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정책구상'은 없고, '송현정 논란' 보도만 남았다

  • 기자명 민주언론시민연합
  • 기사승인 2019.05.24 05: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KBS와의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국정 철학과 주요 현안에 대해 답했습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국내 언론과 대담 형식으로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이라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습니다. 게다가 이날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 올렸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분석은 물론, 최근 국회 내 갈등이나 청와대 인사‧경제 지표‧적폐 청산 등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도 들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이날 대담을 진행한 KBS 송현정 기자의 대담 태도, 질문 내용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우리에겐 문 대통령이 밝힌 정책 구상이나 정책 평가가 아니라 ‘KBS 송현정 기자의 태도 논란’만 남았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각 방송사의 대통령 대담 이후 관련 보도를 모니터했습니다.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 보도, 과열되지 않았다

대담이 진행된 9일부터 11일까지 모니터 대상이 된 8개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를 살펴본 결과, 대담을 단독으로 방송한 KBS 이외에 타사 중에서는 TV조선만 총 7건으로 보도량이 많았습니다. MBN과 YTN이 5건을 보도했고, JTBC와 채널A가 3건을, MBC와 SBS가 2건만을 보도했습니다. 이런 보도량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재임 시기의 것과 비교하면 많지 않은 수준입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보도량은 매우 적은 편이었습니다.

 

 

 

북한 발사체 관련 발언을 가장 많이 다뤄

3일간 나온 보도 중 가장 많이 다룬 내용은 9일 있었던 북한의 발사체 발사 사실과, 이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분석을 전하면서 문 대통령의 대담 당시 발언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대담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 “비록 단거리라 할지라도 그게 탄도 미사일일 경우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될 소지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지금까지는 유엔 안보리 결의는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을 내리고 있다”, “남북 간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가장 화제가 된 발언은 “(남북 간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보고 있으나) 어쨌든 북한의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지금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측에 경고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경고’와 같은 표현을 쓴 건 2017년 11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던 때 이후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난 4일 첫 발사체 발사 때보다도 강도 높아진 발언이었습니다. 따라서 방송사들은 이런 내용을 담은 기사를 총 13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KBS <‘단거리 미사일’ 첫 언급…“매우 우려”>(5/9 이병도 기자), MBC <북에 경고…“대화‧협상 어렵게 만들 건가”>(5/10 임명현 기자), YTN <“북 발사 거듭되면 대화 어려워질 것”>(5/9 김도원 기자) 등인데요. 대부분 문 대통령의 대담 발언을 소개하면서 그중에서도 문 대통령이 북한에 ‘경고한다’고 했던 발언을 위주로 소개했습니다.

다음으로 많았던 기사는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 만나자고 제안한 것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대북 식량 지원 문제에 대해 한미 간 합의는 있었으나, 이후 북한의 발사가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 공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식량 지원 문제, 남북 문제 등에 국한해서 회동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KBS가 2건, MBC, SBS, TV조선, YTN이 1건씩 보도했습니다.

두 가지가 모두 사실상 대북관련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기에, 언론사들은 대통령의 대북 관련 발언에 가장 주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TV조선, 기자 태도 논란을 논쟁거리로 보도

세 번째로 ‘기자 태도 논란’ 관련 기사가 많았습니다. JTBC가 <비하인드 뉴스/공격적이어도 괜찮아>(5/10 이성대 기자)에서 가볍게 다뤘고, TV조선과 MBN이 별도의 꼭지로 2건씩 다뤘습니다. 특히 TV조선 <문 대통령 대담 기자 태도 ‘무례’ 논란>(5/10 김미선 기자)에서 신동욱 앵커는 “진행자의 태도 논란에 대해서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김미선 기자도 “어제 대담은 1시간 반가량 진행됐는데 방송기자 한명이 대통령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 불편해 할 수 있는 질문이 있었고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이 진행자의 태도와 자질에 문제가 있다며 청와대 청원까지 하고 나섰습니다”라며 단순 논쟁거리로 이 사안을 보도했습니다.

 

TV조선‧채널A‧MBN의 심층 분석? 내용 보니…

대통령 대담 보도의 핵심은 기자의 태도가 아니라,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되어야 합니다. 문 대통령의 2년을 평가하고, 남은 임기동안 어떤 정책을 소신 있게 펼쳐나갈 것인지 톺아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통령의 답변이 적절했는지, 아쉬운 부분이나 추가 해명이 필요한 부분은 없었는지 짚어보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TV조선과 채널A‧MBN에선 대통령의 발언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는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이전 정부의 대통령 발언 시 절대 볼 수 없었던 보도행태였다는 점에서 비교가 되지만, 일단 이런 보도는 필요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보도가 적절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낙제점이었습니다.

