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러시아의 X-55 순항미사일 재사용은 미사일 재고 고갈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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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러시아의 X-55 순항미사일 재사용은 미사일 재고 고갈 때문일까?
  • 우보형
  • 승인 2023.01.0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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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연합뉴스 2022년 11월 26일자 기사, 영(국 국방부) "러, 순항미사일서 핵탄두 빼고 쏜 듯…미사일 고갈 정황" 도입부 캡처
그림 1. 2022년 11월 26일자, 영(국 국방부) "러, 순항미사일서 핵탄두 빼고 쏜 듯…미사일 고갈 정황" 연합뉴스 기사 도입부 캡처

지난 2022년 11월 26일, 연합뉴스는 영(국 국방부) "러, 순항미사일서 핵탄두 빼고 쏜 듯…미사일 고갈 정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그림 1)

이어 동아일보, 문화일보, 중앙일보 등이 같은 내용의 기사를 냈으며 심지어 MBC 뉴스, SBS 뉴스 등의 방송사 사이트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단 방송사 사이트의 기사들이 실제로 방송에서 송출된 것인지의 여부는 불분명하다.)

국내 매체들이 이렇게 일제히 보도할 정도의 사안이고 보면 러시아 미사일이 고갈된 것이 분명하다는, 뭔가 굉장한 내용이 나올 거 같아 기사를 한 번 살펴봤다. 26일 영국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가 전쟁 장기화로 미사일 고갈에 시달린 끝에 최근 핵탄두가 장착된 구형 미사일에서 탄두를 제거하고 발사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이야긴데 기사 서술만으로는 이것이 어째서 러시아의 미사일 재고 부족으로 이어지는 건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A항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격추된 러시아 순항미사일 잔해 사진을 보면 1980년대 핵탄두 운송을 위해 설계된 AS-15 KENT 미사일인데 이 미사일의 핵탄두가 다른 무게추로 대체되었다는 내용이다. 이건 뭐 그렇다치자. 그런데 B항의 러시아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런 임시변통 미사일은 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 재고가 고갈돼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주장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미사일로서 기능이 허접한 걸 굳이 타격에 쓰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미일까? C항에서는 최근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옛 소련에서 처음 생산된 S-300 지대공 미사일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점으로 볼 때 미사일 보유량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거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이란제 드론을 점점 더 많이 활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이야기다.

즉 C항에 언급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이란제 드론을 점점 더 많이 활용한다는 서술이야 러시아의 미사일 보유량이 바닥을 보이는 정황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무게추를 넣은 켄트 미사일과 S-300 미사일이 발사되었다는 것이 어째서 러시아의 미사일 보유량이 바닥을 보이는 정황으로 이어지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속된 말로 맞는 말이 없는 거 같은데 이걸 도대체 어디서부터 까야 할지 모르겠다고 해야 할까?

그런 와중에 12월 2일 연합뉴스는 BBC를 인용했다며 "러, 우크라 방공체계 소진하려 '핵탄두 없는 핵미사일' 사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그림 2)

 

그림 2. 2022년 12월 2일자, "러, 우크라 방공체계 소진하려 '핵탄두 없는 핵미사일' 사용" 연합뉴스 기사 도입부 캡처
그림 2. 2022년 12월 2일자, "러, 우크라 방공체계 소진하려 '핵탄두 없는 핵미사일' 사용" 연합뉴스 기사 도입부 캡처

아마도 11월 26일 기사를 보충하는 성격의 기사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번 기사는 보다 심난하다. 르비우, 흐멜니츠키에서 X-55 순항미사일(나토 명칭 AS-15)의 잔해가 발견됐는데 러시아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핵탄두 없이 발사했다. 이건 팩트니까 그렇다 쳐도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계속 돌려 소진하려는 미끼이고, 우크라이나의 방공체계 집중력이 분산되기를 원한 것 같다며 러시아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미사일을 이렇게 임의로 사용한 것이 러시아 장거리 미사일 재고의 감소 수준이 잘 드러난다는 게 연합뉴스의 주장이다.

기사라 하면 기본적으로 육하원칙에 따라 오브제가 된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고, 해당 사건이 어째서 일어났는지, 그리고 이 사건이 왜 중요한 것인가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할 거 같은데 보시듯 연합뉴스의 이 기사로는 해당 사건의 원인과 내용에 대한 사실 파악 여부조차 알기 어렵다. 사실관계의 확인부터 어려우니 그 다음을 기대하는 것은 더욱 난망할 것이다. 뭐랄까 이슈 당사자 - 기업이나 정부기관 - 들이 사건 혹은 프로파간다를 요약한 보도자료를 뿌리고, 보도자료의 내용과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백브리핑을 해주는 국내 사건이라면 모를까, 보도자료와 백브리핑이 없는 경우엔 제대로 해당 내용을 수습하여 기사로 작성하지 못한다는 요즘 기자님들의 수준을 날것 그대로 보는 것 같아 안쓰러움을 금할 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이번 글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X-55 미사일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며, 러시아가 X-55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이 어째서 지금 이슈가 된 것인지를 설명하여 연합뉴스가 기사를 통해 주장하는 사안들의 사실여부를 판단하고, 그들이 숨기고 있는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결국 지금 이슈가 된 러시아가 X-55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건은 크게 아래의 질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지금껏 우크라이나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가?

2. X-55는 냉전기 핵 미사일? X-55는 대체 어떤 미사일인가?

3. 러시아는 정말로 핵무장 상태였던 X-55애서 핵탄두를 제거하고 무게추를 넣은 것일까?

4. 러시아가  X-55와 S-300 대공미사일을 발사한 이유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5. 그럼 러시아의 미사일 재고는 고갈 상태, 최소한 고갈이 머지 않은 걸까?

6.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그리고 서방 언론들은 어째서 X-55의 핵탄두 장착 가능성을 강조했을까?

이상의 질문들과 그을 통해 이번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파헤쳐보도록 하자.

 

1. 지금껏 우크라이나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가?

러시아의 발다이 구릉지에서 발원,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를 지나 흑해로 흘러가는 드네프르강은 우크라이나 국토를 가르며 환경을 지배하는 거대한 강으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중대한 자연장애물로 작용해 왔다. 그리고 이 지역의 토양은 [팩트체크] 중앙일보가 그린 겨울전쟁의 모습, 사실일까?의 무대인 핀란드의 야르비수오미과 매우 유사한 자연환경을 갖는다. 드네프르강의 수위를 올리는 9월의 우기가 지나간 다음에는 라스푸티챠의 계절로 이어지는데 겨울이 되어 땅이 얼어붙어 지면의 부양력이 회복될 때까지 이 지역에선 기존의 인프라스트럭처가 있지 않은 지표는 말 그대로 진흙밭, 뻘빹이 되고, 그 결과 군대의 작전행동은 물론 차량과 중장비의 통행 자체를 제약한다. 때문에 이 강을 둘러싸고 전쟁이나 분쟁을 벌이려는 세력은 가급적 이 계절이 오기 전에 전황을 좌우할 결정적인 성과를 거두려 했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상대에게 재편성과 전력을 강화할 기회를 주며 그 결과로 승패의 향방까지 바뀌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침공 초기 러시아의 키이우 공세가 엉망이 되다가 정지된 것에는 이 라스푸티챠의 영향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했었다.

