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급여는 그대로 복지는 줄어든다

  • 기자명 이상민
  • 기사승인 2019.04.1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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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가로등 밑에서 다급하게 무엇인가를 찾는 사람이 있었다.

“무엇을 찾고 있나요?”

“잃어버린 열쇠를 찾고 있습니다.”

“열쇠를 여기서 잃어버리셨나요?”

“아니요. 그러나 열쇠를 잃어버린 곳은 너무 어두워서 찾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밝은 가로등 밑에서 찾고 있습니다.”

유명한 이야기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에 따른 국민청원을 보니 불현듯 이 오래된 일화가 떠올랐다. 소방공무원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바라고 소방 및 안전예산에 더 많은 지원이 되기를 바라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다. 여기까지는 사회적으로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방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열쇠를 꼭 국가직 전환을 통해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 어쩌면 국가직 전환이라는 가로등 밑에는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이라는 열쇠가 없을 수도 있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되어도 임용·급여·지위체계는 동일

일단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현재 대부분의 소방공무원은 국가직이 아니라 지방직이다. 99%의 소방공무원이 지방직이며 일부 중앙 고위직, 중앙소방학교, 중앙119 구조본부에 속한 1% 남짓한 공무원만 중앙직 공무원이다.

결국, 99% 지방 소방공무원을 중앙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의 형식이다. 그렇다면 구체적 내용은 어떻게 될까?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되면 임용, 급여, 지휘체계 등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놀랍게도 아직 명확한 방안은 나온 바가 없다. 다만, 현재 추진 중인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방안에 따르면, 임용, 급여, 지휘체계 모두 현재와 마찬가지로 지방정부가 책임지게 된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다시 말해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바뀌어도 여전히 지방정부가 소방공무원을 선출하고, 급여를 지급하며 지휘체계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게 된다는 의미다.

 

국회 입법조사처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관련 쟁점과 고려사항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추진에 있어서 인사·지휘권한에 대한 현재 정부안은 신분은 국가직으로 전환하되, 시‧도지사의 인사·지휘권은 유지 하는 방안으로 추진중이다. 따라서 사실상 인사·지휘권은 현재와 변함이 없게 된다. 결국 대부분의 소방공무원 인사·지휘 권은 현행 체계와 동일하며, 소방공무원의 신분만 바뀌었을 뿐 실제 인력운용은 진정한 국가 공무원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실, 이번 발생한 강원도 산불과 같은 대형 재난사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화재 및 안전 사고는 국지적인 사건이다. 해당 지역과 환경을 잘 아는 지역에서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에 현재 정치권과 대다수의 국민들이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되기를 바란다 하더라도 소방안전 업무 성격상 인사, 지휘권은 그대로 지방정부에 귀속되는 ‘무늬만 중앙직 공무원’의 형태로 전환될 예정이다. 결국, 국가공무원의 채용, 전보, 승진 등의 인사권을 지방정부에 위임한 기묘한 형태가 되는 방안이다.

MBC 14F가 만든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필요한 이유 ' 유튜브 영상 캡처. 방송에서는 위험수당 6만원이 적기 때문에 국가직 전환을 바라고 있지만 국가직 소방공무원 위험수당도 동일하게 6만원이다.
중앙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국가직 공무원도 위험수당은 6만원으로 동일하다.

