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고용보험료 안내요" 정부의 실업급여 '얌체짓'

  • 기자명 김형모
  • 기사승인 2019.03.04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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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기준으로 실업급여액이 6조7000억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월 21일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지급된 실업급여액은 2017년보다 약 1조4459억원 늘어난 6조6884억원. 1년 사이 27.6%가 늘어났다. 실업급여 통계를 공개한 2008년 이후 최대치다. 한편 2018년 실업자수는 107만3000명으로 연간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그렇다고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진 않는다. 2019년 1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6256억원으로 2018년 1월 4509억원보다 38.7% 증가했다. 2월 13일 통계청 발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가 122만4000명으로 19년만에 최대다.

실업급여 지급액 추이. 출처: 고용노동부 고용행정통계

이렇듯 심각해지는 고용환경속에서 가장 큰 버팀목은 고용보험이다. 실업급여는 단지 직장을 잃은 이들을 구제하는 자선이 아니다. 산업환경과 직업의 변화, 기업의 부침에 따라 직장을 떠나는 이들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고용보험은 실업급여 지급과 직업훈련 등을 통해 변화하는 산업수요와 직업환경에 대응하도록 한다. 이를통해 산업경쟁력 전반을 높이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사갈등과 대립을 완화시킨다.

한국, 해고 위험 가장 높고 고용보험은 부실

서형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OECD Employment Outlook 2018을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이직률이 가장 높고 해고 비율도 가장 높다. 한국의 이직률은 31.8%로 OECD 평균인 16.9%보다 월등히 높으며, 고용유연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미국(19.7%)보다도 훨씬 높다. 아울러 평균소득 대비 실업급여 수준을 측정하는 순소득 대체율(net replacement rate)은 2014년 기준 10%(실직 후 5년 평균)로 OECD 평균 28%보다 낮으며, 실직 후 1년 평균도 31%로 53%인 OECD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OECD 국가 이직률>, 2011~2013년 평균 출처: 서형수의원실
OECD 국가에서 근속연수 1년 이상 근로자가 강제퇴직 당하는 비율. 출처: 서형수의원실

 

여기에 더해 재취업도 힘들다. 한국의 1년 이내 재취업률은 50% 미만(2003~2008년), 40% 미만(2009~2010년)대로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낮으며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에 비해 재취업 속도도 느린 편이다. 

이렇듯 보다 강력한 실업급여를 비롯, 고용보험 확대 정책이 절실하지만 우리나라의 GDP 대비 실업급여 지출은 2015년 기준 0.29%로 OECD 평균의 43% 수준에 불과하다. 최대 240일인 짧은 수급기간, 일 상한액 6만6000원, 수입 발생시 급여 무조건 삭감, 자발적 이직자 지급 불가 등 요건은 엄격하며 급여는 박하다.

 

고용보험 확대정책, 재정적 마이너스만 있다

1995년 고용보험 시행 이후 많은 제도변화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더 많은 이들이 가입하게 범위가 확대되고 수급 기간도 늘려왔다. 1995년에 고용보험을 처음 시행할 때 실업급여사업은 상시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부터,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은 상시근로자 7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했지만 지금은 1인 고용 사업장도, 일용직도 가입할 수 있다. 최근에는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도 가입 가능하다. 사업주 가입 자격이 50인 이하 사업장으로 확대되면서 어지간한 중소기업 대표도 폐업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 외 두루누리사회보험 지원제도 등을 통해 더 많은 노동자들이 수월하게 가입하며 사업주의 부담도 줄여준다. 아직 실현은 안됐지만 실업급여 지급기간 연장, 가입범위 확대는 물론 기여와 상관없이 지급하는 ‘실업부조’ 도입과 자발적 이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도 활발히 논의 중이다.

그러나 대다수 정책들은 고용보험 및 관련 지출을 확대하는 내용들이다. 그렇다면 고용보험 확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인 ‘재정확충’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근간은 보험료다. 그러나 2013년 1.3%(노동자-고용주 각 0.65%)가 정착된 이후 고용보험 지출과 범위는 상당히 확대됐지만 보험료율은 여전히 그대로다.

