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제 어렵다? 해외 선거엔 '수학'이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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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연동형 비례제 어렵다? 해외 선거엔 '수학'이 판친다
  • 김수민
  • 승인 2019.03.26 07: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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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거제도 이야기 ① 헤어 쿼터, 드룹 쿼터, 동트, 생트-라귀
김수민의 <선거제도 개편> 시리즈

선거제 합의안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등은 ‘준연동형’이 어렵다는 것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그렇다면 현행 선거제도는 국민들이 다들 정확하게 알고 있나? 현재 한국의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무엇이라고 불리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경원 원내대표는 비례대표로 초선을 할 때 이를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몰랐더라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공부하는 자세를 갖기 바란다. 물론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투표하는 법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전면적 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시행국들은 ‘지지율만큼의 의석수’라는 단순한 공식에 충실하다. 다만 지지율을 통해 의석수를 산출하는 것은 수학공식을 따르며, 이 공식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헤어 쿼터식, 동트식, 생트-라귀식 등이 있다. 해외 선진국들의 선거제도 역시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해외에서 사용중인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 배분의 다양한, 그리고 복잡한 방식을 살펴본다. 이 글을 끝까지 본다면 한국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교적 쉬운 방식임을 알 수 있다.

2018년 12월 15일 여야 5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합의했다. 하지만 2019년 3월 현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로 돌아섰다.

①헤어 쿼터식?

→지지율 X 총의석수...잔여의석 소수점 높은 쪽부터 우선 배부

지지율 기준으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헤어 쿼터(Hare Quota)’를 쓰고 있다. 한국은 전면 비례대표제 국가는 아니지만 한정된 의석을 배분하는 방법으로 이것을 쓴다. 헤어 쿼터는 이렇다. 1)각 정당 지지율을 의석수에 곱한다. 2)그 결과를 두고 먼저 소수점 앞부분의 수만큼 의석을 배분한다. 3)잔여 의석은 소수점 뒤의 수가 높은 쪽부터 우선해서 배분한다(이는 독일 수학자 니이어마이어Niemeyer가 고안). 지지율이 각각 42%, 30%, 20%, 8%인 A, B, C, D 당이 8석을 나눠가진다고 치자.

 

정당

지지율(100%=1.00)

X 총의석수

1차 배분

+잔여 배분

최종 의석수

A

0.42 X 8 = 3.36

3석+0석

3

B

0.30 X 8 = 2.40

2석+0석

2

C

0.20 X 8 = 1.60

1석+1석

2

D

0.08 X 8 = 0.64

0석+1석

1

 

②드룹 쿼터식?

→지지율 X (총의석수+1)...다수당 유리 소수당 불리

이 결과가 불합리하다고 느낄 이들도 있을 것이다. 8% 얻은 D당에 1석이 돌아간 것 때문이다. 42% 나온 A당은 의석 절반인 4석을 가져가도 그리 불공정하지는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또다른 공식이 등장한다. ‘드룹 쿼터(Droop Quota)’이다. 드룹 쿼터에서는 총의석수에 1을 더한 값에다가 각당 지지율을 곱한다. 그 밖의 계산법은 헤어 쿼터와 같다.

 

정당

지지율(100%=1.00)

X (총의석수+1)

1차 배분

+잔여 배분

최종 의석수

A

0.42 X 9 = 3.78

3석+1석

4

B

0.30 X 9 = 2.70

2석+0석

2

C

0.20 X 9 = 1.80

1석+1석

2

D

0.08 X 9 = 0.72

0석+0석

0

 

확인했다시피 드룹 쿼터는 헤어 쿼터에 비해, 다수당에 유리하고 소수당에 불리하다. 이를 위해 총의석수에 인위적으로 1을 더해준 값을 사용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 이 시뮬레이션에서는 의석수가 8에 불과하지만, 의석수가 늘면 늘수록 그냥 헤어 쿼터를 사용해도 무방할 공산이 커진다. 100석이라면 D당과 같은 득표율로 8석을 가져가는 데 논란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 드룹 쿼터는 헤어 쿼터의 한 가지 딜레마를 폭로한다. 총의석수가 8석일 때 D당은 헤어 쿼터를 통해 1석을 가져갔다. 하지만 의석수가 1석 늘어난 경우, D당은 오히려 0석으로 떨어진다. 같은 지지율인데 총의석수가 늘어나도 의석수가 떨어지는 것은 딜레마다(선거뿐만 아니라 권역별 의석수 배정이나 선거인단 배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를 ‘알라바마 패러독스’라고 한다.

이 밖에도 ▲다른 정당이 추가로 진입했을 경우 ▲다른 한 정당만 득표율이 달라진 상황에서 또다른 어느 정당은 의석수가 오를 경우 등에도, 득표율이 그대로임에도 획득 의석수가 떨어지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의석을 뭉쳐서 계산하지 않고, 한 석씩 한 석씩 배분하는 방식이 고안되었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처음 의석 배분은 위에 나온 헤어 쿼터로 하지만, 잔여 의석을 두고 나누는 방식은 ‘동트’이다. 지금부터는 더 어렵다.

 

③ 동트식?

