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청원이 국민 여론? '청와대 청원' 입맛대로 가져다 쓰는 언론

  • 기자명 민주언론시민연합
  • 기사승인 2019.04.2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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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이 운영 2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긴 청와대 청원은 국민 여론을 형성하고 수렴하는 공론장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선 언론이 청와대 청원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언론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청원 글만 골라 ‘국민 여론’으로 규정하고 자기주장의 근거로 이용한다는 겁니다. 이는 다양한 의견 중 특정 의견만 부각해 보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론 조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의 청와대 국민청원 활용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모니터 방식은 이렇습니다. 1월 1일부터 4월 1일까지 5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와 2개 경제지(매일경제‧한국경제)의 기사에서 언급된 ‘청와대 청원’ 234건을 모두 모아 분석했습니다.

 

100명 이하 청원…이것이 국민 여론인가?

 

우선, 234건의 청와대 청원 중 기사에서 청원 내용을 인용해 원문을 특정할 수 있는 182건과 청원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특정할 수 없는 청원 49건, 특정했지만 청원 원본을 찾을 수 없는 3건으로 나눴습니다. 특정할 수 있는 청원의 경우, 실제 청원을 찾아 서명인 수를 기준으로 분류하고 내용을 살펴봤습니다(서명인 수는 4월 10일 오후 3시 기준)

 

▶100명 이하 청원 인용 비율 20.3%, 조선일보 11번 인용, 한겨레는 0번

언론이 인용한 182건의 청원대 청원 중 서명인이 20만 명을 넘은 청원은 총 90건이었습니다. 비율은 49.4%입니다. 청와대는 20만 명이 넘는 청원만 답변하고 있으며, 이정도면 국민 여론이 수렴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됐다고 보기 어려운 ‘서명인 100명 이하’ 청원은 총 37건 인용됐고, 비율은 20.3%였습니다. 서명인이 101명~199,999명인 청원은 55건으로, 30.2%였습니다.

100명 이하 청원을 인용한 횟수는 조선일보가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경제가 8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각각 6건, 매일경제가 5건 경향신문이 1건이었습니다. 한겨레는 100명 이하의 청원을 한 건도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서명인 수

종합일간지

경제지

합계

비율

경향

신문

동아 일보

조선 일보

중앙 일보

한겨레

매일 경제

한국 경제

0~100명

1건

6건

11건

6건

0건

5건

8건

37건

20.3%

101명

~199,999명

6건

9건

11건

8건

8건

3건

10건

55건

30.2%

200,000명~

13건

19건

10건

16건

13건

11건

8건

90건

49.4%

합계

20건

34건

32건

30건

21건

19건

26건

182건

-

 

조선일보, ‘공시가격 현실화=세금폭탄’ 프레임에 청와대 청원 활용

 

언론이 인용한 ‘서명인 100명 이하’ 청원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일부 언론은 청와대 청원에 올라온 소수 의견 중 자기주장의 근거가 되는 청원만 골라서 인용하며 자신들의 프레임을 만드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공시가격 세금 폭탄론’입니다. 3월 14일 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전국 평균 5.32%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여지없이 ‘세금 폭탄론’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사설/국민 세금 올려놓고 정부가 “기준 못 밝힌다”니>(3/18)에서 이렇게 전합니다.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한 후 인터넷과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각종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12억 이상만 공시가격 많이 올렸다고 국민을 속였다’ ‘집값이 2억원 넘게 빠졌는데 공시가격이 왜 2억원 넘게 올랐느냐’는 불만부터 “가격 결정 기준이 무엇이냐”고 근거를 알려달라는 민원도 많다. 실거래가격이 비슷한 인접 아파트 단지들의 공시가격 인상률이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서 주민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과 특정하지 않은 인터넷 반응 총 3건을 모아 국민들이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위 기사 내용 중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12억 이상만 공시가격 많이 올렸다고 국민을 속였다”였는데요, 이를 확인해봤습니다.

