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효율·가격·인프라 우위...자율주행 공간활용도 유리

<수소경제 진단> ⑥ 주행거리, 충전시간, 가격 등 전기차와 수소차 유불리 비교

  • 기사입력 2019.03.07 05:40
  • 최종수정 2019.12.09 15:19
  • 기자명 이용욱
뉴스톱의 <수소경제 진단> 시리즈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추진 방안을 놓고 각종 매체와 소셜미디어에서 찬반논란이 뜨겁다. 수소경제의 핵심은 수소차와 수소발전인데 아직까지 많은 기술적, 경제적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성급하게 추진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에너지 공급 체계는 한번 구축되면 쉽게 바꾸기 어려워 향후 오랜 기간 동안 산업과 경제의 광범위한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추진된다기보다는 정부의 선언을 바탕으로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특히 우리나라의 중요한 산업 중의 하나인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찬반 논쟁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공개하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매우 긍정적이라 생각된다. 필자도 이런 합의과정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에너지원으로써 수소가 가진 한계점을 지적하고 이로 인해 예상되는 수소차의 한계와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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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물질이며 무한정한 청정에너지의 원천,” 수소에너지를 홍보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문구이다. 하지만 이 문구는 현실을 호도하는 부적합한 표현이다. 수소가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물질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밤하늘에 보이는 수많은 별들에서, 가까이는 밤낮을 바꿔가며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태양에서 핵융합을 통해 막대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는 무한정한 에너지의 원천인 것도 맞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지구에서는 순수한 수소를 구하기도 어렵고, 수소로부터 바로 에너지를 얻을 수도 없다.

지구에도 수소는 많이 있다. 문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소는 거의 전부 다른 원소와 결합된 화합물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가장 흔한 형태는 탄소와 결합한 탄화수소와 산소와 결합한 물이다. 지구에서 순수한 수소를 얻으려면 탄화수소나 물 분자를 깨뜨려서 수소 분자들을 따로 모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소비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지구상에서의 수소는 에너지를 소비하고 오염물질을 배출해가며 만들어야 하는 2차 에너지에 불과하다. 순수한 수소를 직접 구할 수 없는 한 수소는 에너지원(1차 에너지)이 아니라 에너지의 형태를 바꾸어 이동/저장하는 매개체(2차 에너지)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앞에서 인용한 문구에서처럼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수소를 지구로 가져다가 쓸 수는 없을까?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대량의 수소가 존재하는 곳이 바로 태양이다. 태양의 뜨거운 열과 중력, 그리고 지구와 태양 사이의 엄청난 거리를 극복하고 태양의 수소를 지구로 직접 끌어올 수 있는 ‘우주빨대'같은 것을 만들지 않는 한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수소를 지구에 사는 인간이 이용할 수는 없다. 수소는 ‘에너지원'이 아니라 에너지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에너지 매개체'일 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수소를 얻기 위해 왜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오염물질도 배출하게 되는지 이해하기 위해 분자를 깨뜨리는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탄화수소 분자를 쪼개는 방법은 고온상태에서 수증기를 넣어 탄화수소 분자의 탄소와 물 분자의 산소를 결합시키고 떨어져 나온 수소분자를 따로 모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온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에서 열(즉 에너지)을 공급해야 하며, 그 결과로써 탄화수소를 연소시키는 것과 동일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즉, 깨끗해 보이는 수소가스를 얻기 위해 이미 대량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도 미리 대기중으로 방출하게 되는 것이다. 물 분자를 쪼개는 방법은 전기분해이다. 그런데 전기분해로 수소를 생산하려면 많은 전력이 소비된다.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전기를 써서 수소를 생산한다고? 넌센스다. 에너지는 변환 과정을 거칠 때마다 손실이 발생한다. 전기분해로 수소를 생산한 다음 이를 이용하여 다시 전기를 만들기보다는 그냥 전기분해에 쓸 전기를 직접 이용하는게 훨씬 낫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수소는 에너지 저장 효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매개체이다 (유휴전력을 저장하기 위해 전기분해로 수소를 만들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연료전지로 다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은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자동차에 촛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발전 분야에 대한 논의는 다루지 않는다).

전기차(배터리차)와 수소차(수소전지차)가 에너지를 얻어 구동하는 방식.

