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월생만 학교입학 2002년생 '내년에 고3'...대학 '신입생 절벽' 온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4.2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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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구감소가 급격한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감안하면 인구 감소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은 ‘인구붕괴’에 따른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인적자원’의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미래에 대한 비상등이 켜진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출생통계를 통해 내년부터 나타날 학령인구 변화를 확인해 보았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최근 통계청이 2018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해 출생아 수는 32만6900명으로 전년(2017년)대비 3만900명(8.6%)이 감소했고,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출생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민 같은 해외유입인구 없이 현재의 인구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는 합계출산율이 2.1명 수준이어야 하지만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출생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후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는 다음과 같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1980년대 중반이후 합계출산율이 2명 정도를 유지하다가 2000년대 들어 1.5명 이하로 떨어졌다. 1970년대 초반 한해 100만명씩 태어나던 신생아도 이제는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출생아수와 합계출산율 (출처 ; 통계청 e-나라지표)

 

합계출산율은 출산 가능한 여성의 나이 15세부터 49세까지를 기준으로, 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자녀의 수를 일컫는다. 국가별 출산력 수준을 비교하는 주요 지표로 이용되지만, 한국의 경우 15~19세 여성의 출산, 미혼상태의 출산이 흔한 사례가 아니어서 숫자 자체보다는 추세를 보는 데 더 의미가 있다.

 

출생아 1970년 100만명, 2000년 64만명, 2018년 32만명 

실제 출생아 수를 살펴보면, 1970년 출생아는 1백만6645명이었고 이듬해인 1971년 102만4773명으로 한국의 출생아 수는 정점을 찍었다. 1980년 전후와 1990년대 전반부에 잠깐씩 상승하기는 했지만, 1999년 출생아수 62만668명을 기록할 때까지 꾸준하게 하락했다. 30년 사이 약 38%가 감소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인 대열에 들어선 2000년 이후 출생아 수는 다음과 같다.

 

올해 만 19세로 대학 1학년이 되거나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2000년생은 모두 64만89명이 태어났다. ‘즈믄둥이(새 천 년의 아이)’ 즉, ‘밀레니엄 베이비’의 여파로 6년 만에 전년보다 출생아수가 늘었지만 이듬해인 2001년 55만9934명이 출생하며 14%나 감소했다.

이후 ‘황금돼지띠’ 마케팅과 ‘흑룡띠’ 마케팅이 성공한 2007년과 2012년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하락세이지만 2015년(43만8420명)까지 최소 43만 명 이상 출생을 기록하다가 2016년 40만6243명, 2017년 35만7771명, 2018년 32만6900명을 기록하며 2000년 이후 18년 만에 출생아수는 반 토막이 났다. (통계청 e-나라지표)

 

유치원ㆍ초중고생 20년만에 27%감소

출생아 감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곳이 있다. 바로 교육계다. 유치원에는 이미 적신호가 나타났고 이제 대학교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2000년대 이후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이다. 최근 20년(1999~2018년)간 유치원·초·중·고교 재학생 수는 다음과 같다.

출처 :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1999년 865만8358명이던 것이 2018년 629만5366명으로 20년 만에 약 240만 명이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추세다. 아래 표를 보면, 초등학생 수는 2003년 정점을 찍은 후 줄곧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 : 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2003년 입학한 초등학생(1996년생)이 중학교에 입학한 2009년부터 중학생수가 감소 영향권에 든 후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다시 이들이 고등학생이 된 2012년부터 고등학생 수 감소세가 시작해 이제 급감소세를 앞두고 있다.

연도별 출생아수와 직접 연결되는 연도별 입학생수를 보면 각 급 학교 신입생 선발에 비상등이 켜진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연도별 입학자 수 (출처 :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고교 신입생 59만(2016년)→52만(2017년)→45만(2018년) 큰 폭 감소

당장 대학교가 문제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2001년생(정확하게는 2001년 3월생~ 2002년 2월생)은 52만2510명이 2017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현재 대학교 1학년 나이인 2016년 입학생(2000년 3월~2001년 2월) 59만2116명보다 6만9606명, 약 11.8% 감소했다.

