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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불공정" 윤석민 교수의 '자아분열'과 불공정한 연구[팩트체크]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방송 공정성 보고서'는 왜 문제인가

조선일보가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를 내보내면서 언론계에 논란이 불거졌다. 조선일보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연구보고서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평가 연구'를 인용해 지상파 라디오와 TV 시사 프로그램이 친정부 여당 성향 인사가 진행을 할 뿐만 아니라 편파적이라는 주장을 했다. '불공정 언론의 대명사'로 지적받고 있는 조선일보가 이런 비판을 한다는 것이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게다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연구가 조선일보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뒤 나온 보고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고서의 중립성 논란도 불거졌다.

그런데 언론과 시민사회단체가 돈의 출처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이 사건에서 꼭 짚어봐야 하는 핵심적인 내용이 거론되지 않고 있다. 첫번째, 윤석민 교수가 주장하는 방송의 공정성이란 무엇인가. 일관성 있는 주장이며 정당한 문제제기인가. 두번째, 보고서는 양적 균형과 공정성을 지키고 있는가. 세번째, 보고서의 완성도는 어느 정도 수준이며 참고할 만한 내용인가. 단순히 조선일보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보고서의 불공정성만 지적한다면, 과거 반복됐던 논란에서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이 기사에서는 위에 주어진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려고 한다.

서론: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보고서는 검증이 필요하다

본격적으로 기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을 언급하고자 한다. 첫번째, 일부에서는 윤석민 교수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적이고 조선일보에 칼럼을 게재중이기 때문에 보고서 자체가 편향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는데 필자는 이 의견에 반대한다. 진보든 보수든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이 있고 이를 드러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서울대 교수가 공무원이긴 하지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말한다. 중요한 것은 보고서의 내용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냐는 것이며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지켜야 하는 절차를 모두 지켰냐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불공정 언론의 대명사'로 알려진 조선일보가 방송 공정성을 지적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도 동의하지 않는다. 위법이 있지 않는 이상 누구에게나 방송 공정성을 문제제기할 자격이 있다. 다만 그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그 주장을 제기한 측의 평판 및 주장의 일관성에 달린 것이다. 조선일보가 제기한 문제라할지라도 사회적으로 논의할만한 가치가 있으면 논의하면 된다. 이 기사에서는 연구보고서가 제대로 된 분석을 통해 방송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지, 그래서 사회가 조선일보의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필자는 학사ㆍ석사ㆍ박사과정 모두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2001년 언론계에 들어온 뒤 20년 가까이 저널리즘과 미디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공정성 논란과 이를 분석하는 학계의 방법론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된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이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풍성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한다.

1. 2004년 '노무현 탄핵보도' 방송 공정성 논란과 윤석민의 입장

현재 논란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한국언론학회가 방송위원회 의뢰로 작성한 '대통령 탄핵관련 TV방송 내용 분석' 보고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탄핵 방송 보고서는 지상파의 탄핵방송 보도가 편파적이라고 규정했다. 보고서의 핵심 주장은 방송은 보도에 있어서 최소한의 양적 균형을 맞춰야한다는 내용이다. 논쟁적인 사안에서 양측의 의견을 5대5로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당시 국민들의 대통령 탄핵 반대 의견이 60% 안팎으로 탄핵 찬성의 두배가 넘었지만 그래도 방송은 중립을 지켜야한다는 주장이었다.

