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가 8년만에 5GB→100GB 데이터를 늘려준 이유

  • 기자명 참여연대
  • 기사승인 2019.05.2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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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의 5만5천원 요금제와 7만5천원 요금제의 데이터 품질은 같다. 그런데 5만5천원을 내면 데이터 1GB당 가격이 6875원이지만 7만5천원을 내면 500원이다. 5만5천원을 내는 소비자는 불과 2만원을 덜 낸다는 이유로 13.8배 비싼 요금을 내야하는 것이다. 8만9천원, 12만5천원 요금제의 데이터 1GB당 가격이 각각 445원. 417원인 것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러한 요금제 구성만 봐도 통신사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5만5천원 요금제나 그 이하의 요금제를 쓰고 싶은 소비자는 5G 서비스를 아예 쓰지 말라는 뜻이다.

 

[표1] SK텔레콤의 요금제별 데이터 1GB 당 요금

구분

월 요금

데이터제공량

1GB 당 요금

LTE

33,000원

1.2GB

27,500원

43,000원

2GB

21,500원

50,000원

4GB

12,500원

69,000원

100GB

690원

79,000원

150GB

527원

5G

55,000원

8GB

6,875원

75,000원

150GB

500원

89,000원

200GB

445원

125,000원

300GB

417원

 

소비자들은 이번 5G 요금제 구성을 보고 저마다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러한 요금제 차별정책은 이번 5G 서비스에서 처음 시도된 것이 아니고, 이미 LTE 서비스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5만5천원대 요금제의 데이터 1GB당 요금을 1100원(50GB)이나 3000원 정도(약 20GB)로 하지 못했던 이유, 그것은 바로 5G 중저가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게 되면 기존 LTE에서 시도된 고가요금제 유도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표2] SK텔레콤의 LTE요금제 구성 변화  (출처 : SKT 인가자료 및 홈페이지)

초기 LTE 요금제 (2011)

데이터중심요금제 (2015)

T플랜 요금제(2018)

요금

음성문자

데이터

요금

음성문자

데이터

요금

음성문자

데이터

34,000원

120분

200건

350MB

32,890원

기본제공

300MB

33,000원

기본제공

1.2GB

42,000원

180분

200건

700MB

39,600원

기본제공

1.2GB

43,000원

기본제공

2GB

52,000원

250분

250건

1.2GB

46,200원

기본제공

2.2GB

50,000원

기본제공

4GB

62,000원

350분

350건

3GB

51,700원

기본제공

3.5GB

69,000원

기본제공

100GB

72,000원

450분

450건

5GB

56,100원

기본제공

6.5GB

79,000원

기본제공

150GB

85,000원

650분

650건

7GB

65,890원

기본제공

11GB

 

 

 

100,000원

1,050분

1,050건

10GB

75,900원

기본제공

16GB

100,000원

기본제공

무제한

* 파란색은 각 시기별 최저요금제, 빨간색은 요금 2배인 고가요금제

 

현재 대다수 국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LTE 요금제는 2011년 최초 인가 이후, 2015년과 2018년 두 번의 큰 요금제 개편이 있었다. 2015년 이전엔 음성과 문자서비스도 요금제에 따라 다르게 제공되었지만, LTE 시대에 접어들면서 음성과 문자를 별도 과금할 필요가 없어지고 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늘자 이통사들은 2015년 데이터중심요금제를 출시하며 요금은 깎고 데이터 제공량은 소폭 늘렸다. 당시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애쓰던 박근혜 정부와 향후 폭발적인 데이터 사용량 증가를 예측하고 데이터를 중심으로 요금제를 개편하려던 이통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도 ‘데이터중심요금제’가 탄생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2017년 기본료 1만1천원을 공약했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보편요금제(2만원에 1-2GB 내외)의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자 이통사들은 저가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고 고가의 무제한요금제를 신설하는 또 한번의 요금제 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대다수의 언론들조차 저가요금제 가격이 3천원에서 7천원 가까이 인하되고 중가요금제는 월 1만-2만원만 더 내면 데이터를 기존에 비해 10-20배를 넘게 준다며 이통사에 긍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엄청나게 벌어지는 데이터 당 요금차별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2011년, 2015년, 2018년 세 시기의 LTE요금제를 비교해보면 데이터의 고가쏠림, 즉 저가요금제 이용자가 어떻게 ‘호갱’이 되어갔는지 알 수 있다. LTE 서비스가 시작된 7년동안 최저가요금제인 3만대 요금제의 경우 요금은 1000원 인하되었지만 데이터 제공량은 약 3.4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러나 요금이 약 2배인 6만-7만원대 요금제의 경우 데이터 제공량이 20배 넘게 늘었다. 데이터 100MB당 요금으로 환산하면 요금이 2배 차이나는 요금제 간 데이터 요금 격차는 6.7배에서 무려 40배로 늘어난다. 즉 2011년에도 3만원대 저가요금제 이용자는 6만원대 중가요금제 이용자에 비해 6.7배 비싼 요금을 물었는데 2018년엔 무려 40배 비싼 요금을 물게 된 것이다.

참여연대 유튜브 캡처

 이런 상황에서는 저가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일부 늘려준다고 하더라도, 해외보다 평균적인 요금제 수준이 낮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저가요금제를 쓰는 것이 명백히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저가요금제보다는 계속해서 돈을 좀 더 내더라도 중고가요금제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규단말기 구입시 고가요금제에 더 많은 보조금이 주어지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저가요금제는 존재는 하지만 소비자들로부터는 외면받는 요금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저가요금제 데이터를 일부 늘려줘 통신비 인하의 명분을 만들고, 동시에 고가요금제 데이터 제공량과 보조금 등을 큰 폭으로 늘려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여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이통사들의 저가요금제 차별 정책은 5G 에서도 유효하다. 만약 네티즌들의 상식(?)대로 5G 서비스의 5만 5천원대 요금제의 데이터 1GB당 요금을 1100원(50GB)이나 3000원 정도(약 20GB)로 설계했다면? 이통사들은 LTE 데이터의 중저가요금제와의 형평성을 위해 필연적으로 LTE 중저가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늘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데이터 제공량이 4GB에 불과한 LTE 5만원대 요금제의 데이터제공량을 5G에 맞춰 50GB나 20GB로 늘린다면 어느 누가 5G 서비스에 가입을 하려고 하겠는가. 결국 LTE 서비스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단추가 5G 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필자 김주호는 참여연대 민생팀에서 3대 가계부담(통신비, 대학교육비, 주거비) 해소와 소비자 권리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대기업본사의 갑질 불공정,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행위를 막고 상가법 개정 등 중소상공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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