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면화 때문에 인도농민 자살 증가? 직접적 관계 없다

  • 기자명 박재용
  • 기사승인 2019.05.2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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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와 관련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커다란 이슈가 인도 면화 재배 농민의 빈곤자살 문제입니다. 인도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농민들이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빈곤으로 자살하는 상황이 도처에서 벌어집니다. 조사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10만 명에서 20만 명에 달하는 농민들이 빈곤자살을 택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몬산토사의 BT 면화 종자가 이 빈곤 자살에 커다란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환경 단체나 몇몇 언론에서도 거론된 바 있습니다. GMO의 대표적 악영향으로 손꼽히고 있지요.

 

<그림1> 인도 농민 자살 현황. 출처: 위키피디아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목화의 대표적 해충인 목화다래벌레(bollworm)에 대한 살충제 성분을 함유한 면화 종자가 2002년부터 인도 면화 재배 농민에게 공급되기 시작했고, 현재 90% 이상의 면화 재배지에서 이 종자가 사용된다. 이 종자는 가격이 3배나 더 비싸서 농민들이 빚을 내어서 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목화다래벌레가 저항력을 갖게 된다. 몬산토는 이에  추가적인 독성 유전자를 두 가지 더 가지고 있는 BT2 면화를 공급한다. 물론 가격도 더 비쌌다. 그럼에도 살충제는 이전처럼 혹은 이전보다 많이 사용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빚에 내몰린 농민들이 자살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조금 이상했습니다. 먼저 <그림1>을 보시죠. 인도 농민의 자살은 1990년대 중반부터 높아집니다. 이 시기는 인도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농민에 대한 보조금을 주지 못하게 되고, 면화 시장이 전면 개방된 때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값 싼 면화가 수입되면서 농민들의 수입이 급감한 때이지요. 농민들의 자살율은 200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2010년까지 그 수준을 유지합니다. 2010년 이후에는 다시 감소하기 시작하지요. 몬산토의 GMO 종자가 수입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이니 농민들의 빈곤 자살 이유의 일부는 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림2> 인도 농민 자살 현황. 출처: 위키피디아

 

 

<그림3> 인도 농민 자살 현황. 출처: Royal Statistical Society

 

<그림2>를 보시지요. 인도의 면화 재배 지역 중 하나인 마드히야 프라데쉬 지역입니다. 2002년 공급되기 시작한 BT 면화 종자의 재배지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농민의 자살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그림3>은 인도 인구 10만 명당 성별 자살율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여성의 자살률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고, 남성의 자살률도 2000년대 중산이후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물론 BT 면화 종자 도입으로 자살이 줄었다고 볼 순 없습니다만 최소한 인도 농민의 자살과 BT 면화 종자가 큰 관련이 있진 않을 것이란 점은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BT 면화 종자의 도입과 농업 생산력의 관계를 살펴봅시다.

<그림4>는 BT 면화 도입 경작지의 비율과 농업 생산량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BT 면화 종자 도입 전 평균적인 인도 면화 생산량은 헥타아르 당 300kg정도였습니다. 그러나 BT 종자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인 2000년대 중반 이후 생산량은 헥타아르 당 500kg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즉 BT종자 도입이후 생산량은 증가했지 줄어들진 않았다는 것이죠. 물론 생산량 증가가 BT 면화 도입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살펴봐야 하겠지만, 최소한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것이죠.

 

<그림 4> 인도면화 생산량과 GMO 종자. 출처: India for Safe Food

 

<그림5>는 살충제 사용량을 보여줍니다. BT종자의 도입이후 급격히 줄어들던 살충제 사용량이 2013년에 급격히 늘어난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경우도 빈곤자살이 가장 심했던 2000년대에는 BT 면화 종자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살충제 사용량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을 보여줍니다.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에는 헥타아르당 0.9~1.3kg 정도의 살충제가 사용되었는데 2006~2012년 사이에는 헥타아르당 살충제 사용량이 0.5~0.7kg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5> 살충제 비율. 출처: India for Safe Food

 

<그림6>은 인도 농민들이 빛을 지는 이유에 대해 보여줍니다. 안쪽 원은 2002년의 상황이고 바깥쪽 원은 2012년의 상황을 나타냅니다. 2002년에 빛을 빌리는 주된 이유는 농사 자금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전체의 58%지요. 그러나 2012년에는 농사 자금은 전체의 29%로 정확히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 다음 그래프는 농사에 드는 비용이 각각에 얼마나 차지하는지의 비율을 보여줍니다. 마찬가지로 안쪽 원은 2002년의 상황을 나타내고, 바깥쪽 원은 2012년을 보여줍니다. 2002년에는 종자 구매 비용이 16%였는데 2012년에는 11%로 오히려 그 비율은 감소했습니다. 살충제도 23%에서 8%로 삼분의 일로 줄었지요. 대신 비료구매 비용이 7%에서 24%로 늘었습니다. 면화 생산량이 늘어난 것과 아마도 관련이 깊을 듯합니다.

 

<그림 6> 인도 농민 부채 현황. 출처: NABARD
<그림7> 인도농민 농업 비용 현황. 출처:NABARD

 

결국 이런 자료들을 보게 되면 일단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농민들의 빈곤자살은 21세기 들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동일한 시기에 BT종자가 도입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최소한 BT종자 도입에 의해 인도농민의 빈곤자살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면화 생산량도 2000년대 10년간 이전보다 증가했으며, 최소한 2013년 이전에는 살충제 사용량도 감소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농민 개인당 부채액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농사비용 때문에 부채를 지게 되는 비율은 줄어들었고, 농사비용 중 종자 구입비용이 차지하는 정도도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자료들을 같이 찾아본 결과 인도 농민의 빈곤 자살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늘어났으며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은 WTO가입에 의한 인도 정부 정책의 변화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990년대 초 인도가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농업 시장을 개방했습니다. 그 결과 값싼 수입면화가 미친 듯이 몰려들었지요. 면화가격은 폭락했습니다. 이미 이 시점에서 면화재배 농민들은 극심한 빈곤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이 때 몬산토사가 변형 종자를 도입합니다. 이때의 변형종자는 지금 문제가 되는 BT 면화 종자가 아니라 그 전 제품이며 GMO작물도 아닙니다. 인도 정부도 권장을 했지요. 변형 종자를 심으면 정부 지원금도 나오고 비료와 농약도 보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몬산토는 광고에 엄청난 물량을 쏟아 부으며 면화 종자 시장을 장악합니다. 그러나 이 변형 종자는 해충에 취약했습니다. 특히나 열매 안으로 파고들어 열매가 떨어져버리는 헬리오티스라는 병이 대유행을 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절망적인 농민들을 더 절망에 빠트리고 맙니다. 더 이상 은행을 이용할 수 없었던 농민들은 이자가 비싼 사채업자에게 몰리는 악순환을 겪게 되고 결국 농촌 곳곳에서 하루에도 열 명씩 빈곤자살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몬산토라는 회사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당시 인도 면화 시장에 대한 몬산토의 모습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몬산토가 보여주는 모습은 대단히 문제가 많지요. 그리고 GMO 종자도 다른 의미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그에 대해서도 다루겠습니다. 그러나 몬산토의 BT면화종자가 인도 농민의 빈곤자살에 대해서만큼은 별다른 연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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