더 큰 문제는 라스푸티챠의 영향을 받는 곳이 사실상 서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걸쳐있다는 점이다. 즉 넓은 국토에 평균적인 지반부양력까지 엉망이다 보니 비행장을 설치하기도 말처럼 쉽지 않다는 이야기고, 이 중 하나만 있어도 골치아픈데 이 동네는 두 가지 제약이 동시에 합쳐지다 보니 제공권을 잡는 쪽이 전쟁에 승리한다는 전쟁의 상식이 이 동네에서는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양측은 이 시기 동안 아군의 전력을 보충하고 재편성하여 강화하여 다음 단계를 준비하면서도 상대의 준비는 막아야 하는 것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인데, 우크라이나엔 그럴 수단이 딱히 없고, 러시아는 그럴 수단이 있다. 그리고 러시아가 선택한 것이 [팩트체크] 송전 및 에너지 공급망 타격은 전쟁범죄일까?의 오브제인 우크라이나의 송전 및 에너지 공급망을 장거리미슬로 타격하는 것이다. 위의 팩트체크 기사에서도 언급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타격은 주로 우크라이나의 군사시설을 목표로 하던 2월부터 4월 사이의 두 달 정도 이어진 뒤, 잠시 중지되었다가 9월부터 재개되어 지금까지 4개월 가까이 이어졌으며, 그 와중에 10월 말에는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의 잔해 속에서 탄두 대신 무게추를 넣은 것 같은 X-55 순항 미사일의 잔해가 발견되었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를 놓고서 이슈로 번진 상황이다.

 

2. X-55는 냉전기 핵 미사일? X-55는 대체 어떤 미사일인가?

이번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연합뉴스가 11월 26일자 연합뉴스 기사에선 AS-15로 부르다 12월 2일 기사에서는 Х-55로 표기를 바꾼, X-55 미사일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 우선 아래 그림 3을 보자.

그림 3. 어느 박물관에 놓여진 X-55 순항미슬(중앙). 하단에 보이는 붉은 부분은 R95TP-300 터보팬 엔진의 흡기구에 끼워둔 커버다.
그림 3. 어느 박물관에 놓여진 X-55 순항미사일(중앙). 하단에 보이는 붉은 부분은 R95TP-300 터보팬 엔진의 흡기구에 끼워둔 커버다.

그림 3은 이 글의 주인공, X-55 미사일이다.(참고로 형식명의 X는 알파벳이 아니라 러시아 및 동유럽권 국가들이 사용하는 끼릴 문자로, Kh의 음가를 갖기에 소스에 따라서는 표기를 차용한 X 대신 음가를 차용한 Kh로 표기하기도 한다. 즉 X-55 대신 Kh-55로 쓰는 경우도 많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걸 왜 AS-15라 했냐면 소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던 냉전기에 나토에서 이 순항미사일의 존재를 확인하고, AS-15 켄트라는 코드네임을 붙였기 때문이며 이것이 11월 26일자 연합뉴스 기사에서는 AS-15로 나왔던 이유다.

이 X-55 순항미사일은 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125km 떨어져 위치한 두브나(Дубна)시에 소재하는 라두가 설계국(ГосМКБ "Радуга", 정식 명칭은 "라두가" 국립 발사체 제조설계국(Государственное Машиностроительное Конструкторское Бюро "Радуга"으로 "라두가(Радуга)"는 무지개라는 의미의 러시아어다.)에서 1970년대에 개발, 1983년에 실전배치한 순항미사일로 전체적인 외형은 미국의 순항미사일 BGM-109 토마호크와 무척이나 닮아있으며 실제로 개발 과정에서 제법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BGM-109 토마호크(Tomahaw)는 해군의 수상함이나 잠수함, 혹은 지상에서 운용되며 450kg의 통상탄두 또는 TNT 150kt급(참고로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 리틀보이가 TNT 20kt급이다.)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반면 X-55 순항미슬은 앞서 1번 항에서 언급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공중운용, 즉 폭격기 발사를 전제로 운용되며, 410~450kg의 통상탄두 또는 TNT 200~500kt급의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 1983년 모델 기준으로 양자 모두 최대 사거리는 우연하게도 2,500km로 동일하다. 이상의 내용을 미국식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X-55 순항미슬은 AGM-86 ALCM처럼 폭격기에서의 운용을 전제로 개발된 소련판 BGM-109 토마호크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X-55에도 РК-55 Рельеф(RK-55 릴리예프, NATO 코드네임 SSC-X-4 '슬링샷(Slingshot)'라는 이름의 BGM-109 토마호크처럼 지상 및 함정 운용을 전제한 형식 또한 존재한다.

그림 4. 이란이 개발한 소마(Soumar) 순항미사일. 우크라이나가 이란에 몰래 판 X-55 순항 미사일을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아래 그림 4는 이란이 2000년대 초반에 개발, 2012년부터 실전배치한 소마(Soumar)라는 이름의 장거리 순항 미사일이다. 소마 순항미사일은 X-55/RK-55와 차이가 없는 외형에서 알 수 있듯 그 기술적 소스가 우크라아니가 이란에 몰래 팔았던 X-55에 기반한 사실상의 카피다. 단지 이렇다 할 폭격기가 없는 이란의 사정상 X-55같은 공중발사 순항미사일이 아니라 RK-55나 BGM-109처럼 지상 또는 함선 운용을 전제로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카피가 존재한다는 것은 X-55/RK-55 순항미사일이 나름 충분히 성공적인 병기체계임을 반증한다.

하나의 체계가 일정한 성공을 거두면 헤딩 프레임을 기반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춘 새로운 디바이스들을 이것저것 결합, 새로운 형식의 물건을 만들려 하는 것은 어디라도 마찬가지고 소련이나 러시아도 그 점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고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독립국가연합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경제 혼란 덕분에 이 시안들 대부분은 양산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졌고, 현재 살아남은 것은 X-555(그림 5)와 X-101-102(그림 6) 뿐이다.

그림 5. X-555 순항미슬. X-55의 에어프레임에 통상탄두 사용을 전제로 새로운 유도체계와 그리고 엔진을 결합, 타격정밀도를 높인 형식이다.
그림 5. X-555 순항미사일. X-55의 에어프레임에 통상탄두 사용을 전제로 새로운 유도체계와 그리고 엔진을 결합, 타격정밀도를 높인 형식이다.

그림 5에 보인 X-555는 X-55의 에어프레임을 기반으로 디지털 지형대조 및 경로 보정이 가능해진 신형 관성항법체계를 통합한 새로운 유도시스템을 도입하고 엔진을 TRDD-50A로 교체한 개량형이다. 덕분에 X-555는 (100m 정도의 원형 공산 오차를 가져 통상탄두 장착시에는 타격력이 제한될 수 있는 X-55와 달리) 20m 이내의 원형 공산 오차를 가져 통상 탄두로도 목표를 충분히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게 되었지만 게수 과정에서 생긴 중량 증가로 사정거리가 2,000km로 줄었기 때문에 기존의 X-55와 동등한 사정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원형인 X-55CE처럼 미슬 동체 외부에 컨포멀 탱크를 달아 사거리를 늘렸다. 그림 5도 컨포멀 탱크를 장착한 모습이다.

그림 6. X-101 순항미슬. X-55 순항미슬의 최신 개량형. 스텔스 설계가 도입된 외형에 발사전에는 엔진을 내부에 수납하기 때문에 X-55 기반의 에어프레임이라고 상상하기 힘들지만 아래 사진에서 보듯 비행시엔 엔진을 노출시키는 모습이 X-55에 기반한 형식임을 보여준다.
그림 6. X-101 순항미슬. X-55 순항미사일의 최신 개량형으로 스텔스 설계가 도입된 외형에 발사전에는 엔진을 내부에 수납하기 때문에 X-55 기반의 에어프레임이라고 상상하기 힘들지만 아래 사진에서 보듯 비행시엔 엔진을 노출시키는 모습이 X-55에 기반한 형식임을 보여준다.

