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등기 부동산은 가급적 임대차계약 말아야

  • 기자명 전범진
  • 기사승인 2019.04.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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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갑회사 소유 주택에 대해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 7000만원을 지급하였고 이를 인도받고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도 받았다. 그런데 위 부동산은 임대차 계약 이전에 이미 수탁자를 '을'신탁회사, 수익자를 1순위 '병'신용협동조합 및 2순위 '갑'회사로 하는 신탁계약 및 '을'신탁회사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위 신탁계약이 해지되었고, 그 후 '병'신용조합 명의의 근저당권 등기가 경료되었다. 이 근저당권 등기에 근거해서 임대경매가 신청되어 '정'회사가 낙찰을 받았다.

위와 같은 경우 신탁계약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된 위 부동산을 등기부상 명의자인 '을'신탁회사가 아닌 '갑'회사와 임대차계약을 한 A씨는 안심해도 될까? 이 점은 우선 신탁이라는 것을 먼저 알고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1. 신탁이란 무엇인가?

신탁이란 수탁자 즉 명의자의 인격을 차용한 목적재산의 관리제도로서 수탁자, 위에서 '을'신탁회사의 명의로 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외부에서 보기에 분명히 명의자는 '을'신탁회사인 수탁자로서 소유자인 것이다.

그럼 왜 신탁법상의 신탁 제도를 회사 등이 자주 이용하는 것일까? 그것은 '갑'회사 같은 신탁자들이 자기들 명의의 재산이 채권자 등 제3자에 의한 강제집행 절차 등에서 벗어 나려는 의도가 강하다. 쉽게 말하면 '갑'회사에 채권을 가진 사람 등은 '을'신탁회사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된 위 부동산에 대해서 가압류, 강제집행 등의 조치를 취할 수가 없음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등기부등본을 보고 신탁등기가 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위 사진을 보면 사진 상의 부동산도 ‘주식회사OOO신탁’이 명의상 소유자로 되어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신탁원부 제OOOO-OOO호’라고 기재되어 있다.

 

위와 같은 신탁등기의 경우 등기소에서 등기 시에 반드시 신탁계약 내용을 기재한 신탁원부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신탁원부를 발급받아 보면 기재된 신탁계약의 내용이 공익신탁 또는 사업신탁, 투자신탁, 관리신탁, 담보신탁 등 인지 성격을 알게 된다.

 

 

부동산신탁계약서의 마지막에는 신탁계약이 종료되는 때를 대비하여 종료시점의 수익을 나누기 위하여 위 사진과 같이 1순위 수익자, 2순위 수익자를 지정해 둔다. 통상 금전을 빌리는 대가로 신탁을 하는 담보신탁의 경우 1순위 수익자는 대여회사 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종의 재산정리절차를 위하여 미리 정리된 재산을 가져가는 자를 정해놓은 것이다.

 

위와 같은 담보신탁인 경우는 해당 부동산에 근저당권 등이 설정된 것과 거의 유사하고, 현실에서는 1순위 수익자에게 신탁 종료시의 수익이 귀속되면 나머지가 없는 경우가 다수이다. 통상 위의 갑회사 같은 채무자가 2순위 수익자로 기재되므로, 갑회사 같은 숨겨진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임대차보증금을 날리게 되는 불운을 맞이할 확률이 높아진다.

 

다만 신탁계약의 법률관계가 성립하기 전에 미리 해당 부동산에 설정된 저당권 등으로 신탁재산에 강제집행 등을 할 수 있고, 위 '을'신탁회사가 신탁사무처리하는 도중 발생한 채권 등으로도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위 '갑'회사의 채권자 가령 A씨와 같이 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지는 자는 위 부동산에 결코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만일 '을'신탁회사가 개인인 경우 개인이 사망하면 신탁관계 종료의 절차를 밟아야지, 개인의 상속재산으로 취급되지 아니한다. 웬만하면 신탁등기가 된 부동산에는 임차인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말아야 한다.

 

 

2. 신탁된 부동산에 대한 임대차계약 유효성 및 대항력

다시 처음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A씨가 '갑'회사 소유 주택에 대해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 7000만원을 지급하였고 이를 인도받고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도 받았다. 그런데 위 부동산은 임대차 계약 이전에 이미 수탁자를 '을'신탁회사, 수익자를 '병'신용협동조합 및 '갑'회사로 하는 신탁계약 및 '을'신탁회사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위 신탁계약이 해지되었고, 그 후 '병'신용조합 명의의 근저당권 등기가 경료되었다. 이 근저당권 등기에 근거해서 임대경매가 신청되어 정회사가 낙찰을 받았다.

이 경우 A씨는 임차인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 2018다44879 판결의 내용을 알아보자. 대법원은 위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이 인정되는 임대차는 반드시 임차인과 주택의 소유자인 임대인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에 한정되지는 않고, 주택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적법한 임대권한을 가진 임대인과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도 포함된다"며 일단 A씨와 갑회사간의 임대차계약 자체는 유효하다고 보았다.