에너지효율은 전기차가 수소차에 2~3배 앞서

수소차/수소경제 논쟁에서 항상 비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전기에너지이다. 지구상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전기는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정전기나 폭풍우가 칠 때 나타나는 번개 정도이다. 둘 다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전기를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려면 화석연료(즉 탄화수소)를 태우거나 태양광, 풍력 등 다른 형태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수소와 마찬가지로 2차 에너지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게 될 효율, 경제성, 사용 편의성 등에서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것이 될 것이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경로는 대단히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경로를 통틀어 비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글에서는 자동차로 범위를 좁혀 수소와 전기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고, 이후 다른 분야에서 수소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금 검토해 보고자 한다.

수소차와 전기차의 에너지 이용 과정은 아래와 같다.

■수소차 (가스개질)

■수소차 (수전해)

수소차의 경우 천연가스나 물을 분해하는데 이미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점은 앞에서 설명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현재 수소차에서 사용되는 수소가스는 700기압이라는 높은 압력으로 압축된다. LPG 차량에 공급하는 가스의 압력이 20기압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압력이다. 이렇게 높은 압력으로 압축하는 데에는 당연히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에 더해 압축된 수소를 탱크에 싣고 운송하는 데에도 추가로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차량에 공급된 수소가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에서도 수소에 저장된 에너지의 일부가 열 등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손실된다. 이렇게 에너지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친 에너지 효율의 추정치는 대략 3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즉 최초로 투입된 에너지의 30% 정도만 실제로 차를 움직이는데 사용되고 나머지 70% 정도의 에너지는 어디론가 손실되는 것이다.

■전기차 

전기차의 경우는 에너지의 생산에서 사용에 이르는 과정이 수소차에 비해 단순하다. 그리고 각각의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이 수소차의 경우보다 현저히 낮다. 예를 들어 수소차의 경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고압 압축과 같은 과정이 전기차의 경우에는 없다. 결과적으로 전기차의 경우 전 과정에 걸친 에너지 효율의 추정치는 7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전기차는 같은 양의 에너지로 수소차에 비해 2배 정도의 거리를 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에너지는 형태가 자꾸 바뀔수록 손실이 증가되므로 복잡한 에너지 전달과정을 거쳐야 하는 수소차의 에너지 효율이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수소차 기술이 아무리 발전되더라도 이 격차가 좁혀질 수는 있을지언정 뒤집어질 수는 없다. 에너지 효율은 친환경성과 정비례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이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로 100%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친환경성 측면에서 올바른 선택이다. 수소차는 전체 에너지 효율이 10%대 중반에 머무르는 내연기관차에 비하면 훨씬 친환경적이지만 전기차에 비한다면 반(反)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성능에서 수소차 vs 전기차 승자는?

이제 성능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수소차와 전기차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자. 수소차와 전기차의 비교에서 많이 언급되는 요소들의 상대적 우열을 아래의 표에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수소차

전기차

주행거리

유리

불리

충전시간

유리

불리

차량 가격

불리

유리

에너지 비용

불리

유리

인프라 보급

불리

유리

기타

공기 정화 효과

우수한 가속성능

① 주행거리 - 수소차 우위지만 격차 좁혀져

압축수소는 배터리보다 매우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압축수소를 이용하는 수소차가 주행거리 측면에서 유리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압축수소의 에너지 밀도는 압축 압력에 따라 달라진다.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얻으려면 더 높은 압력으로 수소가스를 압축해야 한다. 현재 현대차가 내놓은 수소차는 초기에는 200기압으로 압축된 수소가스를 이용했으나 이후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700기압으로 압력을 높였다. 향후 설치될 수소 공급 인프라도 모두 여기에 맞추어 설계되고 건설될 것이다. 일단 충전소 등 인프라 시설이 건설된 이후에는 압력을 더 높이기 어렵게 된다. 압력을 높이려면 인프라 전체의 설계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수소탱크의 용량을 더 늘리거나 연료전지의 에너지 변환 효율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현재 상용화된 연료전지의 에너지 변환 효율(연료전지에 공급된 수소가 품고 있는 에너지 중에서 실제 전력으로 전환된 에너지의 비율. 앞에서 다뤘던 에너지의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과정에 걸친 에너지 효율과는 다른 개념임)은 약 40% 수준(폐열을 활용할 수 있는 발전소에서는 종합적인 에너지 효율이 80%에 이르기도 하지만 자동차에서는 대부분의 폐열을 라디에이터를 통해 방출하므로 전력으로의 변환 효율은 그에 미치지 못함)이며 나머지 에너지는 폐열이나 수소가스 누출 등으로 손실된다. 연료전지의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의 뚜렷한 개선 효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수소탱크의 용량을 늘리는 것도 차량 내의 공간이 제한적이므로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수소차의 주행거리는 현재 상태에서 향상될 여지가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반면에 전기차의 경우 리튬이온배터리의 성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훨씬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전고체배터리 등의 신기술도 개발되고 있어 주행거리 개선 가능성이 수소차에 비해 훨씬 높다. 수소차와 전기차의 주행거리 격차는 앞으로 빠르게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② 충전시간 - 수소차 우위지만 보급 늘면 오히려 대기시간 증가

