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유행했던 구독이 저널리즘 영역에서 다시 뜬 이유는

  • 기자명 이성규
  • 기사승인 2019.04.1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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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Subscription)은 위대한 발명품이다. 구독자는 어떤 상품이 어떤 형태로 돌아올지도 모르면서, 기꺼이 돈을 쾌척한다. 불확실성에 대한 과감하고도 도전적인 투자이자 소비 행위다. 구독의 위대함은 여기서 잉태된다. 물건이나 상품을 직접 보고, 만지고, 비교하면서 구매하는 우리의 일상적인 상품 교환 행위와 비교하면 구독은 무모한 동시에 무지한 거래다. 하지만 구독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출판물들의 탄생을 도왔고, 지속가능성을 보증했으며 부의 축적을 지원했다. 거짓말 같은가? 구독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의구심은 사라질 것이다.

1617년 영국, 존 민슈(John Minsheu)라는 언어학자는 자신의 사전 편찬을 놓고 고민에 빠져있었다. 풍족하지 않은 형편이었던지라 당시로는 비싼 인쇄 비용을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 고심 끝에 그는  당대 보험 등에서 활용되던 구독 모델을 자신의 사전 작업에 활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렇게 탄생한 책이 ‘Ductor in linguas’ 우리 말로는 ‘언어에 대한 안내서'였다.

이 책은 구독 방식으로 판매된 최초의 서적이다. 당시 구독은 투자와 자선적 기부가 결합된 의미로 사용됐다.(Clapp, 1931, 201), 향후 출간될 예정인 출판물을 작가나 저자가 재정적 도움을 제안하면, 일반 시민이나 출판사업자들이 돈을 대는 방식이었다. 당시의 구독은 지금의 크라우드 펀딩과 거의 비슷한 개념이었다. sub-scription은 1600년대 당시 아래(sub)에 쓰는(subscribe) 행위를 뜻했다. 무언가에 동의를 표하면서 돈을 지불하겠다고 서명하는 행위를 구독이라고 불렀다. ‘구매해서 읽는다'는 우리의 번역어 ‘구독’ 혹은 ‘구람’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구독자들은 작가의 제안에 동의하는 대신, 작가가 제작할 출판물을 정기적으로 받기를 기대했다. 제작이 완결될 것에 대한 불확실성도 존재했기 때문에 기부의 성격도 함께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의미는 1700년대 들어 출판물의 정기적인 구매자가 된다는 의미로 확장하게 된다.

‘Ductor in linguas’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지만, 저자는 구독료를 지불한 사람들의 명단을 해당 출판물에 일일이 열거했다. 구독자들은 식료품점(grocer) 등 사업자인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일반 시민도 있었지만, 그들의 개별 이름이 명단을 통해 소개되진 않았다.  지금과 비교하면 색다른 풍경이기도 하다.

‘Ductor in linguas’ 이후 다수의 출판물이 구독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했고, 실제 인쇄로 이어졌다. 영국의 시인 조지 위더의 1617년(사적 출판은 1615년) 작품인 ‘피델리아’(Fidelia)도 구독 방식으로 출판된 대표적인 출판물이다(Hattaway, 2008, 87).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저자들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통로로서, 구독은 긴요하고 탁월한 수익모델이었다. 생산되지 않은 미래의 상품을 제안서와 견본만으로 미리 판매할 수 있었기에, 저자들에겐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구독자들은 내용에 간섭하지도 않았다. 저자에 대한 신뢰에 기반했기에 굴종적 계약 관계를 강제하지도 않았다.

1600년대, 출판물 인쇄에 도입된 구독은 광고가 주 수익원으로 자리잡게 되는 1800년대 중후반까지 신문과 잡지, 출판물의 보편적인 수익 창구로 자리를 잡게 된다. 소수의 부유한 엘리트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익모델로서 구독은 유망한 비지니스 모델이 된다.

구독을 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왜 지금 다시 주목을 받나 - 소비자와 기술 환경의 변화

최근의 구독경제는 1600년대 구독 모델과는 도입 동기나 상황적 맥락 등의 측면에서 명확한 차별점을 갖고 있다. 가장 강력한 동인을 꼽자면 디지털이다. 디지털이 바꿔놓은 새로운 소비 행태를 구독 경제가 유인하고 떠받치는 모양새다.