한 청원인은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국토부는 3월14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에서 ‘상위 2.1% 고가주택 보유자 외에는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주장을 여러 번 폈”지만 실제 6억~9억원 구간은 15.1%가 상승했다며 “국토부 관료와 여당이 고의적으로 국민을 속였다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책임자를 파면해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있는 청원입니다. 하지만 이 청원에 서명한 사람은 10명입니다. 조선일보는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없는 익명의 단편적 의견을 비중 있게 인용하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묘사한 겁니다. 조선일보는 이런식으로 청원을 인용해, 공시가격 폭등 불안감을 부추겼습니다.

 

▶국토교통부, “6억 이하 주택을 상대적으로 낮게 선정”

게다가 청원인의 내용도 사실과 다릅니다. 청원인의 주장을 요약하면 “12억 이상만 많이 올린다고 했는데 6억 이상부터 급등했다”며 이는 정부가 국민을 속였다는 겁니다. 실제 국토교통부 보도자료를 보면 보면 6억 초과 9억 미만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5.1% 올라 상승 폭이 커진 건 사실입니다.(2017년 8.46% 2018년 12.68%)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위 보도자료에서 “지난 1년간의 시세 변동분을 반영하는 수준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하였다”며 “시세 12억 이하 중저가 주택(전체의 97.9%)에 대해서는 시세변동률 이내로 공시가격을 산정하였다”고 한 뒤, “특히, 전체의 약 91.1%에 해당하는 시세 6억 이하 주택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상대적으로 더 낮게 산정하였다”고 말했습니다.

즉 정부는 6억 이하의 주택에 대해서만 상대적으로 더 낮게 책정했다고 했을 뿐입니다. 실제로 6억 이하부터는 상승률이 눈에 띄게 낮습니다. 또한, 정부여당 관계자가 ‘12억 이하를 낮게’ 책정했다고 말한 내용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6억 초과~9억 미만은 시세 변동 분이 반영돼 다소 큰 폭으로 올랐을 뿐입니다. ‘2018년 부동산 광퐁’ 탓에 시세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공시가격도 오른 것이죠. 정부는 속인 적이 없으며, 청원인이 사실관계를 오인한 것입니다. 게다가 6억 초과~9억 미만 주택의 비율은 전체 주택의 8.9%입니다. 공시가격이 6억~9억이면 아파트 실가격은 10~15억 사이일 것입니다. ‘세금폭탄’을 걱정하는 서민이라고 보기도 힘듭니다.

 

▶공시가격 현실화 요구하는 청원도 있는데

조선일보와 정반대 내용의 청원도 있었습니다. 한 청원인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공시지가 현실화 절대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 제목의 글에서 “강북의 5억짜리 아파트와 강남의 20억짜리 아파트의 세금이 비슷하다면 믿을 수 있겠냐?”며 “공시지가와 실거래가가 같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아파트 공시지가율 90%로 상향시켜라”에서 “정부가 도리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꼴이 됐다. 정신차리고 일해라”고 일갈했습니다. 언론의 편파 인용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한국경제, ‘주52시간제’도 입맛에 맞는 청원만 인용

 

한국경제는 <52시간 지키려 116명 더 뽑았더니, 일 더하겠다며 113명 떠났다>(3/28 전설리 기자)에서 청와대 청원을 근거로 활용하여 국민들이 ‘최장 52시간 노동제’에 고통 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지킬 수도 없고 지켜도 행복하지 않은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에 인용된 청원 5건 중 4건은 서명인이 100명 이하인 청원이었습니다.

한국경제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30대 근로자는 ‘돈이 있어야 여유 있는 삶이 아니냐.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했다”며 인용한 청와대 청원은 12명이 서명했고, “한 생산직 근로자는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탓에 평균 300만 원 이상이었던 월수입이 200만원대로 줄어 매달 적자다…서민적이지 못한 정책’이라고 말했다”고 인용한 청와대 청원은 9명이 서명했습니다. 나머지 2건의 청원도 각각 14명과 8명에 그쳤습니다.

