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인보사'는 문재인이 허용했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5.3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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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의 의약품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허가를 취소하고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인보사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간베스트' 사이트의 한 게시물은 “2017년 4월 4일에 승인을 위한 회의가 열렸는데, 7명의 전문위원 중 6명이 반대해서 승인을 받지 못함. 그런데, 두 달 뒤인 2017년 6월 14일에 전문위원 7명중 5명을 바꾸고 2차 회의를 해서 승인을 해 줌. 전 정권에서 선정된 전문위원들이 거절한 것을 위원을 바꾼 후 현 정권에서 승인해 준 것”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또, 한 유튜버는 ‘노무현 때 황우석, 문재인 때 인보사’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실험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인보사가 허가된 과정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책임 여부를 확인했다.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는 연골 세포를 관절에 주입해 연골이 재생되도록 한다는 획기적인 시도가 세계 최초로 성공해 화제가 됐던 약이다. 2016년 7월 8일에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해 약 1년 후인 2017년 7월 12일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당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는 세계 최초의 허가였다.

하지만 인보사는 지난 3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성분이 신고된 내용과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골세포를 원료로 사용했다고 신고했는데 FDA 검사 결과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해당 신장세포는 종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 몸에 투여하는 걸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판매가 중단됐고 코오롱 주가도 급락했다.

이미 고가의 시술을 받은 3700여 명의 환자들과 코오롱생명과학 주식 거래 중지로 손해를 입게 된 투자자들이 소송 등을 통해 피해 구제 대응에 나설 예정이어서 ‘인보사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제적으로 ‘바이오 코리아’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이다.

이미지 출처 : <코오롱 생명과학> 홈페이지

단순하게 날짜만을 따지면 인보사의 허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10일 이후에 일어났다. 하지만 인보사의 허가절차는 그 전에 시작됐다. 식약처 신약 허가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거치게 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위) 1차 심의가 2017년 4월에 있었다.

식약처는 2017년 4월 4일 인보사의 허가 여부를 논의하는 중앙약심위 소분과 회의를 열었다. 중앙약심위는 관련 분야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문기구로 이날 회의에는 심의위원 7명과 식약처 세포유전자치료제과 4명이 참석해 논의 끝에 인보사의 허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2017년 6월 14일 식약처는 인보사 허가 관련 2차 회의를 개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보완자료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위해 열렸으며, 위원회 구성원 12명 중 9명이 참석했다. 2차 회의에서는 허가하는 것으로 입장이 바뀌었고 다시 한 달 후 식약처의 정식 허가가 떨어졌다.

이 과정에 대한 의혹이 최근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지난 4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인보사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허가 심사 당시인 2017년 4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에서는 7명 중 6명이 반대해 인보사를 불허했으나 두 달 만에 열린 중앙약심 회의에선 허가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이 과정에서 코오롱의 로비가 있지는 않았는지, 이들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진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지난 5월 29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식약처가 심의위의 인보사 불허 결정이 나온 지 두 달 만에 인보사 허가에 찬성하는 전문가를 추가해 심의위를 다시 소집했다”며, “식약처는 찬성하는 전문가 5명을 위원으로 추가했다. 1차에 참여했던 분 중에 3명은 참석을 하지 못해서 9명이 참석해 숫자가 뒤집혔다”고 주장했다. 2차 회의에 새로 추가된 위원들이 바이오제약기업 CEO 등 바이오제약업체에 호의적인 입장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아 운영된다. 당시 손문기 식약처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다. 2016년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11번 후보로 등록하며 사직한 김승희 전 식약처장을 대신해 3월 27일 차장에서 승진 발령됐다. 공교롭게도 인보사는 손 전 처장의 퇴임일인 2017년 7월12일에 신약 허가를 받았다. 손문기 전 식약처장은 지난 14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라는 시민단체에 의해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됐다.

탄핵으로 인한 보궐선거를 통해 선출됐기 때문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전 정부가 임명한 식약처장이 중앙약심위를 운영하는 동안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의 전쟁 위험 상황을 우선 챙겨야 했다. 인보사 허가의 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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