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게임 <세키로>를 어렵게 만드나?

  • 기자명 박현우
  • 기사승인 2019.04.16 09: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Sekiro: Shadows Die Twice>(<세키로>)를 출시한 프롬소프트웨어사의 게임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소울본 시리즈의 최초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데몬즈 소울>은 말할 것도 없고, <Dark Souls>(<다크소울>) 시리즈, <Bloodborne>(<블러드본>)도 일반적인 게임보다 어렵다. 프롬은 <다크소울>을 홍보하며 게임이 어렵다는 것을 숨김 없이 어필했다. DLC를 모두 포함한 <다크소울> 제품의 이름은 무려 <Dark Souls: Prepare To Die Edition 죽음을 준비하라>다. 왜 프롬사의 게임이 어려운지, <다크소울>과 <블러드본>은 무리 없이 하던 사람들이 왜 <세키로>가 어렵다고 토로하는지 이 글에서 톺아보려한다.

 

1. 지도의 부재

<블러드본>에는 미니맵이 없다.

앞서 언급한 게임은 모두 3인칭 어드벤처 게임이다. 어드벤처 게임은 모험하는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거대한 맵을 구성하고 게이머들이 그 안에서 자유롭게 모험을 하게 유도한다. 맵이 거대하다보니 제작자들은 게이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지도를 제공한다. 게임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는 특정 던전에 처음 들어가면 지도가 없는 상태로 시작하지만, 상자를 열어 지도를 얻으면 그때부터 지도를 가지고 모험을 보다 본격적으로 떠날 수 있다.

<위쳐 3>에서는 지도가 기본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거대한 지도를 펼쳐서 핀을 꼽고 찾아갈 수도 있고 미니맵을 통해 길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엘더스크롤: 스카이림>은 게임 화면에서 미니맵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전체 지도를 제공하고 여기에 핀을 꽂는 게 가능하다. 핀을 꽂으면 게임 초기부터 주어지는 화면 상단의 나침반을 통해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요소로 여겨지는 지도는 앞서 언급한 프롬사의 게임에는 없다. 전체 맵을 조망할 수 있는 지도는 물론이고 미니맵, 나침반조차 없다. 그래서 지금 맞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건지 확인하는 방법은 직접 끝까지 가보는 것 외에는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처럼 방향 감각이 없다면 간 곳을 또 가면서 맵을 외우는 식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흥미로운 건 지도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게임 공간을 더 빨리 외우게 된다는 거다.

지도가 있으면 좀 더 안전하고 계획된 모험을 할 수 있지만, 프롬 게임에서 안전한 모험 따위는 불가능하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가보는 수 밖에 없다. 지도가 없기에 게임은 불편해지고 더 어려워지지만, 여행은 진정 여행다워진다. 새로운 적이나 아이템을 발견할 수도 있고, 공간과 공간이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것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세키로>의 지도

<세키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크소울> 시리즈나 <블러드본>과 달리 전체 맵의 구조를 대략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지도가 위의 사진에서처럼 주어지기는 하지만,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는 저 불친절한 지도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들다. 결국 어떤 아이템을 찾으러가거나 4개의 엔딩을 모두 보기 위해서는 이곳 저곳을 모두 직접 가보는 수 밖에 없다.

<세키로>로 와서 맵 디자인이 더 복잡해졌고 결과적으로 난이도도 올라갔다. 점프와 그래플릭 훅을 통해 수직 이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작들에서는 점프도 없었고 난간을 올라가는 간단한 상호작용도 없었지만, <세키로>에서는 점프도 가능하고, 그래플링 훅을 통해 높은 곳을 가거나 절벽 아래로 떨어지며 이동을 할 수도 있게 됐다. 아, 수영도 할 수 있고 스킬을 배우면 물 깊숙히 들어갈 수도 있다.

