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여, 사학비리를 들춰낼 때가 왔다

  • 기자명 이광수
  • 기사승인 2019.05.09 09: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나라의 대계를 맡고 있는 대학이 생명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그 저변에 사학 비리가 고질적으로 깔려 있다는 사실이다. 그 고질적인 병은 사립학교법 개정이라는 근인 처방 없이는 치유하기가 어렵다. 즉, 한국 사회의 비전과 장래를 생각한다면, 미래 세대인 청년층이 자신들이 미래에 대한 주인의식을 화복해야 하고 그렇게 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학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런데 사학 재단들은 매우 완강하게 그 개혁에 저항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본다. 그들의 논리는 지난 번 박용진 의원이 처절하게 싸운 바 있는 유치원3법 투쟁에서도 나왔듯이, 사학은 사유 재산이라는 사실과 그래서 사학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일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미 사학 재단의 자율성보다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교육의 공공성이 우선하는 가치라고 이미 판시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 비전 및 목표 가운데 고등 교육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사학 비리 근절을 밝혔다. 그리고 사학혁신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여러 정책을 추진했지만 현재까지의 상태로 볼 때 거의 아무런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그것은 사학 비리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왜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하는지, 이 글에서는 사학 재단이 얼마나 부패하고 비리를 손 쉽게 일삼고 있는지와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감사 체계를 어떻게 세워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KBS <추적60분> 화면 캡처

우선 최근 3년 이내에 발생한 사학 재단의 비리가 감사에 의해 밝혀진 비리의 일부만 살펴보기로 하자. 2018년 교육부 회계감사에 따르면, 동의과학대는 이사장이 법정 구속되었음에도 급여 합계 7200만원을 법인회계에서 지급하였다. 2017년 교육부 종합감사에 따르면 백제예술대 교직원 3명이 183회에 걸쳐 유흥주점 등에서 법인카드로 1억 5789만원을 결제하였다. 2017년 교육부 실태 조사에 의하면 조 명예총장(설립자)이 학교법인 상임이사를 겸임하면서 2016년 1학기 교수 임용에 지원한 딸의 면접위원으로 참여했으며, 2012년 총장 재직 당시에도 교수 임용에 지원한 아들의 면접위원으로 참여하였다. 2017년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건국대의 경우, 전 이사장(설립자의 며느리)은 남편이 사망한 뒤 2001년 이사장으로 취임하였는데, 2013년 교육부 감사 결과, 업무상 배임과 회계 비리로 수억 원의 재단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적발되었다. 2017년 4월, 대법원은 2007년 8월부터 4 년 여간 업무추진비 8,400만원을 포함해 총 1억 3,700만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배임)로 불구속 기소된 전 이사장에 대해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2017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30개 사립 대학을 감사를 했는데, 지적 사항이 350건이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에 이 대학들이 스스로 회계사를 골라 시행한 외부 회계 감사의 지적 건수는 무려 4개 대학 7건밖에 되지 않았다. 무려 1/50이나 적발하지 않고 치부를 감춰버린 것이다. 사립 대학의 자체 감사라는 게 아무 필요도 없고, 심지어는 그 대학의 비리와 치부를 숨겨주는 데 이용당할 뿐이다. 이러한 것으로 볼 때 사립 재단의 문제는 엄청나게 많으나, 그것을 밝히고, 방지하고, 처벌하는 체계는 갖추어져 있지 않다. 그 사이에 학생들이 공부도 못하면서 밤 새 알바하면서 바친 등록금은 그 비리로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린다. 학생들은 공부해야 할 때 밤 새 알바하고, 수업 중에 잠을 보충하고, 그 와중에 대학은 썩어가고 있다. 사학 비리를 없애고 학생들이 공부하고 미래의 비전을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감사 제도를 철저히 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BS 뉴스 화면 캡처

현재 정부는 사립대학이 종합감사를 받는 주기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기 때문에 교육부가 실시하는 종합감사는 사립대학에 대한 관리 및 감독 기능을 제대로 담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실시된 교육부 종합감사 결과를 보니, 이 기간 동안 전체 사립대학의 44.5%인 125 개 학교가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다. 단 1회만 받은 곳도 무려 40%가 넘은 114 개교나 된다. 전체 사립대학 중 절반에 가까운 대학 특히 수도권 사립대학과 같은 크고 영향력이 센 학교가 감사를 받지 않고 빠져나가기 때문에 사학비리가 근절될 수 없는 것이다.

 

사학 재단의 비리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있는 큰 대학을 위시로 하여 전국의 모든 사립 재단에 대한 전수 감사를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사학 비리 근절을 위한 정부의 메뉴얼을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교육부 내 감사 담당 부서인 감사총괄담당관실의 반부패청렴담당관실, 사학감사담당관실에는 감사 인원인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교육부가 아닌 감사원이 중심이 돼 두 기관이 감사원과 협업해야 한다. 그래도 감사 인력이 부족하다면, 적어도 일정 수준의 요건을 갖춘 대학 구성원의 요구가 있거나 부정부패와 같은 비리 사안이 발생한 경우에라도 감사를 실시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민간 비리 신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학 재단 부정비리를 신고하는 사람도 공익 침해 대상 법률에 포함시키도록 관계법을 개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학교 법인 감사 중 적어도 1인은 대학평의원회에 추천권을 줘야 하고, 대학평의회가 교수(협의)회와 협력하여 자체 내 인력과 외부 회계사 인력을 적절하게 안배하여 독립적으로 감사할 수 있는 체계를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사립대학 임원의 교비 등으로 부정 축재하는 것을 악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립대학 임원의 재산 공개가 필요하다.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 제3호 “정부의 보조를 받는 기관” 및 제5호 “임원 선임 시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승인이 필요한 기관”에 사립 대학과 학교 법인을 적용하기만 하면 될 일이다. 사학재단이 이러한 조치를 반대할 명분은 없다. 그들이 주장하는 사유 재산의 문제도 아니고, 학교 경영의 자율성 침해문제도 아니다.

정부는 지금 당장 사학법 개정에 섣불리 올인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정부 측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정비를 하면 될 일이다. 이 대목에서 작년 2018년 11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열어 채용비리, 학사비리 등 정부가 마련한 8대 생활적폐 근절 방안을 논의한 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번 1차 회의 때 권력형 적폐청산이라는 기조 아래 문재인 정부 5년을 끌고 나갈 종합적인 반부패 정책의 로드맵을 도출했다면, 이번에는 생활적폐로 방향을 좁혀 8대 이행 과제를 새롭게 제시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사학비리 근절, 유치원 공공성 강화,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대책에 대한 내용이 깊게 논의 되었다.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권력형 적폐에 이어 생활 적폐 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올해까지 청산 작업을 완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문재인 정부 2기 국정운영 위험요소 및 대응방안'을 보고한 바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사학 비리 중 회계 투명성 및 감사 제도 개선이 가시적으로 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확신하게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정부의 제도 개선이 뒷받침 되고, 박용진 의원과 같은 개개 의원이 사학 재단 비리 척결을 위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하고,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국본)이나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민교협)과 같은 진보적 교육 관련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면서 사학재단의 비리가 계속해서 드러나면 국민의 여론이 사학법 개정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내년 총선에서 주요 이슈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은 전국 각 대학에서 자행되고 있는 모든 사학 비리를 들춰 낼 시간이다. 교수들의 적극적이고 의로운 싸움을 기대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