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팩트체크]중국 펫코크가 미세먼지 주범?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3.1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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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전광훈 목사가 3.1.운동은 이승만 대통령이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중국 펫코크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SBS 방송화면 갈무리

1. “선진국들 비례대표 폐지”?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원 폐지’와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폐지하는 것을 전 세계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에서 팩트체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비례대표제 없이 최다 득표자를 당선자로 정하는 나라는 5개국(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뿐이다. 오히려 비례대표만으로 의회를 구성하는 나라가 스웨덴·덴마크·오스트리아 등 24개국으로 훨씬 많다. 한국처럼 지역구와 비례대표 방식을 병용하고 있는 곳은 일본, 독일, 헝가리 등 6개 나라다.

의원정수와 관련해서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인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재 우리 국민 17만 명당 1명인 국회의원 수를 더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76만명, 브라질은 36만, 필리핀은 35만, 일본은 26만 명당 1명”이며 “이탈리아는 상원의원 수를 100명으로 감축했다”고 주장했다.

2015년 7월 국회의장 직속 선거제도개혁 국민자문위원회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등의 의원 1인당 인구수가 한국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기준으로, 오이시디 가입 국가 중 우리나라의 의원 1인당 국민 수는 전체 34개국 중 31위였다. 한국보다 의원 1인당 인구수가 많은 나라는 멕시코, 일본, 미국뿐이고, 2015년 기준 오이시디 국가 평균 의원 1인당 인구수는 9만9469명이다. 우리나라 의원 1인이 대표해야 하는 국민 수가 오이시디 국가 평균에 비해 1.7배 많다. 자유한국당은 의원 수 감축 주장을 펴기 위해 한국보다 의원 대비 국민 수가 많은 나라만 ‘선별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2. “중국 펫코크가 미세먼지 주범” 팩트체크

중국에서 석유를 정제한 찌꺼기 ‘펫코크’라는 것을 태우고 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주장에 대해 SBS에서 팩트체킹했다.

펫코크는 석탄이랑 비슷한 것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발열량은 좋지만 이것을 연료로 태우면 미세먼지가 늘게 된다.

최근 온라인에 퍼진 글은 중국이 미국에서 펫코크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고 이것을 태울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다 우리나라로 온다는 것이다.

근거로 든 나라별 펫코크 수입량 그래프를 추가로 확인한 결과 최근 1위 수입국은 멕시코였고 터키와 일본이 뒤를 이었다. 중국도 꽤 많은 양을 수입하는 것은 맞지만 세계 1위는 아니었다.

또 중국의 펫코크가 국내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인지는 아직 공인된 데이터가 없다. 온라인 글이 미세먼지의 해법으로 현 정부의 탄핵을 주장하는 것을 보면 과학적인 분석이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에서 쓴 것으로 보인다.

 

3. “이승만 전 대통령이 3.1운동 기획” 팩트체크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3.1 운동은 이승만이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니투데이와 이데일리에서 팩트체킹했다.

이 전 대통령이 3·1운동을 기획했다는 주장의 핵심 근거는 ‘밀서’다. 1918년 12월, 워싱턴DC에 머물던 이 전 대통령이 3·1운동을 조직한 것으로 알려진 김성수, 송진우, 현상윤 등 중앙학교의 인물들에게 국내 구국운동을 일으켜 달라는 밀서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승만 기획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김성수 평전인 ‘인촌 김성수의 사상과 일화’에 담긴 일화를 인용한다. 당시 중앙학교의 핵심 인물이었던 김성수, 송진우, 현상윤이 대규모의 국내 운동을 일으키라는 이승만의 밀서를 받고 조국독립의 정신을 각성, 거국적 독립운동을 준비했다는 내용이다.

2012년에 출판된 또다른 평전 ‘인촌 김성수의 삶’에서도 이 내용이 수록돼 있다. 취재 결과 저자는 밀서 관련 내용이 처음 언급된 ‘인촌 김성수의 사상과 일화’를 참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밀서 일화는 1985년에 출판된 <인촌 김성수의 사상과 일화>를 뿌리로 하지만 밀서 일화의 출처 등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인촌기념회에서 1976년 출판했던 ‘인촌 김성수전’엔 관련 내용이 없다. 책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과 김규식이 조선민족 대표로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김성수 등이 숙의 끝에 국내에서도 독립운동을 일으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1998년에 출판된 ‘문화민족주의자 김성수’에서도 “중앙학교 3인방이 이승만과 김규식이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한다는 사실에 고무돼 국내 독립운동을 구상하게 됐다”고 서술돼 있다.