그림 6에 보인 X-101 순항미사일(AS-23 코디악이라는 NATO 코드네임이 붙어있다.)은 X-55를 기반으로 개발된 러시아의 최신 공중발사 순항미사일이다. X-101 순항미사일은 소비에트 연방 시절엔 성능 이전에 정치적 이유로 연방 각국에서 만든 구성부품을 혼용하던 이전 세대의 미사일들과 달리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러시아제 신형 부품만을 채택하여 만들어진 것이 특징으로 X-55, X-555와 마찬가지로 410kg(450kg라는 설도 있다.)의 통상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전술타격형과, 통상탄두 대신 250kt 또는 1메가톤의 위력을 갖는 전술핵탄두를 사용하는 형식인 X-102로 나뉜다.

X-101/102 순항미사일은 디지털 지형대조 및 경로 보정이 가능한 신형 관성항법체계, 전자광학대조 보정 및 위성 항법체계를 통합한 X-555의 유도체계를 기반으로 새로이 기만 회피 및 다중경로 수정 기능이 더해지고, 종말단계에선 광학 합치 및 능동 레이더 추적 장비까지 더해진 신형유도체계를 채택, 고정 목표에 대해 7미터 이내, 이동목표에 대해 10미터 이내에 착탄이 가능할 정도로 타격정밀도가 더욱 향상되었고, 엔진도 X-55 시절의 R95TP-300 터보팬 엔진 대신, 성능이 더욱 향상된 신형 엔진, TRDD-50A로 바뀌어 사정거리도 최대 2,800km로 늘어났다. 외형 또한 스텔스 설계를 도입, 레이더 피탐 확률을 줄여 비행 중 요격될 확률도 크게 줄임으로서 타격효과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림 7. 2020년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Tu95 폭격기와 Tu160 폭격기와 X-555 순항미슬과 X-101 순항미슬. 이 때 공개된 사진에서는 Tu-22M3/5 폭격기는 다른 무장 상태를 공개했지만 X-555 순항미슬과 X-101 순항미슬 역시 탑재 및 운용이 가능하다.
그림 7. 2020년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Tu95 폭격기와 Tu160 폭격기와 X-555 순항미사일과 X-101 순항미슬. 이 때 공개된 사진에서는 Tu-22M3/5 폭격기는 다른 무장 상태를 공개했지만 X-555 순항미사일과 X-101 순항미사일 역시 탑재 및 운용이 가능하다.

위의 그림 7은 2020년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Tu95 폭격기와 Tu160 폭격기, X-555 순항미사일과 X-101 순항미사일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앞쪽 스텔스를 의식한 외형의 미사일이 X-101 순항미사일, 폭격기와 X-101 순항미사일 사이에 동체 양옆으로 뭔가가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미사일이 X-555다. 사진에선 나오지 않았지만 Tu-22M3/5 백파이어 또한 X-101 순항미사일의 운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순항미사일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그리고 10월부터 다시 사용되어 나름 괜찮은 성과를 올렸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 X-55 미사일의 존재와 그 특성에 대해 가장 먼저, 그리고 대중적으로 가장 잘 소개한 매체(?)는 아마도 1992년이던가? 국내에선 붉은 폭풍이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간된, 탐 클랜시의 가상전쟁소설 Red Storm Rising일 것이다. 이 소설은 석유 위기에 빠진 소련이 유럽을 침공하며 벌어진 전쟁을 미국과 NATO가 어떻게 막아내는가라는 내용으로 단순 창작물과 달리 당시로선 엄청나게 정확하다 할 수 있는 정보들을 바탕으로 한, 사실상 상황시뮬레이션에 가까운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소련의 침공에 대응, 유럽을 구원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올 미국과 나토 연합 항모전단의 개입을 늦추거나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소련 해군항공대 폭격기에 의한 미사일 타격 작전을 시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번 글의 주인공 X-55 순항미사일(소설에선 AS-15 켄트라고 나온다.)은 이 장면에서 등장한다. 소설에서 소련 해군 항공대는 X-55 순항미사일을 장착한 Tu-16 폭격기들이 이 항모전단을 포착하면 항모전단을 향해 원거리에서 X-55 순항미사일을 날린다. 이들의 목적은 항모전단을 직접 타격할 목적이 아니라 느린 비행속도를 이용, 레이더 상에서 폭격기로 보이게 하는 것이고, 미 해군 항모전단 함재기들은 소련측 의도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이들을 폭격기로 오인, 공대공 미사일로 이들을 모두 배제하지만 이들이 폭격기가 아니라 기만체로 사용된 것임을 그제야 깨닫는다. 이렇게 1차 대공방어가 무력화된 사이 Tu-22M3 백파이어 부대가 함대방공을 맡던 이지스함의 대공처리 능력을 넘는 수의 KSR-5(AS-6 킹피시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초음속 대함미슬 다수를 발사, 방공망을 무력화시키며 프랑스 항공모함 포슈와 미 해군 방공순양함 타이콘데로가 및 호위함 다수를 격침시키고 미 해군 항모 2척에 큰 피해를 입혀 전장에서 상당시간 탈락시켰다. 즉 X-55는 함대의 위치를 확인한 상태에서 대함용도로도 쓸 수 있지만 비행 속도가 느려 기만체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서술은 X-55 순항미사일의 개령형이라 할 수 있는 X-555 및 X-101/102 순항 미사일의 비행 및 운용특성, 나아가 그 한계를 잘 보여주는 서술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X-55 순항미사일은 1970년대에 개발, 1983년에 실전배치된, 미국의 AGM-86 ALCM, BGM-109 토마호크와 동세대 순항미사일로 미국의 AGM-86 ALCM, BGM-109 토마호크가 많은 개량을 거쳐 현역으로 쓰듯 러시아도 X-55 순항미사일에 많은 개량을 더해 X-555, X-101/102 순항미사일만을 일선에서 사용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원형이라 해도 좋을 X-55 순항미사일이 탄두 대신 무게추를 넣은 상태로 발사되었다는 점이 최근 확인되어 이슈가 된 것이다.

 

3. 러시아는 정말로 핵무장 상태였던 X-55에서 핵탄두를 제거하고 무게추를 넣은 것일까?

현대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물건은 다수의 인공위성을 통해 특정한 비행체의 위치를 확인하고 상황에 따라 비행 경로를 보정해주는 소형 컴퓨터 기반의 유도장비를 갖춰 소형 미사일 사이즈만 되어도 예정 경로의 현재 기상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경로를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갈 수 있지만 20세기까지만 해도 이게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2번 항의 개요에서 이미 언급했듯 X-55 순항미사일은 1970년대에 개발, 1983년에 실전배치된, 2500km의 사정거리를 가진 순항미사일이고, 러시아의 자연환경상 전략폭격기나 전술타격기에 매달려 한참을 날아간 뒤 거기서 다시 목표를 향해 발사되는 공중발사 순항미사일이다 보니 비행 과정상의 유도성능 검증이 많이 필요했다. 이러한 시험 및 검증, 그리고 훈련을 위해 탄두 대신 상응하는 중량을 가진 무게추를 넣고 실제로 발사해보는 사례가 많았다. 거기에 구성부품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없지 않던 시절에 만든 물건이다 보니 상황에 따라 탄두를 교환 장착하는 과정도 생각보다는 간단하다.