보고서는 방송사들이 국회의 대통령 탄핵 가결을 기본적으로 '일탈행위'로 봤으며, 탄핵 찬반 세력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분류, 대립적 구도를 설정하고 있고,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와 출연자들의 방송표현이 편파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뉴스보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편향성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당시 편파적인 프로그램으로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과 KBS <미디어포커스> 등이 지적됐다. 보고서 작성에는 이민웅 한양대 교수, 윤영철 연세대 교수, 윤태진 연세대 교수, 최영재 한림대 교수, 김경모 연세대 교수, 서울대 이준웅 교수등이 참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후 정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등 중요 직책을 맡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언론학회 보고서에 대한 반론도 쏟아졌다. 한국언론정보학회와 방송학회 학자들은 보고서가 방송 공정성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이효성 당시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공정성은 '기계적 균형'과 동의어가 아니다"라는 기고문을 오마이뉴스에 실었다.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학자들이 공정성을 수학적 균형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평호 단국대 방송영상학부 교수는 "탄핵방송은 민주주의 실현 앞장선 주체"라는 글을 올렸다. 미디어오늘은 탄핵방송은 공정하다고 분석한 방송진흥원 보고서와 언론학회 보고서를 비교분석하는 기사를 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학회 보고서, 편파적이다'라는 제목으로 논평을 냈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한국기자협회보에 국민다수의 공감을 무시하고 탄핵을 여야간 합법적 정쟁으로 단정한 탄핵방송 연구진의 정치적 무의식을 지적하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반면 보수 언론은 보고서를 대체로 옹호했으며 특히 조선일보는 방송이 불공정했다는 언론학회 보고서를 대서특필했고 보고서를 자세히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2004년 당시 서울대 윤석민 교수는 보고서 작성에 직접 관여를 하지 않았지만 언론학회 총무이사를 맡으며 보고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역할을 했다. 2004년 6월 13일 윤교수는 오마이뉴스에 '언론학회 탄핵방송 보고서가 나오기까지'라는 글을 실었고 "탄핵방송 편파 보고서는 저널 연구의 기념비적 성과"라고 주장을 했다. 윤 교수가 방송은 양적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2004년 탄핵방송 연구보고서의 핵심 주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고 그 기조와 방법론에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방송 공정성을 위해 양적 균형(혹은 기계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시각을 가진 (대체로 보수적인) 언론학자와 기계적 균형보다는 실체적인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는 (대체로 진보적인) 언론학자의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2. '팩트체크 전도사' 윤석민의 언론공정성에 대한 '자아분열'

윤석민 교수의 전공은 미디어 산업ㆍ정책론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전통적 의미의 저널리즘 학자는 아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에 큰 기여를 했다. 종편 도입 당위성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각종 특혜(황금채널 부여)를 주는데 앞장섰으며 미디어 선진화의 길을 종편이 활짝 열었다고 말했다. 물론 윤 교수는 2012년 5월에 "종편 중 망할 사업자는 망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종편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우리 방송을 망친 이데올로그들'이란 한겨레 칼럼에서 윤석민 교수의 무책임함을 비판한 바 있다 .

윤석민 교수는 최근에 저널리즘에 관심을 쏟고 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장으로서 2017년 산하에 SNU팩트체크센터를 설립했다. SNU팩트체크센터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KBS, MBC, TV조선, jtbc, 오마이뉴스 등 진보 보수를 망라한 27개 언론사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뉴스톱도 회원사 중 하나다. 이들 언론사는 허위정보 및 정치권의 거짓말 등을 검증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윤 교수가 직접 SNU팩트체크센터 운영에 관여하고 있지는 않으며(정은령 SNU팩트체크 센터장이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센터는 언론사들 자율 협약으로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네이버는 매년 10억원씩 SNU팩트체크센터에 지원을 하고 있으며 SNU팩트체크센터는 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 확산을 위해 팩트체킹 취재 지원사업을 하고 언론인 연수를 보내는 등 노력하고 있다. 직접 운영에 관여하진 않지만 윤석민 교수가 한국에서의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확산에 큰 기여를 했으며 각종 기고를 통해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에서 드러난 윤석민 교수의 공정성 개념과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공정성 개념은 사실상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좀 더 설명하자면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기존의 객관주의 저널리즘의 한계를 인정하고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기계적 균형 추구를 버리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언론정보연구>에 2018년 11월에 실린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장의 논문 '한국팩트체크 저널리즘의 특징'을 살펴보자.

논문에 따르면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전통적인 객관주의 저널리즘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저널리즘 운동의 성격이다. 기자들은 더이상 객관적 태도를 취하는 방관자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진실의 판정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워싱턴 포스트 노장기자 데이비드 브로더가 제기했다. 기존 객관주의 저널리즘이 화자가 말한 내용을 정확하게 옮기는 것에 집중했다면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화자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규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는 탐사보도 저널리즘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객관주의 저널리즘의 특징 중 하나가 양적 균형 추구다. 이는 곧장 기계적 균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적인 공방이 있을 때 그동안 언론은 "그는 이렇게 말했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래서 청중(유권자)은 이런 보도 외에는 아무런 결론이 없는 상태에 내던져왔다는 것이 언론학자 스피바크(Spivak)의 주장이다. 언론의 해석학적 태도는 바로 이런 객관주의 저널리즘을 버리는 것이고 최근 전 세계 언론의 변화 방향이다.

한편 팩트체크 언론도 편향되어 있다는 비판이 미국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팩트체크 빈도를 봤을 때 특정 정당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객관성 혹은 공정성 논란에 대해 미국의 3대 팩트체크 언론 중 하나인 폴리티팩트의 창설자 빌 아데어는 "우리는 뉴스 판단에 따른다. 우리는 모두 사회과학자가 아닌 저널리스트들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빌 아데어는 현재 듀크대 교수며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제1회 팩트체크 저널리즘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를 초대한 것이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다).

