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등 해외파 '장시간 비행 컨디션관리' 중요하다

  • 기자명 김지석
  • 기사승인 2019.04.1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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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은 맨체스터시티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10분만에 두골을 몰아치며 소속팀을 챔피언스리그 4강으로 이끌었다. 지난 10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UEFA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손흥민은 2차전에서 올시즌 20번째 득점(정규리그 12골, 리그컵 3골, FA컵 1골, 챔피언스리그 4골)을 기록했고 소속팀 토트넘의 핵심 선수로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반면, 대표팀에서는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에 이은 AFC 아시안컵에서의 부진과 러시아 월드컵 이후 A매치 9경기만에 첫 골 기록(지난 3월 콜롬비아전, 벤투 감독 부임 후 첫 득점) 등 경기력의 업다운을 보이며 소속팀에서의 활약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토트넘 손흥민(왼쪽)이 18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출처: 토트넘 인스타그램
AFC 아시안컵 8강에서 한국이 탈락한 뒤 아쉬워하는 손흥민. 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이에 A매치 때면 유럽과 한국을 오가야 하는 손흥민을 비롯한 유럽파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와 이로 인한 부상 가능성 증가, 경기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소속팀에서 높은 연봉을 보장받는 소위 ‘배부른’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 경기에서의 ‘몸사림’을 지적하는 이도 적지 않다. 유럽-한국의 장거리 비행으로 인해 유발되는 피로 문제(economy class syndrome) 역시 이동간 비즈니스석 또는 퍼스트 클래스석을 이용하는 대표 선수들에게는 핑계에 불과할 뿐, 대표팀에서의 부진은 대표팀에 대한 ‘충성도 부족’에서 비롯되는 소극적 플레이와 정신력 부족이 원인임을 지적하는 주장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아시안컵 이후 서른의 나이에 대표팀 조기 은퇴를 선언한 기성용과 구자철은 대표팀 차출과 소속팀을 오가는 여정 속에 발생하는 체력과 컨디션 저하, 부상 악화, 이로 인한 경기력 저하와 이어지는 여론 악화,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신체적·심리적 부담감 증가를 은퇴의 주요 이유로 언급하였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의 악화로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대표팀을 은퇴하고, 33세의 나이에 현역에서 완전히 물러난 박지성이 장시간 비행으로 대표팀을 오갈 때면 무릎에 물이 차올라 어려움을 겪었다는 일화도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과연 유럽과 대표팀을 오가는 장시간 비행이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력에 실제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 혹은 충분히 극복 가능한 문제에 대한 핑계에 불과한 것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다.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시차발생과 컨디션

“지구상에 축구경기가 펼쳐지고 있지 않은 순간은 없다.”

국가와 민족을 막론하고 축구가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인기 스포츠임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문구이다. 동시에 축구 선수에게는 소속팀에서의 정규리그, 챔피언스리그, 국가대표팀 차출과 원정 등 연 중 수많은 경기에 쉼없이 참가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축구 선수를 비롯한 모든 프로스포츠 선수에게 있어 장시간 비행과 이동은 숙명과 같은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대(time zone)를 이동하는 이러한 장거리 비행에는 반드시 시차문제(jet lag disorder)가 따른다는 것이다.