정리해보면 이번에 발견된 X-55 순항 미사일은 애초에 통상탄두와 핵탄두를 선택, 장착하는 것이 가능하고 시험 및 훈련을 위해 무게추 장착도 가능한 미사일이기 때문에 잔해에서 무게추가 나왔다는 것이 연합뉴스의 보도대로 핵탄두가 장착된 미사일을 꺼내서 핵탄두를 제거하고 무게추로 교체하고서 발사했다는 의미까진 아니다.

 

4.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X-55와 S-300 대공미사일을 발사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앞서도 말했지만 11월 26일자, 그리고 12월 2일자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서 필자가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은 연합뉴스가 러시아의 미사일 고갈이라는 표현, 혹은 개념에 굉장히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전술한 대로 당연히 해당 기사는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냥 단순한 주장일 수도 있지만 나름 시간을 들여 빌드업 했던 기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간을 들여 빌드업을 했다는 것이 사안을 올바로 평가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애초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그 다음이 엉망이 되는 것은 무엇이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합뉴스가 러시아 미사일의 고갈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한 기사를 찾아 그 시점에 우크라이나에선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최근 연합뉴스에서 아쉬운 점은 정권이 바뀌기 전에는 기사 검색창을 메인화면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정권이 바뀐 이후로는 메인화면에서 기사 검색창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져서 원하는 기사를 찾는데 보다 많은 시간이 든다는 점이다. 아무튼 연합뉴스가 러시아 미사일 고갈에 대해 최초로 언급한 기사를 찾아보니 아래 그림 8의 기사가 나온다.

그림 8. 연합뉴스 2022년 10월 14일자 "러시아에 미사일 얼마나 남았나…러 "충분해", 미 "고갈중" 기사 도입부 캡처
그림 8. 2022년 10월 14일자 "러시아에 미사일 얼마나 남았나…러 "충분해", 미 "고갈중" 연합뉴스 기사 도입부 캡처

그림 8은 "러시아에 미사일 얼마나 남았나…러 "충분해", 미 "고갈중"이라는 제목의 2022년 10월 14일자 연합뉴스 기사의 도입부 캡처다. 이 기사는 우크라이나 침공 9개월째인 현재 러시아에는 얼마나 많은 미사일이 남아 있을까라는 가능성 있는 질문을 던진 뒤, "러시아가 크림대교 폭발 이후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공격에서 S-300 지대공 미사일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S-300은 단단한 군사 목표물에 실질적 타격을 가할 만한 힘이 없으며 정확도가 떨어지는 탓에 목표물로 정한 건물조차 맞추기 힘들다."며 이런 미사일을 실제 전쟁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러시아 내부에서 성능이 더 뛰어난 미사일이 고갈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러시아가 S-300 미사일을 지대지 용도로 쓰는 것 같다는 이야긴데 이 기사의 서술만으로는 이것이 러시아 내부에서 성능이 더 뛰어난 미사일이 고갈되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지는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다른 기사를 찾아보니 아래 그림 9의 기사가 잡힌다.

그림 9. 2022년 10월 12일자, "러 공격 광범위해도 덜 치명적…정교한 무기 부족 신호" 뉴시스 기사 도입부 캡처
그림 9. 2022년 10월 12일자, "러 공격 광범위해도 덜 치명적…정교한 무기 부족 신호" 뉴시스 기사 도입부 캡처

그림 9는 "러 공격 광범위해도 덜 치명적…정교한 무기 부족 신호"라는 제목의 2022년 10월 12일자 뉴시스 기사 도입부 캡처다. 기사 내용으로 보아 "이번 러시아 공격이 러시아 무기 재고에 대해 시사하는 점(Here's what Russia's attacks may indicate about its weapons stockpile.)"이라는 제목의 2022년 10월 11일자 뉴욕 타임즈 기사를 요약 번역한 기사인데 "러시아는 정교한 미사일 재고가 (고갈된 것이 아니라) 부족할 수 있는 상태라며 이를 보충하기 위해 북한과 이란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한편 같은 소스를 인용했으면서도 보다 강렬한 내용의 뉴스도 있었다. 아래 그림 10이다.

그림 10. 2022년 10월 12일자, 우크라에 쏜 미사일 84기 중 절반 격추…전문가들 "러시아 정밀무기 소진·재고 부족 증거" 경항신문 기사 도입부 캡처.
그림 10. 2022년 10월 12일자, 우크라에 쏜 미사일 84기 중 절반 격추…전문가들 "러시아 정밀무기 소진·재고 부족 증거" 경항신문 기사 도입부 캡처.

그림 10은 같은 날 경향신문이 올린 우크라에 쏜 미사일 84기 중 절반 격추…전문가들 "러시아 정밀무기 소진·재고 부족 증거"라는 제목의 기사 도입부 캡처다. 앞부분의 "우크라에 쏜 미사일 84기 중 절반 격추"라는 표현은 원본이라는 뉴욕타임즈 기사에서는 보지 못한 내용인데, 경향신문 기사는 "전날 러시아는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등을 포함해 미사일 84기를 발사했으며 이 중 미사일 43기는 격추됐다."는 우크라이나군 발표를 인용한 것이 인상적이긴 하지만 이것이 러시아 미사일 부족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좀 불분명하고, 분석 자체가 딱히 제대로 된 것 같지 않다는 아쉬움도 있던 기사다.

어쨌거나 이상의 기사들에서 보시듯 러시아 미사일 재고에 대한 판단은 연합뉴스와 뉴욕타임즈(그리고 해당 기사를 인용한 뉴시스와 경항신문) 양자의 평가가 좀 다르다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사는 상황을 전달하는 글자일 뿐, 상황이나 사안 그 자체가 아니다. 즉 상황을 평가하거나 의도를 수박겉핥기로나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사가 나온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고, 사실 그것이 팩트체크의 존재 이유이자 본질 아니겠는가? 그럼 이 시점의 우크라이나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림 11을 보자.

그림 11.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올렉시 레즈니코프(Oleksii Reznikov)의 10월 10일자 트윗 캡처
그림 11.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올렉시 레즈니코프(Oleksii Reznikov)의 10월 10일자 트윗 캡처