국가직화가 되면 급여는 그대로, 복지는 줄어들 가능성

그래도 소방공무원의 급여는 올라가는 것이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급여는 변동이 없고 일부 복지제도는 오히려 더 하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 현재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바라는 가장 중요한 논리중에 하나는 소방공무원 급여가 각 지역별로 다르다는 것이다. 즉, 각 지역의 재정상황에 따라서 소방공무원의 급여와 복지혜택 정도가 다른 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방공무원의 임금체계는 급여, 초과근무수당 그리고 복지포인트 등의 기타 복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소방공무원의 급여는 모든 지역이 동일하다. 직급과 호봉이 같으면 소속된 지역과 상관 없이 모두 같은 급여를 받는다. 초과근무수당과 복지포인트는 지역별로 다소 다르다. 그러나 초과근무수당이 다르다고 해서 시간당 단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역과 상관없이 초과 근무한 시간당 단가는 모두 동일하다. 다만, 지역별로 초과근무를 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 다를 뿐이다. 최대 67시간까지 초과근무를 할 수 있는 시도가 있고 35시간 까지만 초과근무 할 수 있는 시도가 있다. 그래서 초과근무를 많이 할 수 있는 소방 공무원이 더 많은 급여를 받는 일이 생긴다. 

그런데 우리가 바라는 것이 과연 소방공무원이 초과근무를 더 많이 해서 더 많은 급여를 가져가기를 바라는 것일까? 소방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을 미지급한 시도도 많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중앙119구조본부에 속한 중앙직 소방공무원에도 미지급 초과근무수당이 존재한다. 결국, 초과근무수당 미지급은 중앙직 전환으로 해결할 수 있다기 보다는 법과 소송을 통해 풀어야 한다. 실제로 소방공무원 초과근무수당 지급청구소송은 2016년 현재 100건이 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소방공무원법 전부개정법률안 국회 검토보고서)

 

복지포인트도 지자체 사정에 따라 받는 급여가 달라진다. 복지포인트는 자치단체장이 재량권을 갖고 있다. 속한 지자체에 따라 복지포인트 금액이 달라진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지자체 복지포인트가 중앙정부의 복지포인트보다 대체로 높다는데 있다. 서울시는 기본복지포인트가 150만원인데 비해 중앙정부는 40만원에 불과하다.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 복지포인트가 많게는 4배에서 평균 두 배정도 된다고 한다. 복지포인트는 사실상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급여성 복지혜택이다. 만일 소방공무원이 국가직화가 되면, 소방공무원의 복지포인트는 중앙직 공무원과 같은 수준으로 깎이게 된다. 소방공무원 국가직화가 하향 평준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점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돈이 부족하기보다는 '재정 칸막이' 비효율이 문제

가장 중요한 소방예산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정부는 소방공무원이 국가직화가 되면 현재 담뱃세의 20%를 소방안전교부세로 지방에 지출되던 것을 2020년까지 45%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정부, 재정분권 본격화 한다' 국무총리실 보도자료).  소방공무원이 국가직화가 되어도 중앙정부가 직접적으로 중앙 예산을 지출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중앙정부가 직접적으로 소방 관련 예산을 책임지고 지출한다면 현재 지방에 내려보내는 소방안전 교부세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이던지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소방공무원 국가직화의 실상은 지방에 소방안전교부세 형태로 더 많은 돈을 줄테니 지방은 이 돈을 보태서 소방관련 예산지출을 늘리라는 것이다. 결국 소방공무원이 국가직화가 되어도 실제 직접적으로 돈을 지출하는 것은 지방정부란 의미다. 물론 채용, 승진 등의 인사권은 물론 지휘 등의 업무체계도 지방정부에 있는 상황에서 예산지출도 지방정부가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지방이 예산지출을 잘 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내려보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지방에 주는 예산은 대폭 늘어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세, 지방세 비율을 현행 8 대 2에서 7 대 3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작년까지는 부가가치세의 11%만 지방소비세 형식으로 각 지역에 배부되었다. 그런데 국세, 지방세 조정에 따라 올해는 부가가치세의 15%가 지역에 배부되며, 내년부터는 21%가 지방에 분배된다. 7조원의 중앙의 돈이 추가로 지방에 분배되게 된다. 소방안전교부세 형태로 지방에 내려가는 돈의 액수가 연간 약 5천억원이라는 사실과 비교해 보면, 7조원의 추가재원을 지방에 배부하는 것이 어느 정도 큰 규모의 돈인지 짐작할 수 있다. 7조원이 넘는 돈을 추가로 지방에 준다는 의미는 지방분권 원칙에 따라 현재 중앙사무 중 일부를 지방에 넘긴다는 의미다. 그런데 7조원의 돈을 지방에 주면서 현재 지방 사무인 소방 사무를 중앙이 맡는 것은 어색하다. 이런 의미에서 소방공무원이 국가직화 된다 하더라도 지방 소방 관련 예산 전체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소방안전교부세를 현행 20%에서 45%로(추가 금액, 약 5천억원) 늘리는 것이 소방공무원 국가직화의 예산상 변화다. 소방안전교부세 약 5천억원의 돈을 소방안전에 쓰게하는 것보다 7조원의 돈을 소방안전에 쓸수있는 정치적, 행정적 방안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소방안전교부세는 말그대로 보조금이 아니라 ‘교부세’다. 교부세는 이론상 정확한 사용처가 정해지지 않는 재원을 지방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만약 ‘소방안전 보조금’이라면 용도에 맞지않게 쓴 돈은 모두 중앙정부에 ‘토해내야’ 한다. 그러나 ‘소방안전교부세’는 비록 소방과 안전이라는 용도에 맞게 쓰도록 명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교부세라는 재원에 특정 사용처를 강제하는 방식은 이론에는 맞지 않다. 무엇보다도 중앙정부가 내려보내는 소방안전교부세 재원만으로는 지방의 소방재원을 모두 충당할 수는 없다. 즉, 중앙에서 내려보내는 재원에 지방이 상당부분의 재원을 합하여 소방관련 예산지출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중앙이 더 많은 재원을 소방안전교부세로 내려보냈다 하더라도 지방이 소방안전 관련 자체 재원금액을 줄인다면, 오히려 지역의 소방안전 관련 예산은 정체될 수도 있다.

