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탄소배출 절감...2040년엔 60~85%가 전기차

[수소경제 진단] ⑧ 수소차 vs 전기차 스펙 비교 및 해외 동향

  • 기사입력 2019.03.28 06:33
  • 최종수정 2019.12.09 15:17
  • 기자명 김지석
뉴스톱의 <수소경제 진단> 시리즈

 

유독 한국에서만 수소 자동차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가만히 관찰해보면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그건 바로 수소차와 전기차를 비교할 때 제대로 비교하지 않고 전기차를 편파적으로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비교를 위해 현대의 넥쏘 수소차, 전기차 전문 메이커인 테슬라의 준중형 세단 모델 3 전기차와, 전통 자동차 메이커 쉐보레가 만든 볼트 (Bolt) 전기차의 제원과 성능을 비교해 봤다. 자료는 미국 에너지성의 공식 사이트와 각 회사 홈페이지를 기준으로 수집했다.

미국 에너지성의 자동차 구매 지원 사이트는 에너지 효율을 1갤런(3.8리터)당 주행가능거리로 환산해서 다른 연료를 쓰는 자동차들을 한눈에 쉽게 비교할 수 있다. 참고로 130MPGe는 1리터당 55km다.

 

수소차: 무겁고 효율이 낮지만 조금 더 멀리 감

제조사

현대

테슬라

쉐보레

모델명

넥쏘

모델 3 롱레인지

볼트 (Bolt)

차종

준중형 SUV

준중형 세단

준중형 해치백

에너지

수소

전기

전기

중량 (kg)

1814 - 1873

1726

1616

연비 (MPGe)

57

130

119

연간운행비

1,400

500

550

주행가능거리

600km

522km

383km

 

기본 스펙을 비교하면 재미있는 점을 하나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수소차인 넥쏘의 중량이 가장 무겁다는 점이다. 물론 넥쏘가 SUV이기 때문에 중량에서 불리한 점이 있다. 하지만 넥쏘는 대형 배터리를 장착해 520km를 운행할 수 있는 테슬라 모델 3에 비해서 최대 150kg이 더 무겁고 약간 작은 배터리를 장착한 볼트 보다 최대 250kg이 더 무겁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너무 무거워서 문제라는 지적은 유효하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에너지 효율 면에서 넥쏘는 모델 3나 볼트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수소차는 열이 많이 발생해서 에너지 손실이 많아 효율이 낮다. 연간 운행비는 넥쏘가 모델 3, 볼트 대비 약 3배 높다. 수소차가 태생적으로 에너지효율이 낮은데다 수소가 전기 보다 훨씬 비싸서 그렇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넥쏘가 600km로 테슬라 모델 3에 비해 약 15% 정도 더 멀리 간다. 다만 520km 주행이 가능한 모델 3 대비 약 80km를 더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장점이 되는지는 미지수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배터리가 개선되면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노트북 배터리가 좋아져서 하루 종일 쓸 수 있게 된 걸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전기차 좋은 성능은 친환경 기술 확산에 도움

모델

넥쏘

모델 3 롱레인지

볼트 (Bolt)

최대 출력

120kW / 163 PS

211kW / 283 PS

150kW / 203 PS

최대 속력

179km/h

225km/h

146km/h

가속성능

(제로백)

9.2초

5.3초

6.9초

 

주행성능에서도 전기차가 우위를 차지한다. 테슬라 모델 3의 경우 제로백이 5.3초로 넥쏘보다 월등히 우수하다. 볼트도 6.9초로 넥쏘보다 상당히 빠르다. 최대 속력에 있어서 모델 3는 넥쏘보다 훨씬 높은 시속 225km/h를 자랑한다. 쉐보레 볼트는 146km/h로 179km/h로 주행 가능한 넥쏘 보다 낮다. 다만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 아우토반이 아니라면 세 모델 모두 최고속도 때문에 지장을 겪지는 않을 수준이다. 최고 속도와 가속 성능은 환경성과는 무관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환경성 보다는 성능이나 디자인을 보고 차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우수한 가속 성능은 친환경 기술의 확산에 도움이 된다.