충전시간은 아마도 수소차의 우위가 오랫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차나 수소차와 동등한 수준인 수 분 내로 전기차 충전을 완료하려면 충전기의 전력 용량도 높아야 할 뿐만 아니라 공급되는 전력을 흡수할 수 있도록 배터리의 성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의 리튬이온배터리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는 다른 타입의 배터리들도 이정도 수준의 성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늘어나면 충전해야 하는 빈도수가 줄어들게 되고 충전기가 보급됨에 따라 주차 중에 수시로 충전할 수 있게 되어 충전시간으로 인해 전기차 이용자들이 겪게 될 불편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한편으로 수소차의 충전시간도 좀 더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수소충전소에서 수소차에 연료를 충전해주면 충전소의 탱크 내 압력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수소차가 많지 않은 경우 충전소 탱크의 압력 저하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겠지만 수소차가 늘어날수록 압력저하가 심하게 발생하여 결국 충전시간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려면 충전소에서는 수시로 재압축을 통해 저장탱크 안의 압력을 유지해야 할텐데, 이로 인해 대기시간이 발생하고 에너지도 추가로 소비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충전시간에 있어서 수소차의 우위는 수소차가 많이 보급될수록 퇴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③ 차량 가격 - 전기차 우위에다 격차 더 벌어질 가능성

차량 가격은 현재 전기차가 우위에 있다. 수소차는 비싼 백금을 사용해야 하는 연료전지 스택이나 탄소섬유를 휘감아 만들어야 하는 수소연료탱크 등의 부품들 때문에 차량 가격이 전기차에 비해 훨씬 높다. 하지만 연료전지 스택에서 사용하는 백금의 양을 줄이거나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찾아내는 등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차량 가격을 좌우하는 더 큰 요인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자동차와 같이 대규모의 생산 설비가 필요한 제품의 생산량이 충분히 많아야 경쟁력있는 가격을 확보할 수 있다. 수소차와 전기차는 제한된 수요를 놓고 경쟁하는 대체재 관계에 놓여있는데, 전기차는 이미 대중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에 유리한 입장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정부나 자동차 메이커들이 수소차에 투자를 한다고는 하지만 보급 목표 댓수를 보면 전기차와 수소차의 격차는 뚜렷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먼저 달성하는 것은 전기차가 될 것이고, 그 이후에는 차량 가격의 차이에 의해 보급 댓수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되는 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④에너지 비용 - 전기차 우위

에너지 비용은 차량이 단위 거리를 주행하는데 소비되는 에너지의 가격을 의미한다. 1km를 주행하는데 소비되는 에너지 비용은 현재 수소차가 약 100원 수준, 전기차는 약 30원 수준으로 전기차가 훨씬 저렴한 것으로 추산된다. 수소를 대량생산하게 되고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의 효율성이 개선된다면 지금보다 수소의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수소차의 에너지비용이 전기차보다 낮은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수소의 생산단가도 수소차의 보급대수에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수소차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가 에너지 비용에서도 큰 관건이 될 것이다.

전기차 간이 충전소. 출처: plugincars.com

⑤ 인프라 보급 - 전기차 압도적 우위

현재 상태에서 전기차와 수소차의 인프라는 비교가 안된다. 전기차를 위한 인프라는 이미 구석구석까지 구축되어 있는 송배전망의 말단에 충전기만 설치하면 되는데 반해 수소차 인프라는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전기차를 위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완속충전기는 100만원 수준, 상업적으로 설치되는 급속충전기는 대략 3천만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수소충전소는 1개 건설 비용이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더해 수소 생산 공장, 수소 운송 차량 등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모두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미래 전망을 보더라도 수소 충전소의 높은 건설 단가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비용을 들여 수소충전소를 짓는다면 그만큼 많은 수소차가 보급되어 있어야 충전소의 수익성이 보장될 수 있다. 