 

실제로 각 지자체의 17년 ‘소방안전특별회계’의 집행률을 조사해 보니 미집행률이 10%가 넘는 지자체가 많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강원도는 소방안전특별회계의 미집행률이 18%가 넘는다. 미집행률이 많다는 것은 계획된 예산을 쓰지 못하고 다음 연도로 넘겼거나(이월) 불용되었다는 의미다.

지자체

예산현액 

지출액 

미집행액 

이월액 

불용액 

미집행률 

서울본청

7,883

7,725

159

122

37

2.0%

부산본청

2,703

2,602

100

80

20

3.7%

대구본청

2,430

2,316

114

58

56

4.7%

인천본청

1,318

1,153

165

103

61

12.5%

광주본청

1,460

1,350

60

43

17

4.1%

대전본청

1,696

1,450

246

217

29

14.5%

울산본청

1,282

1,123

159

157

2

12.4%

경기본청

8,927

8,110

817

770

47

9.2%

강원본청

1,263

1,035

228

203

26

18.1%

충북본청

1,746

1,617

129

113

16

7.4%

전남본청

2,321

2,266

56

56

0

2.4%

경북본청

969

866

103

83

20

10.6%

제주본청

558

399

158

140

18

28.4%

나라살림연구소,  나라살림브리핑 제16호 

더 중요한 것은 쓰지도 못하고 쌓아놓는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이다. 재난관리기금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모든 지자체가 보통세 수입액의 1%를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기금이다. 17년말 현재 광역지자체가 적립한 금액만 1.7조원이 넘는다. 그런데 1.7조원 중에 17년 사용금액은 1500억원에 그쳐 지출액 비율은 10%도 안 된다. 안전과 재해예방에 쓸 수 있는 돈은 있지만 지출하지 않고 쌓아놓는 돈이 많다는 의미다. 재해구호기금은 더욱 심각하다. 17년말 현재 1조원이 넘는 금액이 적립 되어 있으나 17년 사용액은 125억원에 불과하다. 조성액대비 사용액 비율이 1.2%에 불과하다.

