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국가부채(D3) 2012년 이후 최저치 기록했다

  • 기자명 이상민
  • 기사승인 2019.05.3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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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연습장에 공부한 흔적을 매일 5장을 남기는 숙제가 있었다. 수학 풀이 훈련이나 영어 단어 암기 흔적을 보이라는 뜻이다. 난 연습장 숫자를 세며 공부양을 점검하는 것은 나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율적 목표여야 한다.

"매일 하루에 5장 연습장을 써야지!"라고 자율적 목표를 세우면 규칙적으로 공부를 하는 습관을 지닐 수 있다. 그런데 담임이 매일 5장을 쓰라고 하면 공부를 위한 연습장 쓰기가 아니라 연습장 페이지만 늘리게 된다. 실제로 나도 볼펜 두 개를 묶어 쥐고 일필휘지로 두 배의 기록을 남기는 신공을 시연하기도 했다.

 

사실 연습장 숫자보다는 일차적으로는 공부의 양이 더 중요하고, 궁극적으로는 성적 향상이 더 중요하다. 연습장 양을 체크하는 것은 성적 향상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외부에서 연습장 숫자만 체크하고, 결과에 미달하는 사람을 혼내기라도 하면 공부나 성적보다 연습장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국가채무비율 40%도 마찬가지다. 기재부가 자율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을 목표하는 수치에 따라 관리하는 것은 필요할 수도 있다. 국채발행 양을 계획된 목표에 따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국가채무비율 유지에 관심을 가지고 외부에서 간섭할 필요는 없다. 재정 건전성을 위해 국가채무비율을 유지하기보다는 국가채무비율 유지를 위한 정책을 펴게 된다. 재정 통계적 눈속임으로만 국가채무비율을 떨어뜨리거나 높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볼펜 두 개를 쥐고 한 번에 연습장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국가채무비율’(D1) 보다 더 경제적으로, 재정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일반정부 부채’(D2), 또는 ‘공공부문 부채’(D3)고 궁극적으로는 재정건전성이 중요하다. ‘국가채무비율’ 관리는 재정건전성’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본말이 전도되면 안 된다.

 

국가채무비율(D1)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빚을 현금주의 개념으로 나타낸 수치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특별회계나 기금 등을 통해 하던 사업을 형식적으로는 정부가 아닌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같은 준정부기관이 하게 되면 국가채무비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40%가 국가채무 기준? 경제적·통계적 근거 없는 수치다' 참고). 

 

또한, 현금주의(cash basis)라는 것은 공식적인 채권, 채무 계약 등으로 형식적으로  현금흐름이 수반되는 채무만 기록되는 개념이다. 실질적으로 미래에 유출될 수 있는 모든 경제적 빚을 기록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정부뿐만 아니라 준정부기관(비영리 공공기관)까지 현금주의가 아니라 발생주의(accrual basis) 개념으로 국가의 빚을 파악하는 개념이 있다. 이를 ‘일반정부 부채’(D2) 라고 한다. 특히, 일반정부 부채는 국제적으로 공통적인 기준을 통해 국가부채를 산정하기 때문에 국가 간 비교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공공부문 부채(D3)는 일반정부 부채(D2)에 비금융공기업의 부채까지 합산한 개념이다. 소위 자원외교는 지난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었다. 그런데 자원외교의 실패에 따른 막대한 부채는 대부분 대한석유공사나 한국광물자원공사 같은 정부도, 준정부기관도 아닌 공기업이 떠안게 되었다. D1은 물론 D2에도 이런 부채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공공부문 부채(D3) 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D1이라는 연습장을 체크하기 보다는 D3같은 공부의 양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D3는 얼마일까?

 

*기획재정부 자료

 

17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D3는 GDP 대비 60%다. (18년 말 기준은 현재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그런데 16년 말 기준은 63%고 15년 말 기준은 64%, 14년 말 기준은 65%다. 즉, 14년 최고치인 65%를 기록한 이후, 매년 하락하고 있다. 결국, 최근 모든 언론이 관심을 가지는 국가채무비율(D1)보다 실제(경제적으로) 우리나라 빚을 더 잘 반영하는 기준인 공공부문 부채는 14년을 기점으로 매년 하락하여 2012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D1, D2, D3등을 통해서 국가 빚을 파악하려는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바로 재정건전성 유지다. 그럼 재정건전성은 무엇일까? 재정건전성(fiscal soundness)은 재정이 안정적이고 건강한 상태를 말한다. 무조건 적으로 빚이 없거나 빚이 줄어들을 때, 재정건전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재정이 지속 가능하며(fiscal sustainability) 재정지출 여력(fiscal space)이 있으면 재정 건전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하고 재정지출 여력을 높이고자 한다면, 경제성장을 통해 장례의 재정 수입을 늘려야 한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에브시 도마 MIT 교수의 이론을 소개한 바 있다. “도마 교수가 1944년에 쓴 논문에서 지적하고자 했던 것은 재정적자가 나더라도 그 돈으로 물적투자만이 아니라 교육, 건강 등에 투자해서 그 덕분에 경제성장률을 올릴 수 있으면, 국가채무비율은 저절로 내려가게 되니, 세계 2차대전 때문에 100%를 넘은 당시 미국의 국가채무비율을 낮추려고 억지로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가 맞았다는 것은 미국 역사가 증명한다.” 결국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경제성장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는 필요하다.

 

일부 언론은 공공부문 부채(D3)는 60%가 넘었다며 실질적인 국가 채무비율은 이미 40%가 아니라 60%를 초과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또한, 발생주의 개념의 부채(liability)와 현금주의 개념의 채무(debt)를 혼용해서 쓰고 있다. 그러나 부채와 채무는 다른 개념이다. D1수치와 D2, 또는 D3숫자를 비교하면 안 된다. 사람 키를 센티미터로 표시할 수도 있지만, 미리미터로 표시할 수도 있다. 또는 신발을 신고 키를 잴 수도 있다. 140센티미터의 키는 평균보다 적다고 말하는데, 미리미터로는 1400미리미터기 때문에 작은키가 아닐 수 있으며, 높은 힐을 신으면 160도 넘을 수 있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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