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동쪽끝은 황해도 수안' 주장을 받아들인 국내학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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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동쪽끝은 황해도 수안' 주장을 받아들인 국내학자는 없다
  • 이문영
  • 승인 2019.03.28 08:47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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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영의 역사 팩트체크] "역사학계가 식민사학 수용" 이덕일 주장 검토

2019년 3월 5일자 교수신문에서 이덕일 신한대 대학원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조선총독부의 이나바 이와기치(稻葉岩吉)는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진(秦)나라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 조선의 황해도 수안까지 들어왔다고 우겼는데, 이런 주장을 남한 강단사학계에서 받아들인 결과 이런 왜곡된 만리장성 지도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게 된 것이다.

 

지도를 제시했는데, 위 신문에는 지도의 출처는 명기되어 있지 않다. 위키피디아에 있는 지도이다. 위키피디아의 지도가 어느 정도 공신력을 갖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저 지도를 보면 주홍색(한장성), 오렌지색(진장성), 노란색(연장성)으로 구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만리장성이라고 말하는 것을 중국은 최근에 ‘역대 장성’이라는 말로 바꾸고 있다. 위 지도를 보면 압록강 쪽으로 보라색 선이 보이는데 그것은 명장성이다.

위키피디아에 올라가 있는 만리장성 지도.

 

중국의 만리장성 지도 중 한반도와 만주 일대를 확대한 것.

이런 장성들의 구분을 위해서 중국은 <장성보호공정(2005~2014)>이라는 것을 했다. 중국이 어떤 역사공정을 하고 있는지를 잘 파악하는 것은 그들의 역사 왜곡에 대항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을 잘 파악하는 사람은 현재 매우 드물다고 하겠다.

서강대 홍승현 교수는 <장성보호공정>을 “지역의 필요에 의해 장성선을 근거없이 확장하는 것을 넘어, 사료의 오독을 불사하면서까지 연·진·한 장성을 종합성 방어체계로 이해하고 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역사학계에서 중국의 장성공정에 찬동하는 사람은 없다. 이덕일 교수는 허수아비치기를 시전하고 있는 중이다.

이덕일 교수는 <이나바 이와기치의 ‘진장성 동단 및 왕험성 고’ 번역 및 비판>이라는 논문에서 이병도가 낙랑군 수성현을 황해도 수안에 비정한 사실을 비판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낙랑군 수성현=황해도 수안군설’이 이병도의 연구결과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이나바 이와기치의 ‘진장성 동단 및 왕험성 고’의 내용을 표절한 것이다.

 

표절이라 함은 상대의 연구 성과를 인용하지도 않고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을 가리킨다. 그럼 이병도는 정말 이나바 이와기치의 논문을 표절했을까?

이나바 이와기치가 황해도 수안을 낙랑군 수성현으로 삼은 근거는 진서에 있는 <태강지리지>였다. 여기에 “낙랑군 수성현은 진나라에서 쌓은 장성이 일어나는 곳이다”라는 기록이 있다고 나온다. 이 구절 때문에 정약용은 수성이 의주거나 책문 동쪽(창성)일 것으로 보았는데 이나바는 정약용의 말은 믿을 수 없고 그에 대한 장지연의 견해를 받아들였다. 다만 장지연은 장성 이야기는 우연히 땅이름이 같아서 잘못 적은 것이라고 장성이 수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부정했다. 하지만 이나바는 장성 부분은 인용하지 않고(심지어 장지연 이름도 조지연으로 잘못 썼다) 수성이 수안이라는 부분만 받아들여서 “이 설이 참으로 내 뜻을 얻었다”라고 말한다.

이나바는 수성현은 <한서>지리지에 나오는 운장이고, 운장은 <사기>에 나오는 상하장인데, <고려사>를 보면 ‘수안이 본래 고구려 장새현(獐塞縣)이다’라고 나오므로 같은 곳이라고 주장한다. 이 장(障)이나 새(塞)라는 것을 장성과 연결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평양에 고조선의 수도가 있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수도를 지나쳐서 타국의 장성이 들어와 있을 수가 있겠는가? 이 때문에 이나바는 평양이 왕검성이 아니며 어딘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고, 평양이 왕검성이라고 한 기록은 착오에 의한 것이라고 얼버무리고 있다.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안까지 이어진 만리장성 지도. 실제로 이런 지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출처: 이투데이

이런 이나바의 설을 받아들이는 한국의 역사학자는 아무도 없다. 그럼 이병도는 뭐라고 했을까? 이병도가 <한국고대사연구>에 쓴 전문을 옮겨본다.

