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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방랑, 발견의 반복은 다가올 시대의 희망”[홍상현의 인터뷰] 영화 <투어리즘> 야마자키 다이스케 감독

“Bienvenue à Montréal!” (Welcome to Montreal!)

몬트리올 중앙역을 바라보던 운전석의 윌이 제라르 드빠르디유의 말투를 흉내 내며 한 마디를 내뱉자, 다들 환호성을 질렀다. 롱아일랜드(뉴욕)에서 시작된 열 시간의 여정. “그 무슨 정신 나간 아이디어냐”며 혀를 차는 이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어차피 JFK에서 항공편을 이용 한다 쳐도 서너 시간 정도 절약될 뿐이니까. 게다가 40회를 맞은, 이 “규모는 작지만, 독특하고 흥미로우며, 치명적으로 아름다운”(윌의 표현에 따르면) 영화제를 위해, 친구는 기꺼이 드라이버가 되어주었다.

윌의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몬트리올 누보시네마영화제, 1971년 두 사람의 영화광에 의해 시작된, 이 믿을 수 없는 영화축제는 빔 벤더스, 아모스 지타이, 그리고 트란 안 홍 등의 거장과 함께 마흔 살 생일을 축하하려던 참이었다. 뿐인가, 초청작 리스트도 ‘한 해 동안 , 베니스, 로테르담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가주의영화의 마지막 무대’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았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스모크드 비프 샌드위치, 푸틴으로 꽉꽉 채워 넣은 속이 더부룩하게 느껴져 소다수 한잔을 비우는 사이, 친구들이 프로그래머인 줄리앙 퐁프레드를 만나고 왔다. 줄리앙은 “물론 '잘 알려진’ 감독의 작품도 좋겠지만, 기왕 ‘누보시네마페스티벌’에 오셨으니 신인감독의 네오누아르 영화가 어떻겠느냐”면서, 시카고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대학 재학 중에는 뉴욕대학 영화학부가 주최하는 KUT영화제에서 그랑프리까지 차지했다는 한 아시아계 감독의 작품을 권했다.

조금 무례하게 표현하면 하루 종일 중고차를 판매장을 뒤지다 혼다 시빅을 시승하는 기분이었지만, 잠자코 있었다. 작품명은 <밤이 끝나는 장소>, 연출은 바로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미야자키 다이스케.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를 다 본 뒤 그에게 마음속으로 사과했다. 아니, 그 이후 잊을만하면 눈에 들어오는(동선ㆍ반경이 일본의 동세대 감독과 확연히 구분되는) 그의 행보를 보면, 줄리앙의 안목은 오히려 찬사를 들을 만 했다.

일단 미야자키는 국제영화제 수상경력이 기재된 포트폴리오를 들고 도쿄의 프로듀서들을 만나러 다니지 않았다. 대신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주선하는 아티스트 매칭 프로그램인 베를리날레 탤런트에서 싱가포르, 타이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동료들과 만났고, 그렇게 다국적 옴니버스영화 <파이브 투 나인>이 탄생했다. 싱가포르 회사가 배급을 맡은 이 영화는 1년 이상 싱가포르(싱가포르국제영화제), 타이완(타이베이금마영화제), 태국(방콕세계영화제), 홍콩(홍콩독립영화제) 등 아시아권 영화제를 누볐다.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지낸 태국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그를 “아시아의 새로운 탤런트”라 극찬했다.

차기작은 미국과 공동제작. 시카고에서 돌아온 이후 지금껏 살고 있는 ‘기지촌’, 야마토 시를 무대로 한 자전적 경험에 지역 젊은이들의 모습을 주인공 캐릭터에 반영한 <야마토(캘리포니아)>다. 역시 몬트리올 누보시네마영화제, 싱가포르국제영화제, 홍콩독립영화제 외에도 수많은 국제영화제에 초청 되었다. 재일한국인 배우 한영혜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를 해외미디어는 “내향적이며 비정치적인 일본영화계에 날리는 통렬한 일격”(《버라이어티》), “말문이 막혀버릴 정도의 에너지”(《뉴욕타임스》) 등의 말로 극찬했다.

<야마토(캘리포니아)>와 ‘한 핏줄 영화’이며, 촬영과 더불어 싱가포르 아트사이언스뮤지엄ㆍ싱가포르국제영화제와 함께 관련 설치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화제가 된 차기작 <투어리즘>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부문에 초청된 그를 만났다.

필자가 처음 미야자키 다이스케 감독의 작품을 접한 것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0회 째를 맞던 몬트리올 누보시네마영화제에서였다. 사진제공: DEEP END PICTURES INC.