디지털 세상에서 상품은 물성을 갖지 않는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것들이 다수를 이룬다. 음악 CD는 MP3와 같은 파일의 형태로, 신문과 책은 웹과 이퍼브의 형태로, 영화 DVD는 MP4와 같은 영상 파일의 형태로 재구성된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파일 자체의 소유는 중요한 구매 패턴으로 남아있었다.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한 음악, 영상, 출판물 파일을 다운로드해 하드디스크에 저장하고, 전용 디바이스를 통해 재생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보편적인 소비 문화였다.

하지만 끊임없이 제기되는 저작권 분쟁으로 인해 디지털 파일의 구매/소유 문화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특히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토렌트와 p2p 소프트웨어를 통해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자사의 저작물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수익 악화는 불보듯 뻔했다. 그래서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서비스 유형을 고안하게 되는데, 이것이 디지털 구독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됐다.

손에 잡히는 상품을 구매할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접근 경제(Access Economy)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탄생으로 꽃을 피게 된다. 당연히 접근에 대한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청구하게 되는데 이것이 ‘디지털 구독’이라는 이름으로 호출된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소유에 대한 욕망은 접근에 대한 욕망으로 변환되는 흐름으로 이어지게 된다.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는 접근을 바탕으로 디지털 구독 경제의 초석을 놓은 행위자들이다. 국내 음악 서비스 벅스도 디지털 구독 경제를 창출한 중요한 행위자로 평가받을 만하다. 신문 영역에서는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이 선도적인 주체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기업이 있다. 최초의 라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도한 리얼네트웍스와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한 매크로미디어다.

디지털 시대에 소유가 일정 기간 주된 소비 흐름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건, 대용량의 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혹은 주문형으로 서비스할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2000년 전후, 56k 모뎀으로 수십, 수백 MB의 파일을 전송하는 건 기술적으로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하지만 네트워크 기술이 확장되고, 스트리밍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게 됐다. 1995년 리얼네트웍스의 MLB 경기 라디오 스트리밍의 성공과 매크로미디어의 플래시 기술을 활용한 영상 미디어 스트리밍 개시는 디지털 구독 경제의 발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활성화는 물리적 소유 → 디지털 소유의 시대에서  디지털 접근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미래 상품에 대한 안정적인 소유를 위해 정기적으로 지불하는 대가라는 의미로서 구독은 수많은 디지털 상품을 언제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기 위해 지불하는 대가라는 의미로 서서히 옮겨가게 됐다. 이때만 하더라도 구독이라는 표현보다는 프리미엄 모델(스포티파이), 지불장벽(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이라는 표현이  흔하게 사용됐다.

반면, 신문은 훨씬 자연스럽게 구독 경제로 넘어올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디지털 구독 상품을 개시한 건 1997년 1월이다. 정보가 지니는 소모재적 특성, 매일매일 갱신되는 뉴스의 속성, 제공되는 디지털 산출물의 가벼운 용량 등은 디지털 구독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과연 디지털 뉴스에 사람들이 돈을 지불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앞서 이미 몇몇 언론사들이 지불장벽을 올리고 구독료 부과를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러한 부정적 전망에도 과감하게 디지털 구독 모델에 도전했고, 성과를 만들어냈다.

물론 월스트리트저널을 제외하면 언론사가 디지털 구독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2005년 타임스실렉트(TimesSelect)라는 오피니언 콘텐츠에 지불장벽을 올렸지만 2년 뒤 포기했다. 뉴욕타임스의 지불장벽 실패는 디지털 지불장벽에 대한 회의론으로 번졌고 다시금 광고 모델에 집착하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반전은 2007년 파이낸셜타임스의 계량형 지불장벽 모델이었다. 계량형 지불장벽 모델은 일 몇 건 까지는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되, 그 이상의 뉴스에 접근하려면 구독료를 내도록 하는 모형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이 모델은 2010년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구독 모델로 채택됐고 꾸준한 관리와 분석을 통해 성공적인 수익원으로 현재 자리를 잡게 됐다.

