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골호랑이 수백마리 마지막 서식지서 멸종위기? 엉터리 번역기사가 판친다

  • 기자명 임영대
  • 기사승인 2019.05.0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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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 오후, 뉴시스에서는 '벵골호랑이 印 마지막 서식지서 50년내 멸종'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벵골호랑이 印 마지막 서식지서 50년내 멸종

【서울=뉴시스】우은식 기자 = 멸종위기종인 벵골호랑이가 마지막 남은 자연 서식지인 인도 순다르반스 지역에서 향후 50년안에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가로지르는 벵골만 저지대인 순다르반스 지역에는 1만㎢ 넓이의 울창한 맹그로브 숲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 최근 해수면 상승과 줄어든 강수량 등 환경변화에 따른 염화 현상으로 맹그로브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벵골호랑이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순다르반스에 서식중인 벵골 호랑이는 지난 2004년 440마리에서 지난 2015년 106마리로 감소했다.

올해 초 방글라데시 인디펜던트대학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벵골호랑이는 오는 2070년 순다르반스 지역에 해수면 상승, 극한 날씨, 물과 토양에서의 염분 증가로 서식지가 완전히 소멸하면서 멸종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해수면 상승과 강우량 감소로 인해 이 지역 숲을 형성하는 순드리나무가 줄어들고 있다"며 "벵골 호랑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선한 물이 필수적인데 해수면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결국 물을 구할 수 없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지역에서 밀렵이 크게 늘어나면서 벵골호랑이의 주요 먹이인 사슴의 개체수가 줄어든 것도 벵골호랑이의 멸종 위기의 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0년동안 전세계 호랑이 개체수는 95%가 사라졌고, 현재 모든 종류의 야생 호랑이는 400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벵골 호랑이는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인도와 방글라데시 순다르반스 지역에 몇 백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기사는 완전한 오역이다. 이 기사가 출처로 제시하고 있는 CNN기사의 제목은 아래와 같다.

CNN, 2019년 4월 21일, Updated 0908 GMT (1708 HKT)

원 기사의 제목은 분명히 ‘벵골호랑이들의 마지막 본거지  하나가 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이 어떻게 마지막 하나로 잘못 표현될 수가 있을까? 만약 표제만 틀렸다면 단순한 오역으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표제가 엉뚱하게 표기되었는데 내용이라고 무사할 리가 만무하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순다르반스는 어디?

뉴시스 기사는 ‘인도의 마지막 서식지’가 위기에 처했다고 표제에다 명시했다. 기사 본문 첫 문단에선 ‘마지막 남은 자연서식지인 인도의 순다르반스’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모순이 없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기사 본문은 인도가 아닌 방글라데시 지역의 상황을 기술하고 있다.

그럼 당연히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 순다르반스가 어디기에 기사에서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오가는가?

이 지도에서 녹색으로 칠한 지역이 갠지스강 하구에 형성된 순다르반스 삼각주다. 보라색 선이 국경인데, 왼쪽은 인도령이고 오른쪽은 방글라데시 영토다.

애초에 CNN 보도 표제에서는 벵골호랑이의 마지막 서식지 중 하나가 사라질 위기라고만 했지, 그게 인도에 있다고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본문에서 방글라데시 쪽 순다르반스를 주로 다루는 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뉴시스 기사는 표제와 첫 문단에서 ‘인도’라고 명시해버린 탓에 서두와 본문이 전혀 연결되지 않게 되어버렸다.

 

순다르반스 서식 호랑이 수백 마리가 인도의 마지막 벵골호랑이?

위 기사는 표제와 서두에서만 오역을 범한 게 아니다. 맨 마지막 부분에도 오역이 나왔다. 이 기사에서 “벵골 호랑이는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인도와 방글라데시 순다르반스 지역에 몇 백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번역한 문장의 CNN 원문은 아래와 같다.

“벵골호랑이는 몇몇 아시아 국가에서 발견되는데, 현재 순다르반스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개체수는 단지 몇백 마리밖에 되지 않는다(Bengal tigers are found in a handful of Asian countries, but just a few hundred still roam free in the Sundarbans.).”

순다르반스가 ‘인도의 마지막 벵골호랑이 자연 서식지’라는 서두의 내용과 이 마지막 문단 내용을 합하면 ‘인도에 남은 벵골호랑이는 순다르반스에 있는 수백 마리가 전부’라는 결론이 나온다. 과연 그럴까?

WWF, 2016년 4월 10일

위 기사에 나온 WWF(세계자연기금)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전 세계에서 집계한 야생 호랑이 숫자는 총 3890마리다. 이 중에서 인도에 2226마리, 방글라데시에는 106마리가 있다. CNN 기사가 발표한 ‘방글라데시 순다르반스에 서식하는 벵골호랑이 숫자’와 정확하게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즉, 인도에 서식하는 호랑이는 2226마리가 맞다.

출처: WWF(세계자연기금)

현존하는 호랑이 아종은 시베리아호랑이・아모이 호랑이(남중국호랑이)・인도차이나호랑이・말레이호랑이・수마트라호랑이・벵골호랑이의 6아종이다. 이 중에서 인도에 서식하는 아종은 벵골호랑이 하나뿐이므로 위 표에 나온 2226마리 호랑이는 모두 벵골호랑이일 수밖에 없다.

그럼 상식적인 답이 나온다. 위 지도에서 보는 인도령 순다르반스에 이 많은 호랑이가 모두 서식할 수는 없다. 인도에서 호랑이가 서식하는 지역은 아래 지도와 같다.

남아시아 일대 호랑이 서식지. 노란색은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미얀마 지역이다.

이 지도에서 보듯, 방글라데시에는 순다르반스에만 호랑이 서식지가 있다. 하지만 인도는 아직 호랑이 서식지가 여럿 더 남아 있다. 여기에 2천 마리가 넘는 호랑이가 살고 있다.

위 기사가 원래 출처인 CNN 기사를 충실히 번역했다면 이런 실수는 내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벵골호랑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았다면 기사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들어갔음도 알았을 것이다. 이 기사는 둘 다 제대로 충족하지 못했고, 그 결과로 독자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하는 기사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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