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재인미터
[문재인미터] 교육거버넌스 개편 공약은 ‘진행중’교육부 기능 개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등 교육 시스템 개혁 어디까지 됐나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교육 개혁의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교육부의 권한 축소 및 폐지는 하나의 화두였다. 때문에 교육부의 기능을 고등·평생·직업교육 중심으로 재편하고, 현재와 같이 초·중등교육은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로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기능이 대폭 축소되어서 보건복지부의 보육,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업무 등과 통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며, 교육부 장관이 겸임해온 사회부총리 역할이 다른 부처로 옮겨갈 수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2017년 5월 25일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조직개편에 대한 내용이 없었고, 새 정부의 조직개편 방안에서도 교육부는 제외되어, 일단 기존 모습을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교육분야 대선 공약 중 핵심 사안은 정권의 변화와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갖추고 중장기적으로 국가교육 정책을 논의하는 독립기구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집권 초기에는 교육개혁 추진을 위한 대통령 직속 기구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해 로드맵을 실현해갈 뜻을 밝힌 바 있다. 교육부 개편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기점으로 잠시 보류됐을 뿐, 이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집권 초반부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전 단계인,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 ‘국가교육회의’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6월 9일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향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고 개헌을 통해 헌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 개편은 이 구상을 실현한 이후로 넘어간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1기 교육부 장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은 2017년 6월 29일 인사청문회에서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등의 일반고 전환 문제를 “국가교육회의에서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는 등, 현행 교육 제도의 굵직한 개혁을 국가교육회의에서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교육부는 2017년 8월 17일 ‘국가교육회의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입법예고했다. 교육·학술·인재 양성 정책에 대한 자문과 부처간 또는 중앙정부·지방간 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구성은 당연직 위원과 1년 임기의 민간위원 등 최대 21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당초 대통령이 의장을 맡기로 했던 국가교육회의의 의장을 민간위원 중 한 명으로 위촉한다는 방침이 나와, 위상과 역할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교육 개혁이 집권 초반부터 ‘용두사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국가교육회의 의장에는 신인령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2017년 9월 25일 위촉됐다. 이화여대 총장, 교육부 법학교육위원장 등을 지낸 바 있는 신 의장은 법학, 여성, 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여성계 대표 주자 중 한 명이며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은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0월 10일 위촉장 수여식에서 “교육 문제는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이고, 모든 국민이 교육개혁을 바라고 있다”면서 “국가교육회의가 그런 과제를 잘 수행하고 장차 국가교육위원회로 발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신 의장은 “헌법상 교육기본권에 입각한 현실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국가교육회의는 민간위원 인선이 지연됨에 따라 ‘늑장’ 출범 논란이 일었고, 2017년 12월 13일 가까스로 인선을 마치고 공식 출범해 기구 정상화에 반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시작부터 '용두사미', '무용론' 논란에 휩싸인 국가교육회의

출범 초부터 국가교육회의는 무용론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국가교육회의에서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고교학점제 ▲고교내신성취평가제(절대평가) ▲교육부 유초중등 업무의 시도교육청 이양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교육부가 2017년 11월 2일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신입생 우선선발권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히면서 굵직한 교육 개혁 주요 의제를 교육부에서 먼저 주도해버리면서다.

국가교육회의의 주요 역할은 교육계 전반의 현안에 대한 대안 도출로 기대받았지만, 2018년 임기 시작부터 교육계의 주요 관심사인 2022학년도 수능 개편시안을 정하는 일이 되었다. 전년도인 2017년 8월 교육부가 수능 개편안 결정을 1년 유예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18년 1월 24일 “3월 말 혹은 4월 초 수능 개편안 시안을 확정해 국가교육회의로 넘기겠다”고 밝혔고, 2018년 4월 11일 국가교육회의에 이송안을 마련해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선발방법, 선발시기, 수능 평가방법 등 3가지 사항을 숙의, 공론화하고 결과를 도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송안의 내용은 11월 수학능력시험 이후 수시와 정시 구분 없이 대학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1997년 수시 모집 제도 시행 이후 25년 만에 수시·정시 구분이 없어지는 변화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송안이 쟁점 현안들을 나열했을 뿐이어서 교육부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교육회의는 2018년 2월 27일 3월 중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이하 대입제도 개편특위)를 구성하고 대입제도 개편안을 비롯해 고교체제 개편, 유치원-어린이집 격차 완화 등 국정과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이중 구체적으로 손을 댄 것은 대입제도 정도로 평가된다. 국가교육회의는 2018년 4월 16일 제3차 회의에서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방안을 국민 참여형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를 꾸려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8월초까지 권고안을 만들어 교육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권고안을 바탕으로 교육부가 8월말까지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발표되자 ‘백년지대계’인 대입 제도를 교육부-국가교육회의-대입제도 개편특위-공론화위 순으로 “하청에 재하청을 준 꼴”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입제도 개편특위는 2018년 4월 23일 현장 교사 2명을 포함한 13명의 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국가교육회의 구성 당시 현직 교사가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한 인선이었는데, 학부모 위원은 포함되지 않아 또 다시 입길에 올랐다. 이후 대입제도 개편특위는 2018년 5월 3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국민제안 열린마당’을 실시했다.

공론화위는 2018년 4월 29일 김영란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공론화위는 2018년 5월 16일 만 19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시민참여단’ 논의와 권역별 토론회를 통해 공론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2018년 7월에 시민참여단 400명을 구성하고 이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대입제도 개편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하청’ 논란을 낳기도 했다.