종편3사가 주로 팩트체크한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한 데 대해서 “걱정되는 대목”이라면서도 “거시적으로 볼 때 한국 경제가 크게 성공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 (중략) G20이나 OECD 국가 중 한국은 상당한 고성장 국가”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양극화 문제나 저소득층의 줄어드는 소득, 더딘 고용 증가 등에 대해서는 걱정을 표했습니다.

△ KBS-대통령 대담 중 화면 갈무리(5/9)

 

해당 방송사들은 ‘한국은 상당한 고성장 국가’란 발언에 집착했습니다. TV조선 <따져보니/문 대통령 “군사합의 깬 것 아냐”>(5/10 강동원 기자)에선 문 대통령이 ‘남북 군사합의를 깬 건 아니다’, ‘선 적폐청산 후 협치란 말은 하지 않았다’, ‘한국은 상당한 고성장 국가’라고 한 것을 일일이 반박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사 말미에서 신동욱 앵커는 “경제 분야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사실 관계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있죠?”라고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강동원 기자는 ‘OECD 국가 중 한국 성장률 순위’를 가져와 반박했습니다. “(OECD) 36개 회원국 중에 18위를 했”다며 “이 순위는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순위”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OECD 국가 중 한국이 고성장 국가라는 발언이 잘못됐다는 논리입니다.

 

△대통령의 ‘경제’ 대담 팩트체크한 방송사들이 차용한 데이터 (5/10, 좌측 상단 TV조선, 이후 시계방향으로 채널A‧MBN‧채널A 순)

 

채널A는 <장밋빛 경제 진단…어떤 통계 봤길래>(5/10 김윤수 기자)에서 ‘소득 하위 20%인 1분위와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가계소득 격차 데이터’와 ‘한국과 G20 그룹의 평균 성장률’을 제시하며 이를 지적했습니다. 채널A는 가계소득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대통령이 거시적 경제성과를 반복해서 강조하는 동안 저소득층의 경제 상황은 계속 나빠졌습니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임금 노동자들의 격차가 좁혀진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그 부작용으로 인해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거나 실제 가계 소득이 감소하면서 빈부격차가 커진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G20의 경제 성장률을 보여주면서는 “지난해 4분기 통계만 봤을 때는 성장률이 양호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기간을 조금만 늘려보면 G20 국가 평균보다 낮았던 적도 적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MBN의 <경제는 ‘낙제점’>(5/10 김경기 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김경기 기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느낀 사용자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저소득층이 많아”졌다며 “실제 하위 20%의 소득은 지난해 1분기 -8%에서, 2분기 -7.6%, 4분기 -17.7%로 크게 줄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외에 청년 실업률이 10.8%인 점, 반도체 시장이 올해 1분기 들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점 등도 경제에 대한 대통령의 의견을 반박하는 용도로 쓰였습니다.

 

경제 성장‧둔화에 대한 착시로 왜곡 말아야

그럼 이들의 팩트체크를 다시 보겠습니다. 이들이 자신들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가져온 데이터로는 △OECD 내 한국 경제 성장률 순위(TV조선) △한국과 G20 그룹의 평균 경제 성장률(채널A) △가계소득 격차 추이(채널A) △하위 20% 소득 증감률(MBN) 등이 있었습니다.

먼저 문 대통령이 다음과 같이 발언한 근거는 ‘30-50 클럽 가운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높았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는 지난 3월, “OECD가 최근 세계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나 “인구 5천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30-50 클럽’”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18년 2.7%로 미국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사실입니다. 30-50 클럽엔 한국을 비롯 미국‧프랑스‧독일‧영국‧일본‧이탈리아가 있는데, OECD는 이중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높게 보고 있습니다.

물론 문 대통령과 각 방송사들이 다르게 판단한 것은 경제 성장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둘 중 어느 것이 맞다고 단정하긴 힘들지만, TV조선은 단순 OECD 국가들과, 채널A는 단순 G20 국가들과 비교했다는 점에서 무리가 있습니다. 한국이 이전과 같이 국가 주도의 경제 발전, 대기업 중심의 경제 체제를 지속한다고 해서 그 성장 속도가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성장의 반열에 오른 나라들은 따라오는 후발 주자들에 비해 그 속도가 더뎌지는 게 사실입니다.