 

정규직 공무원, 고용보험 가입 안해 보험료도 안내

직원 1명인 업체 노동자도, 단시간 근무하는 계약직도, 노동자가 아닌 일정 규모 이하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님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더불어 정부나 공공부문에 근무하는 상용직 노동자나 정부산하기관, 공기업 등의 정규직 노동자도 당연히 고용보험에 가입한다. 그러나 현재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은 <고용보험법 제10조> 규정에 따라 가입하지 않고 있다. 본인이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이유를 들어보자. 국민신문고를 통해 질의하고 노동부 고용보험기획과에서 답변한 내용이다

“고용보험은 공공부문을 제외한 민간부문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에 의한 공무원은 공무원법에 의하여 신분이 보장되고, 공무원연금 수혜대상인 점을 고려하여 고용보험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립학교 교직원은 공적연금인 사학연금에 가입되어 통상 근로자에 비해 해당 직종의 직업안정성이 높고, 이미 직역연금의 가입대상자로서 복지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 「고용보험법」제10조 제4호에 따라「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의 적용을 받는 자에 대해서도 고용보험 적용이 제외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은 “고용이 확고히 보장되기 때문에 실업 우려가 없고 그래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러한 이유로 고용이 확고하게 보장되지 않는 ‘임기제’나 ‘별정직’ 공무원 등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노동부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별정직 및 임기제 공무원의 경우에는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실제 공무원 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이들의 실직 후 생활안정을 보장하고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본인이 선택하는 경우에만 고용보험에 가입(임의가입제도)할 수 있도록 하고 최초 임용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소속기관의 장이 신청하거나 별정직·임기제 공무원 본인이 직접 신청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간제 공무원만 고용보험 가입...정부가 앞장서는 '얌체짓'

정규직 공무원은 안정적이니 가입 안하고, 기간제/별정직은 불안정하니 가입한다? 일견 타당한 얘기같지만 사실 사회보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다. 고용보험도 그렇지만 건강보험이나 산재보험, 국민연금 등 모든 사회보험 제도들의 핵심은 <강제 가입>이다. 내가 아프지 않고 병원갈 일이 없어도 소득이 있으면 건강보험료를 무조건 내야한다.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등 다른 제도도 마찬가지다. 공무원 부럽지 않은 고용안정성을 자랑하는 각종 공기업 및 공공기관 정규직들도 고용보험 의무 가입대상이다. 사실 고용보험의 주 수혜층은 툭하면 회사가 망하거나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실직 상태에 놓이는 불안정 노동자들이다. 반면 안정된 직장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평생 고용보험료는 열심히 내도 실업급여 한번 받을 일 없다. 

그런데 고용보험 운영 주체인 정부가 자신들이 고용한 이들은 ‘직업안정성’을 이유로 가입을 회피하면서 고용이 불안정한 임기제, 별정직 공무원은 가입시킨다. 만약 기업이 고용보험료 아끼고 직원들도 어차피 보험료 내는거 부담된다는 이유로 정규직은 쏙 빼고 비정규직만 고용보험에 가입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즉, 현재 정부의 행태는 사회보험 원칙을 위배하면서 혜택만 누리고 손실은 민간분야 노동자및 기업에게 전가하는 ‘얌체짓’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실업자 늘고 있는 사립학교 교원도 고용보험 가입불가

“직업안정성이 높다”는 이유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는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가입 예외 대상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정도로 직업안정성이 높다고 보기도 어렵다. 정규직 공무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사학연금이나 군인연금 가입자까지 ‘가입불가’인건 당사자 입장에서 억울한 면도 있다.

사립학교 교직원들 중 학령인구 감소로 구조조정과 대학 퇴출 등 신분이 결코 안정적이지 않은 이들도 상당하다. 이미 많은 대학의 교직원들이 직장을 잃었다. 1995년까지 입직자가 아닌 이상 20년 이상 근속해도 노인이 되기 전엔 연금이 나오지 않는다. 직업군인도 마찬가지다. 계급정년도 있을 뿐더러 다수의 학군·학사장교들이 장기복무 신청을 원하더라도 심사에 떨어지면 그냥 군문을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직업군인’이란 이유로 고용보험 가입 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사립학교 교직원의 고용보험 가입 불가에 대해 “통상 근로자에 비해 해당 직종의 직업안정성이 높다”고 답변했다. 솔직히 생각해보자.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입학정원이 계속 미달나는 대학 직원 중 누가 직업안정성이 좋을까? 

 

고용보험 강화하려면 공무원 가입부터

현재 고용보험 바깥의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직업군인 등은 약 160만명이다. 고용보험료 중 실업급여는 노사 동등히 0.65%씩 납부하며, 사측만 납부하는 ‘고용안정 직업능력 개발사업비’는 기업규모별로 차이가 있는데 ‘1천인 이상 기업 및 국가, 지방자치단체’는 0.85%이다. 즉 공무원 등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경우 총 부담하는 비용은 급여의 2.15%이다. 