 

다섯배 빨라진 전기차 급속 충전 그리고 완속 충전 옵션

모델

넥쏘

모델 3 롱레인지

볼트 (Bolt)

급속 충전 

시간당 주행거리

 5분 / 600km

10분 / 240km

10분 / 50km

가정 /직장에서 

완속 충전

불가능

가능

(1시간당 80km)

가능

(1시간당 50km)

220볼트 

콘센트 충전

불가능

가능

(1시간당 10km)

가능

(1시간당 10km)

 

충전에 있어서는 수소차가 유리한 부분이 있다. 충전 준비가 완료된 수소충전소에 가면 약 5분정도에 600km를 갈 수 있는 수소를 충전하는게 가능하다. 전기차의 경우 최근에 출시된 모델 3를 3세대 슈퍼 차저 (240kW)로 충전하는 경우 10분에 240km 정도 충전이 가능하다. 2세대 대비 두배 빨라진 속도다. 다만 하루에 매일같이 700~800km를 달려야 하는 사람이라면 전기차는 여전히 불편할 수는 있다.

3년전에 출시된 쉐보레 볼트의 경우 급속충전을 해도 10분에 약 50km를 갈 수 있는 정도의 전기만 충전할 수 있다. 수소차 넥쏘와 비교하면 많이 느린게 사실이다. 이미 보급된 대부분의 전기차는 쉐보레 볼트 수준의 충전 속도를 갖기 때문에 전기차 충전이 느리다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테슬라의 3세대 슈퍼차저가 나오면서 수소 충전과 전기 충전의 갭이 많이 줄어들었다. 전기차 충전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꼭 짚어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수소차에는 없는 완속 충전 기능이다. 수소차는 반드시 전용 충전소로 가서 수소를 충전해야 한다. 고압으로만 충전이 가능하며 탱크에 수소가 많이 남아있다면 충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기차는 몇십만원이면 설치 가능한 완속 충전기 또는 차를 살 때 증정되는 휴대용 충전기로 주차장이나 220볼트 전기 콘센트가 있는 곳 어디에서던 충전이 가능하다. 깊은 산중에 있는 사찰이던 펜션이던 220볼트 전기만 들어온다면 전기차 충전이 가능하다.

아직은 낯설지만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충전하는 전기차를 자주 보게 될 전망이다. 국내 중소기업이 콘센트에 꽂아서 충전할 때 전기요금을 정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서 이미 보급 중이다. 김지석 촬영

 

물론 220볼트로 충전하면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들은 자동차를 어딘가에 세워두는 시간이 아주 많다. 출근을 하면 회사 주차장에 집에 오면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침 밤에는 전력수요가 낮아서 전기가 싸게 공급된다. 그래서 주차장에 220볼트 콘센트나 완속 충전기가 설치되면 웬만한 사람들은 그냥 아파트 주차장에서 서너시간 충전하면 전기차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어디 멀리 갈 때는 고속도로 충전소에서 10-20분 정도 기다리면 된다. 물론 볼트처럼 충전 속도가 느린 전기차는 좀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파워트레인 성능 보증

제조사

현대

테슬라

쉐보레

모델

넥쏘

모델 3 롱레인지

볼트 (Bolt)

보증기간

(차량)

5년 / 96,000km

4년 / 80,450km

3년/ 57,924km

파워트레인

(연료전지/배터리)

10년 / 160,000km

8년 / 193,000km

(70% 이상 유지)

8년 /

160,000km

가격

(미국 기준)

$58,300

(6,700만원)

$43,000

(4,950만원)

$36,620

(4,200만원)

 

