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빌런' 전락 유기동물... 진짜 빌런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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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빌런' 전락 유기동물... 진짜 빌런은 사람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3.01.0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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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물건이 아닌데 쉽게 버리는 사람들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 강화하자는 여론 높아

제주도에서 가축을 공격하는 들개 640마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추자도 옆 작은 섬 청도에 살고 있는 흑염소도 ‘소탕’ 대상으로 지목됐습니다. 길냥이를 둘러싼 인간끼리의 갈등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현수막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왜 동물과 인간, 혹은 동물을 둘러싼 인간 대 인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걸까요? 뉴스톱이 짚어봤습니다.

 

출처: JIBS 유튜브
출처: JIBS 유튜브

◈제주 중산간의 지배자

5일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들개 640마리를 포획했다고 밝혔습니다. 버려진 개들이 제주 중산간 지역에서 야생화된 겁니다. 이 들개들은 떼를 지어 노루를 공격하거나 농장 가축을 습격하기도 합니다. 들개가 노루 새끼를 잡아먹어서 노루 개체수가 줄어들었다는 기사도 검색할 수 있습니다. 제주 들개에 관한 첫번째 언론보도는 1993년에 나왔습니다. 당시에는 최소 2마리라고 보도됐었는데요. 지난해 제주도가 실태조사를 해보니 1600~2100마리 정도가 사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가축피해도 있고, 다니는 사람들도 무서우니 민원이 빗발쳤습니다.

제주도는 지난해 들개 집중포획을 실시했습니다. 잡아들인 들개는 제주동물보호센터로 옮겨진 뒤 분양하거나 안락사 처리한다고 합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올해도 주요 번식기인 봄·가을철에 집중포획에 나설 예정”이라며 “현재 세부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영산강유역환경청
출처: 영산강유역환경청

 ◈무인도 쑥대밭 만든 흑염소

지난 4일 중앙일보는 “환경부가 제주 추자도 부속 섬인 청도에 살고 있는 30여 마리의 흑염소를 소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영산환경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제주시 추자면 신양리 청도에서 흑염소 30여마리가 확인됐다고 합니다.

청도는 추자도에서 배편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무인도인데요. 2003년 지형·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아 특별히 보호하는 곳을 뜻하는 ‘특정도서’로 지정됐습니다. 특정도서로 지정되면 도서생태계법에 따라 각종 개발행위는 물론 가축 방목, 야생동물의 포획·반입, 야생식물 채취 등이 금지됩니다.

그런데 2008년 무렵 누군가가 이 섬에 흑염소를 방목했고, 천적이 없는 곳에서 염소 떼는 개체수를 늘리며 섬의 풀과 나무를 먹어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제주도는 2008년부터 수 차례 엽사를 동원해 흑염소를 소탕했습니다. 영산환경청은 미처 다 잡아들이지 못한 흑염소가 다시 번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영산환경청은  관계자는 “지난해 특정도서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는 가운데 청도 내 흑염소 서식을 확인했다”며 “바다 날씨가 좋은 3~10월경에 드론을 이용하여 몰이 후 그물로 생포하며 잔존 개체는 열화상카메라로 위치 확인 후 포획 불가능한 경우는 GPS 생포 트랩을 이용하여 생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대한변협 유튜브
출처: 대한변협 유튜브

◈길냥이 둘러싼 사건들

길냥이(길고양이)를 학대하거나, 캣맘(길냥이 돌봐주는 사람)을 폭행하는 등 길냥이를 둘러싼 사건이 끊이지 않습니다. 3일 양구경찰서는 길고양이 꼬리를 잡고 바닥에 내려친 초등학생을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5일 대구남부경찰서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는 이유로 30대 여성을 폭행한 40대 남성을 입건했습니다. 이런 유형의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합니다.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은 집고양이가 길에서 살게 됐고, 이를 불쌍히 여기는 누군가가 먹이를 주고, 은신처를 만들어 줍니다.

먹이와 비바람 피할 곳을 제공받은 고양이는 개체수를 불립니다. 번식기가 되면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고, 동네 쓰레기봉투를 파헤쳐놓고, 자동차에 흠집을 내기도 합니다. 고양이로 인해 유발되는 이런 현상을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비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에 의해 도입된 비둘기는 도시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아갑니다.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불쌍히 여기는 누군가는 먹이를 주고, 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지자체에 민원을 넣습니다. 지자체는 비둘기가 모이는 장소에 현수막을 내겁니다.

 

출처: 어웨어
출처: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그들도 생명이다

개와 고양이를 버린 사람들은 왜 그랬을까요? 무인도에 염소를 풀어놓은 사람은 왜 염소를 방치했을까요? 국제행사에 분위기 낼 용도로 비둘기를 들여왔던 공무원은 어떻게 책임을 졌을까요? 개와 고양이, 염소와 비둘기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근원을 따져올라가면 결국 무책임하거나, 무신경하거나, 무계획이었던 인간이 책임을 져야할 일입니다.

동물을 물건 취급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손쉽게 사고 흥미가 떨어지면 버리고, 폭죽 터뜨리듯 비둘기를 날리고, 사육비 아끼려고 무인도에 염소 풀고... 동물을 생명을 가진 존재로 인식한다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사람이라면 함부로 이런 짓들을 저지르지는 않겠지요.

5일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응답자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크게 찬성하고 있었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96.4%는 반려동물 소유자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등록된 동물의 정보를 정기적으로 갱신하는 제도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려동물 등록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인식표 부착 의무화에 동의한다는 응답 비율은 95.8%로 조사됐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91.7%가 반려동물 양육자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반려동물 입양 사전교육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94.3%는 민법을 개정해 동물과 물건의 법적 지위를 구분하는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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