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지만 입양, 아빠지만 엄마, 그리고 유쾌하지만 진지한 <맛있는 가족>

  • 기자명 홍상현
  • 기사승인 2019.06.0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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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in a name?

That which we call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 William Shakespeare, 「Romeo and Juliet」

“이름이란 뭘까?

장미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감미로운 향기는 그대로인 걸.”

- 윌리엄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유품’이라기보다 어머니의 ‘학창시절 추억의 오브제’라는 표현이 정확했으리라. 생전에 좋아하시던 노란 후리지어가 가득 수놓아져 있는 앞치마.

당신의 지인에게 건네받던 날, 멜로드라마 주인공처럼 울음을 터뜨리지는 않았다. 젊은 나이에 병마에 스러진 어머니와 그리 오랜 세월을 함께하지 못해 큰 감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것만으로는 그 순간의 ‘묘한 평정심’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앞치마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내 얼굴에 어느새 옅은 미소가 번졌다. 병마와 싸우던 힘겨운 순간에도 아랑곳없이 시시때때로 던지시던 농담 가운데 필자를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던 몇 가지가 떠올라서다. 하긴, 코마상태로 들어가기 직전까지 머리맡의 사탕을 놓고 재미있는 수수께끼를 낼 만큼 유머러스한 당신이셨다. 문득 집으로 돌아가 앞치마를 두르고 생전에 자주 해주시던 반찬을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요리에 몰두하다 보면 어디선가, 언제나 차분하지만 유머가 넘치던 그 목소리가 들려올 것 같았다.

“어머니의 기일에 고향집을 찾은 주인공이 어머니의 옷을 입고 있는 아버지에게 ‘이제부터 재혼해서 엄마가 되겠다’는 말을 듣는다”는 코미디영화 <맛있는 가족>의 한 줄 시놉시스가 글자대로만 전개되었던들 고사동의 카페에서의 이 아련한 플래시백은 이어지지 않았을 테다. 하지만 일본영화대학 졸업 작품으로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고, 2년 뒤 소설가로까지 등단한 이야기꾼, 후쿠다 모모코의 의도는, (필자가 파악하기로는) 전혀 달랐다.

일단은 아버지의 일상. 엄마의 옷을 입고 가사 일은 물론 교감으로 근무하는 학교로 출근한다. 재혼상대는 한 술 더 뜬다. 동일본대지진으로 고향(후쿠시마)을 등지고 인근 마을교회 다락방에 기거하며 날품팔이를 하던 (세간의 기준을 적용하면 외모가 빼어난 것도 아닌) 청년이다. 게다가 딸인지 동생인지 알 수 없는 소녀까지 딸려있다. 

<맛있는 가족>에서 아버지(이타오 이츠지)가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두 사람. 외관은 ‘결혼’의 형태를 띠자만 실은 ‘입양’된 것이다. 하지만 작가이자 연출자인 후쿠다 모모코 감독은 반문한다. ‘호칭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사진제공: Nikkatsu Corporation

그런데 여기서도 뭔가 낯선 느낌이 있다. 딱히 연인관계가 아니다. 그저 ‘가족’이 되겠단다. 그럼 그냥 같이 살면 되지 왜 하필 ‘결혼’까지 하는 걸까. 서류상으로도 두 사람을 입양하는 거라면서. 이즈음 영화 속 모든 상황이 반문을 던진다. ‘호칭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이거야 장녀로서 복장이 터져 쓰러질 노릇. 하지만 누구 하나 이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가 없다. 도리어 너도나도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복해준다.

이 언저리에서 뇌리를 스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상황극(theatre of situations). 『드라마 사전』의 심오한 전문용어를 생략하고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면 대다수가 ‘아니’라고 하는 어떤 것을 ‘네’라고 바꿔버린 뒤, 지극히 평범한 주인공을 대입시켜 발생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그린 이야기.

그렇게 아빠가 엄마가 되는 설정에서 시작해, 가족, 인간관계,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낸 상황희극, <맛있는 가족>의 히로인 마츠모토 호노카를 만났다.

마츠모토 호노카는 “저자신보다 제가 연기한 캐릭터로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배우다. 사진제공: Nikkatsu Corporation

홍상현:

장편영화로써는 처음 주연을 맡은 <맛있는 가족>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어제 레드카펫 행사에도 참가했는데.