이런 방향이 옳고 그른지는 이 글에서는 따지지 않는다. 필자와 뉴스톱은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입장이며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지 않는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진영에서는 언론이 트럼프 발언을 더 많이 가혹하게 검증한다는 불만이 나온 적 있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가 문제가 되는 발언을 더 많이 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거짓말의 빈도수와 관계없이 트럼프와 힐러리의 발언을 5대 5로 검증하는 것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이라고 보기 힘들다.

문제는 윤석민 교수의 공정성에 대한 입장이다. 앞서 봤듯이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기계적 균형으로 대표되는 객관주의 저널리즘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윤 교수는 조선일보 의뢰를 받아서 작성한 보고서에서는 양적 균형을 지키지 않았다며 방송이 편파적이라고 결론 내린다. 어느 쪽이 윤 교수의 진심인가?

양적 균형을 추구하는 윤석민 교수를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 양적 균형을 계속 추구하려면 팩트체크 저널리즘에서 손을 떼어야 한다. 계속 본인의 신념을 고수하고 싶다면 SNU팩트체크센터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에서 독립시키고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길 요청한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필요성을 계속 주장하고 싶다면, 본인의 언론 공정성 개념을 재고하고 조선일보가 발주한 보고서 결론을 다시 검토해 보길 요청한다. 그게 학자적 양심이고 최소한의 일관성이다. 과거 종편 특혜를 주장하다, 종편 출범 뒤 시장원리에 맡겨 망할 곳은 망해야 한다고 말하다가, 다시 종편 특혜(의무송출)폐지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자아분열적 태도는 그만하시길 권한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윤 교수 때문에 망가지는 것을 우려하는 저널리스트의 간곡한 요청이다.

3. 보고서는 '양적 균형'을 맞추지 않고 있다

이제부터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보고서의 형식적 완결성과 내용의 충실성을 검증한다. 현재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에서는 보고서 2편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상태다. 관심있는 독자는 직접 읽어보시길 권한다. 보고서 제목은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평가 연구다 (1편은 라디오 프로그램 분석, 2편은 TV 프로그램 분석).

필자는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결론을 떠나 보고서 수준이 매우 낮고 형식을 지키지 않았으며 보고서에 포함되어야 할 핵심적인 내용이 없거나 부실했기 때문이다. 우선 형식적 균형성을 살펴보자. 언론 뿐 아니라 논문 역시 논쟁적 사안에서 양적 균형을 지켜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양적 균형이 공정성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보고서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평가'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보고서는 보수정부와 진보정부 방송을 분석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보고서 분량 역시 보수-진보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한 쪽만 집중적으로 분석한다면 그건 비교 분석 보고서가 아니다. 그런데 제목은 두 시기를 비교하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 방송을 비판하는데 할애되어 있다.

연구목적을 살펴보자. 제대로 된 보고서가 보수와 진보 정부 시기 방송을 비교한다면 왜 두 시기를 비교하는지, 두 시기는 어떤 특징이 있었는지 등을 객관적로 기술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민 교수는 박근혜 정부 때 방송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 시기 정치권력에 의한 방송 개입은 탄핵과정에서 낱낱이 밝혀졌음'이라며 한 줄로 처리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방송에 대해서는△친정부여당 성향의 인사로 공영방송 사장이 전격 교체됐다 △ 이런 사장 교체가 방송사 프로그램에 직접적이고 중요한 변화로 이어졌다 △이번 정부에서도 공정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기술하는 등 박근혜 정부 방송 묘사의 7배를 할애하고 있다. 이미 연구목적 분량에서 공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되고 있는 것이다. 사장 교체가 프로그램의 직접적인 변화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선행 연구나 증거가 제시된 것도 아니다. 자의적으로 결론을 내리고 다음장으로 넘어가고 있다.

보고서의 연구목적 캡처.

다른 문제는 두 시기를 왜 비교하는지 그 이유가 보고서에 나와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된 내용을 보면 주로 문재인 정부의 방송이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문재인 정부 때 방송이 편파적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이 연구는 애초에 시작이 비교연구였다. 비교 연구는 왜 비교하는지가 명확해야 하고 그 비교가 연구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내용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애초에 보고서의 목적이 문재인 정부때 방송을 지적하기 위해 시작됐고, 박근혜 정부 때 분석은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요식행위로 끼워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양적 균형을 추구하는 학자가 쓴 보고서가 양적 균형을 맞추지 않는 것 자체가 자기 부정이자 모순이다.