그림 11은 우크라이나 국방부장관 올렉시 레즈니코프(Oleksii Reznikov)의 트위터 계정에서 10월 10일자 트윗을 캡처한 것이다. 올렉시 레즈니코프의 트위터 계정은 개인 계정이라기 보다는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준공식 계정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고, 이 계정에 올라오는 트윗들은 사실을 전할 수도 있지만 프로파간다를 전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실 필요가 있겠다. 아무튼 10월 10일자 트윗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용기는 테러리스트의 미사일이 우리 수도의 심장부를 강타하더라도 결코 파괴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 동맹국들의 결의를 흔들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이 불가역적으로 파괴하는 유일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멸시받을 불량 테러 국가 러시아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러시아의 미사일 테러에 대한 최선의 대응은 우크라이나에 대공 및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상공을 보호해 주십시오! 이것은 우리의 도시와 사람들을 보호할 것입니다. 이것은 유럽의 미래를 보호할 것입니다. 악은 처벌받아야 합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Oleksii Reznikov)의 트윗을 더 많은 서방의 지원을 위한 프로파간다로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시점까지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그렇게 여유가 있었다고, 즉 우크라이나 방공부대가 러시아의 미사일을 잘 막았다고 보기도 좀 그렇다. 앞서 그림 10의 경향신문 기사에 "우크라이나군 발표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는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등을 포함해 미사일 84기를 발사했으며 이 중 미사일 43기는 격추됐다."라며 우크라이나 방공부대가 격추한 미사일이 더 많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바꿔 말하면 남은 미사일 41기는 러시아가 지정한 우크라이나의 어딘가 - 아마도 우크라이나의 송전 및 에너지 공급망 관련시설 근처 - 에 명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대공 미사일도 목표를 명중시키지 못하면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다르지 않다. 결국 무엇이 원인이었건 이날도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차량과 건물, 민간 시설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필자가 "[팩트체크] 송전 및 에너지 공급망 타격은 전쟁범죄일까?"를 쓰게 만든 난방 물 전기 끊어 민간인 살상 노린다… 푸틴, 대놓고 전쟁범죄""라던 한국일보 기사나 "러 대놓고 전쟁범죄…폭격에 우크라 1천162개 도시 정전"이라던 연합뉴스 기사가 나온 시점이 바로 이 무렵임을 생각해보자.

사실 이 시점까지도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은 딱히 효율적이라고 보긴 힘들다. 개량을 거쳤다곤 하지만 이미 구식이 된 S-300 지대공 미사일에 기반하고 있었고 개전시 100개 중대가 있었다 하나 개전 직후 상당수가 파손되었으며 잔존 미사일 포대도 우크라이나에 S-300의 생산능력이 있던 게 아닌지라 수량 부족 및 기타 이유로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MANPADS나 SHORAD가 없진 않았지만 순항미사일을 상대로는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 시점까지도 우크라이나측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림 11에서 보듯 미디어를 통한 프로파간다를 하면서 서방에 대공미사일 지원을 요청하는 것 뿐이었다. 그런데 10월 12일부터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람 12를 보자.

그림 12는 올렉시 레즈니코프 계정의 10월 12일자 트윗 캡처.
그림 12는 올렉시 레즈니코프 계정의 10월 12일자 트윗 캡처.

그림 12는 올렉시 레즈니코프 계정의 10월 12일자 트윗을 캡처한 것이다. 이 날 독일이 보냈다는 IRIS-T SLM 기반 방공체계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했고, 미국의 NASAMS가 이미 미국을 출발, 우크라이나로 오는 중이라는 내용이다. 이틀이 지나자 우크라이나도 나름대로 자신감을 되찾은 모양이다. 그림 13을 보자.

그림 13. 올렉시 레즈니코프 10월 14일자 트윗 캡처
그림 13. 올렉시 레즈니코프 10월 14일자 트윗 캡처

그림 13은 올렉시 레즈니코프 계정에 올라온 10월 14일자 트윗의 캡처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의 비무장화.

침략국(러시아)은 우크라이나의 민간 목표에 대해 고정밀 미슬 수백발을 사용, 군사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카고 있습니다.

두 가지 결론:

- 러시아의 군사적 패배는 불가피합니다.

- 러시아는 테러리스트 국가입니다.

이러한 내용의 프로파간다와 함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900발을 보유하던 9K720 이스칸데르(Искандер) 단거리 탄도탄이 776발 사용되어 124발, 500발을 보유하던 3M54 칼리브르(Калибр) 순항미사일이 228발 사용되어 272발, 444벌을 갖고 있던, 이 글의 주인공, X-55순항미사일의 최신 개량형 X-555와 X-101이 231발 사용되어 213발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것이 아마도 서방 언론들의 러시아 미사일 재고 부족론과 연합뉴스가 말하는 러시아의 미사일 고갈론의 근거로 보인다.

그런데 이게 재고 부족을 지나 고갈로 이어질만한 상황인가는 정황상 의문스럽다. 우선 그림 13의 트윗이 집계한, 이 때까지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의 수는 딱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는 집계가 누락되었을 정황들도 나오지만 지금까진 아니다.) 하지만 침공 전 우크라이나가 평가한 러시아의 미사일 보유수, 다음으로 여기서 언급되지 않은 지상타격이 가능한 미사일들의 재고 수량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는 문제다. 더 큰 문제는 개전 이후 러시아가 자력으로 생산한 미사일들의 존재여부겠고, 그것이 존재한다면 그 수량도 고려되야 할 것 같은데 제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과연 현재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미사일 타격으로 인한 소모가 고갈을 말할 수준까지 미사일 재고를 떨어뜨릴 수 있는지도 충분히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또다른 변수도 있다. 미사일의 용도다. 가령 그림 13에서 (그리고 연합뉴스가) 제기하는 고갈론의 근거, 즉 러시아가 가장 많이 사용한 9K720 이스칸데르(Искандер) 단거리 탄도탄이 어째서 이렇게 많이 사용되었냐에 대한 고려가 없다.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탄은 빠른 종말단계 속도 때문에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고, 우크라이나 방공 전력이 모두 가동되던 시점에서도 우크라이나 내의 군사목표 타격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의 타격은 이스칸데르보다 느리지만 정밀 타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이나 샤헤드같은 드론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것의 의미하는 바는 과연무엇이겠는가?

당연히 이 단계까지는 러시아측이 요격당할 것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목표의 성격에 따라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나아가 샤헤드 같은 드론 등을 사용하여 전술목표를 타격하고 있었고, 바라는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10월 12일에 독일이 보낸 IRIS-T SLM 방공체계가 도착,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에 참가하면서 실제로 요격되는 미사일의 수가 가시적으로 늘어났던 것 같고, 당연히 러시아가 바라는 타격효과가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10월 17일, 혹은 18일에 러시아로선 매우 놀랄, 그리고 필자가 푸틴이라면 기함할만한 일이 벌어진다. 그림 14를 보자.

그림 14. Ukraine Weapon Tracker 트위터에 올라온 10월 19일자 트윗 캡처.
그림 14. Ukraine Weapon Tracker 트위터에 올라온 10월 19일자 트윗 캡처.

그림 14는 우크라이나에서 쓰이는 무기들의 양상을 추적하는 Ukraine Weapon Tracker 계정에 올라온 10월 19일자 트윗들을 캡처한 것이다. 왼쪽은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보냈다는 IRIS-T SLM이 키이우 상공에서, 오른쪽은 체르니히우에서 러시아가 발사한 X-101 순항미사일을 격추했다는 내용이다. 이 트윗들이 10월 19일에 올라왔으니 실제로는 10월 17일 또는 18일의 미사일 타격에서 격추한 잔해의 장면일 것이다.

아래는 촬영 시기는 불분명하지만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보낸 IRIS-T 미사일이 러시아가 발사한 X-101 순항미사일을 격추하는 순간들을 담은 동영상이다.

그리고 11월이 되자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더욱 반가운 소식이 등장한다. 그림 15를 보자.

그림 15. 올렉시 레즈니코프의 11월 7일자 트윗 캡처
그림 15. 올렉시 레즈니코프의 11월 7일자 트윗 캡처

그림 15는 올렉시 레즈니코프의 계정애 올라온 11월 7일자 트윗을 캡처한 것으로 미국의 NASAMS, 에스파냐의 아스피데 대공미슬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게임의 룰이 새로이 바뀐 이상, 러시아도 당연히 대응책을 고려했을 것이고 그 결과 러시아가 선택한 대응책이 바로 그림 16이다.