 

 

언론사가 구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언론사의 주력 수익모델 변화는 당시의 경제적 조건과 깊은 관계를 맺는다. 간단히 요약하면, 경기 변동에 따라 수익모델이 변화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1830년대 1페니짜리 페니신문이 등장하기 전까지 신문의 주력 수익모델은 구독이었다. 대량으로 신문을 찍어낼 인쇄 기술이 부족했기에 소수 엘리트를 타깃으로 구독료를 받는 모델이 생존 지속성에 적합했다. 그러다 대량 인쇄기술이 등장하고 신문의 저가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광고는 중요한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1900년대 초 전세계적 대공황 국면을 맞아서 광고 경기가 심각하게 하락하자, 신문사들은 다시금 구독에 눈을 돌리게 됐다. 광고 비중을 낮추고 구독을 통한 판매 수익을 늘려가면서 위기를 넘어서려 애를 썼다. 디지털 구독이 주류로 잡아가는 지금의 시점도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너도나도 디지털 지불장벽을 쌓아올린 2000년 후반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촉발된 전세계적 금융 위기 시점과 겹쳐있다. 지면 광고 수익이 금융위기로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신문에 가장 익숙한 구독 모델이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됐고, 디지털 영역에서 그 가능성을 테스트하려는 여러 노력들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지금은 여기에 또다른 외재적 요인이 하나더 덧붙게 된다. 플랫폼의 디지털 광고 독과점이다. 앞선 사례와 달리, 기술적 요인이 수익모델 전환을 이끄는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페이스북과 구글은 그간 언론사들이 점유하고 있는 광고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했다. 경기는 활황 국면이지만, 활황의 과실은 언론사가 아닌 플랫폼이 모두 가져가고 있다. 광고에 의존하는 모델로는 더이상 비즈니스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디지털 구독은 언론사가 선택해야 할 불가피한 대안이 된 것이다. 어쩌면 광고가 언론사의 수익모델로 등장했던 1830년대 이전의 시기로 돌아가고 있는 시점이라고 해석해볼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구독은 1600년대 구독과 여러 모로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신뢰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 그렇고 투자와 기부가 적절하게 뒤섞여있다는 점도 그렇다. 토우 센터의 한센과 골리고스키는 구독을 포함한 수익모델의 유형을 수용자 수익모델(Audience Revenue Model)로 정의한다. 이 수용자 수익모델은 기부(donation), 구독(subscription), 멤버십(membership) 모델로 나뉘는데, 이 3가지가 합쳐진 개념이 과거 1600년대 구독의 정의와 거의 일치한다. 기부가 공동의 가치와 목적에 대한 지불의사를 의미한다면, 구독은 프로덕트나 서비스에 대한 거래와 교환관계를 전제로 한다고 강조한다. 멤버십은 멤버들과 저널리스트 간의 양방향 지식 교환 관계라고 설명한다. 투자와 기부의 결합적 의미로서 과거의 구독은 지금 3가지의 유형으로 분화돼 언론사의 디지털 수익을 만들어내는 동력으로 활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용자 수익모델은 크게 2가지의 장점을 갖고 있다. 고객 직접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고 광고주 등의 외풍에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맨쉬와 위더가 구독 모델을 주목했던 이유와 흡사하다. 이러한 장점은 언론사가 자사 콘텐츠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소비자로서 수용자의 요구에 더 귀기울이는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수용자들이 기대하는 정보 욕구를 채워주는 저널리즘 본연의 기능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의미다.

특히 고객 직접 접점의 확보는 플랫폼에 빼앗기고 있는 고객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시켜준다는 측면에서 가치가 크다. 자사 뉴스를 소비하는 수용자가 누구인지 그들은 어떤 정보를 선호하는지 어떤 정보를 갈망하는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또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뉴스 소비를 이탈하게 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뉴스 생산의 공급자주의와 조금은 멀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구독 활성화의 조건으로서 신뢰와 관계  

구독은 그것이 출판물에 적용된 1600년대에도 그랬듯, 생산자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전제로 했다. 신뢰는 관계적 가치다. 무형의 자본이다. 얕은 신뢰가 강한 신뢰로 나아가려면 생산 주체와 소비 주체는 긴밀하게 협력하고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존 맨쉬가 구독자의 이름을 자신의 사전에 새겨넣은 이유일 것이다. 지금의 사례로 보면 존 맨쉬는 구독자를 멤버십의 회원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노고와 바람을 책에 새겨넣음으로써 감사의 인사를 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가디언의 멤버십이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디지털 구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저 유명한 미디어 비평가인 제프 자비스가 앞으로 미디어 비즈니스는 관계 비즈니스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News as a Service’로 바라볼 것을 주문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구독에 기반한 관계 비즈니스는 콘텐츠를 구독자들에게 제공한다고 종료되는 사업 유형이 아니다. 콘텐츠에 더해 관계적 가치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때, 구독자들은 이탈하지 않고 응원한다. 뉴욕타임스가 구독 우선주의를 표방한 뒤 ‘Living Better’ 가이드를 내놓고, 팟캐스트 채널 ‘Caliphate’를 개시하고, 모바일앱에 Your Feed를 개설한 것은 구독자들에게 관계적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적 조치였다.

