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헬싱키 노선', 조선일보 주장대로 느닷없었나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6.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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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출발하는 첫 유럽행 항공노선이 신설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부산~헬싱키 노선의 주3회 신설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부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환영의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해당 사안을 다룬 조선일보 기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조선일보는 지난 13일 <느닷없는 부산~헬싱키 노선.. 국내 항공사들 뿔났다>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총선용 선심 정책, 핀란드 항공사에 유럽 승객 다 뺏길 판”이라는 부제와 함께, 국내 항공사들의 승객 감소, 인천국제공항을 허브공항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기존 정책과 상충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기사는 포털 주요 뉴스와 많이 본 뉴스 상위권에 오르며 관심을 모았다.

곧 소셜미디어에서 조선일보가 지역주민들의 이익보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어 서울신문과 부산일보가 각각 <부산~헬싱키 노선이 핀에어 특혜?…영남권 주민이 뿔났다><지역민 편의보다 국적사 이익이 우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조선일보 기사를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대변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국내외적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비판도 받고 있다. 하지만 언론의 입장에서는 팩트를 기반으로 다양한 견해를 전할 수 있고, 기사 속 인터뷰를 빌어 ‘총선용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할 수도 있다. 또 이런 언론의 보도에 이견을 제시하는 것도 당연한 독자의 권리고 다른 언론의 의무다.

문제는 조선일보 기사 제목의 ‘느닷없는’이라는 표현이다. 부산-헬싱키 노선은 꾸준히 제기된 유럽 직항 노선이다. 2014년부터 한국공항공사, 주 핀란드 한국대사 등이 핀란드 국적 항공사인 핀에어 본사를 방문해 부산 노선 개설을 건의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포털사이트 뉴스검색 등을 통해 부산~헬싱키 노선 추진상황을 찾아보면 최근 5년간의 주요 기록을 찾을 수 있다.

2015년 3월 3일 한국경제신문은 <부산 김해공항, 유럽 직항노선 ‘눈앞’>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헬싱키 직항노선 첫 추진’을 보도했다. “부산 김해공항 개항 이래 최초로 유럽 직항노선 개설이 추진되고 있다. 독일 루프트한자공항이 김해공항에서 인천공항을 경유해 독일 뮌헨으로 가는 항로가 있었으나 지난해 3월 중단됐다. 부산에서 북극항로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직항노선 개설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다”는 내용이다.

2015년 9월 부산일보는 <김해국제공항, 유럽서도 하늘길 러브콜 잇따라> 기사에서 ‘핀란드 핀에어의 부산~헬싱키 노선 취항 희망’과 ‘네덜란드 KLM항공의 부산~암스테르담~후쿠오카 노선 신규 개설의향을 보도했다. 출처는 새누리당 이헌승 의원이 제출한 국토교통부 자료였다.

2016년 12월에는 한국과 핀란드가 부산~헬싱키 노선 개설을 놓고 협상을 진행한 결과, 의견 차가 커 무산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또한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지난 해 7월 15일 “수년에 걸쳐 추진해오고 있는 부산~유럽 노선개설을 지금까지 국토부와 국적항공사가 가로막고 있었다”는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김 의원은 “부산의 숙원사업인 부산~유럽 노선 개설을 위해 노력해 온 결과 핀란드 국적항공사인 핀에어가 부산~핀란드(이하 헬싱키) 노선을 개설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국토부와 국적항공사가 사실상 담합하여 이를 1년 이상 막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국민의 편익과 민간항공사의 영업이익이 충돌할 경우 당연히 국민의 편에 서야 할 정부가 오히려 민간항공사의 영업사원을 자임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도 지난 12일 부산-헬싱키 노선 신설과 관련해 “지난 2014년부터 한국공항공사, 핀에어와 공동으로 부산~헬싱키 노선 개설을 추진해왔다. 2017년 한-핀란드 항공회담에서 부산-헬싱키 노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음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된 바 있다. 이후 시는 민선7기 출범 후 국토교통부 및 핀란드 정부, 핀에어 등을 찾아가 부산~헬싱키 노선 필요성을 건의해왔고 이번 회담에서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포털 사이트에 노출된 주요 뉴스만 훑어봐도 부산~헬싱키 항공 노선 개설이 갑자기 진행되고 결정된 것이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항공협정상 한국과 핀란드 간의 운수권은 주 7회 설정돼 있다. 하지만 국내운항사는 운항하지 않고 핀에어에서 헬싱키로 가는 직항 노선을 인천공항에서만 주 7회 운항 중이다.

인천에서 헬싱키까지 비행시간은 약 9시간 35분 정도로 현재 유럽까지 직항으로 갈 수 있는 최단 시간이라 인기가 높다. 유럽 각 도시로 환승객을 수송하는 북유럽 최대 허브이기도 하다. 지난해 좌석 점유율은 88.1%에 달했다. 부산시도 이번 부산~헬싱키 직항 개설로 인한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가 크다.

정부에서도 이번 부산~헬싱키 노선 신설이 실무면담 4차례(2015년, 2016년, 2018년, 2019.4월)와 항공협상 2차례(2017년, 2019년 6월) 등 2015년부터 양국 항공당국 간 지속적으로 논의된 사항이라는 반박자료를 냈다.

주로 온라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독자들은 제목을 보고 기사를 클릭하거나 제목만으로 기사의 내용을 짐작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번 부산~헬싱키 노선 신설과 관련한 다른 보도를 확인해 보면 조선일보의 '느닷없다'는 표현은 그간 추진 과정의 전체 맥락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다분히 의도적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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