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공시지가 '23% 상승' 발표...실제는 12% 안팎

  • 기자명 최승섭
  • 기사승인 2019.02.2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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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올해 표준지공시지가가 고시됐다. 표준지는 전국 3200만 개별토지 가격의 기준이 되는 토지이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전국 50만 표준지 가격을 기준으로 각 지자체가 개별 토지들의 가격을 책정한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아파트에 비해 시세반영률이 낮은 토지와 단독주택의 시세반영률을 높이겠다고 공언해왔으나 지난달 발표된 표준단독주택에 이어 표준지공시지가 역시 부동산 종류에 따른 불평등한 과세 기준을 바로 잡기에는 매우 힘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표준지공시지가 상승률은 전국 9.4%, 서울 13.9%로 서울의 경우 지난해 6.9%보다 두배 상승했다. 그러나 실상은 좀 다르다. 극히 일부의 고가 토지만 많이 상승했을 뿐 나머지 토지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중심상업지나 대형 상업‧업무용 건물 등 고가토지를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높이 올렸다고 설명했는데, 그 비율이 0.4%에 불과하다. 나머지 99.6%는 공시지가 변동률이 예년과 거의 비슷한 정도이다. ㎡당 2천만 원 이상 고가 토지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20.05%를 기록했지만, 나머지 토지의 상승률은 7.29%에 불과하다.

시세의 70% 수준인 아파트 공시가격과 달리 시세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공시지가를 대폭 높여 정상화 할 것처럼 공언했지만 표준단독주택처럼 시세변화만 반영했을 뿐 정상화를 위한 상승은 사실상 없는 수준인 것이다.

물론, 명동에 위치한 표준지공시지가 상위 10위 내의 6개 필지는 공시지가가 2배로 올랐다. 일부에서는 이를 예시로 들며 정부의 과도한 세금 폭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고가 토지의 경우 지난해 3억에서 두배 상승한 금액이지만 여전히 주변 시세에 비해서는 매우 낮다. 필자가 이미 팩트체크한 바 있듯 명동 일대의 토지시세는 평당 10억원을 넘나든다. 가장 비싼 땅이 아닌 곳도 평당 10억으로 거래됐는데 정부가 가장 비싼 땅이라고 평가한 곳의 가격이 10억원이 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같은 명동에 위치한 표준지10위 토지는 3.3㎡당 3700만원에 불과하다.

 

<표1>시도별 공시지가 변동률

전국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세종

9.42

13.87

10.26

8.55

4.37

10.71

4.52

5.40

7.32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5.91

5.79

4.75

3.79

4.45

6.28

6.84

4.76

9.74

자료)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공시지가 23%로 가장 많이 상승했다는 강남구, 실제는 12% 상승

올해 공시지가가 가장 많이 상승한 지역은 강남구로 23.13%가 상승했다. 이어 중구가 21.9%가 상승해 전국에서 두 지역만 2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북 군산과 울산 동구는 지역 경기 침체로 유일하게 공시지가가 하락했다.

<표2> 변동률 상․하위 5위 시군구 현황(%)

상위 5위

하위 5위

서울 강남구

(23.13)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영동대로

지하 통합개발계획

전북 군산시

(-1.13)

제조업 경기 침체 및 인구 감소

서울 중구

(21.93)

도시환경정비사업 및 만리동2가 주택재발사업 등 진척

울산 동구

(-0.53)

현대중공업 종업원수 감소 및 관련 기업 불황으로 인한 경기침체

서울 영등포구

(19.86)

재개발‧재건축 등 개발진행

경남 창원성산구

(1.87)

조선 및 자동차 산업의 약세, 전반적인 제조업 경기 침체

부산 중구

(17.18)

북항재개발 사업 진척

경남 거제시

(2.01)

조선 및 해양플랜트 사업 부진 및 구조조정 등으로 인구 감소세

부산 부산진구

(16.33)

시민공원 일대 개발사업, 전포카페거리 활성화

충남 당진시

(2.13)

테크노폴리스 개발사업 취소, 철강 경기침체

자료)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23%가 상승한 강남구의 실제 세부 현황은 어떨까? 2월 14일부터 올해 표준지가 고시되고 있으며, 정부의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인터넷으로 조회할 수 있다.

