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반민특위’ 아니고 ‘반문특위’”, 실제 발언은?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3.2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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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최근 자신의 ‘반민특위’관련 발언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자신이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2019년 ‘반문특위’라며,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 색출해서 전부 친일 수구로 몰아세우는 이 정부의 ‘반문 특위’를 반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3당은 '궤변', '말장난'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나 원내대표의 실제 발언들을 확인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나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일이라는 프레임으로 이 정부의 역사공정이 시작되고 있다며, 국가 보훈처가 본인들 마음에 안 드는 역사적 인물에 대해 친일 올가미를 씌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해방 후 반민특위 활동으로 국민이 분열했던 것을 기억하실 것이라며, 또다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두고 민주, 평화, 정의당 등 여야 3당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서자, 나 원대대표는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독립운동가 임우철 애국지사에게 “송구하고 죄송하다. 어떤 이유에서든 연로하신 독립운동가께서 직접 국회에 발걸음하도록 한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제가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2019년 ‘반문특위’입니다.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 색출해서 전부 친일 수구로 몰아세우는 이 정부의 ‘반문 특위’를 반대한 것입니다.”

‘반민특위=국론분열’이 기본 인식 

논란과 관련한 나 대표의 실제 발언들은 자유한국당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4일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의 해당 발언은 다음과 같다.

“국가보훈처가 지금 과거와의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독립유공 서훈자 대상으로 전수조사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사회주의 활동 경력자 298명에 대해서는 재심사를 통해서 서훈 대상자를 가려내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지금 친일행위를 하고도 독립운동자 행세를 하는 가짜 유공자는 가려내겠다고 한다. 물론 가짜 유공자 물론 가려내야 된다. 그런데 본인들 마음에 안 드는 역사적 인물에 대해서는 친일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결국 우파는 곧 친일이라는 프레임을 통해서 앞으로 이 정부의 역사공정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해방 후에 반미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 모두 기억하실 것이다. 또 다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해주실 것을 말씀드린다.”

개인의 문해력과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지만, 대체로 ‘국가보훈처가 기존 독립 유공 서훈자를 대상으로 가짜 유공자를 가려내려 하는데, 일부 우파에 친일올가미를 씌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해방 후 반민특위로 국민이 분열했다. 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논란이 시작되자 다음 날인 15일 비상의원총회에서 다시 한 번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그래서 결국은 뭐냐, 이게 체제를 부정한 쪽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해방 이후에 친일 청산 잘 됐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반민특위 활동이 잘 됐어야 된다. 그런데 결국 그것이 국론분열로 가져온 부분이 있고, 지금 이 시점에 문재인 정부가 다시 들고 나오는 것은 결국은 체제 부정의 면죄부 쪽으로 가면서 결국 좌파사회주의에 대해서 저희의 비판에 대해서 본인들의 면죄부를 가져가는 것으로 본다. 이것은 역사공정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다.”

전날 발언과 다르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마무리했지만 ‘반민특위=국론분열’ 입장은 변함이 없다.

두 발언은 KBS뉴스영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 나 원내대표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자의 “반민특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라는 질문에 “아니, 그 활동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런 활동이 제대로 됐어야 되죠. 그런데 그것처럼 그 이후에 큰 국론 분열이 온 것처럼 지금 다시 과거를 헤집으면서 좌익 활동을 한 분 중에서 결국은 대한민국에 자유 민주주의 정부가 수립되는 것을 반대했던 분들까지 대거 포함시켜서 또다시 과거 문제로 분란을 일으키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역시 ‘반민특위=국론분열’이었다는 것이고, 과거문제로 인한 분란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여야 3당 "궤변"ㆍ"말장난", 제2의 "주어는 없다"

논란이 거세지며 독립유공자들과 후손들의 항의와 규탄이 이어지자 나 원내대표는 “제가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2019년 ‘반문특위’입니다”는 발언으로 해명했지만, 여야 3당은 궤변이고 말장난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나 원내대표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고 반민특위 활동이 잘 됐어야 한다"고도 했지만 여전히 무엇이 문제가 되는 건지 파악하지 못했거나 애써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반민특위(反民特委)는 반민족 행위 처벌법을 집행하기 위해 동법 제8조와 9조에 의하여 1948년 제헌 국회에 설치된 특별 기관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발행하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반민특위의 의의와 평가 항목에서 "반민특위는 설치 목적에 따라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친일 세력과 이승만 대통령의 비협조와 방해로 반민특위의 활동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오히려 친일 세력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나아가 이들이 한국의 지배세력으로 군림하였다. 이 때문에 사회 정의가 무너져 사람들의 가치관이 혼란에 빠졌으며, 사회에 이기주의와 부정부패 등이 횡행하는 토대를 제공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광운대 BBK 홍보 동영상’이 공개되며 실소유주 논란이 커지자 “주어가 없다”고 말해 10여 년간 곤욕을 치렀다. 결국 지난 해 1월 “국민들이 욕 좀 하셨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자신의 해명이 잘못됐음을 에둘러 시인한 바 있다. 이번 '문민특위'발언에 '제2의 주어는 없다'라는 비판이 따르는 이유다.

최근 제주에서 열린 ‘국제 인권 기준에서 본 한국의 과거사 청산’ 심포지엄에 참석한 파비앙 살비올리 UN 진실·정의·배상 재발 방지 특별보고관은 지난 19일 “반민특위로 국민이 분열됐다”는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치인 등이 진실화해위원회와 같은 진상규명 노력에 대해 ‘분열’이라면서 부정적 말을 하는 현상은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다”면서 “이런 식의 망언을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은 국민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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