(6) 수성현···자세하지 아니하나, 지금 황해도 북단에 있는 수안에 비정하고 싶다. 수안에는 승람산천조에 요동산이란 산명이 보이고, 관방조에 후대 소축의 성이지만, 방원진의 동서행성의 석성(고산자의 대동지지에는 이를 패강장성의 유지라고 하였다)이 있고, 또 진지의 이 수성현조에는 --- 맹랑한 설이지만 ---「진축장성지소기(秦築長城之所起)」라는 기재도 있다. 이 진장성설은 터무니없는 말이지만, 아마 당시에도 「요동산」이란 명칭과 어떠한 장성지가 있어서 그러한 부회가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릇된 기사에도 어떠한 꼬투리가 있는 까닭이다.

 

이병도는 이나바가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승람, 즉 <동국여지승람>에 요동산이라는 지명이 있다는 것, 석성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으며 고산자, 즉 김정호의 <대동지지>를 인용하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진서> 지리지에 나오는 진장성이 여기서 시작된다는 말을 ‘맹랑한 설’, ‘터무니없는 말’, ‘그릇된 기사’라고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이나바가 역점을 들여서 주장했던 말이다.

이덕일 교수는 낙랑군 수성현을 수안에 비정한 것이 이나바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지만, 이나바의 논문에도 나오는 장지연의 수안 비정이 더 오래되었다. 이나바의 논문은 1910년에 나온 것이고, 장지연의 글은 1903년에 나온 것이다.

다만 장지연은 이런 설이 있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근거는 들고 있지 않다. 아마도 <해동역사>를 따른 것이라 생각한다. 한치윤의 <해동역사>(1823년)에서 낙랑군 수성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수성폐현(遂城廢縣)은 평양의 남쪽 경계에 있다. 한나라가 설치하였으며, 낙랑군에 속하였다. 후한과 위진(魏晉) 시대에는 모두 그대로 답습하였다. 수나라가 고구려를 정벌하면서 군사를 나누어 수성도(遂城道)로 나갔는데, 바로 이곳이다. 두우(杜佑)가 말하기를, “갈석산은 한나라 수성현에 있다. 진(秦)나라가 장성을 갈석산에서부터 쌓기 시작하였는데, 지금 그 유지가 동쪽으로는 요수를 끊고 고구려까지 들어가 있다.” 하였는데, 이는 대개 《진태강지리지》의 설에 근본을 둔 것으로, 실은 잘못된 것이다.

 

1871년 나온 이유원의 <임하필기>에서도 수성은 평양 남쪽에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처럼 이덕일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이나바보다 앞서 조선 학자들도 수성현의 위치를 평양 남쪽에서 찾고 있었으며(수안은 평양 동남쪽에 있다) 장지연은 수안에 비정하는 설이 있음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병도는 이나바와는 전혀 다른 근거로 수성현을 수안에 비정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나바의 설을 공격하고 있는 셈이어서 표절이라고 볼 수가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학교에서 사용하는 역사부도와 사계절출판사에서 나온 <아틀라스 한국사>, <아틀라스 중국사>를 보아도 만리장성이 한반도 안에 들어오는 것을 찾을 수가 없다. 한국 역사학계가 이나바의 설을 받아들였다면 대체 왜 그것을 반영한 지도가 아무 곳에서도 보이질 않는 것일까?

평안남도 용강현까지 만리장성이 이어진 형태로 그려진 담기양의 지도로 1982년에 나왔다.

심지어 중국에서조차 이나바의 설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역사지도집>을 만든 담기양(潭其驤)은 이렇게 말했다.

일본인 이나바 이와기치는 <진장성 동단 및 왕험성 고>에서 진나라 장성 동단은 평양 동남의 수안에서 일어났다고 했는데, 살피건대 진나라 때 지금 평양지방은 기자조선의 정치 중심지여서 진장성이 지금 평양시의 동남방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나바의 설은 따를 수 없다.(중국역사지도집 38쪽)

 

담기양은 수안을 평안남도 용강에 비정했다. 바로 위키피디아의 지도에서 진장성이 향하고 있는 곳이 바로 그 평안남도 용강이다. 즉 위키피디아의 지도는 담기양 설을 따라서 하는 것이다. 이나바 설을 따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1928년에 왕국량이 발표한 <중국장성연혁고>에 실린 지도로 위의 인터넷 지도의 원본인 셈이다

중국에서도 <진서>지리지를 따라서 수안을 수성현으로 비정한 학자가 있었다. 1928년에 왕국량(王國良)이 그런 주장을 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중국 내에서도 폐기되었던 것이다.