홍상현:

신작 <투어리즘>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메인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에 초청되었다. 평소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인생영화”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 않았나.

미야자키 다이스케:

뭐라 말할 수 없이 기쁘다. 한국은 가장 가까이의, 강렬하고 풍요로운 영화문화를 가진 영화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한 번도 제 영화를 상영할 기회가 없었기에 너무 흥분된다.

<살인의 추억> 외에도 한국영화 중에는 <밀양>, <곡성>,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나쁜 영화> 등 제게 강한 영향을 미친 작품이 많다.

홍상현:

<투어리즘>은 일본의 국내영화제로써 상당한 권위를 가진 다카사키영화제의 폐막작이기도 했다. 최우수 조연여우상은 <국화와 단두대>한영혜, 그녀도 <이누가미의 결혼>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었다.

미야자키 다이스케:

친형제 같은 한영혜 씨와 같이 초청되어 기쁨이 배가되었다. 부천에서 만날 수 있다니 얼마나 기대되는지 모른다. 아울러 언젠가 <야마토(캘리포니아)>도 한국에서 개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한영혜 씨, 그리고 한국의 관객 여러분과 함께 아시아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첫 장편인 <밤이 끝나는 장소> 이후 미야자키 다이스케 감독이 발표한 작품은 모두 국제공동제작을 통해 만들어졌다. 사진은 <투어리즘>의 한 장면. 사진제공: DEEP END PICTURES INC.

홍상현:

정치경제학부(와세다대)에 다니면서 영화비평을 하고, 실험영화를 제작하다 심지어 KUT영화제 그랑프리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을 수도 있겠는데.

미야자키 다이스케:

우리 집은 형편이 무척 어려운 가정인 까닭에 부모님께는 지금까지도 걱정을 끼치고 있다. 다만, 대학에서 정치와 경제, 그리고 철학을 배우지 않았다면 오히려 지금 영화인이 되어있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저는 제가 공부한 학문에 근거해 실제의 사회ㆍ세계를 바꾸는 방법으로써 영화를 택했으니까.

홍상현:

이후 행보는 좀 더 본격적이다. <아사코>의 하마구치 유스케, <하모니움>의 후카다 코지 등을 배출한 영화미학교<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미야케 쇼와 함께 다녔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칸국제영화제 수상작 <도쿄 소나타>의 조감독을 거쳐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하더니 첫 장편 <밤이 끝나는 장소>를 제작, 많은 국제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야자키 다이스케:

현장 스태프 생활과 시나리오 집필을 함께했기에 양쪽 분야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작가 데뷔를 한 시나리오는 러브코미디(<고독한 행성>)였는데, 그 후 주로 필름누아르 풍의 이야기를 썼더니 다들 그렇게 좋아하지 않더라. (웃음)

홍상현:

아시아 감독 중에 당신만큼 몬트리올 누보시네마영화제의 편애를 받은 이도 드물 거다. 그밖에 싱가포르국제영화제와도 첫 단편을 발표한 2004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이런 상황이니 굳이 다른 영화제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었겠지. (웃음)

미야자키 다이스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웃음) 영화제 초대는 언제, 어떤 경우라도 감사한 일이다. 영화를 찍기 시작했을 무렵만 해도 그런 기회가 있으리라고 생각조차 못했다. 또, 해외 시점에서의 제 영화, 그리고 저 자신의 모습을 알아보고,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아닌가. 그래서인지 저는 늘 일본보다 세계 안에서의 자리매김에 더욱 관심이 간다.

다만, 그 와중에 가장 많은 신세를 진 곳이 몬트리올 누보시네마영화제이기는 하다. 어쩌면 제 표현의 특질과 몬트리올 특유의 ‘북미와 프랑스 사이 어딘가’라는 정체성과 맞아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제 작품을 ‘발견’해 준 것도 그들이며, 특히 프로그래머인 줄리앙이 저를 찾아내주지 않았던들 지금껏 영화를 만들고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 최근 거의 매년 초청받다시피 하고 있는데, 그해 발표된 아트필름을 실컷 보며 차기작을 위한 공부의 기회로써도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

<투어리즘>의 무대는 미야자키 다이스케 감독이 시카고에서 돌아온 이후 지금껏 살고 있는 ‘기지촌’, 야마토 시이다. 또한, 주인공들의 캐릭터에는 지역 젊은이들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사진은 <투어리즘>에서 ‘켄지’역으로 출연하는 야나기 타카유키. 사진제공: DEEP END PICTURES INC.

홍상현:

베를리날레 탤런트를 통해 만난 싱가포르, 타이 등의 영화인들과 다국적 옴니버스영화, <파이브 투 나인>을 제작, 아시아의 여러 국제영화제를 누볐다.