TV의 경우 종편 시사프로그램은 왜 제외했는지 의문이다. 종편 역시 한정된 전파라는 자원을 사용하며 황금채널 등 각종 혜택을 받고 있다. 당연히 방송으로서의 공공성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게다가 jtbc는 지상파보다 더 영향력 있는 방송으로 등극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TV조선과 jtbc 최순실 국정농단 기획 취재가 없었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jtbc '썰전'의 경우 가장 영향력 있는 시사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처럼 영향력 있는 언론사의 시사프로그램은 왜 분석대상에서 제외했는지 의문이다.

4. 보고서에 선행 연구가 없다

형식성 측면에서 양적 균형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보고서가 선행 연구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술 연구서는 이론 검토와 선행연구 소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그래야 가설 및 연구문제가 도출이 되고, 도출된 가설과 문제를 이미 확립된 방법론으로 검증하고 결론을 도출한 뒤 시사점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보고서 결론 중 편의성과 숙의성 4분면에 프로그램을 위치시킨 내용. 모든 프로그램이 편파적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아무리 실용적인 보고서라고 하더라도 학술 연구 방법론을 따랐다면 어떤 연구를 참고했는지를 자세히 밝혀야 한다. 특히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보고서는 편향성과 숙의성을 검증하고 4분면에 주요 시사프로그램이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밝힌 뒤 대부분의 방송 프로그램이 공정성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이 도식을 만들기 위해 참고한 선행연구가 무엇이고, 동일한 방법론을 사용한 국내외 연구는 무엇이 있는지 연구진이 밝혀주길 바란다. 필자는 저널리즘 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언론 공정성 연구를 다 읽지는 못했지만 연구진이 쓴 방법론을 써서 공정성을 측정한 논문을 아직 본 적이 없다. 논문 작성할 때 당연히 해야할 과정을 연구진이 생략하다보니 현재의 비생산적 논란이 빚어진 측면이 있다. 방송 공정성에 대한 발전적 논의를 위해 참고문헌 리스트와 참고한 모델을 공개해주길 요청한다.

보고서의 편향성 지수 측정 방식.

편향성 지수의 측정 방식도 매우 큰 문제다. 윤 교수는 편향성 지수를 2가지로 측정했는데 하나는 정부 비판성(정부가 바뀌어도 계속 정부를 비판/지지하는지 여부를 측정)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당 지지성향(정부와 상관없이 민주당을 비판/지지하는지 여부를 측정)이다. 그런데 왜 민주당 지지성향만 측정했는지 보고서를 봐도 알 수가 없다. 민주당 지지성향 뿐 아니라 자유한국당 지지성향도 측정을 해야 한다. 이는 보고서의 균형 뿐 아니라 양질의 결과를 위해서도 필요했다. A 정당 지지가 B 정당 반대라는 결과로 반드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연구가 애시당초 문재인 정부의 방송을 목표로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5. 코딩이 공정하게 됐는가

내용분석 연구는 코더간 신뢰도 측정을 하고 이를 밝히도록 되어 있다. 이 보고서도 5명의 대학원생들이 수차례 교육을 통해 신뢰도를 높였고 신뢰도는 0.95가 나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신뢰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믿을만한 것은 아니다. 필자 역시 공부하면서 내용분석을 여러 차례 했지만 그 신뢰도는 코더간 어떤 합의에 이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좀 심한 경우, 코더간 신뢰도가 낮으면 서로 뭐가 다른지 살펴보고 서로 상의하에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보고서가 그랬을 것이란게 아니라 코더간 신뢰도 자체가 그리 믿을 만하다는 게 아니란 것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주관적인 가치가 개입될 수밖에 없는 공정성 및 편향성 코딩은 어떤게 편향성인지, 어떤게 공정성인지 합의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코딩에서 과도하게 신뢰도가 높게 나온 것인 오히려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기 방송 진행자 편향성 발언 사례

문재인 정부 시기 방송 진행자 편향성 발언 사례

보고서는 진행자의 편향적 발언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독자들이 위 사진을 직접 확인하길 권한다. 진행자의 저런 멘트가 편향성의 증거라고 모두가 수긍할 수 있을까. 예를 들면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진행자 정관용씨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 인터뷰에서 "할 일이 많다는 걸 강조했단 얘기는 계속 하겠단 거죠(웃음). 키야(반응)"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를 편파성의 예시로 들었다. 개인적 의견으로 이게 편파성의 증거라면 진행자 자리에는 아무 감정이 없는 기계를 앉혀야 한다. 다른 나라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이 정도 반응은 편파의 사례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프로그램 내부 균형도 중요하지만 하지만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트럼프에 우호적인 폭스뉴스 프로그램과 비판적인 CNN 프로그램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래야 시청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주장은 TV조선과 KBS와 JTBC의 차이를 없애자는 것이나 다름 아니다. 이는 보수학자들이 좋아하는 시장원리에 반하는 행동이다.