2009년에 출판된 ‘대한민국 부통령 인촌 김성수 연구’도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풍조가 국내·외로 퍼지는 등 정세 변화에 따라 김성수는 천도교와 손잡고 일을 성사시키는 것은 시대적 과제로 여기게 됐다고 밝힌다.

대부분의 평전에선 김성수 등 3·1운동 초기 주도세력이 이 전 대통령과 김규식이 민족대표로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한다는 소식에 자극을 받은 수준으로만 서술하고 있다. 밀서를 통해 직접적으로 3·1운동 조직에 관여했다는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

밀서를 받았다는 당사자 중 현상윤의 회고록 ‘기당 현상윤 전집 4권 사상편’에도 밀서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현상윤은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 선언 이후, 미주에서는 이승만 외 2명이, 상해에서는 김규식이 강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로 향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유학생들이 독립선언을 외쳤다는 것을 들었다”며 “그러나 이것은 모두 국외의 운동이니, 중앙학교의 3인은 국내에서 대규모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오영섭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원 연구교수는 “밀서론은 사료로 증명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사실로 증명되기 위해선 명확한 사료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사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4. “한국 플라스틱 소비 세계 최대” 팩트체크

미국 CNN 방송이 지난 3일 경북 의성의 쓰레기 더미 문제를 취재하며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최대 수준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이데일리에서 팩트체킹했다.

CNN은 ‘South Korea’s plastic problem is a literal trash fir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5년 한국은 1인당 대략 132kg의 플라스틱을 소비해, 미국과 중국을 앞질렀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지난해 5월 8일 ‘한국인이 쓰는 일회용컵 25,700,000,000개… 플라스틱은 세계 1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2016년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1위라고 밝혔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지난해 9월 18일 발표한 ‘국내외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현황 및 해결방안’에 따르면 국내 플라스틱 전체 수요량은 2016년까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성수지와 합성섬유, 합성고무를 모두 플라스틱 범위에 포함해 계산한 수치다. 2005년 연간 약 900만t이었던 국내 수요량은 2016년 1100만t에 달했다. 이 중 생활 폐기물이 500만t으로 50%를 차지했다.

같은 자료에서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첫 조사가 시작된 1950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만t이었으나, 2015년에는 4억 700만t으로 약 200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플라스틱 수요량과 함께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도 꾸준히 증가하는 꼴이었다.

지난 2016년 10월 유럽 플라스틱 및 고무 기계 협회(이하 EUROMAP)가 발표한 ‘세계 63개국의 포장용 플라스틱 생산량 및 소비량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소비량은 61.97kg으로 벨기에에 이어 2위였다. 이어 미국과 중국이 각각 48.78kg, 24.09kg으로 다음 순위에 올랐다.

CNN이 근거로 내세운 주요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도 같은 자료에서 확인됐다. EUROMAP은 한국의 2015년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을 132.7kg으로 발표하며 2020년에는 145.9kg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벨기에(170.9kg)와 대만(141.9kg)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조사대상 63개국 중 5개국만 100kg 이상 소비량을 가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최대 수준 중 하나라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로 볼 수 있다.

조선일보는 2018년 5월 8일 ‘한국인이 쓰는 일회용컵 25,700,000,000개… 플라스틱은 세계 1위’ 기사에서 한국인의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1위라고 주장하며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년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을 근거로 첨부했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에서 한국은 98.2kg으로 EUROMAP이 제시한 2015년 132.7kg에 비해 1년 사이 34.5kg이나 낮아졌다.

확인 결과 통계청은 “해당 통계를 발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해당 통계 자료는 조선일보가 2008년 11월 4일 보도한 ‘대한민국은 ‘플라스틱 공화국' 기사에서 출처를 찾을 수 있다. 기사에서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kg이며 기준 연도는 2006년”으로 소개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다른 국가의 소비량 또한 2018년 기사에서 제시한 것과 같았다.

결국 CNN의 보도는 대체로 사실, 조선일보의 보도는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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