하지만 수소충전소가 충분히 보급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들이 수소차를 선뜻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 수소차가 충분히 보급되지 않으면 수소충전소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에 필요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고, 이는 결국 수소충전소 건설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새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현재 구축되어 있는 도시가스 및 LPG 인프라를 활용하여 수소를 공급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수십기압 수준을 목표로 만들어진 도시가스 인프라는 700기압에 이르는 수소가스의 압력을 견뎌낼 수 없고, 수소취성(수소와 금속이 접촉할 때 금속의 원자 결정 사이로 수소 원자가 침투하여 금속의 인성과 연성이 저하되어 쉽게 파괴되는 현상)에 대한 대비가 없는 기존의 가스 인프라에 수소가스를 주입한다면 배관, 저장탱크 등의 구조물의 내구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수소 인프라는 처음부터 새로 지어야 하며 여기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전기차의 경우도 차량이 늘어나면 송배전 인프라의 용량을 늘려야 하지만 이 경우는 기존의 인프라에서 점진적으로 확충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수소 인프라에 비해 비용부담이 훨씬 가벼울 것이다.

⑥ 수소차 공기정화효과는 과장

수소차의 장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 중에 수소차는 주행하면서 주위의 공기를 더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는 얘기가 있다. 연료전지가 원활히 작동하려면 먼지가 없는 깨끗한 공기가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에 수소차에는 매우 촘촘한 공기 필터가 달려있다. 이 때문에 수소차가 지나가면 공기중의 먼지가 걸러져서 ‘달리는 공기청정기’와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더러운 배기가스 대신 순수한 물만 내뿜을 뿐만 아니라 공기까지 정화시켜주니 수소차는 정말 훌륭한 물건이다! 그런데 과연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도 될까? 

수소차는 공기중의 산소와 탱크에 저장되어 있는 수소를 연료전지에서 반응시켜 전력을 얻고 수증기를 배출한다. 그런데 공기는 대략 80%의 질소와 20%의 산소로 구성되어 있다. 수소차는 공기중의 산소를 수증기로 만들어 배출하기 때문에 수소차가 지나간 자리에는 질소가스만 남게 된다.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하지만 숨은 쉴 수 없는 질소가스로 가득찬 공기를 원하는가? 물론 수소차가 지나가면 질소가스만 남아 숨을 쉴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엄청난 과장이다. 마찬가지로 수소차가 지나가면 공기가 깨끗해진다는 것도 이와 별로 다를 바 없는 수준의 과장이다. 이런 것까지 수소차의 장점이라고 홍보한다면 오히려 별다른 장점이 없다는 궁색함만을 더욱 드러내게 될 뿐이다.

버스ㆍ화물차 등 정해진 노선을 다니는 경우 수소차 가능성 있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소차와 전기차의 장단점을 비교하면 할수록 전기차의 장점과 수소차의 한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렇다면 과연 수소차가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없는 것일까? 지금까지 검토한 내용은 묵시적으로 승용차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승용차는 주로 개인들이 정해지지 않은 경로를 임의로 다니는데 쓰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재보급하는 인프라의 존재 여부가 차량 보급의 중요한 관건이 된다. 따라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충전소를 한꺼번에 설치하기에 불리한 입장에 처해있는 수소차의 보급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정해진 노선으로 운행하는 버스나 트럭이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경로상의 주요 포인트에만 충전소를 설치하면 되므로 훨씬 현실성이 높아진다. 

특히 미국에서 운행되는 대형 트럭처럼 엄청나게 먼 거리를 며칠에 걸쳐 운전자가 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해가며 운행해야 하는 경우라면 수소차가 이미 갖고 있는 긴 주행거리와 짧은 충전시간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다. 장거리 트럭이나 버스의 운행 경로를 중심으로 수소충전소를 차근차근 늘려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승용차 운전자들도 큰 불편없이 수소차를 몰 수 있을만큼 충분히 많은 수소충전소가 확보될 것이다. 그 시점부터는 수소차도 승용차 시장에서 전기차와 경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도 성공이 보장된 시나리오는 아니다. 테슬라를 비롯해서 다수의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이용하는 대형 트럭을 이미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수소트럭이 우선 전기트럭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이후의 과정이 전개될 수 있다.