한편, <다크소울> 시리즈나 <블러드본>, <세키로>는 언제 어디를 가야한다는 식으로 가이드를 제공하지 않고, 그런 것이 강제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지금 당장 레벨이 낮아도 지도 없이 길을 헤매다 보면 캐릭터를 한 방에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강적들이 우글거리는 소굴로 가게 되기도 한다. 그 때의 죽음은 게이머 입장에서 허무하지만, 게임은 명확히 알려준다. ‘이 곳은 너가 나중에 와야할 곳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2. 막강한 필드몹과 보스

<다크소울> 시리즈, <블러드본>, <세키로>의 보스들은 강력하다. <블러드본>에는 ‘헴윅의 마녀' 같은 다소 쉬운 보스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보스들은 긴장하고 게임에 임하지 않으면 클리어하기 힘들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보스 클리어가 너무 어려워서 게임을 환불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일단 보스들은 체력이 상당해서 게이머가 공격해봐야 정말 미세한 데미지가 들어간다. 횟수를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아 틀릴 수도 있지만, 적게는 2~30번, 많게는 4~50번 타격해야 보스를 클리어할 수 있다. 반대로, 보스가 주인공 캐릭터를 공격해 데미지를 입히면 주인공 캐릭터의 체력은 적게는 3/5이 깎이고 심하면 타격 한 방에 죽을 수도 있다. 필드에 있는 몹이라고 딱히 다르지는 않다. 게임 극초반에 나오는 몹도 주인공을 타격하면 최소 2/5 정도의 체력이 소모되니까.

프롬 게임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적의 체력이 많고, 주인공의 체력이 낮아서는 아니다. 많은 게임의 필드몹들은 두 세번의 타격으로 처리가 가능하고, 어떤 식으로 내게 공격을 해올지 예상하는 게 가능하다. 설령 게이머가 예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공격이 들어오더라도 그것을 피하거나 막는 것은 딱히 어렵지 않고 공격을 받아도 생존에 위협적이지 않다.

그런데 프롬 게임에서는 적이 위협적인 공격을 할 때 그것을 막거나 피하는 게 쉽지 않다. 적이 세 번의 공격을 한다고 할 때 박자감 없이 공격을 하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패턴은 보스전으로 가면 더 심해진다. 보스가 공격 패턴을 마치고 잠시 쉬는 것 같을 때 이때다 싶어 공격을 하면 갑자기 보스가 주인공의 복부에 칼을 쑤셔 박는 경우가 흔치 않게 발생한다. 그럼 게임 오버다.

 

 

한편, 거의 대부분의 적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 위치해있고, 맵 곳곳은 함정으로 가득하다. 적들이 위험한 것만 아니라 배치도 위험하게 되어있다. 눈 앞에 보이는 적을 암살하기 위해 혹은 눈 앞에 있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움직이면 시야에 없던 적이 나를 발견하고 덮치는 식이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감을 잡을 수 있을 거다.

 

3. 전투 시스템

 

<다크소울3>, 초록색 막대가 스테미너

<다크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에서는 스테미너 시스템이 존재했다. 캐릭터가 공격을 하거나 구르거나 스텝을 밟아서 회피하면 스테미너는 소모된다. 스테미너 관리가 이 게임들을 클리어하는 핵심 키다. 적을 공격할 때도 회피할 때를 위해 스태미너를 관리해야하고, 회피하거나 방어할 때도 적의 회심의 일격을 피하거나 막을 스태미너 조금은 남겨둬야 생존할 수 있다. 즉, 보스한테 한 두번 맞으면 죽는 상황에서 스테미너를 관리하고(1), 대부분의 공격을 모두 피하면서(2), 보스에게 2~40방 정도는 공격을 먹여야(3)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다.

 

<세키로>, 중간의 주황색 막대가 체간 게이지. 꽉 차면 자세가 무너진다.

<세키로>는 어떨까? <세키로>에는 스테미너 시스템이 없다. 대신, ‘체간’이라는 시스템이 새롭게 도입됐다. 체간 게이지는 방어를 계속하면 쌓이는데, 체간이 꽉 차면 주인공 캐릭터의 자세가 무너지고 공격에 무방비가 된다. 이런 체간 시스템은 적들도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 적을 공격하면 적의 체간 게이지가 쌓이고, 일정 정도 체간 게이지가 쌓이면 붉은 색 점이 뜨는데, 이때 ‘인살'을 통해 확실히 죽일 수 있다. 보스와 같은 강한 적은 무조건 약 두 번의 인살을 통해서만 끝낼 수 있다.

<세키로>에는 전작들에서처럼 패링이 존재한다. 패링은 적이 공격할 때 정확한 타이밍에 특정 키를 누르면 발동한다. <다크소울>에서는 방패로 적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튕기면 적의 자세가 무너지면서 큰 데미지를 먹일 수 있었고, <블러드본>에서는 적이 공격하려는 모션을 취할 때 정확한 타이밍에 총알을 박아넣으면 적의 자세가 무너지면서 큰 데미지를 먹일 수 있었다.