미야자키 다이스케:

제게 해외에서 작품을 제작할 길이 열린 것은 이 일이 계기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일본영화계 안에서의 제가 아닌 세계영화계 안에서의 저로서 자리매김해가게 된 첫 번째 사건. 이때부터 저 자신 작품 제작에 임하면서 마음이 무척 편해지기도 했고.

홍상현:

그런 심리상태를 반영한 첫 작품이 <야마토(캘리포니아)>일까.

미야자키 다이스케:

그렇다. <야마토(캘리포니아)>의 제작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제 모든 것을 걸 수 있었다. 사람들의 평가가 어떠하든 저나 제 가족의 삶을 오롯이 녹여낸, 앞으로도 계속 제 삶의 주춧돌로 자리 잡고 있을 작품이다. 이 작품을 계기로 스스로와 마주하기를 두려워하는 필름메이커였던 저 자신을 탈피해, 진정한 ‘표현자(expresser)’가 될 수 있었다.

홍상현:

드디어 <투어리즘>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의 프로덕션 또한 대단히 이례적인 경로를 거쳤다.

미야자키 다이스케:

애초에 제작에 관한 제안을 받은 게 싱가포르국제영화제로부터다. 국제공동제작인 이상 부끄러운 아웃풋을 낼 수 없다는 생각으로, 예산이나 촬영 조건 등, 조정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 나름 고집을 부렸다.

미야자키 다이스케 감독은 <투어리즘> 제작과 더불어 싱가포르 아트사이언스뮤지엄ㆍ싱가포르국제영화제와 함께 '망령들과 관광객들(Specters and Tourists)'이라는 타이틀의 설치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화제가 되었다. 사진은 <투어리즘>에도 특별출연하는 싱가포르 아트록 밴드 ARE. 사진제공: DEEP END PICTURES INC.

홍상현:

<투어리즘> 제작과 더불어 싱가포르 아트사이언스뮤지엄ㆍ싱가포르국제영화제와 설치미술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망령들과 관광객들(Specters and Tourists)'이라는 제목이 인상적인데 배경이 싱가포르니까 '관광객들'이야 그렇다 치고, '망령들'이라니?

미야자키 다이스케:

일본이나 싱가포르의 교외에서 글로벌 자본주의에 푹 잠겨, 자신이 비슷한 누군가, 즉, ‘X’와 교체되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야마토(캘리포니아)>에서는 그런 존재가 되어 버린 한 소녀의 불안을 그렸고, <투어리즘>에서는 그런 상황에서 경험하는 나름의 자유, 또한 그렇게 자유로워짐으로 해서 가질 수밖에 없는 특질에 대해 그렸다.

홍상현:

재미있는 건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모델 겸 연기자 엔도 니이나, 스미레, 그리고 야나기 타카유키, 세 사람의 주연배우가 역설적으로 방세가 없어 셰어하우스에서 생활하는 프리터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저예산 독립영화인 이 작품에서.

미야자키 다이스케:

지금껏 다른 일로도 그들의 소속사와 인연을 맺어왔을 뿐더러, 타이밍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일본의 많은 배우들이 ‘돈을 벌기 위한 일’과 ‘아티스트로서 임해야 할 일’을 구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홍상현:

앞서 당신이 언급한 <투어리즘>의 성격, 그리고 초청이 논의될 당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김봉석 아시아 프로그래머가 했던 언급과 연관되는 질문이다.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magical mystery tour)’라는 말로 수식되는 이 작품은 장르상 판타지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들이 누구인지 예리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야자키 다이스케:

<야마토(캘리포니아)>의 프리프로덕션을 위해 지역의 젊은이들을 취재하면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곳곳에 쇼핑몰과 편의점뿐인, 제 시각으로 보면 지루하기 짝이없는 풍경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편안하고 긍정적인 고향의 모습으로 비쳐진다거나, 지극히 작은 미래의 기대에 힘입어 오늘도 그들 나름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는 거. 한편 “이 한계점을 타개하기 위해 전쟁이라도 터지기를 기다린다”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젊은이도 많았다. 애초에 <야마토(캘리포니아)>와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의 특성상, <투어리즘>에서는 이러한 경험이 캐릭터와 그 밖의 설정에 활용되었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모델 겸 연기자인 스미레, 엔도 니이나, 야나기 타카유키(왼쪽부터). 세 사람의 배우는 <투어리즘>에서 역설적으로 방세가 없어 셰어하우스에서 생활하는 프리터로 등장한다. 사진은 <투어리즘>의 한 장면. 사진제공: DEEP END PICTURES INC.