→ 득표수를 1, 2, 3... 순서로 나눈 뒤 정당간 비교해 비례의석 추가 

‘동트(D'Hondt)’ 방식 의석 배분은 벨기에 수학자인 빅토르 동트가 고안한 것이다. 이를테면 137표, 94표, 63표, 33표를 얻은 A, B, C, D 당이 있다. 이들에게 총 대의원 8석이 배분된다고 치자(이 설정은 박동천의 <선거제도와 정치적 상상력>에 나온 시뮬레이션을 참조한 것이다). 그러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A가 첫 번째 의석을 가져간다. 그리고 그 A당의 득표는 2로 나누어둔다. 그 상태에서 다른 당과 겨루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1석을 가져간 당의 득표수 2로 나누고, 2석을 가져간 당은 득표수에서 3으로 나눈다. ‘1, 2, 3...’이라는 수열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수열에 따라 득표수를 나눠놓고 비교해서 의석을 추가하면 더 쉽다. (편의상 소수점 한자리까지만 표기한다.)

정당

득표수

득표수/2

/3

/4

의석수

A

137 (1)

68.5 (3)

45.6 (6)

34.25 (7)

4

B

94 (2)

47 (5)

31.3

23.5

2

C

63 (4)

31.5

21.6

15.75

1

D

33 (8)

16.5

11

8.25

1

 

이것을 두고 또 불합리하다고 느낄 사람이 있을 것이다. 득표수 합계가 327인데 그중 절반도 차지하지 않은 A당이 의석의 절반을 가져간 것이다. 또한 C당은 A당의 절반에 육박하는 득표를 해놓고도 A당 의석수의 반의 반만 가져갔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생트-라귀’식이다.

 

④ 생트-라귀식?

→득표수를 '1.4, 3, 5, 7, 9'로 나눠 배분...소수정당에 유리

생트-라귀는 득표수를 나누는 수의 수열이 ‘1,2,3...’이 아니다. 여러 방식이 존재하는데 스웨덴 선거제도를 예로 들면 ‘1.4, 3, 5, 7, 9...’이다. 위와 같은 정당별 득표수를 두고, 동트가 아닌 생트-라귀 방식으로 적용해서 10개 의석을 배분해보겠다.

정당

득표수

득표수

/1.4

/3

/5

의석수

A

137

97.8 (1)

45.6 (3)

27.4 (6)

3

B

94

67.1 (2)

31.3 (5)

18.8

2

C

63

45 (4)

21 (8)

12.6

2

D

33

23.5 (7)

11

6.6

1

 

이렇게 생트-라귀식에선 동트식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절반 득표도 못한 주제에 동트식에서는 절반 의석을 챙겨가 원성을 샀던 A당은 한 석 줄었다. 그런데 왜 스웨덴은 원래의 득표수에서 출발하지 않고 왜 1.4를 나눌까? 수열에 1.4가 등장하지 않고, ‘1, 3, 5...’ 식으로 나눠보면 알 수 있을지 모른다.

 

정당

득표수

/3

/5

의석수

A

137 (1)

45.6 (4)

27.4 (7)

3

B

94 (2)

31.3 (6)

18.8

2

C

63 (3)

21 (8)

12.6

2

D

33 (5)

11

6.6

1

 

수열을 ‘1, 3, 5...’로 놓더라도 결과적으로 의석수는 수열이 ‘1.4, 3, 5...’ 일 때와 같게 나타났다. 하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한 석 한 석을 배분하는 순서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D당의 경우는 수열이 ‘1.4, 3...’일 때는 일곱 번째에 의석에 이르러서야 첫 의석을 가졌지만, ‘1, 3, 5...’일 경우에는 다섯 번째만에 의석을 가져갔다. 수열이 널찍한 생트-라귀식은 동트식보다 소수당에 후하고 다수당에 박하다. 그것이 과도한 것을 막기 위해 원래의 득표수로 계산을 시작하지 않고 1.4로 나눈 것이다.

비례대표 의석 배분은 각국별로 상이하며 어떤 방식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정당별 유불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출처: politics.kr

지식인도 모르는 선거제도... 목적은 더 명료해

생트-라귀식은 스웨덴 말고 노르웨이도 채택하고 있다. 독일은 동트에서 출발해 헤어쿼터를 거쳐 생트-라귀에 이르렀으며, 덴마크는 지역구별 의석은 동트로 배분하면서 전국 보완의석을 나눌 때는 생트-라귀로 한다.

이런 제도를 채택한 나라에서 이치를 모두 숙지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필자의 한 지인은 “박사학위를 가진 스웨덴 사람과 이야기해봤더니 그 사람도 자기네 나라 선거제도를 잘 알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웨덴에서 “선거제도로 선거조작을 한다”며 저항에 나서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다. 왜냐면 이 쉽지 않은 공식은 모두 ‘지지율만큼의 의석’라는 명료하고 민주적인 목적에 복무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선거제도와 정치적 상상력>, 박동천 (책세상, 2000) 

김수민 팩트체커는 시사평론가다. 구미시의회 의원을 지냈고 녹색당 언론홍보기획단장을 역임했다. 현재 KBS, SBS, EBS, 김용민브리핑 등 여러 방송에 출연중이다.

 

김수민   sumin-gumi@hanmail.net  최근글보기
2010~2014년 구미시의회 의원을 지냈다. 정당에서 지역 실무, 선거본부 대변인, 홍보 책임자를 경험했다. 현재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을 진행하며 KBS 1라디오, SBS CNBC, KTV 등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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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 2019-03-26 17:38:43
데이빗 이스턴은 정치를 분배라고 정의 했죠. 분배라는것이 하나의 케이크를 2등분,3등분으로 단순하게 하는것은 사안을 단순하게 보는 것에 불과 합니다. 독일 철학자 한스 가다머의 말처럼 이해의 적용은 목적 수단을 넘어선 삶의 현실성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복잡성을 띄더라도 공정함(진리)에 가까워 지도록 노력하는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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