올해 강남구 표준지는 1,242개 필지이다. 이중 ‘답’에서 수서역세권개발 부지로 지정되어 공시지가가 3-4배 상승한 6개 필지를 제외하고 1,236개 필지의 올해와 지난해 가격을 전수조사해 비교한 결과 평균 상승률은 17.6%로 나타났다. 정부의 상승률 23.13%와 차이는 있지만 이는 평균을 산출하는 방식의 차이와 수서역세권으로 개발된 6개 필지를 제외했을 경우 허용 가능한 오차로 판단된다. (필자가 정부와 같은 방식으로 하고 싶어도 정부가 상승률 산출 근거를 밝히지 않아 필자 방식대로 할 수 밖에 없다. 필자는 각 필지단위면적당 평균 공시가격끼리의 변화를 비교했다.)

강남구의 상승률별 분포를 살펴보자. 평균이라는 것이 모두 23%가 상승했음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그 분포를 살펴보는 것이 진짜 상승률이 얼마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다.

<표3>강남구 단위면적당 공시지가 구간별 상승률

공시지가

(㎡/만원)

필지 수

면적 계

(㎡)

평균가(원)

2018

2019

상승률

500미만

198

773,596

2,957,818

3,293,538

11%

500-999

534

406,984

6,888,511

7,751,948

13%

1000-1499

235

303,538

12,342,553

13,842,809

12%

1500-1999

159

86,490

17,296,981

21,352,830

23%

2000-2999

70

48,796

23,788,571

29,725,714

25%

3000-3999

21

17,155

35,409,048

44,061,905

24%

4000-4999

16

103,309

42,893,125

52,626,250

23%

5000이상

3

2,467

59,416,667

71,633,333

21%

1,236

1,742,335

10,670,035

12,543,140

18%

각 가격별 구간을 설정해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당 500만원 미만은 11%,, 500만-999만원은 13%, 1000만-1499만원은 12%를 기록했다. 이후 구간대는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1500만-1999만원은 23% 상승했으며, 정부가 고가 토지라고 명시한 2000만원 이상도 23% 상승했다.

구간별 통계이기 때문에 전체 개별합의 평균과 차이는 있겠지만 뭔가 이상하다. 상식적으로 강남구 전체가 평균 23% 상승했다면, 10%가 상승한 구간이 있다면 30%가 상승한 구간이 있어야 평균이 20% 정도일텐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구간이 2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표3>강남구 단위면적당 공시지가 구간별 상승률

공시지가

(㎡당)

필지수

면적 계

평균가

2018

2019

상승률

1500만원 미만

967

(78%)

1,484,118

(85%)

7,396,294

8,296,098

12%

1500만원 이상

269

(22%)

258,217

(15%)

218,400,408

267,911,396

23%

1,236

(100%)

1,742,335

(100%)

10,670,035

12,543,140

18%

 

상승률이 변화가 큰 1500만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1500만원 미만은 12%, 이상은 23%가 증가했다. 그런데 1500만원 미만 토지가 전체 표준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필지수로는 78%, 면적으로는 85%로 압도적으로 많다. 실상 공시지가가 23%로 가장 많이 상승했다는 강남구에서 조차도 전체 표준지의 절대 다수는 상승률이 12%에 불과한 것이다.

이번에는 각 상승률 별로 분포를 살펴보자. 필지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20%미만 상승한 필지수가 전체 1236개 중 989개로 80%에 달한다. 20%대 상승한 필지는 146개로 12%, 50%이상 상승한 필지는 21개로 2%이다. 면적을 기준으로 할 경우에도 20% 미만 상승한 표준지가 1,323,409㎡으로, 전체 1,742,335㎡의 76%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결국 강남구의 표준지는 대부분 10% 초반의 상승률임에도 통계 산출 방식으로 인해 정부는 23%가 상승한 것으로 발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계라는 것이 산출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다르고, 어떠한 것이 맞는 산출 방식인지를 논의 하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준은 무엇이고, 어떠한 방식으로 산출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함께 공개되어야 한다. 국민세금으로 통계를 산출하는 정부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야만 정부 통계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고, 정부 역시 오류를 방지 하지 위해 더욱 명확한 기준을 세워서 통계를 산출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남구 표준지가 23% 상승했다는 정부 발표,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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