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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올해 추경안 계류기간 역대 몇 위에 해당되나

국회가 열리지 못하고 파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4월 25일 국회에 제출된 2019년 추가경정예산안이 심의조차 받지 못한 계류중이다. 6월 4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조정식 정책위원장은 "역대 추경처리 최다 국회 계류기간인 45일을 넘어서게 될 상황"이라며 "지난 박근혜 정권 시절 더불어민주당은 2013년과 2015년 각각 18일과 19일만에 처리했다"며 자유한국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후 '역대 최장 계류 추경'이란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이투데이(6.6) <최악의 '식물국회' 두달째...추경, 역대 최장기간 계류?>란 기사에서 '사흘 지나면 역대 최장'이란 부제를 달았다. 뉴스1원(6.11)도 <역대 최장 계류기간 향해 달리는 '추경'...이번주 최대 고비>란 기사를 게재했다. 민중의소리(6.10) <'추경' 역대 최장기 표류에도 "야당 탓 말라"는 자유한국당 어깃장> 기사에서도 최고기록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5.3)는 <'잿빛 국회' 추가경정예산 지연 신기록 세우나> 기사에서 최고 기록은 2000년의 107일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2016년부터 3년 연속 45일만에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2016년 추경안은 7월 26일에 제출, 9월 2일에 통과여서 국회 계류기간은 39일이었다. KBS도 기사에서 올해 추경안이 역대 최장 계류가 아니라고 밝혔다.

KBS 뉴스 화면 캡처

이처럼 추경 계류기간을 놓고 언론마다 정치권마다 해석이 다르고 숫자도 틀리고 있다. "사상 최대" "역대 최악" 등 수식어를 남발하면서 혼선을 빗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스톱은 역대 정부 추경 통과 및 국회 계류 기간을 전수 조사해, 올해 추경안이 예년과 비교해 도대체 어느 정도 지연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서 <추가경정예산>이란 키워드로 전 기간을 검색한 결과 총 104건의 검색결과가 나왔다. 가장 오래된 추경안은 1950년 10월 30일에 제출돼 11월 25일에 통과된 것으로 계류기간은 27일이었다. 평균적으로는 한달 정도 걸렸으나 1950~60년대에도 통과까지 두달 가까이 걸린 추경안이 있었다. 1952년 추경안 계류기간은 50일(10.15~12.3)이었다. 1955년엔 12월 15일에 제출돼 이듬해 2월 18일에 통과돼 66일동안 국회에 계류되었다.

박정희 정부때는 비교적 빨리 통과가 됐다. 1963년엔 국회 제출 다음날 통과됐고 1965년엔 제출일에 바로 통과가 됐다. 길어도 한달을 넘기지 않았으며 수일만에 통과된 것이 대부분이다. 전두환 정부때는 국회 계류기간이 약간 증가했지만 대략 한달 안팎이었다. 1982년엔 32일, 1984년엔 35일로 약간 길었던 반면, 1985년엔 10일, 1987년엔 9일이었다.

<표1>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추경안 국회 계류 기간

본격적으로 국회계류기간이 길어지기 시작한 것은 노태우 정부 때다. 민주화 이후 야당의 힘이 세지면서 추경안 통과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988년엔 46일(9.30~11.14), 1989년엔 54일(9.29~11.21), 1990년 2차 추경안은 57일(9.22~11.17)간 국회에 있었다. 역대 최장 국회계류 기록은 김대중 정부때 나왔다. 2000년 추경안은 107일(6.29~10.13)이 걸렸는데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하며 추경안을 거부하다 김대중 대통령와 이회창 대표의 회담으로 국회에 복귀하며 일단락됐다. 역대 2위 기록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로 91일간 표류했다. 당시 광우병 파동 집회 여파로 국회 개원 자체가 늦어졌으며 6월 20일 제출된 추경안은 9월 18일에야 통과될 수 있었다. 2001년 1차 추경안은 74일간 계류했다.

즉, 2019년 추경안이 기사 게재 시점은 6월 12일을 기준으로 49일째 계류중인데 '역대 최장 계류'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 수립 이후로 거슬러 올라가면 자유당 시절 계류기간이 50일이 넘은 적이 수차례 있었다. 1990년대 김영삼 정부 이후를 기준으로 하면 2000년, 2008년, 2001년에 이어 올해는 역대 4위에 해당된다.

그런데 '재난 복구 추경안'이란 기준을 대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영삼 정부 이후 '재난 추경'은 올해 강원 산불 추경을 포함해 총 5차례 있었다. 2002년 태풍 루사 피해복구(4일), 2003년 태풍 매미 피해복구(23일), 2006년 태풍 집중호우 피해복구(12일), 2015년 메르스 가뭄 피해복구(19일)가 있었는데 평균 국회 계류일이 14.5일로 짧았다. 김영삼 정부 이래 추경안 계류기간 평균 38.2일과 비교할 때 굉장히 빨리 통과가 된 셈이다. 재난 추경으로 한정할 경우 역대 1위가 맞다. 국가 재난 상황에서는 여야가 합심해서 빨리 통과를 시켰는데 이번이 예외적인 상황인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재난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자유한국당은 올해 추경안이 '총선용 선심성 추경'이라며 산불 피해복구 예산만 분리해 심사하겠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역대 정부별로 살펴보면 추경안 평균 계류기간은 김영삼 정부 33.8일, 김대중 정부 44일, 노무현 정부 27.4일, 이명박 정부 61일, 박근혜 정부 26일, 문재인 정부 47일(올해 추경안 포함)이었다. 이명박 정부때는 추경안이 두번 있었는데 한번이 역대 2위인 91일 계류 추경이라서 평균이 크게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평균으로 역대 2위에 해당된다. 2017년 당선 이후 추경안 국회 계류기간이 3년 연속 46일을 넘기고 있는데 과거 이런 일은 한번도 없었다. 역대 정부 중 가장 힘들게 추경안 심사를 받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에 가깝다.

요약하면 2019년 추경안이 역대 최장 국회 계류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지만 당분간 국회 파행이 풀릴 가능성이 낮아 '역대급'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재난 추경으로 좁힐 경우 올해 추경은 사상 최장 지연되고 있는 것은 맞다. 또 문재인 정부 추경안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힘겹게 국회를 통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준일 팩트체커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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