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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가짜뉴스' 규제 필요성 보여준 인도 린치 사망사고[이광수의 인도 팩트체크]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혐오 가짜뉴스의 문제점

2018년 6월 8일 인도 동북부 지역의 한 주(州)인 앗삼(Assam)의 한 시골 마을에서 한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닐로뜨빨 다스(Nilotpal Das)라는 29세의 청년과 아비지뜨 나트(Abhijeet Nath)라는 이름의 30세 청년 두 사람이 까브리 앙글롱(Kabri Anglong)이라는 마을에 있는 한 폭포를 구경 갔다가 마을 쪽으로 되돌아오는 중에 어느 마을 청년 한 사람이 그들의 차를 가로막고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아 그 두 사람을 린치를 가해 끝내는 숨을 거뒀다.

폭력 희생자인 니로뜨발 다스(왼쪽)와 아비지뜨 나트

다스와 나트 두 사람은 친구 관계인데 한 사람은 앗삼 주 출신이고 또 한 사람은 다른 지역 출신인데, 사회에서 만나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시작한 젊은 동업자 사이다. 두 사람은 이 지역 폭포에서 나는 자연의 소리를 듣고 녹음을 해 새로운 비즈니스로 이으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이곳을 방문하였다. 사고가 난 이 지역은 앗삼 주에서 변두리에 속하는데, 깊은 산 속에서 거주하는 소수 부족이 사는 곳이다. 그들 마을에서는 최근 외지에서 아이들 납치꾼들이 이곳에 잠입해 들어와 동네 아이들을 납치해 간이나 신장과 같은 장기를 적출하고 죽인다는 소문이 계속해서 떠돌아다녔는데, 이날 느닷없이 마을 청년 한 사람이 이 두 사람을 어린이 납치범이라 소리 지르면서 그들의 차를 가로막고 동네 주민들을 불러 모았고, 군중은 삽시간에 500명 정도로 불어났고 폭력이 시작되면서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어린이를 납치해서 장기를 적출하고 죽인다는 소문은 작년부터 전국적으로 급속하게 퍼지기 시작했는데, 주로 페이스북이 2014년 인수한 왓츠앱(WhatsApp)을 통해서였다. 최근 인도 경제가 큰 폭으로 성장하고 그에 따라 스마트폰 보급률이 크게 오르면서 SNS 사용자 수가 급증하면서 도시 촌락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누구나 다 SNS를 이용하는 현상이 전국적으로 크게 퍼졌다. 어린이 납치 소문은 왓츠앱을 통해 전국적으로 삽시간에 퍼졌고, 그에 따라 애꿎은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에게 폭행이 가해진 사건이 최근 몇 달 사이에만 20건이 넘게 발생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촌락 단위에서 많이 일어났는데, 그런 곳은 도시에 비해 T.V.나 신문 등 여러 언론 매체가 잘 보급되지 않은 지역이라 왓츠앱과 같은 메신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다.

두 사람에 대한 린치 사건이 터진 후 경찰은 열다섯 명을 폭행 치사 혐의로 체포하였고 수사를 진행하면서 체포된 사람은 계속 늘어났으니 최종적으로 64명까지 불어났다. 그 외에 35명의 학생들은 이제 앞으로는 혐오 발언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며칠 만에 훈방을 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은 가짜 뉴스를 만들어 널리 퍼트린 죄까지 추가하였다. 그 가짜 뉴스를 유포해 제작한 범인은 사고가 발생하기 몇 시간 전에 두 사람과 SNS 상에서 사소한 문제로 논쟁을 벌였다. 두 사람은 오토바이를 타고 인도의 남서부 고아(Goa)에서 이곳까지 5,000km를 넘도록 여행을 하였는데, 레게 머리를 하는 등 매우 자유분방한 청년들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마을에 살던 범인은 도시 사회와 동떨어진 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매우 보수적인 문화관을 가진 청년이었다. 논쟁이 벌어진지 몇 시간이 지난 후 마을 청년은 느닷없이 그 두 사람을 어린이 납치범이라고 거짓으로 단정을 하고 왓츠앱을 통해 마을 주민들에게 소문을 널리 퍼트렸다. 그리고 두 사람이 산에서 내려오는 시간에 길목을 막고 마을 주민들을 불러 모아 그들에게 심한 린치를 가했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으로 동영상 찍기에 몰두하고 있었을 뿐, 폭력을 말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기록된 동영상에 의하면 자신을 앗삼 사람이라고 수차례 밝히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라고까지 대며 때리지 말라고 애원하는 사람에게 무자비한 집단 폭력을 쉴 새 없이 가했다.