<재해구호기금 조성액 및 사용액>

시도

16년 말 조성액

17년 사용액 

17년 말 조성액 

조성액 대비 사용액 

서울본청

2,759

22

2,772

0.8%

부산본청

1,267

7

1,280

0.6%

대구본청

378

1

491

0.1%

인천본청

330

24

312

7.8%

광주본청

280

2

309

0.8%

대전본청

298

1

317

0.5%

울산본청

272

3

317

0.8%

세종본청

24

2

39

4.2%

경기본청

1,751

5

2,084

0.2%

강원본청

-- 

3

188

1.7%

충북본청

201

16

233

7.0%

충남본청

309

8

331

2.3%

전북본청

209

4

243

1.8%

전남본청

263

7

260

2.8%

경북본청

327

11

381

2.8%

경남본청

475

8

473

1.8%

제주본청

237

0

281

0.2%

합계

9,380

125

10,311

1.2%

나라살림연구소,  나라살림브리핑 제16호

 

소방안전예산 국가지원이 ‘책임의 외주화 산물?

왜 이렇게 돈을 쌓아놓고 쓰지도 못할까? 소방안전특별회계의 집행률이 떨어지는 것은 해당 지자체 잘못이다. 실제로 지출할 수 있는 곳에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고 미집행 된다는 의미는 실제로 집행되어야 할 소방, 안전 예산은 편성조차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돈을 안써서 돈을 아낀 것이 아니라, 정말 써야 할 소방 안전 예산 사업을 하지 못하는 ‘기회비용을 지출’한 꼴이다. 반면 재해구호기금과 재난안전기금 집행률이 저조한 것은 지자체 책임이라기 보다는 관련 법 문제로 보인다. 각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집행하지 않는 측면도 다소 존재하기는 하나 재해구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용처가 지나치게 협소해서 쓰고 싶어도 쓸수 없는 부분이 많다.

재해발생 빈도와 재해구호 사용액수를 고려하여 적절한 적립배율을 설정하는 것이 어떻까? 즉, 쓰지도 못하고 과도하게 적립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적절한 수준의 적립액 대비 사용금액 비율을 도출하고 좀더 기금 적립 금액을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소방안전교부세 교부기준을 같이 감상(?)하고자 한다. 소방안전교부세 교부기준은 다음 산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각각의 항목별로 이것보다 더 복잡하고, 길고, 자세한 세부 교부기준이 존재하나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각 지방에 교부되어야 할 소방교부세에 왜 하필이면 소방공무원 수 가중치는 4%이고 지방도로 위험도는 5%를 적용해야 할까? 그리고 지방하천 위험도는 3%의 가중치를 두고 소방시설 확충노력률에는 16%를 반영해야 할까? 이러한 복잡한 가중치가 얼마나 현실과 부합될 수 있을까?

자신의 행정적, 정치적 책임에 따라 소방 안전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렇게 복잡한 공식에 따라 소방예산을 중앙정부가 내려보내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고 효율적일까? 혹시 이렇게 복잡한 수식은 어떤 대단한 학술적 통계에 뒷받침되기 보다는 책임 회피 정치를 위한 ‘책임의 외주화’의 산물 아닐까?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소방안전관련 예산을 집행하게 하는 방안은 지자체의 정치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 저런 복잡한 수식은 오히려 지자체의 정치적 책임을 면제해 주게 된다.

이를 테면 각 지자체의 소방관련 장비를 평가하여 공개하는 것도 고려가능하다. 각 지자체 소방공무원의 총 출동시간을 평가하여 공개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방공무원의 노동권이 얼마나 잘지켜지고 있는지 각각의 지자체를 비교하여 지자체장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소방공무원의 권익향상에 더 도움될 수 있다.

잃어버린 열쇠는 소방공무원 권익향상과 소방안전관련 예산 확보다. 그러나 이를 꼭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통해 찾을 필요는 없어보인다. 특히, 논리적인 이유가 아니라 정파적인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어떤 가로등에서 열쇠를 찾아야 하는지가 자기가 속한 정파의 정쟁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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