2018년 5월 31일 대입제도 개편특위는 공론화의 범위를 발표하고 큰 쟁점은 공론화위에, 세부 사항은 교육부에 공을 넘겼다. 공론화의 범위는 수능 절대평가 도입 여부와 수시·정시 비율,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등이다. 애초 관심을 모았던 대입의 수시와 정시 통합 방안은 무산됐다. 이후 공론화위는 2018년 6월 20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나리오 총 4개를 내놓았는데, 바로 학생부-수능전형 간 비율,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수능 평가방식(절대평가 전환 또는 상대평가 유지) 등 주요 쟁점에 대한 개편방안을 조합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시나리오는 현행 대입제도와 큰 차이가 없거나 과거 논의된 방향과 다르지 않아 공론화에 큰 소득이 있겠냐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수능의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방향 때문에 ‘도돌이표’라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 토론회가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번 진행됐지만, 정작 이런 절차를 통해 나온 주장들은 교육계에서 오랫동안 제기되어온 이슈라는 점 때문에 현장의 반응은 냉랭해졌다. 수능을 중심으로 한 정시모집 확대,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한 수시모집 확대 주장은 팽팽하게 맞서는 문제지만, 정부는 어느 쪽으로도 명확한 결론을 못 낸 채 책임을 다른 기구에 전가하는 모양새여서 비판에 휩싸였다. 교육분야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 인터뷰에서 “여론 수렴은 이미 많이 했는데 교육부의 ‘결정 장애’ 때문에 시간과 비용과 노동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가교육회의 거친 대입개편안, 평가는 "돌고돌아 제자리"

2018년 7월 11일 만19세 이상 국민 시민참여단 550명이 선정됐고, 결정은 시민참여단이 공론화위가 내놓은 4가지 안 중 각 시나리오별로 5점 척도 점수를 매겨 평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 결과 공론화위는 2018년 8월 3일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 비율을 45% 이상으로 늘리고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자는 1안, 수시·정시모집 비율은 대학 자율에 맡기고 수능 절대평가를 전 과목으로 늘리자는 2안이 각각 1, 2위를 차지한다는 내용의 대입제도 개편안 공론화 결론을 발표했다. 그러나 공론화위도 사실상 2022학년도 대입안에 대한 답을 못 찾은 채 공을 다시 국가교육회의로, 또 교육부로 넘기는 형국이 되었다.

국가교육회의는 2018년 8월 7일 비율을 명시하지 않고 수능 위주 전형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고, 교육계에서는 이를 두고 수능 위주 전형을 소폭 늘리되 현행 입시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분석하기도 했다. 비율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수능 위주의 전형 확대를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교육회의의 권고안을 두고 교육시민사회단체에서는 “학교교육정상화를 포기한 안”이라는 악평까지 나왔다.

이렇게 돌고 돌아 다시 공을 넘겨받은 교육부는 2018년 8월 17일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30%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2022학년도 대입제도안으로 발표했다. 수능 과목 중에는 기존 절대평가 과목인 영어, 한국사에 제2외국어, 한문을 추가해 절대평가로 변경하는 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런 교육부의 안은 결국 돌고 돌아 결국 ‘다시 제자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2017년 8월 유예를 선언한 대학입학제도 개편안이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특위, 공론화위, 시민참여단을 거쳐 다시 교육부로 와서 1년만에 확정되었으나, 그 결과물이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소폭 확대하는 것 외에는 현행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1기 국가교육회의는 ‘폭탄 돌리기’, ‘정책실종’ 등의 오명을 뒤집어쓴 채 임기를 마무리했다.

문재인 정부의 2기 교육부 수장으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임명됐고, 임기 1년의 국가교육회의는 2018년 12월 19일 김진경 신임 의장을 비롯한 20명으로 2기 체제를 맞이했다. 2기 국가교육회의의 당면 과제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서도 나타나있듯, 정권을 초월해 국가 교육계획을 중장기적으로 마련하는 ‘국민교육위원회’ 수립에 있다.

2019년 2월 20일 국가교육회의는 대학 3주체라 불리는 대학, 교수, 학생 단체 10곳과 함께 손잡고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협력하겠다는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국가교육회의는 2019년 2월 말에는 국회 공청회를 통해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며, 올 상반기 중 특별법 제정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를 그대로 둔 상황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옥상옥(屋上屋)’이 될 가능성, 국가교육회의가 실효성 없이 제자리걸음만 했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결과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교육부 해체론이 대선공약으로 대두되어왔을 정도로 한국 사회의 교육 정책에 대한 불신은 깊다. 문재인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겠다 했지만 교육 문제를 제대로 수술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자조적인 여론도 나온다. 그럼에도 경쟁 중심적인 한국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 정책의 근본적 틀을 바꾸고 개혁하는 초정권적·중장기적인 기구의 필요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국가교육회의 1기의 문제점을 되짚으며, 제대로 된 위상과 실효적 힘을 가진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여론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뉴스톱>은 지난 국가교육회의의 역할에 한계도 있었지만, 향후 교육 개혁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약 이행에 대해서는 ‘진행중’으로 평가했다.

이고은 팩트체커  freetree@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5년부터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다 2016년 '독박육아'를 이유로 퇴사했다. 정치부, 사회부 기자를 거쳤고 온라인 저널리즘 연구팀에서 일하며 저널리즘 혁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두 아이 엄마로서 아이키우기 힘든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알리는 일에도 열의를 갖고 있다.

이고은 팩트체커  freetree@newstof.com

<저작권자 © 뉴스톱,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고은 팩트체커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