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역사관' 교학사, 노무현 조롱 이미지 정말 실수인가?

  • 기자명 김동문
  • 기사승인 2019.03.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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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에서 제작한 한국사 교재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사진이 게재된 것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 오후 디시인사이드 내 노무현갤러리와 공무원갤러리에는 각각 같은 사용자 이름으로 '한국사 공부중인데 이거 머냐'(14:51), '한국사 교재 합성아니다'(15:59)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디시인사이드 화면 캡처

캡처된 책 이미지에는 ▲"붙잡힌 도망 노비에게 낙인을 찍는 장면(드라마 '추노‘) 이라는 설명글이 담겨 있다. 그러나 해당 이미지는 KBS 2 드라마 '추노'의 한 장면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로 합성한 것이다. 이 문제의 이미지가 실린 책은 교학사가 2018년 8월 20일 펴낸 <한국사 능력검정 고급[1·2급] 최신기본서>이다. 238쪽에 실려 있다. 문제가 되자 뒤늦게 교학사는 이와 관련 21일 날짜로 교학사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조롱 사진이 실린 교학사 한국사 교재

교학사는 홈페이지에서 "2018년 8월 20일에 출간한 한국사 능력검정고급[1·2급] 참고서에 실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은 편집자의 단순 실수로 발생한 일"이라며 "이를 제대로 검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과문에서 편집자의 단순 실수로 발생한 일이라는 표현이 무책임하게 다가온다. 경인일보 등 여러 기사에서도 단순 실수라는 내용이 보도됐다. 교학사 담당자는 "작업자가 구글 이미지 단순 검색해서 넣으면서 실수했다"고 말했다. 

교학사 홈페이지에 실린 사과문.

 

하지만 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무책임한 반응이다. 일단 이 사진은 일반적인 온라인 검색을 하면 잘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구글에 추노 관련 검색어를 넣고 검색해봤다. 그러자 딱 한 장의 그 문제의 노 대통령의 합성 이미지가 뜬다. 2018년 4월 13일에 ㅇㅌ코리아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이다. 사진을 퍼오면서 이른바 저작권이나 사진 출처를 확인하는 것은 자연스런 절차이다. 이 게시판에 떠있는 출처 불명의 사진을 그대로 가져다 교재에 이미지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였다는 말인가? 이 사진이 드라마 추노의 한 장면이라고 믿었다는 것인가?
 

구글 이미지에서 '추노'로 검색했을 때 나온 결과. 노무현 합성사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추노 조롱 사진, 일베 합성에서 시작

일간베스트 캡처

이 사진의 원출처는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로 오르내리는 '일간베스트'이다. 2014년 7월 3일에 올라왔다.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고 있는 이 이미지는, 몇 가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2010년 1월 6일부터 2010년 3월 25일까지 KBS 2TV에서 방영된 24부작 특별기획 드라마 <추노> 장면에서 따온 이미지와 노 전 대통령의 얼굴 이미지를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쳐 재가공한 것이다. 먼저는 드라마에 나온 아래 장면을 반전시키고 그 위에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덧씌웠다.

 

드라마 <추노>에서 노예에게 낙인을 찍는 장면(맨 위)과 이를 좌우 반전시킨 사진(중간),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사진(맨 아래)

'뉴라이트' 교학사 교과서 퇴출 요구 당한 전력 

교학사의 사과문에 나온 것처럼, 편집자의 단순 실수로 이 사진이 교재에 실린 것인가? 교학사 관계자는, 이번 문제의 이미지를 게재한 것과 관련,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설명을 하는 듯 하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나온 추노의 익숙한 이미지들이 있음에도 이 사진을 편집자가 우연히 선택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런 주장에 신뢰를 둘 수 없는 이유는 있다. 검증되지 않은 뉴라이트측의 역사관을 대폭 반영한 교학사의 편향된 시각과 역사 기술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 2013년 교학사에서 발행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퇴출 요구를 당했다. 검증이 안된 사진을 마구잡이로 썼기 때문이다.

<김태년 의원 "교학사 교과서, 검증 안된 포털 사진 모아 인용"> 경향신문 기사 캡처
“교과서에 실린 사진 대부분이 전문서적이나 정부기관의 공식자료가 아닌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6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실린 외부 인용사진 561개 중 327개(58.3%)가 구글과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인용됐다는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근현대사 4·5단원의 포털 사진 인용률은 각각 67.5%, 82.7%에 달했다. “

이런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을 비웃는 댓글과 문제가 된 한국사 고급 한정판 구매 인증 사진 올리기도 번져가고 있다.

*이 기사는 필자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드림투게더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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