다시 강조하지만 구독은 관계적 가치를 만들어낼 때 지속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콘텐츠가 어떤 품질로 제공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불의사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수용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관계적 가치를 꾸준하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려면 고객으로서 독자들의 요구사항을 관찰하고 관리해야 하며 대응하고 수용해야 한다.

 

구독을 품으려는 플랫폼들

고객 관리는 플랫폼이 탁월한 성과를 보여왔던 분야다. 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직접 접점을 꾸준히 확보해온 플랫폼 기업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기도 하다. 플랫폼들이 디지털 구독의 성장세를 주목하고 다시 플랫폼 전략을 짜고 있는 배경이다.

플랫폼은 고객과 콘텐츠(언론사) 사이의 빈 공간을 수시로 넘나들고 파고 든다. 포털이 그랬고 검색이 그랬다. 그들이 이 사이를 침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디지털 매출의 원유라고 할 수 있는 고객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기 위함이다. 페이스북의 구독 지원 기술이나 애플의 뉴스플러스, 유튜브의 채널 멤버십 프로그램 등은 언론사의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진짜 속내는 데이터의 확보에 있다. 데이터가 흐르는 길목에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더 많은 광고 수익이나 부가 가치를 만들어내려는 것이 그들의 진정한 사업적 목적이다. 심지어 애플은 고객 데이터 보호라는 원칙에 따라 언론사들에게 해당 데이터를 공유하지도 않는다.

앞으로 플랫폼들은 이 사이에 더 자주 끼어들 것이다. 네이버나 카카오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대단위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가장 자주 반복적으로 방문하면서도 구매 동인을 자극하는 콘텐츠 영역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언론사와 같은 콘텐츠 생산자들이 구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게 되면 이들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유료 구독을 자사 플랫폼이 지원하겠다는 명분으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선택에 나서게 될 것이다.

관건은 국내 언론사들이 디지털 구독을 시도할 수 있느냐다. 추락할 대로 추락한 신뢰의 회복 없이 자사 브랜드의 힘으로 구독을 성공시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뉴스 스타트업이거나 모 언론사에 분리된 독립 브랜드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기존 언론 브랜드의 간섭 효과에서 자유롭기에 구독 모델에 도전하는데 걸림돌이 크지는 않다. 복스라는 미디어 기업이 산하 조직인 복스 미디어랩을 통해 독자적으로 멤버십 모델에 나선 사례는 좋은 참고 자료다.

 

구독은 지속될 수 있을까

앞서서도 설명했지만, 언론사의 수익 모델은 당대의 경기 상황 그리고 기술적 조건의 변화와 깊은 관련을 맺는다. 현재의 디지털 구독 모델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수익 모델이 아니다.  스트리밍 기술과 네트워크 기술의 향상, 디지털 파일의 소유를 둘러싼 수많은 저작권 분쟁, 그리고 2000년대 후반의 공황 등이 겹치면서 디지털 행위자들이 고안해낸 사회적, 기술적 구성물이다. 따라서 경기 변동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구현할 수 있는 기술 조건이 변화하게 되면 디지털 구독의 운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구독 또한 영원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무리다. 지금의 구조적 조건이 수익모델의 혁신을 불러냈고, 구독의 광범위한 변형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만일, 접근이나 공유가 아니라 소유에 대한 열망이 다시 강해질 수밖에 없는 경제사회적 구조가 들이닥친다면 구독의 힘은 빠지게 될 것이다. 언론사의 수익모델로서 e커머스의 위상이 확대되는 징후도 간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구독의 재부상은 독자들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라는 시장의 신호로 읽어낼 필요가 있다. 독자와 광고주를 매개하는 방식으로 성공의 방정식을 개척했던 레거시 미디어에게 ‘독자에게 더 집중하라'는 경고음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분간 언론사를 먹여살리는 핵심 수익원은 독자 즉 오디언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광고주, 정치 권력의 눈치만 보며 독자를 외면해왔던 오만함의 관행에 제동을 걸지 못한다면 언론사는 더욱 위태로워지게 된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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