그림 16. 촬영 일시 및 장소 불명. Tu95MS 폭격기와 그 앞에 놓인 X-55 순항미슬. 도색 상태로 보아 최근 사진인 것은 분명하다.
그림 16. 촬영 일시 및 장소 불명. Tu95MS 폭격기와 그 앞에 놓인 X-55 순항미사일. 도색 상태로 보아 최근 사진인 것은 분명하다.

러시아가 이번 글의 주인공. X-55 순항미사일을 꺼내든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가 X-55 순항미사일을 사용했다는 이슈를 다룬 기사가 서방 매체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연합뉴스 이하 국내 매체들이 X-55 순항미사일 이슈를 다룬 기사를 내기 8일 전인 11월 18일의 일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겠다. 이를 가장 먼저 기사화한, 저명 매체는 뉴스위크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가짜 핵 탄두를 단 미사일을 발사하다."라는 제목의 기사(그림 17)를 냈다. 

그림 17. 2022년 11월 18일자 뉴스위크 기사, "러시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가짜 핵 탄두를 단 미사일을 발사하다." 도입부 캡처.
그림 17. 2022년 11월 18일자 뉴스위크 기사, "러시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가짜 핵 탄두를 단 미사일을 발사하다." 도입부 캡처.

그림 17의 뉴스위크 기사는 우크라이나의 뉴스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Defence Express)를 인용한 것으로 이 날 사건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러시아가 11월 16일(실제로는 15일) 우크라이나의 키이우, 드니프로, 오데사 및 하르키우 주의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미사일로 타격했다. 이틀에 걸친 이날 타격에서 러시아는 약 9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이는 2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다.

11월 17일에 발견된, 키이우 상공에서 격추된 러시아의 순항미사일의 잔해를 살펴보니 모의핵탄두를 장착한 Х-55가 있었다. X-55는 원래 소련이 핵무기 운반용으로 특별히 개발한 순항미사일로 러시아는 이 X-55를 자국의 핵무기 저장고에서 꺼내 핵탄두를 뻬고 무게추로 교체한 뒤 이를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순항미사일 재고가 매우 부족헤졌기 때문에 이 개수된 구식 미사일을 사용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크라이나의 방공 시스템에 과부하를 걸기 위해 크램란아 의도적으로 이러한 시도를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후략)

보시듯 이 시점까지도 서방 언론들은 X-55가 과거 냉전기에 개발된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이라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막상 러시아가 X-55를 꺼내 든 이유를 착각하거나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이어 그림 18을 보자.

그림 18. 11월 15일 공습에서 우크라이나 방공부대가 격추한 미슬 및 드론 내역 캡처(왼쪽), 올렉시 레즈니코프의 11월 16일자 트윗 캡처(오른쪽)
그림 18. 11월 15일 공습에서 우크라이나 방공부대가 격추한 미사일 및 드론 내역 캡처(왼쪽), 올렉시 레즈니코프의 11월 16일자 트윗 캡처(오른쪽)

그림 18의 왼쪽은 우크라이나 방공부대가 러시아의 11월 15일자 미사일 타격시 격추한 발사체를 종류별로 분류한 우크라이나측 전과 보고이고, 오른쪽은 다음 날 새벽, 올렉시 레즈니코프의 계정에 올라온 성공적인 방공 전과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내용이다. 즉 그림 11이 올라올 때만 하더라도 그리 좋지 못하던 방공효율이 서방의 대공미사일이 도착하면서 80% 가까이로 올라갔음을 볼 수 있다.(물론 이것이 진실인지, 과장된 프로파간다인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러시아가 구식 X-55를 꺼낸 이유다. 2번항 전체를 통해 언급한 대로 X-55는 러시아가 사용하던 아음속 순항미사일 X-555, X-101의 기술적 근원이고, 때문에 이들은 외향도, 비행특성도 거의 유사하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방공 레이더로는 지금 날아오는 발사체의 비행특성은 파악할 수 있어도 지금 날아오는 미사일이 X-55인지 X-555인지 X-101인지를 구분할 수는 없다. 더하여 2번항 맨 마지막 블럭의 Red Storm Rising에서 언급된 X-55에 대한 묘사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자. 현 시점의 러시아 무기 재고에서 아음속 순항미사일 X-555, X-101의 기만체로서 X-55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게 있겠는가? 러시아가 X-55를 사용한 이유는 당연히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기만하기 위한 기만체로 사용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것을 감안하여 11월 15일의 미사일 타격을 다시 살펴보면 90여발의 러시아 순항미사일과 UAV들은 그 강화된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에도 불구하고 20여발 정도의 러시아 순항미사일과 이란제 드론들이 그 강화된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목표에 명중했거나 우크라이나에 피해를 입혔다는 이야기다. 만일 기만체로서의 X-55가 없었다면 러시아측의 타격 효과는 더욱 줄어들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림 8~10 사이에 등장한 러시아 대공 미사일 S-300의 지상 타격도 X-55와 마찬가지로 기만체로 사용한 것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단지 S-300의 경우는 그 비행특성을 감안해볼 때 X-55처럼 X-555나 X-101같은 아음속 순항 미사일에 대한 기만체가 아니라 이스칸데르나 그 외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기만체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이상 필자의 분석을 보충해주는 의견이 나온 기사가 있다. 그림 19를 보자.

그림 19. 2022년 12월 13일자 뉴욕타임즈 기사, "우크라이나 장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오래된 우크라이나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도입부 캡처
그림 19. 2022년 12월 13일자 뉴욕타임즈 기사, "우크라이나 장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오래된 우크라이나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도입부 캡처

그림 19는 2022년 12월 13일자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우크라이나 장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오래된 우크라이나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말한다(Russia Is Using Old Ukrainian Missiles Against Ukraine, General Says)"라는 제목의 기사 도입부를 캡쳐한 것이다.

이 기사는 뉴욕타임즈의 마크 산토라(Marc Santora)가 우크라이나군 정보부장, 바딤 스키비츠키(Вадим Скібітський ) 준장과 러시아가 최근 사용한 X-55 순항미사일과 타격 전술(앞서 본문 2번항에서 텍스트에 따라서는 음가를 차용한 kh-55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는데 이 기사에선 kh-55로 표기하고 있다.)에 대해 나눈 인터뷰를 싣고 있다. 스키비츠키 장군은 러시아가 쓰는 kh-55가 우크라이나에서 만들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이 인터뷰를 시작, 최근 러시아측이 쓰는 타격전술에 대해, 그리고 러시아의 능력과 우크라이나의 위협 대응 능력에 대한 상세한 평가를 말한다. 스키비츠키 장군은 최근 러시아측이 사용하는 타격전술을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러시아 폭격기들은 먼저 X-55 미사일을 발사한다. 마치 기만체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교전에 나서 이들을 격추하면 러시아 폭격기들은 파괴적인 탄두를 장착한, 보다 현대적인 미슬을 발사한다.

우리는 X-55 3기의 잔해를 발견했지만 이것은 타격에 사용된 더 많은 수의 개조된 구형 미슬의 일부이며 일부는 기만체로, 일부는 현대화된 탄두로 교체되어 발사되었다.

