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완화로 '설상가상'...한전 적자 해결책이 안보인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6.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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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김준일의 행간'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행간'은 매일 중요한 이슈 하나를 선정한 뒤 그 배경과 주목할 사안을 설명하는 코너입니다.

 

18일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 TF는 제 8차 회의에서 현행 누진제를 유지하되 7~8월에만 누진 구간을 확대 적용해 한시적으로 요금부담을 완화해주는 ‘누진구간 확장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채택했습니다. 태스크포스는 누진구간 확장안 외에, 여름철에만 누진제를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이는 ‘누진단계 축소안’, 연중 단일 요금제로 운영하는 ‘누진제 폐지안’ 등 세가지 안을 최종 후보로 놓고 검토한 바 있습니다.

사용양에 따라 킬로와트당 요금이 2~3배 뛰도록 설계되어 있는 전기요금 누진제는 산업용과 일반용에는 적용이 안 되고 주택용에만 적용돼서 차별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에 대한 민관TF 검토 결과

 

1. 평이한 선택지

1안 ‘누진구간 확장안’의 특징은 가장 많은 사람이 요금 부담 완화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1안의 경우 폭염일 때 1629만 가구가 월 1만142원의 할인을 받게 됩니다. 2안 ‘누진단계 축소안’의 경우 그동안 3단계로 전기를 많이 쓰는 609만 가구에게 월 평균 1만7864원 할인 혜택이 돌아갑니다. 3안 ’누진제 폐지안‘은 전력소비량이 많은 887만 가구의 요금을 월 평균 9951원 인하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누진제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지만 전력 사용량이 적은 1400만가구의 요금인상도 불가피합니다..

1안은 가장 무난한 선택지입니다. 왜냐면 2015년,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누진제 구간을 조정해 여름철 전기요금을 인하했기 때문입니다. 폭염이 올 때마다, 누진제가 문제가 될 때마다 대통령이 선심 쓰듯이 한전에 전기요금을 인하하라고 해서 나온 대책이 이것이었고 아예 제도화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가장 많은 가구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안을 선택했지만 문제의 근본 원인, 누진제 자체에 대한 개혁은 미룬 것입니다. 

 

2. 적자 대책이 없다

1안을 채택할 경우 한전에 연간 최대 2847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기요금은 그대로 두고 할인만 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대책도 없는 상황입니다. 가뜩이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전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두달간 누진제 완화로 한전이 떠안은 부담은 3600억원이었는데, 정부는 350억원만 지원했습니다.

한전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6299억원 적자를 냈습니다.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폭 적자입니다. 원재료, 즉 석유 및 천연가스값이 오르면서 경영부담이 악화됐습니다. 이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요금할인 부담까지 한전이 떠안게 됐습니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정부와 한전을 상대로 주가하락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트위터

 

3. 요금 인상 딜레마

TF는 누진제 개혁방안을 논의한 것이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나 요금제 개편 전반에 대한 논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금 인상, 혹은 전기요금 현실화 논의는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현재처럼 한전의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금제 개편 및 인상은 매우 복잡한데다 정치적인 사안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우선 산업용 전기는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주택용은 비싸게 팔아 국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산업용 전기료를 올리면 되지만 이럴 경우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 쉬운 선택지가 아닙니다. 게다가 전기 요금 인상은 바로 물가인상 압력으로 작용해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탈원전 이슈도 있습니다. 일부 언론이 한전 적자가 탈원전 때문이고, 탈원전 때문에 앞으로 전기요금이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탈원전은 60년에 걸쳐서 진행되는 장기플랜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가동을 중단한 원전은 30년 설계수명을 6년이나 넘긴뒤 2018년 6월 폐쇄된 월성 1호기 하나 밖에 없습니다. 고리 1호기는 수명이 다해 박근혜 정부때  폐쇄가 결정된 것입니다. 원전은 안전점검을 해야하기 때문에 전체 원전 중 70% 정도 가동하고 있습니다. 월성 1호기 폐쇄가 전체 전력 수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정부는 이런 논란을 의식해 2017년에 이미 “2022년까지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탈원전과 전기요금을 연결시키는 일부 언론의 공격은 집요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원자재 상승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한다 해도 탈원전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은 전기요금 개편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전 적자는 누적되는데 전기 요금은 올릴 수 없는 딜레마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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