 

▶“이제는 야근문화를 없애주세요” 청원도 있는데

편파적인 청와대 청원 인용의 문제는 실제 여론을 왜곡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의 기사가 나온 3월 한 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한국경제 기사와 정반대의 청원도 자주 보입니다. 한 청원인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야근수당도 없이 밤 11시 12시까지 일 하는 회사들도 많다”며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를 이제는 법으로 강제해주세요 야근을 없애”달라고 청원합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주52시간 시행되면 남편과 함께 저녁 있는 삶 기대했는데.. 시행되고 있긴 한가요?”라면서 “주 52시간을 좀 강력하게 추진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자의 눈에는 이같은 목소리는 보이지 않는가 봅니다.

 

조선일보의 평소 소신과 닮은 청원 인용

 

조선일보의 청와대 청원 활용은 <골프치고, 접대받고, 정보흘리고...민정수석실이 이래서야>(3/19 김명진 기자)에서도 나타납니다.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조선일보가 선택한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버닝썬 비리 실세 총경, 청와대 민정수석 조국 사퇴하라’ ‘민정수석실 해산하라’는 청원 글이 올랐다.

 

이 청와대 청원의 서명인은 45명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조선일보가 청와대 관련 의혹 사건이 터질 때마다 ‘조국 책임론’을 꺼내든 것의 연장선에 놓여있습니다. 버닝썬 비리 총경과 민정수석실의 관계는 수사 대상이지만, 자신의 논조를 보강하기 위해 45명이 서명한 글을 인용하는 행태가 언론의 바른 모습인지는 의문입니다.

 

김일성 별장 반대? 공격하기 위해 인용

 

조선일보는 <54억 들여 김일성 별장 복원 추진...뭇매 맞는 포천시>(3/22 조철오 기자)에서 경기도 포천시가 김일성 별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54억을 들여 ‘김일성 별장’을 복원하겠다고 했다고 전합니다. 조선일보는 이에 다음과 같이 전했습니다.

 

“계획이 알려지자 주민 항의가 잇따랐다”며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반대 글이 올라왔다. ‘세금 54억원으로 김일성 별장이라니’ ‘포천시 김일성 별장 복원 반대’ 등의 글이었다”

 

조선일보는 국민 반발의 근거로 또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인용한 겁니다. 그런데 인용된 2개의 청원 <세금 54억원으로 김일성 별장이라니> <포천시 김일성 별장 복원 반대> 의 서명인은 각각 16명, 58명입니다. 사실상 반대의 근거를 찾으려고 청와대 청원을 찾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조선일보 보도 이전에 포천시 관계자는 “김일성 별장 복원 추진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포천일보 <“산정호수 김일성 별장 복원계획 없다”…포천시 공식입장 밝혀>(3/13)에 따르면, 시 관계자는 “특히 54억원의 사업비를 책정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예산을 확보한 바 없고, 시가 산정호수 전망대 부지 중 일부인 1천㎡를 매입 완료했다는 내용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해명이 나왔지만 조선일보는 10일 뒤 청와대의 자극적인 청원을 인용해 다시 보도한 것입니다.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입니다.

 

과격한 발언 적극 활용

 

조선일보는 <또 ‘적폐판사’낙인...MB보석허가 판사에 “판레기” “지옥에 가라”>(3/8 박국희 기자)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석 결정한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악의적인 인신공격성 글이 인터넷에 많다면 다음과 같이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7일 정 부장판사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특히 일부 사이트에서는 정 부장판사의 얼굴 사진을 올리고 "정준영 판레기(판사+쓰레기)" "지옥에나 떨어져라" "술과 여자를 좋아하게 생겼다"는 등의 막말이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정준영 부장판사, 네가 사람이냐" "법원 전체를 압수수색해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법조계 인사들은 이런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위에 인용된 2개의 청와대 청원 글은 <(생략)정준영 부장판사 x아, 네가 사람이냐> <(생략)제발 나라를 바꿉시다>로 각각 청원자 수가 27명, 44명에 불과합니다. 일부 과격한 주장을 ‘문 대통령 지지자’와 연결시켜 이젠 사법부까지 공격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만들어냅니다.