수십 년 전에 우크라이나에서 제작된 것을 포함하여 구형 순항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은 전투에 못지 않게 기만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쟁 또는 분쟁이 벌어진 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잡하고 치명적인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이 인터뷰를 정리해보면 러시아는 지금 진짜 타격에 사용할 미사일의 형태에 따라 S-300이나 X-55를 먼저 발사한다. 즉 탄도미사일을 타격에 사용할 경우 S-300을 먼저, 폭격기로 아음속 순항미사일을 사용할 경우 X-55를 먼저 발사한다.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이들과 교전하여 격추시키거나 저지하면 러시아 폭격기들은 목표 타격을 위한 진짜 미사일을 사용하여 방공망의 능력을 무력화하거나 최소화하여 목표에 대한 타격효과를 극대화하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단 세 번째 문장에서 말하는 개조된 구형 미사일은 일부는 기만체로, 일부는 현대화된 탄두로 교체되었다고 하는 것이 지칭하는 것이 X-55인지, X-555인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기만이라는 전술의 특성을 생각해볼 때, 그리고 1번항에서 이미 설명했듯 X-55는 개발 시점에서 전술핵과 통상탄두 모두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X-55라 해서 모두 무게추를 넣었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상의 근거들을 바탕으로 상황을 정리해보면 러시아는 S-300 대공미사일과 X-55 순항미사일을 보다 강화된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뚫기 위한 기만체로 사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러시아가 X-55 순항미사일을 사용한 이유는 러시아의 미사일 고갈을 그 직접적 원인으로 봐야 한다는 11월 26일자, 그리고 12월 2일자 연합뉴스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라고 판정한다.

 

5. 러시아의 미사일 보유 상태는 어느 정도일까? 고갈로 봐도 무방할까?

러시아의 미사일 보유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그림 20을 보자.

그림 20. 고갈이란 단어에 대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검색결과 캡처
그림 20. 고갈이란 단어에 대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검색결과 캡처

보시듯 그림 20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고갈이란 단어를 검색한 결과를 캡처한 것이다. 여기서는 2번항의 "어떤 일의 바탕이 되는 돈이나 물자, 소재, 인력 따위가 다하여 없어짐."이라는 설명이 해당될 것이다. 물론 실제로 고갈의 뜻은 1번항의 "(물이) 말라 없어진 상태."를 의미하고, 2번항의 의미는 고갈이라보다는 소진에 가깝지만 아무튼 장차 없어질 것이 아니라 현재 상태를 설명하는 단어다.

고갈이란 단어의 정의를 확인했으니 이제 연합뉴스가 말하는 러시아의 미사일 고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연합뉴스가 러시아의 미사일 고갈을 처음 말한 게 대충 2022년 10월 14일 기사였다. 사실 필자는 11월 26일, 12월 2일의 연합뉴스 기사가 보여준 지리멸렬함, 아니 그 이전에 필자가 "[팩트체크] 송전 및 에너지 공급망 타격은 전쟁범죄일까?"를 쓰게 만든 난방 물 전기 끊어 민간인 살상 노린다… 푸틴, 대놓고 전쟁범죄""라던 한국일보 기사나 "러 대놓고 전쟁범죄…폭격에 우크라 1천162개 도시 정전"이라던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서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국내 매체의 기사는 그 내용의 적시성과 정확성 양자 모두에서 딱히 믿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상태다. 따라서 해외 소스를 기반으로 2022년 10월 이후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미사일 타격에 대해 한 번 일자별로 간단히 정리해보기로 하겠다.

2022년 10월 10일, X-101, X-555, 칼리브르, 이스칸데르, S-300 등 미사일 83발과 샤헤드 혹은 그 카피품 드론 17기로 키이우를 포함 8게 지역에 소재한 주요 인프라스트럭처 타격,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가운데 30%가 피해를 입음. (10월 12일자 뉴시스, 경향신문에 보도된 사건)

2022년 10월 17알-18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공급망을 목표로 수량 미상의 미사일을 발사, 우크라이나를 타격, (앞서 기술한 IRIS-T SLM이 kh-101을 격추한 사건)

2022년 10월 21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공급망을 목표로 순항미사일 33발을 발사, 우크라이나는 이중 18발을 격추했다고 주장함, 이 결과 우크라이나 송전망에 큰 타격을 입었고 복구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발표됨

2022년 10월 31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공급망을 에너지 공급망을 목표로 순항미사일 50여발을 발사, 우크라이나 방공부대는 이중 44빌을 격추했다 주장. 단지 우크라이나가 이날 입은 피해의 규모로 볼 때 러시아가 50발이 훨씬 넘는 미사일을 발사했거나 우크라이나가 격추한 미사일의 수가 실제로는 더 적었을 가능성 있음. (참고로 이날의 미사일 타격에서 러시아가 사용한 X-55의 잔해를 처음으로 확보했다고 함.)

2022년 11월 15일 미사일타격. 최대규모의 타격이었지만 우크라이나 방공부대 최대의 성과를 거둔 사건 상세는 3번항을 통해 다뤘음. (그리고 이 날 타격이 연합뉴스가 11월 26일자로 다룬 내용임.)

2022년 11월 17일, 러시아는 아침 드니프로에 있는 우크라이나 가스 생산 시설과 PA Pivdenmash 미사일 공장을 목표로 일련의 미사일 타격을 시도. Kyiv, Odesa, Zaporizhzhia 및 Kharkiv에서도 폭음 청취, 상세는 불명

2022년 11월 23일, 러시아가 미사일 약 70발을 발사. 우크라이나 방공부대는 이 70여발 중 키이우를 겨냥한 31빌 가운데 21발을 포함, 도합 51발을 요격했다고 주장. 나머지는 에너지 공급 시설을 포함한 각종 시설을 타격.

2022년 12월 5일, 러시아가 미사일 약 70발을 발사. 우크라이나 방공부대는 이중 60빌을 요격했다고 주장, 미클라이우, 몰도바는 정전되었고, 오데사의 수도 공급이 차단됨,

2022년 12월 10일, 러시아가 샤헤드 무인기 공격으로 오데사의 전력망을 셧다운시킴.

2022년 12월 16일, 러시아가 X-555, X-101,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등을 합쳐 76빌을 발사. 우크라이나 방공부대는 이중 60빌을 요격했다고 주장했지만 발전소 아홉 군데가 타격을 입었다.

2022년 12월 19일, 새벽 2시 러시아는 샤헤드 무인기로 키이우 타격, 우크라이나 방공부대는 35기의 무인기중 30기를 격추했다고 주장.

2022년 12월 29일, 러시아가 X-555, X-101,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등을 합쳐 69발을 발사, 우크라이나측은 이중 54발을 요격했다고 주장.

2022년 12월 31일, 러시아가 전략폭격기로 순항미사일 20발을 발사, 우크라이나측은 이중 12발을 요격했다고 주장.

2023년 1월 1일, 러시아는 순항미사일 43발과 샤헤드 무인기 45기를 발사. 키이우 일대를 타격.

4번항의 주요 오브제였던 X-55 순항미사일의 잔해가 나온 11월 15일의 타격 이후로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공급망을 목표로 최소 7회 이상의 대규모 타격을 가했다. 1회당 최소 50발씩만 잡아도 350발이고, 보통 소진이나 고갈이란 단어를 쓰려면 그 단어를 쓴 지 길어도 한 달 이내엔 더 이상의 발사를 하지 못할 상태가 되어야 할 거 같은데, 러시아는 두 달 반이 지나, 해를 넘기고 1월 1일까지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사일 타격을 계속하고 있으며 심지어 10월 15일 이후로 우크라이나의 방공밀도가 올라갔음에도 나름대로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걸 과연 고갈이라 표현해도 되는 것일까? 그야말로 지극히 의심스럽다.

또 하나의 판단근거가 있다 아래 그림 21을 보자.