결론: 공정성 연구 무엇을 논의해야 하나

위에서 지적한 것 외에도 숱하게 많은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면 보수-진보 정부 비교연구를 할 때 일반적으로 5년 단위 혹은 1년 단위를 비교한다. 이 보고서처럼 500일을 단위로 비교한 것은 처음 봤다. 의뢰인이 빨리 결과를 요구하니 대충 맞아 떨어지는 날짜를 비교기간으로 설정했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보고서는 부실하고 형식을 지키지 않은 연구 보고서의 대표 사례로 꼽힐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방송 공정성 문제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며 재밌는 이슈라고 본다. 이와 관련해서 기사도 몇 편 썼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의혹 진실공방을 다룬 적이 있다. 뉴스톱은 블랙하우스가 진실공방을 해결할 핵심적 증거인 병문안 사진을 고의적으로 감췄다는 사실을 최초로 보도해 방송 제작진이 공정하게 이 사안을 다루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결과적으로 블랙하우스 프로그램 폐지에 일조했다. 과거에는 김종배 시사평론가 같은, 날카롭지만 상대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방송진행자가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방송 중 개인적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고 양적 균형을 맞추기보단 시시비비를 가려 따지는 방송 진행자가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조선일보와 연구진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프로그램들이 대체로 이런 성향이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청중의 방송 공정성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는데 방송사들이 이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연구해 볼 만한 사안이다. 이밖에 필자는 조선일보가 지적한, 지상파를 통해 확산되는 음모론적 시각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으며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는 조선일보 의뢰였다는 사실을 숨기다가 문제가 되지 뒤늦게 홈페이지에 이를 공갰다.

문제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연구진의 보고서가 불러온 논란이 방송 공정성을 논의하는데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조선일보 의뢰를 받아 3000만원을 받고 연구를 진행했는데 처음에는 이 사실을 숨겼다가 나중에 언론 취재로 문제가 될 것 같으니 공개하기도 했다. 펀딩을 어디서 받았는지 보고서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연구윤리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한편 조선일보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수일째 방송 공정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아래는 조선일보의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 기사들이다. 이 사안이 이 정도로 많은 기사를 쏟아낼 가치가 있는 건지, 조선일보에게 정치적 의도가 있는건지 연구진에게 묻고 싶다.

조선일보 <공정성 읽은 지상파> 기사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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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폭로 사건 다루며… 자막엔 '허위' '언론보도 베껴'

지상파 라디오들, 文정부에 주파수

윤석민 교수는 조선일보 기사에서 "엄정하고 독립적으로 연구며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학계에서는 이 보고서에 대한 반론이 제기된 상태다. 건설적인 논쟁을 위해 밝힌대로 데이터와 방송 스크립트를 모두 공개할 것을 요청한다. 윤 교수가 데이터를 공개하면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에서 동일한 데이터를 대상으로 동일한 방법론으로 재현연구를 실시하겠다. 내용분석이라는 방법론의 특성상 동일한 결과가 나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동일한 대상을 어떻게 코딩했는지, 그래서 어떤 것이 같고 어떤 것이 달랐는지를 확인하면 공정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의 간극을 확인하고 좀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에서 2019년 2월 18일 연구보고서에 쓰인 코드북과 데이터를 홈페이지모두 공개했다. 연구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뉴스톱이 요구한 참고문헌과 선행 연구, 그리고 이 보고서에 쓰인 공정성 측정 방법론을 사용한 연구가 무엇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참고문헌이 공개가 되지 않는다면 보고서에 쓰인 공정성 측정모델이 유효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참고문헌이 모두 공개된다면, 연구에 참여할 연구자를 공개모집 한 뒤 재현연구를 실시해 공정성 인식에 대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검증해보도록 하겠다.

*2019년 2월 17일 오후 2시 30분 1차수정: 일부 사실관계가 부정확한 부분이 있어서(논문 내 발언의 주체, 내용분석은 질적방법론이라는 주장, 일부 학자가 특정 정당을 지지했다는 내용 등) 수정했습니다.

*2019년 2월 18일 오후 9시 2차수정: 맨 아래 박스 추가했습니다. 일부 오탈자 수정했습니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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