세계시장은 전기차로... 내수만으로 수소차 성공할 수 없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소차 관련 정책에서 불만인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수소차와 전기차가 가진 장단점을 합리적으로 고려한 로드맵은 보이지 않고 ‘수소경제’를 선언한 이후 수소의 장점을 과장되게 홍보하며 휘몰아가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정부가 이렇게 수소차로 몰아가는 이유는 수소차는 기술적 장벽이 높고 필요한 부품이 많아 부품업체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내수시장만으로 유지될 수 있는 규모를 훨씬 넘어선다. 현대기아차가 2018년에 판매한 740만대의 차량 중에서 국내에서 팔린 차량은 1/5 수준인 125만대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나 수입차의 판매량까지 모두 더해도 우리나라 시장의 규모는 180만대에 불과하다. 내수시장만으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을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당연히 글로벌 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살펴 적절히 대응해야만 한다. 최소한 향후 10년 이상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의 비중이 수소차의 비중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수소차 시장을 선점해 봤자 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수소차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자랑하는 현대기아차에도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차가 출시한 수소차는 모두 승용차 시장에 속하는 소형 SUV였다. 최근들어 대형 수소트럭을 발표했으나 그동안 수소차에 투자한 기간을 고려해 볼 때 장기적인 제품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현대차가 정말로 수소차로 승부를 걸 생각이었다면 제품과 인프라 확장을 위한 단계적인 로드맵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왔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보이는 모습은 국내 자동차 산업을 볼모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듯하다.

최근 발표된 각 자동차메이커의 자율주행차 개념도. 출처: LG CNS 블로그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에 어울리는 건 전기차

수소차와 전기차 중에서 어느쪽에 투자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둘 사이의 직접적인 장단점 뿐만 아니라 보다 큰 시야에서 자동차 산업의 흐름도 고려해야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최근 자동차 기술개발의 촛점은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사람의 실수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고 차량의 흐름을 원활히 하여 교통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동시에 탑승자는 진행방향을 주시하면서 차량을 운전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이동하는 시간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커넥티비티는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운전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차량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가 결합되면 차량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고, 이에 따라 차량의 실내 구조도 변화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올해 CES에서는 여러 업체들이 바퀴를 차량의 가장 먼 구석으로 몰아내어 실내 공간을 극대화한 후 마치 거실과 같은 공간을 연출한 컨셉카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새로운 실내 구조를 갖춘 차량 안에서 다양한 컨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될 것이다. 어쩌면 미래에는 차량을 만들어내는 제조업보다 차량을 이용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큰 산업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실내 구조를 구현하기에는 수소차보다 전기차가 단연 유리하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모터가 전선으로 연결되기만 하면 되므로 설계상의 제약이 적어 다양한 구조로 차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수소차는 연료탱크, 연료전지 스택, 라디에이터 등이 반드시 설치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기차에 비해 설계상의 제약이 크다. 지금 당장의 일자리 창출에 집착하여 수소차에 과도한 투자를 한다면,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는 데에서 얻을 수 있는 성과도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미래의 신사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자동차 산업을 단순한 제조업으로 간주하는 과거의 관점에서 벗어나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합되는 새로운 산업으로 정의하고 이에 걸맞는 지원 정책을 수립해야 하지 않을까?

전기차만이 정답이고 수소차는 퇴출시켜야 한다는 이분법적 주장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장단점을 잘 살펴서 최상의 조합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투자를 하자는 것이다. 수소차와 전기차의 장단점을 고려할 때 최근 전개되는 수소차에 대한 투자는 너무 과도해 보인다. 보다 넓은 시야를 갖고 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며 합리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실행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 <수소경제 진단> 시리즈에 대해 반론이 있거나 수소차나 수소경제와 관련해 기고를 원하시는 전문가는 contact@newstof.com으로 연락주시면 상의 뒤 게재하겠습니다.

참고문헌

Hydrogen Fuel Cell & Battery Electric Vehicles-Technology Rundown, <cleantachnica.com>

Efficiency Compared: Battery-Electric 73%, Hydrogen 22%, ICE 13%, <Insideevs.com>

A comparative analysis of well-to-wheel primary energy demand and greenhouse gas emissions for the operation of alternative and conventional vehicles in Switzerland, considering various energy carrier production pathways, <Journal of Power Sources>

Nikola Motors announces all-electric version of the semi truck as Tesla Semi changes the game, <electrek.co>

수소전기차 'STRESS TEST', <한화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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