내년에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2002년생은 전년도인 2001년생보다 약 11.3%(6만3023명)이 줄어든 49만6911명이 태어났다. 하지만 2002년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2018년 신입생 수는 45만7866명이었다. 2002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2009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3월1일부터 다음해 2월말까지 출생한 아동이 함께 입학했지만 2009년부터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출생한 아동이 같은 학년으로 입학할 수 있다. 적용 첫 해여서 2009년에는 2001년 3월~2001년 12월생 45만7866명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2018년 고1~3학년을 합친 자퇴율은 1.5%였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고 3학년 59만여 명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선발했던 대학들이 올해는 약 7만 명이 줄어든 52만여 명, 내년에는 6만5000명이 더 줄어든 45만5000명의 고3학년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선발해야 한다. 2년 사이 약 24%가 줄어든 것이다. 대체로 일반계고 졸업생의 90%와 특성화고 졸업생의 60%가 대학에 진학한다2020년 대학 모집 정원은 48만5318명이다. 재수생을 감안하더라도 입학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지난 2017년 3월 2018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 입학 정원 10만5000명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대학 간 통폐합 등을 포함한 2주기 대학 구조개혁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등교하는 초등학생들

 

유치원 폐원, 교원 수ㆍ사교육 시장 등 교육관련산업에 큰 타격 

현재 의무교육단계이자 극히 일부의 중학교를 제외하고 평준화 상태인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학급 수를 줄이거나 학급 당 학생 수를 조절하며 신입생 감소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고·특수목적고·특성화고·자율고로 구분해 학생을 모집하는 고등학교는 학생들의 선호도에 따라 일부 학교의 경우 신입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를 겪고 ‘개혁’이 진행 중인 유치원 과정은 2016년생이 유치원에 들어가기 시작하는 2021년부터 급격한 원아 감소를 맞이하게 된다. 

2014년생과 2015년생은 43만5천여 명과 43만8천여 명이 태어났지만 2016년에는 40만6천여 명, 2017년에는 35만7천여 명, 2018년에는 32만6천여 명이 태어났다. 2021년부터 3년간 매년 모집대상 아동의 수가 약 10%씩 줄어들게 된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3년 만에 유치원 정원이 25% 감소하게 된다. 

특히 정원 감축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 사립유치원의 비중이 높은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2021년부터 매년 10곳 중 한 곳의 유치원이 폐원하는 사태를 겪게 될 수도 있다.

인구감소를 넘어 재앙 수준의 출생률을 보이기 시작한 2016년생은 2023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교원 수급과 사교육 등 초등학교와 관련된 각종 인프라와 산업이 비상상황을 맞게 된다.

 

서울과 수도권까지 번진 '폐교행렬'

‘위기’에서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학생 수의 감소는 이제 ‘폐교’라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 동안 폐교는 대도시 집중에 따른 지방의 문제로 치부됐지만 이제는 대도시를 넘어 수도권과 서울로 번지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3곳의 초등학교가 사라진 데 이어, 올해에는 중학교 두 곳을 포함해 4곳의 학교가 폐교됐다. 내년에는 고등학교까지 폐교 대상으로 분류된 상태다. 경기도에서는 2016년 10곳, 2017년 6개 학교가 통폐합됐다.

그리고 서울에서도 올해 3곳의 학교가 폐교의 운명을 맞게 됐다. 서울 강서구 염강초, 공진중, 송정중 등 3개교가 내년 2월 폐교를 하거나 인근 학교와 통합하게 된다. 한국 인구붕괴의 서막이 열린 셈이다.

 

*2020.7.22 15:30 수정

독자제보로 두 번째 문단 '21세기의 아이들'을 '즈믄둥이(새 천 년의 아이)'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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