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쯔 거대연갑 거북? 무분별한 영어직역의 폐해

  • 기자명 임영대
  • 기사승인 2019.04.16 09: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4월 14일 저녁, 뉴시스에서는 '中 멸종위기 거북의 유일한 암컷인공수정 다음날 죽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보도를 내놓았다.

세계에서 단 4마리밖에 살아있지 않고 그 중 유일한 암컷일 가능성이 높았던 희귀종의 거북이 중국 남부에서 죽었다고 관리들이 14일 말했다. 이 양쯔 거대연갑(軟甲) 거북은 수컷과 함께 쉬저우(蘇州) 동물원에서 살고 있었다. 나머지 두 마리가 베트남에 있지만 성별이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 거북은 전날 오후 죽었으며 이를 발표한 동물원과 시청에 따르며 전문가들은 이 암컷의 난소 조직을 채집하는 기술을 오래 전에 사용했다. 죽은 거북은 90년 넘게 살았으며 죽기 직전 5번째 인공 수정 시술을 겪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거북이 세상을 뜨고 만 것이다. 중국에서 발원한 이 양쯔 거대연갑 거북은 종종 세계에서 가장 멸종 위기 가능성이 높은 종으로 지목되곤 한다고 관영 인민일보는 전했다.

과연 이 기사에서 등장하는 ‘양쯔 거대연갑 거북’이란 무슨 동물을 가리킬까? 우리말에는 이런 이름으로 불리는 동물이 없다. 이는 ‘Yangtze giant softshell turtle’을 그대로 직역한 것이다. 이는 ‘양쯔강에 사는 껍데기가 부드러운(軟甲, 연갑) 거북’이라는 뜻이다.

그럼 이 softshell turtle, ‘연갑 거북’을 가리키는 우리말 이름이 따로 없을까?

다행하게도 있다. ‘껍데기가 부드러운 거북이’라고 하면 바로 연상되는 동물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서식하는 자라를 영어로 softshell turtle이라고 한다. 지금 이 기사에 등장하는 ‘양쯔 거대연갑 거북’도 실은 ‘양쯔강 대왕자라’라고 하는 어엿한 이름을 이미 가지고 있다.

게다가, 잘못 표기된 것은 이름만이 아니다.

뉴시스 기사에 쓰인 사진

기사에 삽입된 사진은 양쯔강 대왕자라가 아니다. 이 거북은 껍데기가 딱딱한 보통의 바다거북이다. 캡션에서도 “산둥성 칭다오 수족관에서 거북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고 했는데, 그럼 이 거북이 쉬저우 동물원에 있는 ‘양쯔 거대연갑 거북’과 다른 개체라는 사실을 작성자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왜 이 사진을 넣었을까? ‘양쯔 거대연갑 거북’이 보통 바다거북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해서일까?

이는 다른 해외언론과는 전혀 다른 자세다. 이 양쯔강 대왕자라의 죽음을 다룬 외신을 보면 분명히 양쯔강 대왕자라의 사진을 싣고 있다.

이 사건을 다룬 CNN 기사(One of world's most endangered turtles dies, leaving 3 left)를 보면, 양쯔강 대왕자라의 정확한 사진을 싣고 있다. 이제 짝을 잃고 혼자 남게 된 수컷을 찍은, 2015년 사진이다.

CNN 기사에 쓰인 사진

과연 기자가 구하려고만 했다면 이런 유명한 동물의 사진을 구할 수가 없었을까? 얼마나 사진도 구하기 힘든 동물이기에, 중국의 동물원에서 사육하고 있고 같은 거북류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다른 거북이의 사진을 써야 했을까?

몸길이 1m, 몸무게 100kg에 달하는 대형 자라였던 양쯔강 대왕자라는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및 인간의 사냥으로 멸종되고 말았다. 두개골은 장식용으로, 껍질과 뼈는 한약재로 쓰기 위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잘못으로 멸종된 양쯔강 대왕자라에게, 적어도 그들의 이름이라도 제대로 불러주어야 하지 않을까?

임영대 팩트체커는 역사작가다. 역사를 주된 주제로 ‘슈타인호프의 함께 꿈꾸는 둥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청소년을 위한 파닥파닥 세계사 교과서>, <한국전쟁 전략, 전술, 무기>, <서프라이즈 세계 역사 미스터리> 등의 역사 교양서와 <봉황의 비상>, <이순신의 나라> 등의 소설을 썼다. 2019년에는 <월간 독립기념관>에서 <역사를 만든 사람> 코너를 연재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