그렇다면 공무원 등의 고용보험 가입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2018년 기준 공무원의 평균기준소득월액은 522만원이다. 약 160만명이 현행 보험료율대로 고용보험에 가입할 경우 약 2조1548억원의 추가 보험료 수입을 추산 할 수 있다. 실업급여분(노사 0.65%, 합 1.3%)만 따지면 1조3000억원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최대치를 기록한 작년 실업급여 지급액이 6조6884억원이었으니 1조3000억원이면 총 지급액의 19.5%에 달하는 큰 돈이다. 늘어나는 가입자수는 8.3%인데 추가되는 실업급여 수입은 19.5%다. 더불어 2017년 기준 고용보험료 총 징수액은 9조5297억원이다. 
공무원 등 가입에 따른 추가 보험료 징수 추산액 2조1548억원은 1343만명 가입자와 사업주가 납부한 기존 고용보험료 징수액의 22.6%에 달한다.

공무원 등의 고용보험 가입시 보험료 징수액 증가 추산

더군다나 이들은 ‘우량가입자’이다. 소득은 높고 직업 안정성은 좋은데 사고발생(실업 등) 위험은 매우 낮다. 공무원 등의 고용보험 가입은 기간연장·급여인상·자발적 이직자 지급 등 비롯한 실업급여 확대, 산업구조 개편에 따른 실효성 있는 직업훈련교육 강화 등을 실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공무원의 고용주인 정부가 꼭 손해보는건 아니다. 고용보험은 실업급여 외에 모성보호 사업도 담당한다. 3개월차 출산휴가 수당과 육아휴직 수당 등은 전액 고용보험이 지급한다. 공무원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자체 예산으로 지급한다. 2017년 한 해 동안 육아휴직을 사용한 국가 공무원만 3만7493명. 행정부 국가공무원이 65만6665명이니 5.7%에 달한다. 참고로 2018년 고용보험 육아휴직 사용자는 19만명이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1343만명인걸 감안하면 1.4%로 공무원에 비해 상당히 그 비율이 낮다. 공무원 고용보험 가입시 기존 정부 부처(지자체) 예산으로 지출했던 육아휴직수당 등 모성보호 지원비용 전액을 고용보험이 부담하게 된다. 그 외 재직자를 위한 다양한 고용보험 지원 교육프로그램을 공무원도 이용할 수 있다.  

 

고용보험 강화 외면했던 노동계가 나서야

노조 조직률이 10%에 불과하고 직장 안정성이 매우 떨어지는 현실에서 절대 다수 노동자에게 가장 큰 버팀목은 ‘고용보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해고는 살인이다”와 “비정규직 철폐하라”는 외칠지언정 고용보험 강화나 보험료율 인상을 주도한 적은 없었다. 그나마 “정부와 사업주가 부담을 늘려라”는 요구 정도였다. 

개별화된 노동자와 구직자에게 있어 ‘실업급여’는 사용자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협상력이다. 부당하거나 열악한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저항은 ‘퇴직’이며, 일명 블랙기업에 들어가지 않고 버틸 힘 역시 ‘실업급여’에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 이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더 관대하고 긴 실업급여 수급기간, 최초 구직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은 양극화된 노동시장 현실에서 다수 노동자에게 최소한 ‘안전모’라도 씌울 최우선 과제다.

그렇기에 노동계가 앞장서 '공무원·교사 고용보험 가입, 고용보험료 인상!'을 주장하길 희망한다. 특히 공무원 및 교원노조의 분발을 소망한다. 다른 조세나 사회보험처럼 고용보험 역시 ‘돈을 내는 이’들이 나서 "내 돈 더 가져가라"고 해야 일이 쉽게 풀린다. 공무원 등의 고용보험 가입은 정부가 사용주로서 자기 역할을 담당하면서 그간 노동계가 주장해 온 “정부의 고용보험료 지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공무원의 고용보험 가입, 고용보험료 인상에 대한 노동계의 적극적 행동은 노동조합이 사회적 책임을 실현할 가장 유력한 방안이다. 노동자의 권익신장은 물론 새로운 직업 탐구의 기회마련, 모성보호에 대한 지원 강화 등 다방면에 걸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불어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만의 <특수한 연금제도>를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는 고용·산재보험을 가입하지 못한다”였다. 그렇기에 이들의 고용·산재보험 가입(참고로 고용 산재는 한 묶음으로 가입됨)은 전체 국민을 아우르는 보편적이며 평등한 사회보험 제도 구축, 공무원-노동자간 산재 인정 및 보상 차별해소에도 일조하리라 기대된다.

*2019년 3월 4일 오전 10시 1차수정: 원래 제목 <실업급여 혜택만 누리고 손실은 민간에 전가하는 정부의 '얌체짓'>을 필자의 요청으로 현재 제목으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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