<세키로>의 패링 버튼은 전작들과 달리 동일하다. PS4 기준으로 L1을 누르면 방어도 하고 패링도 한다. 적의 공격을 할 때 정확한 타이밍에 L1을 눌러 튕겨내면 패링이 성공하면서 적의 체간 게이지를 크게 채우고, 패링이 실패하면 방어에만 성공하고 주인공 캐릭터의 체간 게이지만 상승한다.

<세키로>에서는 패링과 방어만으로 모든 공격에 대응할 수 없다. <다크소울> 시리즈에서는 적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방패로 막거나 구르기만 하면 됐다. 초보자들은 대방패와 직검을 장비한 뒤 방어하고 공격하는 식으로 엔딩을 볼 수도 있다. 고수들은 방패 없이 구르기만으로 엔딩을 본다. 패링은 숙련자들이 애용하는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강제되지는 않았다. <블러드본>에서도 마찬가지로 적들의 모든 공격은 스텝이나 패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원한다면 스텝만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고, 패링만으로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세키로>에서 적의 공격은 더 다양해졌고, 게이머는 더 다양하게 대응을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패링만으로 진행할 수도 없고, 회피만으로 진행할 수도 없다. 적이 하단 공격을 하면 패링으로는 막을 수 없기에 점프해야하고, 적이 찌르기 공격을 하면 패링으로 막을 수는 있지만 패링 성공 타이밍이 굉장히 짧다(실패하면 큰 데미지를 입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방어만 하면 체간 게이지가 쌓인다. 결국, 게이머는 매순간 스텝을 밟거나, 방어하거나, 패링을 해야하는 선택을 해야하는데, 보스나 필드몹은 그런 고민을 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 특히 보스를 상대할 때 공격을 할지 패링을 할지 고민하면 그 찰나에 게임 오버가 될 수도 있다.

 

4. 멀티의 부재

<다크소울> 시리즈나 <블러드본>이 <세키로>에 비해 쉽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이 게임들이 결코 난이도가 낮은 게임은 아니다. 방심하면 죽는 건 일상다반사다. 하지만 <다크소울> 시리즈나 <블러드본>는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기 때문에 지인을 부르거나 지금 당장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면 혼자 상대하던 보스를 두 명이나 서너 명이 처리할 수 있다. 컨트롤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얼마든지 엔딩을 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있는 거다.

그런데 <세키로>는 싱글 게임이다. 레벨 디자인은 감독 미야자키 히데타카의 손길을 거친 만큼 충실하지만, 컨트롤 능력이 부족한데 그것을 극복할 근성이 부족하면 게임을 초반에 그만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작들과 달리 도움을 얻기 위해 누구를 부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갓오브워> 같은 게임은 혼자해도 누구나 엔딩을 볼 수 있지만, <세키로>는 전혀 다른 난이도의 게임이다.

5. 정리하며

<세키로>는 어려운 게임이다. 나는 이게 의도된 거라 생각한다. <세키로>의 주인공은 닌자고, 혼자서 수많은 적들을 죽음에 이르게 해야한다. 상대가 어떤 무기를 들었더라도, 상대가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해오더라도 황자를 지키는 주인공 세키로-닌자는 칼 한자루로 적들을 처리해야한다.

전작들에서는 주인공에게 다양한 무기가 주어졌지만, <세키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단 한 자루의 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을 더 재밌고 흥미롭게 만들려면 칼 싸움 자체를 박진감 넘치게 만들어줘야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체간, 패링, 인살 시스템이 아닌가 한다. 칼 싸움을 다룬 게임을 지금까지 많이 해왔지만, <세키로>만큼 칼 싸움을 박진감 넘치게 구현한 게임은 지금까지 없었다.

게임이 어렵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엔딩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게임은 아니다. 이미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모든 엔딩을 봤다는 인증이 올라오고 있다. 피를 깎는 노력으로 적들을 죽이고, 적들에게 죽는 경험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적의 몸짓만으로 손이 반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아직 닌자가 덜 되서 그렇다. 참고로 필자는 아직 닌자가 덜 됐다. 이 글을 마친 뒤 다시 수행을 떠날 예정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