유럽과 서울은 약 8500~8900km(프랑크푸르트, 런던, 로마 등 기준)의 거리로써, 약 10여시간의 비행을 통해 이동 가능하며, 서울과는 약 -7~8 시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생활을 하다가 런던발 인천행 비행기를 통해 한국시간 아침 9시에 서울에 도착한 사람은 그 생체리듬이 아침 9시(서울시간)가 아닌 여전히 밤 1시(런던시간)에 맞춰져 있어 피로를 느끼게 된다는 것인데, 맞닥뜨린 환경이 아침시간을 시작한다 할지라도, 생체리듬은 여전히 휴식이 필요한 밤시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편안한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 앉아, 아니 누워, 비행동안 미리 숙면을 취하고 한국에서 하루를 시작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으나, 답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아침에 깨어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잠을 자는 24시간의 생체 리듬은 사회적 약속에 의해서만 정해진 것이 아니다. 이는 지구상에서 수 억년의 생존 과정을 통해 인류에게 축적된 유전 정보, 즉 생체시계(circadian rhythm)를 통제하는 유전자의 역할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수십조에 달하는 대부분의 체세포들은 이러한 생체시계 유전자들을 갖고 있어서 아침-낮-저녁-밤과 같은 하루 주기의 변화에 따라 그 발현량(expression)과 활성(activity)의 조절을 통해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게 된다. 비행을 통한 급격한 시간대 이동이 일어날 경우, 생체시계 유전자는 그 적응(adaptation) 과정에 시간이 필요하게 마련인데, 이러한 생리학적 현상이 시차 적응 과정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행 중에 단순히 실내 조명을 끄고 어두운 환경을 유지하며 편안히 누운 상태에 있다고 해서 정상적인 수면이나 완전한 휴식을 보장할 수는 없으며, 이러한 상황은 비행이 종료된 후에도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나타나, 짧고 불규칙한 수면의 반복, 피로감, 집중력 저하, 심리적 가라앉음, 답답함, 두통, 무기력 등과 같은 생리학적·심리학적 피로 상태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단순한 여행객이라면 비행 중에 아스피린, 수면제와 같은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으며, 비행 후 다소간의 피로와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견디며 생활을 해 나가면 그만일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그렇지가 않다. 최고강도(maximal intensity)로 진행되는 육체적인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선수들로서는 이러한 피로가 단순한 문제일 수 없는 것이다. 소속팀 일정 등을 고려하여 유럽파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A매치 약 3일 전 귀국을 하게 되는데, 이 기간이 회복을 위한 충분한 시간(*건강한 성인 기준 평균 약 1~2주 소요)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흔히 말하는 “해외여행 때 나도 시차적응 겪어봤는데, 2~3일 지나니 괜찮더라~” 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며, 이러한 말을 내뱉는 그 사람의 인체 또한 사실은 괜찮지가 않은 상태라는 뜻이고, 선수들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피로상태에서 A매치라는 고강도 시합에 출전해 뛰어야 한다는 뜻이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경기력이 완전치 못할 경우에는 수많은 팬들의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중압감을 견디고 있다는 뜻이 되겠다.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근골격계 피로

심장은 크게 4개의 공간(좌심방, 우심방, 좌심실, 우심실)으로 구분이 되는데, 좌심실에서 나온 혈액은 대동맥을 거쳐 온 몸에 혈액을 공급하며 모든 조직세포에 모세혈관을 통해 산소(O2)를 공급해 준다. 각각의 체세포는 공급되어 온 O2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하며 운동 기능을 수행하게 되고, 그 부산물로 이산화탄소(CO2)를 생성하게 되는데, 이 CO2는 다시 모세혈관을 통해 혈액으로 확산되고 이 혈액은 대정맥으로 모여 우심방으로 들어가고, 우심실로 내려온 혈액은 폐동맥을 통해 폐(lung)로 가서 호기(exhalation)를 통해 CO2를 체외로 배출하게 된다. 동시에 흡기(inhalation)를 통해 새로운 O2가 공급되는데, 이 O2를 가득 담은 혈액은 폐정맥을 통해 다시 좌심방으로 들어가고, 좌심실로 내려온 혈액은 다시 대동맥을 통해 온 몸 필요한 모든 곳으로 O2의 공급을 시작하게 된다. 심장에서 박출되는 혈액은 동맥을 통해 나오고, 폐와 전신을 순환한 혈액은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즉, 심장으로 공급되는 혈액량과 심박출을 통해 순환하게 될 혈액량은 정맥혈의 회귀량(venous return)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다.

동일한 자세로 제한된 공간에서 10여시간 동안 비행을 하면 하지 부종(leg edema)과 저림(numbness) 증세를 겪게 되는데, 이는 장시간 앉은 자세를 유지하게 되면서 골반의 정맥이 지속적으로 눌리게 되고 하지의 운동량도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며 발생하는 정맥혈 회귀량 감소와 순환 혈류량(blood flow)의 감소가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골격근(skeletal muscle)은 체내 에너지대사(energy metabolism)의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 인체 내에는 약 600개 이상의 골격근이 존재하며 체중의 약 40~50%를 담당한다. 제한된 공간에서의 장시간 비행은 언급한대로 혈류량 저하를 유발하는데, 이는 골격근으로의 산소와 에너지 공급 저하, 대사량 감소, 이를 통한 근피로(muscle fatigue) 유발과 근기능저하를 가져오게 된다. 체내 대사 부산물들은 혈류를 통해 폐, 간 등 각 기관으로 이동하여 제거되거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재합성 되는데, 혈류량의 저하는 이러한 순기능의 저하 또한 유발하게 되어 체내 대사 부산물이 제거되지 못하고 축적되는 원인이 된다. 또한 제한된 공간에서의 장시간 비행은 하지 혈류 정체와 이로 인한 혈액 점도의 증가를 통해, 하지 내 혈전(blood clot)의 생성을 유발하는 심부 정맥 혈전증(deep vein thrombosis)도 유발하게 되는데, 이는 자칫 호흡곤란과 급성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근골격계의 피로는 강하고 효율적인 근수축(muscle contraction)을 통한 효과적인 운동 수행이 필수인 선수들에게 있어서 체력 저하와 컨디션 문제를 야기하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부상부위 악화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서 주요대회를 앞둔 시점에 핵심 선수가 하지 부상을 당하고, 그로 인해 선수 개인과 대표팀 전체가 아쉬움을 삼켰던 예는 수없이 많다.

