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헌법기관" 한동훈 발언 타당성 있나

  • 기자명 김정은 기자
  • 기사승인 2022.12.2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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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3일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를 진행중인 고위급 검사 16명의 실명과 사진이 담긴 웹자보(인터넷 대자보)를 당 지역위원회에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26일 "적법하게 직무를 수행 중인 공직자들의 좌표를 찍고, 조리돌림 당하도록 선동하고 있다"며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야권과 언론에서는 한동훈 장관이 과거 "검사는 헌법기관"이라고 주장한 것과 검사 이름 및 사진공개에 반발하는 것이 배치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헌법기관인 판사가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듯이 만약 검사도 헌법기관이라면 이름과 얼굴 공개에 반대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앞서 법무부와 검찰은 지난 6월 국회를 상대로 소위 '검수완박'(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고  이때 한 장관은 "검사는 헌법기관"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검사가 헌법기관이라는 주장은 헌법에 검사의 역할과 임무가 명시됐다는 의미입니다. 검사를 헌법기관으로 보는 해석이 타당한지 쟁점을 확인했습니다.

 

◈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헌법기관이어야"

지난 6월 법무부는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법안 입법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 국가기관 간에 다툼이 발생한 경우, 헌법재판소(헌재)가 심판함으로써 권력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제도입니다. 권한쟁의심판의 종류를 열거한 헌재법 제62조에 따르면, 이번 법무부와 국회의 다툼은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에 해당합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경찰위원회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는 위법이라는 권한쟁의심판에 대해 경찰위원회는 헌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권한쟁의심판 자격이 없다며 각하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기관'이란 무엇일까요? <헌법논총 19집>에 의하면 헌재는 1997년 국가기관을 판별하는 기준을 제시(아래 참고)했습니다. 

① 헌법에 의하여 설치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 국가기관일 것

② 그러한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를 해결할 수 있는 적당한 기관이나 방법이 없을 것

위 조항은 결국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국가기관을 '헌법기관'이라고 정의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전학선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헌법재판소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되려면 '헌법기관'이어야 된다고 보고 있다"며 '헌법기관'은 헌법에 의해 설치ㆍ운영되는 기관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헌법총론도 "국회의장 및 국회부의장, 국회의원, 국무총리, 개별 법관 등이 헌법기관으로서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 국회 "검사는 법률기관이라 권한쟁의심판 청구 못해" vs 법무부 "검사는 헌법기관"

그런데 피청구인인 국회측은 검사 개개인은 '헌법기관'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9월 헌재에 의해 열린 첫 공개변론에서 국회는 검사가 검찰청법이라는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이기 때문에, 해당 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공동 청구인인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경우 법무부장관이 검사를 지휘ㆍ감독(검찰청법 제8조)할 수 있지만 이 사건과 관련된 '수사권'이 없다며 심판을 청구할 사건관련성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법무부장관은 청구 자격이 있지만 이 사건과 관련이 없으니 심판청구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공동 청구인인 법무부와 검사의 입장은 다릅니다. 먼저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수사지휘권이 있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권이 침해되면 장관의 권한도 침해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검사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과 같은 법률뿐만 아니라 헌법이 검사의 권한을 보장했기 때문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언급한 헌법 조항은 제12조와 제16조(아래 참고)입니다.

[헌법 제12조] ③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헌법 제16조]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두 조항은 검사가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는 '영장신청권'을 명시하기 때문에, 검사 개개인은 헌법이 구체적 권한을 부여한 '헌법기관'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법무부의 헌법 12조와 16조 해석에 대한 반론도 존재합니다. 위 헌법 조항은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보장할 뿐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에 대한 규율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반론입니다. 검찰은 영장신청권에 수사권이 전제되어 있다는 주장하지만 국회측은 우리 헌법에는 누가 수사권의 주체되어야 하는지 규정하고 있지 않고 법률로서 검찰의 역할을 규정했다고 반박합니다. 헌법 12조와 16의 취지는 검찰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영장을 신청할 때 법과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보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검찰이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한다는 내용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한편 다수의 헌법 학자들은 검사를 '단독제 행정관청'으로 정의합니다. 2012년 대검찰청이 발표한 <검사의 헌법상 역할 모델 설정과 검사 영장청구권 규정의 정당성>은 "우리 헌법이 법관(판사)과 달리 검사에 대해서는 업무수행에 있어서 독립성 및 신분 보장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검사는 헌법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제처도 올해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의 쟁점과 향후과제>를 발간하면서 "검사는 준사법기관이지만 개개의 검사는 단독관청으로 검찰권을 행사하는 독임제의 관청"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검사를 헌법기관이 아닌 '행정관청'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이지만, 아직 권한쟁의심판이 결론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전학선 교수는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인용이 되면 검사가 헌법기관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청구 인용이 됐다는 것은 청구인 적격이 있다는 전제하에 본안 판단을 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검사가 청구한 것은 각하하고 법무부장관이 청구한 것에 대해서는 인용 결정이 나오면, (헌재가) 검사를 헌법기관으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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