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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지출 늘리지 못하는게 한국당 탓이 아니다?[이상민의 재정 팩트체크] '기금 포함' 추경안 국회 제출 미스터리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지난 4월 말이다. 6월 말이 되도록 그동안 추경안은 국회에서 논의 한 번 못 해봤다. 야당이 국회일정을 파행으로 몰고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반기 추경 집행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갔다. 그 사이 국회 예결위원 임기도 끝났고, 벌써 내년도 (2020년) 정부안이 논의되고 있을 정도다.

정부와 여당은 6.7조원의 추경안이 집행되지 못해서 우리나라 내수가 얼어붙고 있다며 야당을 압박한다. 내수 경기에 불씨라도 지피려면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그런데 추경안이 국회에서 공전되고 있어 추가로 재정을 투입할 수 없다니 무척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국정을 책임지는, 책임져야 할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야당이 얼마나 미워 보일까.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다. 이번 추경의 상당부분은 야당의 동의 없이도 정부가 스스로 지출을 늘릴 수 있는 기금사업이다. 원래 기금이란 건 국회가 애초에 확정해준 기금 계획안에서 20%까지는 국회의 동의 없이도 자율적으로 지출을 늘릴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추경에서는 정부가 자체변경 할 수있는 범위내의 사업도 ‘기금운용계획변경안’으로 만들어서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그래서 스스로 손발을 묶어놓고 국회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먼저 기금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정부의 지출은 예산지출과 기금지출로 나누어져 있다. 올해 2019년도 정부 총지출 금액은 470조원이다. 470조원에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로 이루어진 약 329조원의 예산과 141조원의 기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금이란 국민연금기금처럼 특정 목적으로 쓰일 자금을 정부 예산과 다른 주머니에 넣어 놓은 것이다. 즉, 기금이란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특정한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로써 설치하고 세입세출예산외로 운용할 수”있는 별도의 자금이다. (국가재정법 제5조)

예산은 각각의 세부사업 별로 국회가 심의한 정확한 금액을 지출해야 한다. 국회가 10억원을 특정 세부사업에 확정했으면, 정부는 정확히 10억원을 집행해야 한다. 그러나 기금은 신축적 운용 필요성으로 별도로 만든 재원이다. 2001년도 기금관리기본법이 생기기 전에는 기금은 아예 국회의 심의조차 받지 않고 정부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었다. 국회가 각 기금법을 만들었으니 정부는 국회가 만든 기금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율적으로 자금을 집행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현재는 기금 사업도 국회의 심의를 통해 정부의 기금 계획안이 확정된다. 그러나 예산사업과는 달리 확정된 당초 금액이 연말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프로그램사업(항) 금액의 20% 이내(금융성 기금은 30%) 까지는 자체적으로 금액을 변경할 수 있다. 즉, 국회가 10억원을 확정해 주었다 하더라도 정부는 국회의 심의 없이 12억원 까지는 스스로 금액을 변경할 수 있다. 이를 기금의 자체 변경이라고 한다. 다만, 20%가 넘는 금액을 지출하고자 하면 국회에 ‘기금운용계획변경안’을 제출하고 국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또한, 국회가 삭감한 부분을 자체변경으로 채울 수도 없다.

그래서 과거에는 보통 국회에 제출하는 추경안에는 예산경정안과 20% 초과 기금계획변경안만이 포함되었다. 20% 이내 자체 변경이 가능한 경우는 보통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2016년 추경안 보도자료

그래서 2016년 추경 보도자료를 보면 추경안 규모는 11조원이라면서도 별도로 책정한 기금 자체변경은 추경규모에도 포함시키지도 않고 국회에 제출하지도 않았다. 즉, 기금 자체변경 규모까지 포함하면, 항상 추경안 보다 더 큰 금액의 재정지출이 뒤따르곤 했다.

이는 15년 추경안과 13년 추경안도 마찬가지다.(14년에는 추경이 없었다.) 기금 자체변경은 추경규모에 포함시키지도 않고 국회에 제출하지도 않았다. 15년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정부내 기금변경 3.1조원은 추경규모에 포함되지 않는다. 추경규모는 12조원이나, 기금 자체변경을 합치면 15조원이 된다고 한다.

2015년 추경안 보도자료.
2013년 추경안 보도자료 (2014년 추경 없었음)

그러나 최근에는 기금 자체변경이 가능한 범위내의 기금 변경도 추경안에 포함시켜 국회에 제출하는 기묘한 관행이 생겼다. 그래서 추경안과 별도로 존재하는 기금자체 변경안 규모라는 것이 정부 보도자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문제가 된다.

첫째, 신축적 운용을 위해 만들어진 기금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다. 기금은 존재 목적 자체가 자금의 신축적 운용이다. 경제환경의 변화 등을 신축성있게 대응하고자 국회의 심의없이도 20%이내의 변경이 가능하게끔 제도가 설계되었다.

최근처럼 내수경기가 악화되는 경제상황에서는 재정수요를 신축적으로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자체 변경이 가능한 범위내의 기금변경도 굳이 ‘기금운용계획변경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신축성 있는 대응을 못하고 있다.

특히, 추경 규모 및 범위 등에 대해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회심의 없이 자체 변경이 가능한 항목까지 국회에 제출해놓고 야당의 반대로 기금변경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산재보험기금 운용계획변경안 일부. 자체적으로 변경 가능한 범위내의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둘째, 추경의 규모가 과대하게 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올해 추경규모는 6.7조원이라고 정부가 발표했다. 이에 따라 모든 언론은 6.7조원이라고 받아쓴다. 그러나 이번 6.7조원 중에서 예산 변경 규모는 불과 3.8조원 밖에 안 된다. 나머지 2.9조원은 기금 변경 규모다. 그리고 여기에는 자체변경이 가능한 부분도 상당히 포함되어 있다.

16년 이전에 발표한 추경규모에는 기금 자체 변경 부분이 포함되지 않고 별도의 지출항목으로 발표하였다. 그러나 올해 추경 6.7조원에는 자체 기금 변경 가능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연도별 비교가능성이 저해 된다. 추경규모와 기금 자체변경 규모 두 개를 병기해야 실제 경제적 재정확대 규모 정도를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즉, 자체변경 가능한 기금 변경안을 정부가 자의적인 판단을 통해 선택적으로 국회에 제출하면, 통계적 추경 규모가 변경 되어 통계적 착시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왜 이런일이 발생할까?

그건 알 수가 없다. 단순한 실무적 실수이거나, 불필요한 관행이 최근에 성립되었을 수도 있다. 좋게 해석한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존중하고자 20% 이내 기금변경 계획도 굳이 국회에 제출했다는 해석도 논리적으로는 가능하다. 20%가 넘는 변경을 국회의 심의 없이 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20% 이내 변경을 국회에 심의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기금의 존재 목적을 생각해 보면 합리적인 행동은 아니다.

다만, 추경규모를 확대하라는 요구를 형식적으로만 이행하고자 추경규모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길 빈다.

이상민 팩트체커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참여연대 활동가, 국회보좌관을 거쳐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재정 관련 정책이 법제화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것이 주특기다. 저서로는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공저), <최순실과 예산도둑>(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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