마츠모토 호노카:

최근 참여한 작품이 하나씩 국내영화제에 초청되고 있는 와중에 처음 해외영화제인 전주국제영화제에 와 레드카펫 행사에까지 참여해보니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신인으로 돌아간 느낌도 들고,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한국 관객 여러분, 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홍상현:

2년 전 《마리끌레르》가 주관하는 아시아 스타 어워즈 참석 차 방한했던 아리무라 카스미와도 친자매 같은 관계다.

마츠모토 호노카:

말씀하신 것처럼 사이가 좋을뿐더러 아리무라 씨가 <병아리>라는 아침드라마의 히로인일 때 사이좋은 동생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홍상현:

오늘은 이 인사가 살짝 뒤로 미뤄졌는데, 일본에서와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 당신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마츠모토 호노카라는 사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마츠모토 호노카:

(그는 정말 앞에 관객들이 있는 것처럼 긴장을 했다) “아, 네... 마츠모토 호노카. 스물두 살, 오사카 출신이고요. 고구마와 가라아게를 좋아하며, 애견인입니다. 친구는 많지 않아요. 휴일에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습니다. (웃음) 좋아하는 작품으로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귀를 기울이면>이 있습니다. 경력이 그리 긴 편은 아니지만 배우로서 다양한 배역을 경험했습니다.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유튜버나, 시골에서 막 상경한 단발머리 소녀, 언제나 한 구석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외톨이 캐릭터도 있었네요. ‘아, 그 역도 마츠모토 씨였군요’하는 말씀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중에도 어김없이 올라온《주간 마츠모토 호노카》. 한국에서 업데이트 된 특집답게 우리말 발음을 그대로 옮겨 “안녕하세요, 마츠모토 호노카”라고 적어 놓았다. 톡톡 튀는 재치가 매력적인 후쿠다 모모코 감독(왼쪽)과의 설정샷이 유쾌하다. 출전: 마츠모토 호노카 인스타그램

홍상현:

방금 인용한 그 말씀은 분명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칭찬일 거다. (웃음) 2016년 5월 어느 날 친구가 보내준 링크를 보고 폭소를 터뜨린 이후, 지금까지 <주간 마츠모토 호노카>를 애독 중이다. (웃음) 인스타그램에 140회 이상 매주 어떻게 그토록 기발하고 재미있는 연재를 이어올 수 있었나.

마츠모토 호노카:

(웃음) 평소 자신감이 많지 않은데다 성격이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그만큼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강하다. 말씀하신 연재도 저라는 사람을 매체에서 다뤄주지 않으니까 그냥 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에 시작했다. 세련되고 멋진 쪽으로 스스로를 어필하기보다 살짝 망가지더라도 재미를 전해드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아이디어는 대개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것을 쓰고, 편집과 업데이트는 매니저의 도움을 받는다.

 

홍상현:

2015년 단편영화로 데뷔한 이후, 단역, 조연 등 한 걸음씩 계단을 오르면서 주연배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결코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츠모토 호노카:

감사하다. 많이 부족한 만큼 노력하자는 마음가짐을 늘 유지해왔다. 운도 나쁘지 않았고. 앞서 아리무라 씨와 공연한 작품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아침드라마는 제 꿈이기도 했다. 당시 맡은 배역을 위해 노트를 준비해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테면 ‘어떤 성격에, 무엇을 좋아한다’처럼 대본에 적혀있지 않은 부분까지 스스로 가늠해보면서.

다른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촬영 전날까지 노트를 준비했다. 관객을 위해 뭐든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의 상상력을 끌어낸 거다.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고 동경하는 일을 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홍상현:

고등학교 시절 연극반 활동이 연기자가 된 계기라고 들었다.

마츠모토 호노카:

중학교 때까지 특별활동 시간에 배구를 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연극에는 계속 흥미를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견학을 하러 갔더니 개성이 넘치는 친구들이 많았다. 다들 자신의 기호에 대해서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했다. 그러니 무대에 설 수 있었겠지만. 신선한 자극이었다.