 

매일경제는 <사설/판결 마음에 안 든다고 무차별 인신공격, 법치 훼손이다>(3/9)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석으로 풀어준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이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지적하다가 또 국민청원을 인용했습니다. 사설에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선 ‘정 판사가 이명박 변호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처먹은 것이 의심된다’며 탄핵을 하자는 주장이 나왔고(생략)”라고 지적했는데요. 이 청와대 청원의 서명인은 31명이었습니다. 물론, 일부 문대통령 지지자들의 무분별한 행동은 지양해야 하지만, 익명에 기댄 소수의 인신공격성 글을 언론에서 비중있게 다뤄야할지 의문입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매일경제의 사설 내용처럼 “법원 판결에 대한 건전하고 합리적인 비판”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무분별하고 자극적이 발언만 끌고 와 인용하는 태도가 정당한지, ‘답장너(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말만해)는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100명 이하의 청원…이것이 국민 여론인가?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아무리 청와대 청원이라 하더라도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근거가 정확한 것만 보도해야 하며, 그중에서도 서명동의자가 많은 내용 중심으로 보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자신의 논리에 맞는 청원이라면 사실과 다르고 청원수를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어도 버젓이 인용하고 있는 겁니다. 이쯤되면 가짜뉴스도 청와대 청원이라는 이유로 기사로 등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소수가 서명했더라도 그 내용에 가치가 있다면 언론이 적극적으로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성을 배제하고 소수의 특정 의견을 부각해 보도한다면 여론을 왜곡할 뿐입니다.

 

언론이 가장 많이 인용한 청와대 청원은?

 

모니터 기간 내에 신문에 가장 많이 인용된 청와대 청원은 무엇일까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특이하게도 ‘방송통신위원회의 https 차단 반대 청원’이었습니다. 이 청원내용은 신문 기사 18건에서 언급되었습니다. 다음으로 ‘공수처 신설 요구’ 청원이 12건,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사건 1심 재판 판사 탄핵 청원’이 12건, ‘故 장자연 씨 사건 재수사 청원’이 8건,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가해자 엄벌’ 청원이 5건에서 인용 보도되었습니다.

순위

청원제목

서명인 수

종합일간지

경제지

합계

경향

신문

동아 일보

조선 일보

중앙 일보

한겨레

매일 경제

한국 경제

1

2/11 방송통신위원회의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 

269,180명

2건

3건

3건

8건

1건

1건

0

18건

2

1/7 여‧야는 속히 공수처 신설하라

302,856명

1건

2건

1건

3건

3건

1건

1건

12건

2

1/30 김경수 지사 재판에 관련된 법원 판사 전원의 사퇴를 명령합니다 

270,999명

0

1건

4건

2건

0

2건

3건

12건

4

3/12 故 장자연 씨의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청원합니다

738,566명

3건

1건

0

1건

2건

1건

0건

8건

5

2018/10/23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입니다 

214,306명

2건

1건

1건

0

0

1건

0건

5건

 

▶‘https 차단 반대 청원’이 18건으로 가장 많아…프레임 전쟁의 도구가 된 청와대 청원

왜 htps 차단 반대 청원이 가장 많이 인용됐을까요? 해당 청원의 서명인은 269,180명으로 가장 많은 서명을 한 청원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청원 관련 보도는 18건으로, ‘공수처 설치 청원’(청원 동의자 302,856명)와 ‘드루킹 사건 1심 재판 판사 탄핵 청원’(청원 동의자 270,999명)보다 6건이나 더 많이 보도되었습니다. 물론 서명인이 20만 명을 넘었다는 점에서 분명한 여론을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738,566명이라는 압도적인 서명인이 있는 장자연 사건 재수사 청원도 고작 8건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유난히 많이 보도된 것은 사실입니다.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청원’ 관련 보도량이 이렇게 놓은 데는 중앙일보의 영향이 큽니다. 조선․동아일보가 3건씩 보도한데 비해서 중앙일보는 8건 보도됐는데요, 중앙일보가 이 청원에 주목한 이유가 뭘지 살펴보겠습니다.