IMF는 지난달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냈습니다. IMF는 세계의 경제 성장이 다소 느려질 것으로 예측하면서 2019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선진국(Advanced Economies)으로 분류한 국가들의 2019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미국이 2.3%, 유로존 국가 1.3%, 독일 0.8%, 일본 1.0%, 영국 1.2%, 캐나다 1.5% 등입니다. 그에 반해 개발도상국(Developing Economies)으로 분류한 국가들의 그것은, 중국 6.3%, 인도 7.3%, 아세안 5개국 5.1% 등입니다. 이에 비해 IMF가 예상한 2019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6%입니다. 개발도상국엔 못 미치지만 선진국과 비교했을 땐 무조건 나쁘다고 보기 힘든 것입니다. 

OECD 회원국이나 G20 국가들과 단순 비교하면 당연히 한국의 경제 성장은 더딘 편이 됩니다. 물론 대통령이 ‘고성장 국가’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 면밀히 따져볼 순 있으나, 세계 경제와 비교하는 데이터를 가져올 때는 그 맥락도 충분히 설명해야 왜곡을 막을 수 있습니다. 청와대가 ‘30-50 클럽에서 경제성장률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듯이, 언론도 국민들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선 데이터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채널A와 MBN은 가계 소득 격차나 하위 20%의 소득 감소 데이터를 가져와 ‘저소득층의 상황이 나쁘다’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담에서 이미 양극화와 저소득층 소득의 더딘 증가 속도, 고용 시장에 대해 걱정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으면서 ‘한국은 고성장 국가’라고 말한 것에 이를 갖다 붙인 것은 비난을 위해 필요한 부분만 골라 붙였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저소득층의 상황을 걱정했다면, 대통령이 ‘고성장’이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 숫자를 따져가며 ‘진짜 성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 살피는 일은 안 했을 것입니다. 세계 경제가 둔화하는 흐름과 더불어 한국의 경제 성장도 더딜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성장’이 무엇인지 숙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고성장하고 있다’고 말한 대통령에게 그것이 무엇의 성장인지, GDP만큼이나 삶의 질도 중요한 건 아닌지, 우리 사회가 성장에서 분배로 초점을 옮기는 때는 언제일지, 이런 질문을 한 언론사는 없었습니다. 가계 소득 격차가 심해지고 1분위 계층의 소득이 쪼그라들고 있다면, ‘분배’ 정책의 부재에 대해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통령 발언 일부에 대한 논란 부각한 TV조선

한편, TV조선 <‘북 미사일 발사 군사합의 위반’ 공방 가열>(5/10 서주민 기자)은 문 대통령 대담 중 일부를 똑 떼어 논란으로 만든 보도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문 대통령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해 ‘경고’라는 단어를 쓰기도 했고, 탄도 미사일일 경우엔 ‘UN 안보리 결의를 위반할 수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대통령 대담 중 일부와 관련된 공방을 소개하는 TV조선(5/10)

 

그러나 TV조선은 그보다는 ‘남북 군사 합의 위반이 아닐 수 있다’고 한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면서 이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기사에서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신동욱 앵커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취임 2주년 대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라며 정치권의 반응을 소개했습니다. 

리포트는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시작합니다. 서주민 기자는 “자유한국당은 북한 미사일 발사가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한 9·19 남북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유한국당이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도 정면 위반했다며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라고 요구”했다고도 알렸습니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도 전하긴 했지만 이 기사의 논지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날 대통령의 대담이 진행되는 도중 <청 “긴장완화에 도움 안 돼”>(5/9 신정훈 기자)를 통해 문 대통령이 “북한의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대화와 협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북한에 경고하고 싶다”고 말한 것을 보도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 보도에서도 ‘문 대통령이 남북 간 군사 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한 점을 부각해서 보도했습니다.

이 두 리포트를 보면, 문 대통령이 대담에서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 비판하거나 경고한 점은 지워지고, 문 대통령이 북한을 비호한 듯한 뉘앙스만 나타납니다. 타 방송사들이 ‘경고’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과 비교됩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을 옹호하고 있단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맥락을 제거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부분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5월 9~1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