98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중국과의 출정식에서 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당한 황선홍, 2006 독일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당시 소속팀이던 포항 경기에서 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당한 이동국, 2011 아시안컵 출전을 앞두고 소속팀 AS 모나코 경기에서 골 세레머니 도중 무릎부상을 당한 박주영, 33세의 나이에 현역 은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박지성의 고질적 무릎 부상과 수술 후유증, 2011년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에 소속팀 볼턴에서 상대의 살인 태클로 인해 정강이뼈 골절과 부상 복귀 후 급격한 기량 저하가 나타난 이청용, 가깝게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소속팀 디종에서 아킬레스건 파열을 당한 권창훈 등 모두가 당시 대표팀의 핵심 선수들로서 그 부상의 여파가 선수 개인 뿐 아니라 대표팀 전체의 경기력과 대회 결과에 영향을 미쳤던 아쉬운 순간들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외에도 거의 모든 선수들이 수없이 겪고 있는 발목 염좌, 각종 타박상, 피로골절 등 축구 선수에게 있어 하지 부상은 그 심각성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선수가 만성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결국, 선수의 경기력 유지/향상과 선수 생명 연장의 핵심은 부상의 예방뿐 아니라, 부상 후 관리와 컨디션 조절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2011년 소속팀이던 볼턴에서 당한 살인태클로 정강이뼈 골절을 당한 이청용
2018 러시아 월드컵 직전 소속팀 디종에서 아킬레스건 파열을 당한 권창훈. 출처: 디종 트위터

하지의 부상 또는 수술 부위는 평상시 안정 상태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기 중 격렬한 운동으로 인한 부상부위의 강한 자극, 급격한 압력 변화, 제한된 공간에서의 고정된 자세 유지, 하지 혈류량 저하 등과 같은 외부 스트레스가 주어지게 되면 부상 또는 수술로 약해진 부위는 세포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기방어 기전으로써 세포외 기질에 수분을 축적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환부에 부종이 발생하고 발열과 함께 염증 반응(inflammatory response)이 일어나게 된다. 축구선수의 격렬한 경기와 장시간의 비행은 부상 부위의 컨디션 악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지성의 예를 살펴보자.

박지성은 PSV 아인트호벤 시절이던 2003년 오른쪽 무릎 반월형 연골판 제거 수술을 받고, 맨체스터 Utd 시절이던 2007년에는 연골 이식 수술을 받는 등 2차례에 걸쳐 오른쪽 무릎에 수술을 받았다. 부상과 수술이후 정상 연골 기능의 50% 수준에 불과했던 박지성의 오른쪽 무릎은 평상시에도 염증으로 인해 부종이 있었으나, 격렬한 경기를 치르고 나면 상태가 악화되어 수일 간의 휴식과 회복이 반드시 필요한 상태였다. 그러나 대표팀에 차출이 있을 경우에는 소속팀에서 경기를 치르고 무릎 부상 부위가 완전히 회복되기 이전에 약 12시간의 장거리 비행을 하게 되었는데, 비행을 마치고 공항에 도착할 때면 박지성의 무릎은 물이 차올라 매번 불편함을 느낄 정도였으며, 심할 경우 부종을 제거하는 조치를 취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태로 한국에 도착하여 약 3일 간의 회복훈련 후 A매치에서는 팀의 주장과 리더로서 경기에 임해야 했고, A매치 후에는 또다시 악화된 무릎을 안고 소속팀 경기를 위해 12시간의 비행으로 복귀해야 했다. 소속팀 복귀 후에는 다시 재활과 회복 과정을 거쳐야 했으며, 주전을 위한 입지 경쟁 또한 새로이 펼쳐야 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며 선수로서의 무릎 수명은 급속도로 단축되어 갔고, 이 과정에서 경기력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일 때면 수많은 팬들로부터 “한물갔다”는 질타 또한 감수해야 했다.