중앙일보는 <“성인이 성인물 보는 게 죄냐” https 차단에 들끓는 2030>(2/19 김준영 기자)에서 서울역 앞에서 일부 남성들이 https 차단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반대시위를 벌였다고 전했습니다. 소제목은 <문대통령 과거 “인터넷 자유” 언급, 네티즌 “집권 뒤 변했다” 불만 폭발>입니다. 보도의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무슨 권리로 개개인의 인터넷을 뒤지고 야동(야한 동영상)을 막아요?”

“이것은 민주주의인가 공산주의인가…지금까지 이런 정부는 없었다.”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가득 메우는 게시글 중 일부 제목들이다. 속어인 ‘야동’이 포함된 게시글만 해도 최근 1주일 새 330건 이상 검색될 정도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정부의 ‘https’ 차단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며 정치 쟁점으로까지 떠올랐다. 한 청원인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라는 제목의 글은 등록(11일) 1주일도 안 된 17일 오전 서명 인원 20만 명을 넘어섰다.

 

중앙일보가 인용한 “무슨 권리로 개개인의 인터넷을 뒤지고 야동(야한 동영상)을 막아요?”는 26만 명이 서명한 ‘https 반대 청원’이 아니라, 21명이 서명한 <무슨 권리로 개개인의 인터넷을 뒤지고 야동을 막아요?>(2019/2/15)은 청원입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인가 공산주의인가…지금까지 이런 정부는 없었다”도 고작 20명이 서명한 <지금까지 이런 민주주의는 없었다>(2019/2/13)에 있는 표현 중 일부입니다. 26만 여명의 서명을 받은 내용에 없는 소수의 자극적 내용을 리드문에 담는 중앙일보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이는 젊은 층의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음을 부각한 것으로 비춰집니다. 특히, 중앙일보가 https 반대 청원을 보도한 기사 제목은 <음란물 차단, 국가는 또 졌다> <SNI 방식 음란사이트 차단...“인터넷 정보 감청 우려”> <사이버 가방 뒤지는 유교 탈레반 정부> <확산되는 ‘빅 브라더의 공포’> <성인이 성인물 보는 게 죄냐 https차단에 들끓는 2030> <월드와이드웹 30주년과 통제된 인터넷 세상> 등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빅 브라더의 공포’는 현실일까요?

 

▶https 차단, 검열인가? 아닌가?

‘https 차단’이 검열인지 아닌지는 논란거리입니다. 한겨레 <‘인터넷 검열 금지’ 앞세운 “야동 허하라” 남성들 시위 가보니>(2/17 이준희 이주빈 기자)기사에서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검열이라고 하려면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편지 겉봉에 주소를 보고 필터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편지 뜯어서 내용물 보고 검열하는 것이다. 이번에 강화된 SNI 차단 방식도 편지 겉봉 보고 차단하는 방식이고 그건 기존의 DNS 차단 방식도 마찬가지다. 편지 뜯어서 안의 내용물을 보겠다는 게 아니다.

 

즉, 정부가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말하는 ‘검열’은 아니라는 겁니다.

반면 중앙일보는 <에디터 프리즘/사이버 가방 뒤지는 유교 탈레반 정부>(2/16 김창우 기자)에서 “내용을 안 보니까 검열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해 “하지만 내가 접속하는 사이트를 정부가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편지 겉봉투에 적힌 이름도 개인정보이며 이를 확인하는 것도 넓게 보아 ‘검열’이라는 주장입니다.

 

▶왜 SNI 차단방식을 도입했나?

‘https 차단’을 둘러싼 논란에서 고려해야할 점은 방통위가 왜 SNI 차단 방식을 도입했는가입니다. 방통위의 주요 목적은 ‘불법 촬영물’ 차단에 있습니다.