자동차 보증 기간에 있어 수소차와 전기차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차량보증기간이 넥쏘가 모델 3 대비 1년 더 긴데 이렇게 보증 기간이 긴 건 현대자동차 특유의 방침 이기도 하다. 차량 구동을 위한 핵심 부품인 파워트레인을 보면 넥쏘가 보증 기간은 10년으로 모델 3보다는 2년이 더 길지만 보증 주행거리는 16만km로 모델 3 보다 짧다. 모델 3는 배터리 보증 관련 8년 또는 193,000km 주행 시점에 70% 이상 성능을 유지한다는 걸 명시하고 있다. 넥쏘는 10년 또는 16만km 주행 후 연료전지의 성능 수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가격은 넥쏘가 6,700만원, 모델 3 롱레인지가 4,950만원, 볼트가 4,200만원으로 넥쏘가 모델 3 대비 1,750만원, 볼트 대비 2,500만원 더 비싸다. 이런 가격 차이는 수소차가 대량 생산이 되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전기차도 꾸준히 가격이 하락되고 있어서 그 차이가 어디까지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국제환경단체에서 기후에너지 전문가로 일하는 사람이 왜 자동차 잡지나 전기차 팜플렛에 나올 법한 내용으로 글을 쓰는지 의문을 가지는 분도 있는데 이건 한국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전기차가 하이브리드차나 수소차 보다 이산화탄소 저감과 대기오염을 줄이는데 유리하다고 결론이 난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한번 정리하고 가는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기후변화 해결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온 학생들 

2019년 3월 15일에 전세계 130개국의 150만명의 학생들이 기후변화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학교를 빠지고 거리 시위에 나섰다. 초등학생들이 거리로 나와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 못하면 자기들한테는 미래가 없다는 얘기를 한다. 맞는 얘기다. 과학자들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라고 오랬동안 얘기했는데 온실가스는 계속 늘어나고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보면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100% 전기차 이런 것들인데 이런 요구 사항도 아이들이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게 아니라 과학자들이 처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2030년부터는 거의 대부분 전기차만 팔아야 한다는 게 영국기후변화위원회의 권고였다.

3월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지석 촬영

초등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 대응 논의는 거의 없다시피 한 수준이다. 가끔씩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얘기하면서도 실제 정책을 보면 이미 합의된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정책 목표를 내놓고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휘발유나 디젤을 태워서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고 미세먼지를 포함한 각종 대기오염 물질을 길가에서 내뿜는 내연기관차는 이제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된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자동차를 사용한다면 가장 효율적이고 문제가 적은 건 전기차다. 전기차를 한정없이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휘발유-디젤차가 계속 팔리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 수소차는 연료전지의 열효율 한계, 수소 생산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활약을 기대할 수 없다.

폭스바겐은 2040년에 전기차가 60~85%, 수소차는 10~25%라고 전망, 수소차가 일부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향후 10년간 출시계획 중 수소차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대신 전기차 출시 계획만 있으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와 전기차로 호응하는 기업들

최근에 폭스바겐이 10년간 1500만대였던 전기차 판매 목표를 3개월만에 2200만대로 높이면서 전기차가 이른바 대세가 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판매 확대 계획과 함께 자동차 생산, 전기차 충전 과정에서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아직은 선언에 불과하지만 실행 의지는 강력해 보인다. 3월 중순에는 폭스바겐이 독일자동차협회가 전기차 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면 탈퇴도 불사하겠다고 발언한 기사가 독일 언론을 통해 나오기도 했다.

폭스바겐은 신차와 친환경 충전 서비스, 서플라이 체인을 완성해 2050년전에 신차는 CO2 중립, 2050년에는 운행되는 폭스바겐의 모든 차가 CO2 중립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휘발유차, 디젤차는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높고 향후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가능성도 낮다고 분석했다. 반면 전기차는 여전히 석탄화력 비중이 상당한 전력을 기반으로 충전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존차 대비 절반 수준이며 향후 재생에너지 공급을 통해 추가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런 분석은 미국, 유럽 학계와 규제 기관의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기후변화 문제가 위기 국면에 들어서면서 기업, 정부, 소비자 모두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을 최우선으로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제대로 된 정보를 기반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해야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이 글에 포함된 정보가 기업, 정부, 소비자가 제대로 된 선택을 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폭스바겐의 분석 및 결과는 2월 15일에 발표한 미래 전략 키노트 슬라이드에서 발췌했다. 종합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최대한의 감축을 달성한다는 계획인데 폭스바겐이든 어디든 이런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데 성공한다면 기후변화 시대에 공존할 수 있는 자동차 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지석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에너지 전문가로 활동중이다. 태양광발전소장이다. 미국 브라운대학교와 예일환경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현대자동차 기획실에서 기후변화 대응업무를 담당했고 주한영국대사관에서 기후변화에너지담당과 및 에너지혁신 담당관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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