박지성은 무릎수술을 세차례나 했으며 장시간 비행으로 인해 종종 무릎에 물이 차올랐다. 장시간 비행을 할 수밖에 없는 국가대표팀 합류는 그의 선수생명을 위협했다. MBC 화면 캡처

이러한 상황은 비단 박지성의 예만은 아니겠으며, 국가를 대표해왔던 수많은 선수들이 남모르게 흘려야 했던 눈물이며 고통이라 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목표를 묻는 시즌 전 인터뷰에서 “부상없이 아프지 않고, 시즌을 무사히 마치는 것이 목표” 라고 대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살펴본 바와 같이 유럽과 대표팀을 오가는 장시간 비행은 선수들의 피로와 컨디션 문제, 이로 인한 경기력 저하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팩트이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는 장거리 비행으로 “힘들다”는 유럽파 선수들의 이야기는 핑계가 아닌 사실이며, “그러나 괜찮다”고 하는 선수들의 대답은 여론을 고려한 ‘White lie(하얀 거짓말)'인 것이다.

소속팀과 대표팀의 혹사 논란에도 언제나 긍정적인 모습의 손흥민. 스포티비 화면캡처

 

문제는 대표팀의 무대책

현재 지구상의 축구 무대의 중심은 유럽이다. 상대적으로 축구 변방인 아시아 대륙, 그 중에서도 유럽과 남미대륙에서 물리적으로 가장 먼 거리에 위치한 한국, 일본 등 극동 아시아권 팀들에게 있어서는 대표팀 소집 시 선수단 컨디션 조절과 체력 관리 문제가 가장 민감하게 해결해야 할 숙명적 과제이다.

우리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현지기후 적응 실패, 예방주사 역효과, 에어컨 문제, 선수단 몸살, 감기 등 컨디션 조절 실패,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대회 직전 부적절한 시기 파워 트레이닝, 지나치게 타이트한 대회직전 평가전, 선수단 체력 문제, 근피로와 부상 등 컨디셔닝 실패, 2019 아시안컵에서의 부상선수 진단 착오와 대표팀 합류, 부상선수 회복 후 훈련재개 시점 오판, 유럽에서 합류한 선수들의 체력 문제 발생, 대회기간 중 팀 의료진 행정 문제 등 월드컵/아시안컵과 같은 주요 메이저 대회에서 연이은 선수단 컨디셔닝 실패와 이로 인한 대회 성적 부진을 경험하였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문제와 실패를 반복하고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대표팀의 장거리 원정, 해외파 선수들의 장거리 이동과 복귀에 있어서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조치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 등 수많은 메이저 대회에 지속적으로 참가하면서도 선수 컨디셔닝에 대한 자료와 노하우의 축적이 거의 전무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9번 연속 월드컵에 참가하고도 매번의 대회를 첫 참가와 같은 새로움으로 임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겠다. 먼 대륙으로의 원정길에 오르거나 유럽파 선수가 국내 A매치를 위해 복귀했을 때 하루나 이틀의 가벼운 운동 이후 곧바로 고강도의 팀훈련과 시합 출전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것이 옳은 것인지(*이러한 시스템이 옳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핵심은 이것이 축적된 데이터와 분석된 노하우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훈련 혹은 경기 후 어느 정도의 회복 상태에서 장시간 비행을 시작하는 것이 선수들의 근피로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인지, 현재처럼 시합 후 무조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이동을 시작하고 현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장시간 비행 동안 선수들은 어느 시점에서 스트레칭과 움직임을 가져가야 하는지, 시차적응을 위해 비행기 내에서 수면조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식이조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충제는 어떠한 것이 문제없이 효과적인지, 메이저 대회 참가를 위한 원정 숙소 선정에 있어서는 숙소 환경과 이동시간 간 어떠한 절충과 고려사항이 있어야 하는지, 원정지 도착 직후 훈련량과 휴식의 배분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국내파와 해외파(유럽파) 선수들의 시즌 상황에 따른 컨디션 조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하절기 정규시즌을 운영하는 국내파는 시즌 중에, 동절기 정규시즌을 운영하는 유럽파는 시즌 종료 후에 월드컵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등 선수 컨디셔닝을 위한 포괄적이며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한 36년(9회 연속 진출)의 노하우와 데이터 베이스의 구축이 이루어져 있느냐는 것이다. 코칭 스탭의 감으로만 절차들이 진행(*필자 역시 경험에서 오는 감의 중요성을 믿는다)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데이터와 이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통해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A매치를 위해 장시간 비행으로 날아와 경기하는 ‘피로한’ 북중미·남미 팀을 상대로 우리의 기량과 전술을 시험하고 가장 효율적인 구성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고, 반복적 승리를 통해 이기는 습관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과에 의한 FIFA랭킹 상승도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구체적인 노하우가 축적되고 쌓여가야 한다는 것이다. 축구협회 리더십이 바뀌고, 감독이 바뀌고, 코칭스탭이 바뀌어도 선수 관리를 위한 모든 노하우는 그대로 축적되어가야 한다. 반드시 다음 월드컵이 지난 월드컵보다 우리의 목표 실현에 가까워져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그러한가? 월드컵은 또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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