한국사회를 뒤흔든 미투 운동 이후, 성관계 장면을 찍어 인터넷에 유포하는 불법촬영물 범죄가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삭제 및 차단한 불법 촬영물은 2만 8,8798건에 달했습니다. 불법촬영물 근절을 요구하는 혜화역 시위에는 수만 명의 여성들이 운집했습니다. 그러나 해외 사이트에 퍼진 영상까지 삭제하기엔 어려웠고, 결국 정부는 SNI 차단 기술을 꺼내든 것입니다. 즉, ‘https 차단’ 논란은 ‘CCTV 설치’ 논란처럼, 사생활 침해와 범죄예방 및 구제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한 사안입니다.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불법 촬영물 문제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중앙일보에서 ‘https 차단 반대 청원’을 언급한 8건의 기사를 살펴보면, SNI 차단 방식이 왜 검열에 해당하는지 자세히 펙트체크 했으나, 불법촬영물 문제에 집중한 기사는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기사에 간간이 ‘리벤지포르노’ ‘몰카’ ‘불법촬영물’이 언급되긴 했으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아동 포르노물, 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 촬영물, 불법 온라인 등을 집중 차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처럼 방통위 입장 또는 청와대 청원의 일부 내용을 받아 쓴 것에 불과했습니다.

 

▶절반의 진실

중앙일보는 청와대 청원에 26만 명이 동의했다는 근거로, “2030 들끓는다” “유교 탈레반 정부” “인터넷 정보 감청 우려” “빅 브라더의 공포”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습니다. 또 ‘https 차단 반대 청원’을 8건이나 인용하며 “2030이 정부와 등을 돌렸다”고 주장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더군다나 “공산주의냐”라는 소수의 자극적이고 무분별한 청원까지 동원하면서 말이죠.

이 과정에서 불법촬영물 범죄 피해자를 어떻게 구제할지, 사생활 침해와 대립할 땐 어떻게 풀어갈지 등의 논의는 생략됐습니다. 중앙일보가 ‘검열 일 수 있다’는 절반의 진실을 가지고 2030세대의 분노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됩니다.

 

▶장자연 사건 재수사 청원 언급 안 한 조선일보‧한국경제

올해 3월 ‘故 장자연 사건 수사 기간연장 및 재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있었습니다. 서명인은 738,566명이었는데, 이정도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이 수렴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이 청원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는 1번 언급했는데, 27만 명이 서명한 ‘https 차단 반대’ 청원을 8번 인용한 것과 비교됩니다. 언론은 ‘국민 여론’이라며 청원을 인용하고 있지만, 그 인용의 기준은 없어 보입니다.

 

불특정 청원도 너무 많다

특정한 청원이 아니라 “청와대에 이런 글이 올라오고 있다”는 방식의 인용도 자주 보입니다. 청원을 특정하지 않고 청와대 청원에 여론이 있다며 기사에서 인용한 경우는 총 49건으로 한국경제가 14번으로 가장 많고, 중앙일보와 일보가 각각 8번, 한겨레가 6번, 경향신문이 5번, 매일경제와 조선일보가 각각 4번이었습니다.

서명인 수

종합일간지

경제지

합계

경향

신문

동아 일보

조선 일보

중앙 일보

한겨레

매일 경제

한국 경제

불특정

5번

8번

4번

8번

6번

4번

14번

49번

내용은 그야말로 입맛대로입니다. 한국경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신 전 사무관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탈원전반대를 외치는 청와대 국민청원 역시 누적 기준 700건을 웃돌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원문을 찾을 수 없는 청원

청원 원문을 찾을 수 없는 3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청원 글이 삭제됐거나 알 수 없는 오류로 보입니다.

신문

기사 제목

기사 내용

경향

신문

상품권을 찾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남긴 한 청원인은 “상품권 발행 취지와 달리 중간상인들이 온갖 편법을 동원해 상품권을 구입하고 있다(생략)”고 말했다

한국

경제

부광약품, 안트로젠 52만주 장내 매각 아닌 블록딜 처분

국민청원 게시판에 “부광약품의 주식매도를 막아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52시간 지키려 116명 더 뽑았더니, 일 더하겠다며 113명 떠났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한 주부는 “돈을 벌어 자식을 잘 키우고 싶은데 그걸 막는 나라가 원망스럽다”며 “일할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썼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1월 1일~4월 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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