 

홍상현:

필모그래피를 보면 영화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영화라는 장르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마츠모토 호노카:

커다란 스크린이 주는 즐거움 아닐까. 영화관이란 일종의 강제성을 띠는 공간이니까. 시작부터 끝까지 한 편의 작품을 지켜볼 수박에 없는.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것도 있겠고, 표현에 있어서의 자유로움도 큰 매력이다. 이를테면 외모가 뛰어난 배우가 상황에 따라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해도, 그것이 오히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데뷔 초기, 거주지인 오사카와 도쿄를 오가며 수많은 오디션에 응시했던 마츠모토 호노카. 급기야 지난해에는 3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TBS드라마의 주연을 따내 화제가 되었다. 사진제공: FLaMme Limited Company

 

홍상현:

데뷔 초기, 거주지인 오사카와 도쿄를 오가며 수많은 오디션에 응시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3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TBS드라마의 주연을 따내 화제가 되었다. ‘오디션에 강한 배우’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을 말해 달라.

마츠모토 호노카:

매사에 자기만의 진정성이 담겨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보통 오디션은 응시자들이 나란히 서서 자기소개를 하는 걸로 시작되는데, 적잖은 분들이 대체로 비슷한 내용들을 말씀하신다. 그럴 경우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기 어렵다.

시원시원한 태도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진정한 나다움’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배역에 대해서도 단순히 ‘오디션에 응시한다’는 생각보다, 우선 ‘이 인물은 나를 위한 캐릭터’라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고. ‘좋아 보여서’가 아니라 이 역이 정말 나와 맞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저 또한 그런 전제 하에서 최선을 다해왔다.

 

홍상현:

<맛있는 가족>은 상황희극의 형태를 띠는 독특한 코미디영화인데, 배우로서는 조금 낯선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땠나?

마츠모토 호노카:

‘어느 날 고향집에 갔더니 아버지가 어머니가 되려 한다’는 설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현실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 내용을 재미있고 우습게만 묘사하는 게 아니라, 이를테면 다른 나라에서 온 인물이나, 귀여운 소녀의 복장을 입은 소년처럼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하나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완성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악역이 등장하지 않으며 모두 다 웃는 얼굴로 스토리가 마무리되는 것도 좋았고. ‘이 얼마나 해피한 작품인가’싶었다.

제가 연기하는 주인공도 삐쭉거리기는 하지만 전혀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 심정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기에 연기를 하면서도 무척 즐거웠다. 작위적인 캐릭터 만들기를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홍상현:

아버지를 연기한 이타오 이츠지는 일본의 탑글래스 개그맨이지만 한국에서는 <공기인형>에서 배두나와 공연한 배우로 유명하다. 직접 시나리오를 쓴 감독데뷔작 <탈옥왕>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고. <맛있는 가족>에서 당신과의 캐미스트리가 훌륭하던데.

마츠모토 호노카: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나 연기에 엄청난 안정감이 있었다. 역할을 소화하는데 있어서도 ‘이 분 말고는 없겠다’ 싶을 만큼 완벽했고. 어중간한 연기력으로 ‘어머니가 되려는 아버지’를 연기하면 얼마나 이상했겠나. 하지만 이타오 씨는 좋은 의미에서의 긴장감, 혹은 위화감을 놓치지 않으면서 지극히 내추럴하게 표현해냈다.

그렇다고 ‘베테랑’의 권위로 동료들을 주눅 들게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원래 개그맨으로서의 능력을 살려 현장 분위기까지 부드럽게 만들어주시고. 덕분에 저도 자연스럽게 촬영에 몰입할 수 있었다. 진짜 아버지 같다는 느낌 속에서.

아버지 역의 이타오 이츠지. 한국 관객들에게는 배두나와 공연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으로 알려진 그는 직접 시나리오를 쓴 감독데뷔작 <탈옥왕>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맛있는 가족>에서는 특유의 안정적인 연기로 히로인인 마츠모토 호노카와 완벽한 캐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사진제공: Nikkatsu Corporation

 

홍상현:

워낙 기발한 신이 많이 나오는 영화라 촬영 당시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다.