왜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였을까? 우선적으로, 가짜뉴스 때문이다. 인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 곳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제조업 기반이 매우 약하고 이와 더불어 유선 전화 보급률이 매우 낮은 나라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획기적으로 발달하고 그 시스템이 급속도로 보편화 되면서 인도는 2015년 이후 스마트폰이 전국적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중소도시나 촌락에서는 전화나 신문 T.V. 등은 보급되지 않았어도 모든 주민이 스마트폰은 가지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인도는 현재 문자 해득률이 대략 73퍼센트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소위 말하는 문맹자가 전체 인구의 30퍼센트 가깝게 되는 나라다. 문맹자는 특히 산간 오지나 촌락에 많이 거주하는데, 그들은 스마트폰의 가짜 동영상이나 가짜 이미지에 쉽게 현혹되어 넘어가는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다. 사고가 난 이 지역이 전형적인 그런 곳이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팩트나 실증보다는 이야기나 상상에 의존하는 문화를 가진 곳이다. 그들의 고유한 역사관은 언제 어디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확인하는 것보다는 소위 ‘~카더라’ 하는 이야기를 믿고 따르는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 상대주의에 기반한 문화는 다양성과 공존이라는 좋은 면도 있지만, 진실 규명에 대한 의지가 박약하거나 정의로운 사회가 설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문화에서는 자신이 상상하고 규정하여 아무 말이나 하고 다니는 것이 그리 크게 비난 받지 않는다. 그가 ‘선의’로 했기 때문이고, 그는 그렇게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스와 나트가 탔던 차가 군중의 폭력에 의해 심하게 망가졌다. 출처: The Quint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다. 이곳 앗삼 지역은 1830년대부터 영국 식민 정부가 개발을 위해 외지인들을 대거 이주시켜 소위 내부 식민화를 진행하였던 곳이다. 차(茶) 플랜테이션과 광물 채취 증을 위해 주로 인구가 많은 비하르(Bihar)와 벵갈(Bengal) 지역으로부터 주민을 대거 이동시켰다. 외지인들은 영국 정부의 후원을 업은 상태에서 경제력을 확보하여 강한 권력을 형성시켜 내지인 앗삼인들을 착취하였다. 이로 인해 외지인과 내지인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었고, 1980년대에는 내지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분리주의 무장 투쟁이 아주 격화되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앗삼 주에도 개발의 광풍이 불어 과거 아주에는 오지로, 오지에 사는 부족민으로 분류되어 사는 사람들의 주거지가 대부분 개방되고 그들 고유 문화가 사라지면서 외부 지역과의 문화적 갈등이 심하게 일어났다. 2018년에는 앗삼의 방글라데시에서 온 무슬림 400만명 시민권 박탈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날 사건이 일어난 것 또한 그 두 청년이 비하르에서 온 사람이라고 착각을 했고, 그러면서 비하르 사람에 대한 심한 혐오감이 순식간에 들불처럼 번져 버려 손 쓸 새도 없이 사고가 발생해 버린 것이다.

가짜 뉴스가 마치 전염병처럼 인도 전역에서 심각하게 퍼지고 있다. 그와 함께 혐오 발언도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커져가는 중이다. 이미 개인 각각이 이성에 기반 한 합리적 판단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사회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각 개인이 갖는 양식과 양심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시스템에 관한 문제라는 사실이다. 이미 스마트폰과 메신저에 점령되어 인간은 어떤 제기된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확인하고, 숙고하는 이성적 판단력이 마비되어 버린 사회가 되었다. 그런 시스템의 문제는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혐오 발언을 규제할 수 있는 장치를 정비하고, 가짜 뉴스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행위에 대해 효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고, 개인의 인권이 권력에 의해 유린당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가짜 뉴스와 혐오 행위 그리고 폭력은 우리가 사는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일부 극단적 페미니스트의 남성 혐오는 표현의 자유와 인권의 수준을 넘어 폭력 행사의 수준까지 갔고, 소위 태극기 부대라고 하는 극우 수구 세력의 난동 또한 이대로 보고만 있을 단계는 넘었다. 지만원의 518 시민군이 북한군이라는 가짜 뉴스 제작은 그 어떤 사례보다도 심각한 문제다. 위 인도에서 일어난 사건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의 원인이 모두 뭉뚱그려져 있다. 한국의 경우 주로 카카오톡으로 퍼지고, 그 대상은 주로 판단력이 떨어진 그러면서 소외당한 노인들이라는 사실, 지역주의나 세대 갈등 혹은 이념 문제로 인해 생기는 상대방에 대한 혐오감 양산 등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볼 때 지만원의 가짜 뉴스는 전형적인 시스템의 문제다. 국가가 나서서 규제해야 할 시점이다. 방치하면 국가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광수 팩트체커    최근글보기
부산외국어대 교수(인도사 전공)다. 델리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락국 허왕후 渡來 說話의 재검토-부산-경남 지역 佛敎 寺刹 說話를 중심으로- 〉 등 논문 다수와 《인도에서 온 허왕후, 그 만들어진 신화》 등 저서가 있다.

이광수 팩트체커  gangesh@b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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