이덕일 교수는 이나바의 설을 이병도가 물려받고 그것이 동북아역사지도에 반영되었다고 주장했지만 그 주장은 살펴본 바와 같이 잘못된 것이다.

<중국역사지도집> 제2책 4쪽으로 진장성을 표현하고 있다. 좌측 가로표시를 보면 장성을 표시하는 기호가 모두 붙어있는데 요서군을 지나면서 실선이 연결되지 않은 ㄇㄇㄇㄇ 표시로 나타나 있다. 연결선 부분은 고증이 이루어진 곳이고 연결되지 않은 부분은 추정한 것에 불과하다. (전종한·이명희 논문 참조)

한밭대의 공석구 교수는 중국의 장성공정을 면밀히 분석해서 이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없는 추정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잘 밝혀낸 바 있다. 공석구 교수는 “필자는 청천강까지 연결된 한장성은 실재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언급할 만한 가치가 없다”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중국의 역사공정에 맞서서 발언을 하는 학자들이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한중관계연구소 우성민 연구위원, 단국대 이종수 교수, 경인교대 전종한 교수, 경희대 이명희 강사 등이 모두 논문을 통해 반박하고 있는데, 지원을 못해줄 망정 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

 

참고논문

공석구, 진(秦) 장성(長城) 동단(東端)인 낙랑군(樂浪郡) 수성현(遂城縣)의 위치문제, <한국고대사연구81>, 2016

공석구, 청천강 유역까지 연결된 한장성(漢長城) 동단(東端) 문제 고찰 - 『중국역사지도집(中國歷史地圖集)』 의 사례를 중심으로, <동북아역사논총56>, 2017

우성민, 중국 역사학계의 새로운 해석에 대한 비판적 검토, <진단학보116>, 2012

이종수, 요동지역 연진한 장성 조사현황 및 문제점 검토, <한국사학보43>, 2011

이종수, 중국의 ‘장성보호공정’과 고구려·발해장성 현황 및 대응방안 검토, <고구려발해연구44>, 2012

전종한·이명희, 중국의 역사지도 편찬에 관한 기초연구 - 역사지리학의 관점, <동북아역사논총56>, 2017

홍승현, 중국과 일본 학계의 燕・秦・漢長城연구와 추이, <동북아역사논총35>, 2012

홍승현, 중국의 ‘장성보호공정(長城保護工程)’과 장성 연구의 새로운 경향, <동북아역사논총45>, 2014

 

이문영     최근글보기
작가이자 편집자, 게임기획자 등 다양한 직종을 거쳤으며 90년대부터 유사역사학에 대한 탐구를 '초록불의 잡학다식' 블로그를 통해서 발표해왔다. <만들어진 한국사>라는 유사역사학 연구서를 내놓고 한국고대사학회 주최 시민강좌, 계간 역사비평 등을 통해 유사역사학 비판을 계속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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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2019-07-23 01:08:01
동북아역사재단에서수십억 지도만들다 폐기될때랑 같은 지도인데. 지금 아니라고 다시 주장하는건가요? 폐기된 지도 나왔으면 딱 저 지도인듯한데. 참 맹랑하기 그지없네요

갈석산 2019-04-05 00:05:37
찾으면 거기가 고조선 서쪽 경곈데. 이문영씨.아직 몰라요? 국내 학계 젊은 교수들중에 갈석산 찾는 사람 없던데. 그것만 찾으면 논란끝아녀? 그리고, 고려북방에 고려신민으로 살던 여진이 고려땅 대신 중원땅으로 향해간게. 이유가 있나. 더 넓고 비옥한 땅 찾아간거지. 역사는 새로 만들어가면 그게 역사가 되는거지. 역사학계는 진취적인 역사해석이 필요하지.노예사관으로 또나라 털리지말고 정신개조 국운융성 부국강병하자.

내생각 2019-04-02 17:01:06
한국을 세운 유방은 장성을 쌓을 사람들을 데려가다가 모두 풀어주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 장성을 쌓으려면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고 그 사람들을 동원할 진국의 힘이 미쳐야 하지만 이 땅에 그런 기록은 없다.

팩폭 2019-03-29 16:06:09
동북아역사지도랑 대동소이하구만 뭘 열폭하고 자빠졌노.

김기경 2019-03-29 12:14:41
진실은 이렇습니다.

▷글의 논리를 모르면 대부분 속습니다.벌써 속은 분들 있네요.^^

https://band.us/band/61962591/post/9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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