그림 21. 올렉시 레즈니코프의 10월 15일자 트윗과 11월 24일 트윗 캡처 비교
그림 21. 올렉시 레즈니코프의 10월 15일자 트윗과 11월 24일 트윗 캡처 비교

그림 21은 그림 13에서 캡처한 올렉시 레즈니코프의 10월 15일자 트윗과 11월 24일 트윗을 나란히 붙여놓은 것이다. 보시듯 11월 24일자 트윗에는 10월 15일자 트윗에선 언급하지 않던 러시아측 미사일들이 포함되었고 추가 생산으로 인한 수량 증가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그림 19로 보인 뉴욕 타임즈 기사로 소개된 인터뷰에서도 스키비츠키 장군은 "러시아의 정밀 타격 미사일 비축이 거의 바닥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러시아 군수 공장은 2018년 이후에도 정밀타격이 가능한 X-101 순항미사일 240발과 칼리브르(Kalibr) 순항미사일 120발을 생산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주: 기사에 인용된 240발이라는 수치를 언급하는 문장에는 조금 불분명한 부분이 있는데, 정밀타격이 가능한 X-101 순항미사일 240발과 칼리브르(Kalibr) 순항미사일 120발을 생산했다는 이야기인지, 인터뷰 도중의 말실수 같은 것으로 인해 X-101과 칼리브르(Kalibr)를 합친 것이 240발이라는 이야기인지가 좀 혼동되게 적혀 있었다는 점을 참조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한다.

연합뉴스도 "러, 이란 드론·방공미사일 섞어 우크라 공격…재고 부족한 듯"이라는 제목의 2023년 1월 2일자 기사에서 드디어 고갈이란 단어의 무리수를 인정했는지 재고부족으로 표현을 바꿨다는 점 또한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다. 따라서 2022년 10월 이후,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미사일 타격 현황과 우크라이나 정보부의 러시아 미사일 재고 현황 수정을 살펴볼 때, 그리고 연합뉴스 스스로도 2023년 1월 2일자 기사에서 고갈이라는 표현 대신 재고부족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을 살펴볼 때 연합뉴스가 주장하는 러시아의 미사일 재고 고갈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 판정한다. 물론 이 추세로 나가면 언젠가 고갈을 맞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최소한 지금 당장은 고갈로 볼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6. 우크라이나는 어째서 X-55의 핵탄두 장착 가능성을 강조했을까?

사실 10월 18일에 뉴스위크 기사를 보면서 가장 의아했던 부분이 X-55가 핵탄두 대신 무게추를 장착했다는 표현을 쓴 점이었다. 이 기사 2번항에서도 살펴봤지만 X-55는 전술핵탄두 운용만을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라 통상탄두의 운용도 가능한 미사일임에도 왜 핵탄두를 빼고 무게추를 끼웠다는 서술을 강조한 것일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12월 6일, 올렉시 레즈니코프 계정에 새로 올라온 트윗을 보고서야 뉴스위크가, 아니 우크라이나가 왜 핵탄두 이야기를 그렇게 강조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래 그림 22를 보자.

그림 22. 올렉시 레즈니코프의 12월 6일자 트윗 캡처
그림 22. 올렉시 레즈니코프의 12월 6일자 트윗 캡처

그림 22는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의 세 나라가 보유하던 소비에트 연방 당시의 핵무기들을 포기하는 대신 러시아, 미국, 영국이 이 나라들의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부다페스트 각서가 체결된 지 28주년이 되었다는 내용을 보여준다. 소비에트 연방 해체 당시 우크라이나에는 핵미사일 176기와 1,800여개의 핵탄두로 세계 3위권에 해당하는 핵전력이 있었다. 물론 당시 우크라이나가 이들을 통제할 수 있던 상황도, 이들을 임의로 사용하기 위한 기술적, 경제적 역량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물리적으로만 갖고 있었다는 의미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NPT에 가입하고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독립, 주권, 국경선을 존중받고 미국, 러시아, 영국이 우크라이나에게 핵공격을 하지 않고, 무력사용 및 경제위협을 자제하며, 우크라이나가 핵공격을 받으면 UN 안보리에서 논의 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부다페스트 각서에 조인하고, 핵무기들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었다.

그런데 크림 위기 당시인 2014년 9월 14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에 복귀할 수 있다고 협박하며 서방측의 군사지원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는 우라늄 농축설비도, 핵폭탄 제조 시설도, 기술도 없었기 때문에 서방 각국의 군사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었다. 그러한 과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이제 와 새삼 부다페스트 각서를 들먹이며 X-55 미사일이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다는 점을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그림 19의 뉴욕타임즈 인터뷰에서 바딤 스키비츠키 장군도 부다페스트 각서의 결과를 들먹이며 "우크라이나가 갖고 있던 탄도 미사일 모두, Tu-160 및 Tu-95 전략폭격기를 러시아에 넘겼는데 러시아가 이 폭격기들과 X-55로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것들을 보고 나니 우크라이나가 어째서 이 문제를 꺼냈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해당 발언이 미-영 지도부와 이미 합의된 것인지의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미국에 추가적인 군사지원을 요구한다는 이야기고, 실제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워싱턴에 전격적으로 방문하여 바이든(아니 날리면인가)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나누고, 의회 연설을 하면서 추가적인 군사지원을 얻어냈다. 아니 어쩌면 이 과정은 상층부에서 이미 익스큐즈된 것이고, 미국의 일반 국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기는 원인이 된 젤렌스키가 청구한 추가적인 지출 요구를 정당화하기 위한 일련의 프로파간다라 봐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결과 우크라이나는 이 일련의 프로파간다를 통해 그림 23으로 정리되는 내역의 추가적인 군사지원을 얻어냈다.

그림 23. X-55 순항미슬의 핵탑재 가능성을 강조한 부다페스트 각서 프로파간다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얻어낸 추가적인 군사지원 항목 내역
그림 23. X-55 순항미사일의 핵탑재 가능성과 부다페스트 각서로 인한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포기 프로파간다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얻어낸 추가적인 군사지원 항목 내역

이상으로 11월 26일과 12월 2일에 걸친 연합뉴스의 지리멸렬한 기사 내용에 대한 실제 사실을 정리하고, 주장을 팩트체크한 뒤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해봤다, 사실 좀 더 일찍 투고할 수 있었는데, 5번항의 러시아 미사일 재고 고갈이라는 주장의 사실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덕분에 6번 항의 우크라이나가 왜 핵탄두 타령을 했던 건가를 명시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으니 독자 여러분께서 양해해 주시길 바래본다.

마지막으로 언론을 자처하시는 매체 회사 여러분들과 그 종사자 여러분들에게 그림 24를 바치며, 이 이야기가 나온지 40년이 넘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딱히 바뀐 게 없거나 그 시절로 퇴보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를 한탄한다는 문장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림 24. 박대기 기자 2013년 9월 18일자 트윗 캡처
그림 24. 박대기 기자 2013년 9월 18일자 트윗 캡처

 

(2023.01.10 15:30 수정) '미사일(missile)'과 '미슬'로 혼용해 쓰인 것을 '미사일'로 통일했습니다.

우보형   nextop4u@naver.com    최근글보기
2차세계대전 이후 군사사와 병기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04~2005년 <국방일보> ‘전사 속 신무기’ 연재했다. 2010년 <보급전의 역사>, 2017년 <세계의 병기 대도해>, <조지 패튼 : 내가 아는 전쟁>을 번역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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