6628333.

6. 매운 음식을 임신, 수유 중에 먹어도 되며, 다양한 향과 맛을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소개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기도 하다.

Forestell CA. Flavor Perception and Preference Development in Human Infants. Ann Nutr Metab. 2017;70 Suppl 3:17-25. doi: 10.1159/000478759. Epub 2017 Sep 14. PMID: 28903110.

7. 1잔 정도는 수유와 병행해도 된다는 미국 질병관리본부의 가이드라인

https://www.cdc.gov/breastfeeding/breastfeeding-special-circumstances/vaccinations-medications-drugs/alcohol.html#:~:text=a%20breastfeeding%20infant%3F-,Moderate%20alcohol%20consumption%20by%20a%20breastfeeding%20mother%20(up%20to%201,least%202%20hours%20before%20nursing

 

필자 김나희는 국제인증수유상담가(IBCLC)로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이기도 하다. 오마이뉴스와 베이비뉴스에 칼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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