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연필 초콜릿 판매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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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연필 초콜릿 판매 문제없다?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2.12.0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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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용품 모양·명칭 어린이 식품 허가한 식약처

한동안 펀슈머 열풍이 불면서 이마를 칠 정도로 특이한 식품들이 많이 출시됐습니다. 밀가루 회사와 맥주 회사가 협업한 밀가루 브랜드의 맥주를 비롯해 구두약 브랜드의 흑맥주 등 성인대상 상품은 지금까지 시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열풍은 어린이 대상 식품으로 이어졌고, 딱풀 모양 캔디, 구두약 모양 초콜릿 등 학용품 모양의 식품이 출시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는 분별력이 부족한 어린이 등 취약계층이 식품이 아닌 것을 식품으로 오인해 잘못 섭취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국회는 관련 법률을 개정했고 정부는 시행규칙까지 개정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린이들의 혼동을 불러일으킬만한 제품들이 버젓이 팔리고 있습니다. 뉴스톱이 검증해봤습니다.

 

출처: 11번가
출처: 11번가

◈여전히 팔리는 연필 초콜릿

인터넷 쇼핑몰 쿠팡에서 ‘연필 초콜릿’을 검색하면 색연필 모양의 ‘ㅇㅇㅇ 연필 초콜릿’이 검색됩니다. 영락없는 색연필 모양입니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것이라 제품 포장에 써 있는 글씨만 보고는 이게 진짜 색연필인지 초콜릿인지 알 수 없습니다.

11번가, G마켓 등 다른 오픈마켓에서도 ‘연필 초콜릿’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고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 않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분별력이 떨어지는 미취학 아동이 연필 모양 초콜릿을 맛있게 먹고는 진짜 연필을 초콜릿으로 오인해 먹을 가능성이 문제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의 2018년 보도자료를 살펴봅니다. <식품·장난감 모양의 제품으로 인한 어린이 안전사고 주의>라는 제목입니다. 소비자원은 “어린이가 식품 또는 장난감으로 오인하여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제품들이 시중에 다수 유통되고 있어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합니다. 이어 “유럽연합 등에서는 식품 또는 장난감을 모방한 제품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밝힙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학용품 모양 식품 표시·광고는 위법

우리나라에선 학용품 모양의 식품을 판매해도 괜찮은 걸까요? 2021년 7월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식품 등을 생활용품 등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를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법 8조 ①항 9호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식품 등이 아닌 물품의 상호, 상표 또는 용기ㆍ포장 등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해당 물품으로 오인ㆍ혼동할 수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했습니다.

후속조치로 식약처는 2021년 10월 법에서 언급하는 총리령인 시행규칙을 개정했습니다. 화학제품안전법 상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과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 시행규칙이 정하는 학용품이 금지 대상입니다. 식약처는 이런 내용을 강조하는 보도자료(윗 그림 참조)를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법규상으로 ‘연필 초콜릿’은 학용품 포장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해 해당 물품으로 오인∙혼동할 수 있는 표시 또는 광고’에 해당되는 게 명확해 보입니다.

 

출처: 국민신문고 식약처 답변
출처: 국민신문고 식약처 답변

◈법 따로 현실 따로

뉴스톱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연필 초콜릿’의 위법성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광주수입식품검사소는 “관련 규정은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과 학용품의 상호, 상표 또는 용기·포장 등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해당 물품으로 오인·혼동할 수 있는 표시 광고를 금지하는 것으로, 식품의 형태를 규제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므로 'ㅇㅇㅇ 연필 초콜릿' 제품이 해당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우리 소에서는 해당 제품에 대한 수입신고를 수리하였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식품표시광고법과 시행규칙은 표시∙광고를 금지하는 것이지 식품의 형태를 규제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라는 게 식약처의 유권해석입니다.

좀 이상합니다. 오픈마켓 판매자들이 ‘연필 초콜릿’이라는 표시를 하고 판매하고 있고, 연필 모양의 제품 이미지컷을 사용해 판촉을 벌이고 있음에도 ‘식품의 형태를 규제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어 문제없다고 본 겁니다.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이유를 살펴봅니다. “최근 식품과 관련 없는 상표나 포장이 식품과 결합한 펀슈머(Funsumer)식품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음. 그런데 이들 펀슈머 식품 중에서는 구두약을 비롯한 생활화학제품과 포장이 유사한 식품이 유통ㆍ판매되어 어린이, 노인 등 취약계층이 실제 생활용품을 식품으로 오인하여 섭취하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총리령으로 정하는 물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시 또는 광고 행위를 금지하여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는 것임”이라고 밝힙니다.

 

출처: 해당 제품 표시사항
출처: 해당 제품 표시사항

'생활화학제품과 포장이 유사한' 것이 문제라는 점이 명확합니다. 누가봐도 색연필처럼 포장하고 '연필 초콜릿'이라는 이름으로 표시해 팔고 있는 제품이 법률 위반 소지가 없다는 판단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납니다. 

법조문과 개정이유 등을 따져봤을 때 학용품인 연필로 오인할 수 있는 모양의 초콜릿을 판매하면서 해당 이미지 컷을 사용하고 ‘연필 초콜릿’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행위는 식품표시광고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이대로 뒀다가 '연필 초콜릿' 맛을 기억하는 어린이가 연필을 먹고 탈이 난다면 식약처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식약처의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요구합니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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