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그후] 코고리 대법 유죄 확정...하지만 기자 고소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12.2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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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시작된 '코고리 고발 1부'가 2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코에 꽂기만 하면 온갖 호흡기 질병이 퇴치된다는 코고리와 그 유사제품을 제조·판매해 소비자를 기만했던 천하종합(주) 한모 대표의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가 대법원에서 유죄로 최종 확정됐습니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에 코로나19까지 이것 하나면 병에 걸릴 염려가 없다고 했었는데요. 이 대법원 확정판결이 이들의 사기 행각을 멈춰 세울 수 있을까요?

 

출처: 뉴스톱
출처: 뉴스톱

◈대법원의 유죄 확정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의료기기 제조업 천하종합(주) 대표 한모씨에 대한 의료기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상고기각 판결을 내리고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이로써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던 하급심이 확정됐습니다. 

코골이를 완화시켜주는 용도로 만드는 비강확장기 제품을 호흡기 질환 치료 및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허위 광고하는 등의 혐의를 대법원이 유죄로 확정한 겁니다. 

뉴스톱은 2021년 <[팩트체크] '콧구멍 확장' 코고리가 코로나 예방?> 보도를 통해 천하종합(주)의 사기행각을 고발했습니다. 비강확장기로 허가받은 제품을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허위 광고하면서 판매한 것이죠. 사실 이 회사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을 예방한다면서 스스로 25년전부터 제품을 판매해 왔다고 홍보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료기기법은 신고한 사항과 다른 의료기기의 효능 및 효과에 관한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콧구멍을 넓혀주는 용도로 허가받은 제품이면 콧구멍을 잘 넓혀준다고 광고해야 하는데, 생뚱맞게 호흡기 질환을 예방한다고 하면 위법이라는 뜻이죠. 또 의료기기가 아닌 것인데 의료기기와 유사한 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는 표시나 광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뉴스톱 보도 이후에도 천하종합(주)는 의료기기법을 위반한 광고와 판매행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뉴스톱은 선량한 소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후속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식약처는 뉴스톱 보도 이후 조사에 착수했고 경찰에 천하종합(주)를 고발했습니다. 이 사건이 1,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될 때까지 2년이 걸린 거죠.

 

출처: 천하종합(주) 홈페이지
출처: 천하종합(주) 홈페이지

◈여전히 판매되는 코고리... 구멍난 법규

대법원에서 유죄는 확정됐지만 2022년 12월23일 현재 천하종합(주)는 코고리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코고리 안심 마스크'와 '코고리 코비취 나노정화기'라는 제품을 팔고 있습니다. "세균 바이러스 증식 확산 방지용", "코로나19 항 바이러스 효과" 등의 표현이 눈에 띕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의료기기가 아닌 것을 의료기기로 오인하게 만드는 광고·판매행위에 대해선 행정처분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식약처는 의료기기로 허가된 '코바기' 제품에 대해 3차례 품목 판매업무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조치로 인해 천하종합(주)는 해당제품을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의료기기로 허가받지 않은 '코고리' 제품은 계속 팔고 있습니다. 규제의 맹점입니다.

의료기기법 26조⑦항은 "누구든지 의료기기가 아닌 것의 외장ㆍ포장 또는 첨부문서에 의료기기와 유사한 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잘못 인식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하거나 이와 같은 내용의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와 같이 표시되거나 광고된 것을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판매 또는 임대할 목적으로 저장 또는 진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합니다.

같은 법 36조①항은 법 위반사항에 대해 식약처장이 제조업자에 대한 허가 취소, 영업소 폐쇄, 업무 정지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26조 위반도 포함됩니다. 그런데 36조⑤항에는 "행정처분의 기준은 총리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 총리령은 '의료기기법 시행규칙 별표8'인데 여기에 법 26조(의료기기가 아닌 것을 의료기기와 유사한 성능으로 광고하는 행위)위반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습니다. 

위법 행위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기준이 없는 것이죠. 그 맹점을 업체는 이용하는 거구요. 그래서 의료기기로 허가받지 않은 '코고리' 제품을 계속 파는 겁니다. 의료기기제조업체 허가증을 걸어놓고, 의료기기로 허위광고하는 공산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이죠.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당하는 겁니다. 

 

◈속수무책인가?... 추가 수사 진행

식약처는 앞서 언급한대로 3차례에 걸쳐 판매업무정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지난 8월에는 위해사범중앙조사단에 의료기기법 위반행위에 대해 수사의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수사가 진행되고 기소가 되면 또다시 재판이 열리게 되겠죠.

이와는 별도로 천하종합(주)의 위법한 판매행위를 막기 위한 사이트 차단 요청도 진행했습니다. 식약처는 2022년 2월부터 11월까지 14차례 방송통신위원회와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사이트에 의료기기법 위반에 따른 사이트 차단 요청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걸까요? 천하종합(주) 홈페이지는 끄떡없이 열리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 포털에서 '코고리'를 검색하면 업체 홈페이지가 여전히 게시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현재까지 코고리 고발의 진행상황입니다. 천하종합(주) 대표는 기사 작성자인 저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저는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경찰에 출석할 예정입니다. 유죄 확정을 받은 범죄자가 범죄 행위를 폭로한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아이러니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진행 상황도 후속 기사를 통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천하종합(주) 블로그
출처: 천하종합(주) 블로그

천하종합(주) 대표의 의료기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부는 당초 300만원의 약식명령 벌금액을 500만원으로 높여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 대해  "피고인이 무고죄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집행 유예 기간 중에 자중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을 한 점, 피고인이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5회(2016년, 2012년, 2010년 2회, 2005년)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기보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하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약식명령의 벌금액은 지나치게 가볍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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