마츠모토 호노카:

바다에 들어가서 촬영하는 신이 있었는데, 아마 그 신에 같이 등장하는 남성 연기자가 고생을 많이 했다. 저는 따듯한 오후가 되어서나 물에 들어갔지만 그 친구는 장면이 겹쳐서 두 번이나 들어가야 했거든. 영화에서는 기분 좋게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상황은 많이 달랐다. (웃음)

그리고 흡연 신이 있었는데, 열심히 연습했지만 누가 가르쳐 준 게 아니다 보니 담배를 ‘쥐는’게 아니라 그저 ‘브이(V)’자를 그리면서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놓은’ 동작이 너무 어색했다. 리허설 때 다들 웃음을 터뜨리더라. 헛일을 한 거지. 내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마츠모토 호노카ㆍ홍상현ㆍ후쿠다 모모코 감독, 일동 폭소)

 

홍상현:

그래도 ‘궁극의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었다. 본인도 잘 알겠지만 코미디 연기야말로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분야이기도 하다.

마츠모토 호노카:

제가 특출한 재능을 보여 주었다기보다 캐스트에 워낙 재미있는 연기자 분들이 포진해 있었다. 또, 상황연출이 재미를 배가시켰다. 가령 누가 이상해 보이는 행동을 할 때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면 다들 웃음을 터뜨리지 않나.

예컨대 한 연기자가 지금은 없는 애견의 집 앞에서 강아지를 기리며 흉내를 내는 신이 있다. 그걸 보던 저도 어느새 저도 ‘워우’하고 같이 흉내를 내면서 공감을 표시하는 거지. 관객의 반응이 엄청났었다. 우리야 최대한 진지하게 연기했지만. (웃음) 이전에 몇 번 코미디 연기를 한 경험도 있고, 평소 “우스운 장면일수록 어중간하게 할 게 아니라 차라리 드라이하게 연기하라”던 매니저의 충고도 큰 역할을 했다. 웃음을 유도하는 장면일수록 진지하게 연기해야 한다. 배우가 일부러 웃기려 하면 관객은 절대 웃어주지 않는다.

 

홍상현:

히로인으로서 보는 <맛있는 가족>은 어떤 영화인가?

마츠모토 호노카:

함께한 배우들을 누구랄 것 없이 좋아하는지라 <맛있는 가족>이라는 작품 자체가 제게는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인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꼽을만한 것이 모든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마지막의 해변 결혼식 장면이다. 모두들 워낙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기에 관객 여러분께 자랑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아무리 연기자라도 자신의 장점을 그대로 어필하기란 쉽지 않은데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나는 작품이다.

마츠모토 호노카가 꼽는 <맛있는 가족> 최고의 장면은 모든 등장인물이 출연한 가운데 해변에서 결혼식이 치러지는 라스트 신이다. 사진제공: Nikkatsu Corporation

“저 자신보다 제가 연기한 캐릭터로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이 영화는 사랑 받겠구나’하는 느낌이 들 때가 가장 행복하거든요. 그런 영화를 만드는데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끊임없는 향상심을 갖는 한편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또한 제 소명이라는 생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외신 인터뷰’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주는 긴장감 때문인지 만화주인공처럼 커다란 눈동자가 더 강조되는 표정으로 운을 떼던 그녀는 어느새 쉴 틈 없이 ‘깨알 개그’를 터뜨리던 <맛있는 가족>의 토오카로 돌아가 있었다. 시원시원하고 재치가 넘치는 후쿠다 감독까지 동참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되어 순식간에 예정시간을 넘겨 버린 인터뷰.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까지 담당한 후쿠다 모모코 감독은 3년 전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이번 인터뷰에도 동석해서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끌어내주었다. 사진제공: 전주국제영화제

하지만 아쉬움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맛있는 가족>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었던 그녀의 프로정신에 대한 후쿠다 감독의 술회가 앞으로의 작품들을 통한 숱한 만남을 예견해주었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미리 다 구축해 왔는데 정말 감쪽같았어요. 각본에 써놓은 글자가 아니라 그냥 사람 하나를 만들어왔더라고요. 첫 촬영이었던 식탁 신부터, 이 정도면 따로 말을 보텔 필요도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피로연 자리에서 토오카가 어머니의 환상을 보는 신을 찍을 때도 놀라웠습니다. 격정적으로 엄마를 부르는 연기가 살짝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톤을 낮춰서 한 번만 다시 해달라고 부탁하니까 제가 원하는 200퍼센트로 훌륭한 장면을 보여줬죠. 그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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