 

“주택에 관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한 경우 임대권한은 수탁자에게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위탁자가 수탁자의 동의 없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수탁자로부터 소유권을 회복한 때에는 해당 임대차계약에 대해서는 대항력 조항이 적용될 수 있음이 분명하다"고 하여 '갑'회사가 '을'신탁회사로부터 명의를 이전받은 경우에 비로서 제3자에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주택의 인도와 더불어 대항력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주민등록은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임차권의 존재를 제3자가 명백히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공시방법으로 마련된 것이다. 주민등록이 대항력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공시방법이 되려면, 단순히 형식적으로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주민등록에 따라 표상되는 점유관계가 임차권을 매개로 하는 점유임을 제3자가 인식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갑회사는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수탁자인 을신탁회사의 승낙이 없이는 주택을 임대할 수 없었지만, 2014년 4월 주택에 관해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적법한 임대권한을 취득했다. A씨는 2014년 1월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쳤는데, 그때부터 이 주택에 관한 주민등록에는 A씨가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어 제3자가 보기에 A씨의 주민등록이 임차권을 매개로 하는 점유임을 인식할 수 있었으므로, A씨의 주민등록은 전입신고시부터 임대차를 공시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따라서 A씨는 갑회사가 주택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즉시 임차권의 대항력을 취득했고, 병신협의 근저당권설정등기는 A씨가 대항력을 취득한 다음에 이뤄졌으므로 A씨는 임차권으로 주택 매수인인 정회사에 대항할 수 있다”.

 

다행하게도 A씨는 위 사례에서 갑회사의 신탁계약이 종료된 후에 설정된 근저당권 등기로 인한 임의경매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있어 임대차보증금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실제 상담을 하다 보면, 건축주가 오피스텔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신탁회사에 해당 오피스텔 소유권 명의를 등기하는 도중 한 오피스텔을 B씨에게 분양을 하였고, B씨는 잔금을 완납하지 않아 소유권도 없는 상태에서 임차인 C씨에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보인다.

B씨의 의도는 임차인 C씨의 임대차보증금을 받아 해당 오피스텔 분양 잔금을 내려는 것이다. 이 경우 B씨가 분양 잔금을 완압하여 소유권 등기를 하지 못한 경우에 임차인 C씨는 임대차보증금을 현실적으로 날리게 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임대인인 B씨는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해줄 의사나 능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Photo by Austin Distel on Unsplash

 

3. 신탁여부를 설명안한 공인중개사 사례

그렇다면 다른 사례를 들어 보자. 백씨 등 9명은 2010년 9월부터 2011년 12월 사이에 이씨 등 공인중개사 6명을 통해 B건설사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서울시 구로동에 있는 A원룸에 입주했다. 백씨 등은 각자 보증금 4900만원~8300만원을 냈고 전입신고도 했는데 A원룸이 2007년 9월부터 C신탁 명의로 이미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진 상태여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2012가합78165 판결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판결은 “공인중개사 6명과 협회는 각각 자기가 중개한 임차인에게 2940만~52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하였는데, 이는 C신탁이 소유 명의자이므로 C신탁에게 임대차보증금을 청구할 수 없고임대인인 B건설사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으나 자력이 없으니공인중개사에게 신탁관계 등 법률 관계를 설명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그것도 공인중개사의 과실에 상응하는 부분만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씨 등 공인중개사가 임대차계약 체결을 중개하면서 해당 부동산이 담보신탁대상인 것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백씨 등 임차인들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요건을 갖추기만 하면 임차목적물에 관한 우선변제권과 대항력이 있는 임차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잘못 알게 됐다. 이씨 등이 중개행위상의 과실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중개업자는 담보신탁된 호실(부동산)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중개할 때 임차의뢰인에게 신탁 원부를 제시하면서 법적 효과를 설명해야 한다즉, B건설이 C신탁과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C신탁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사실과 B건설이 임대차계약을 한 부동산은 임대인 소유가 아니어서 C신탁에게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성실·정확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다만 거래당사자 본인도 부담하는 거래관계에 관한 조사·확인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백씨 등도 공인중개사만 믿은 채 임대차계약의 확인을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돼 각자 책임을 30~50%까지 인정해야 한다.

 

결국 위 임차인들은 임대차보증금 중 50-70% 정도만 공인중개사의 과실을 물어 반환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실에서는 위 사례와 같이 일부 반환만 받을 수 있어도 운이 좋은 편이다. 위 사례는 요즘 오피스텔, 상가 등의 미분양으로 인하여 시행사로부터 신탁회사에 신탁된 해당 부동산에 대한 법적성격을 알아보지 않고 무턱대고 임대차계약을 하고 나서 보증금을 날리는 경우에 대한 판례로서, 임차인이 해당 부동산의 신탁여부를 알아보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판결이다. 안전장치와 법적 지식이 갖춰진 경우가 아니라면 웬만하면 신탁등기가 된 부동산에는 임차인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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