홍상현:

<투어리즘>은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관객을 몰입시켜, 그들과 모든 여정에 동행하는 것 같은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이러한 효과를 위해 작품의 설정은 상당히 치밀한 반면, 대사 등은 캐스트에게 전적으로 일임하는 연출을 했다던데.

미야자키 다이스케:

그렇다. 캐스트나 스태프에게는 플롯 정도가 넘겨졌지만, 제 노트에는 애초에 생각한 대사 등 여러 가지 사항이 무척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물론 현장에서도 이 내용이 여러 차례 수정되거나 늘어났지만 캐스트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게 했다.

홍상현:

<투어리즘>의 특성을 보여주는 주요한 부분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일본군 점령기 현지인 희생자를 기리는 일본점령시기사난인민기념비(日本占領時期死難人民記念碑)가 등장하는 장면. 당신은 굳이 이 기념비에 하나의 시퀀스를 할애하고 카메라의 구도와 시각효과, 음향(총성) 등을 통해 “역사에 대한 반성”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른바 ‘넷우익’에게 공격당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미야자키 다이스케:

어쩌면 <투어리즘>이 자본주의적 생활의 표층이나 가벼움만을 묘사한 작품이라고 여겨질 지도 모르겠지만, 제 작가적 기반은 역시 정치나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에 발을 딛고 있는 까닭에 이 장면을 넣었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이나 사상을 접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이러한‘폭력의 역사’가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화제가 나온 김에 제 입장을 정리해드리면, 자신의 명확한 과오를 반성함으로써 배우지 못하고, 그저 폭력에 호소하려는 패거리들은 진정한 애국자는커녕 우익조차 될 수 없다. 야만적인 똘마니일 뿐, 진정 일본ㆍ일본인을 사랑한다고도 할 수나 있을까. 그런 놈들의 저속한 독단과 편견에 종속되는 일은 제 평생 없을 것이다.

미야자키 다이스케 감독은 <투어리즘>에 대해, “뭔가를 바꾸려고 애쓰거나 목청을 높이기보다, 어디에든 있는 보통의 젊은이들이 우연히 세계를 헤매다 이내 교반하고,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어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사진제공: DEEP END PICTURES INC.

홍상현:

역시 강골이시다. 이제 <투어리즘>의 서사가 중요한 변곡점을 맞는 ‘상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일반적인 관광명소가 아니라 주로 그곳 서민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루트를 따라) 싱가포르 시내를 누비던 두 주인공은 중요한 분기점과 맞닥뜨린다. 바로 스마트폰을 분실하는 것.

미야자키 다이스케:

‘미아가 된다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다. 구글을 비롯한 최신기술은 매우 편리하다. 그러니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게 현명하고 현실적이겠지. 하지만 그처럼 예측 가능한 ‘구글의 세계’ 밖으로 튕겨져 나가게 될 때, 현대인은 어떻게 될까? 저는 진정한 인생, 즉, ‘오직 당신만이 체험할 수 있는 삶’이란 그런 시스템 밖에 존재하며, 단순히 A지점에서 B지점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길 한가운데서 경험하는 방황 속에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든다.

홍상현:

워낙 뮤지션으로서의 감성을 겸비한 감독이기도 하지만, 특히 <투어리즘>에서 음악은 대단히 중요한 메타포로 기능한다.

미야자키 다이스케:

영화를 기획할 때마다, 이 작품의 무대가 되는 장소에는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을까 상상해 본다. 이는 어릴 적부터 음악과 축구가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였던 것과 관련이 있다. 밴드도 해봤고, 음악비평도 했었다. 지금도 기회가 되면 본격적으로 음악을 해보고 싶다. <야마토(캘리포니아)>에서는 서던 힙합과 노이즈락(noise rock)의 융합을 시도했는데, <투어리즘>의 OST에서는 익스페리멘탈 록과 트랩 힙합을 사용했다.

<투어리즘>은 완성 직후 몬트리올 누보시네마페스티벌의 초청을 받았다. 하지만 미야자키 다이스케 감독(가운데, 오른쪽은 ‘니나’역의 엔도 니이나)은 당분간 몬트리올의 쌀쌀한 10월 날씨를 떠올릴 겨를이 없을 듯하다. 뉴욕에서 끝나는 시리즈로 기획된 <투어리즘>의 두 번째 이야기가 한국에서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DEEP END PICTURES INC.

“<투어리즘>은 뭔가를 바꾸려고 애쓰거나 목청을 높이기보다, 어디에든 있는 보통의 젊은이들이 우연히 세계를 헤매다 이내 교반하고,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어가는 이야기입니다. 특별한 사람은 아무도 나오지 않지만 과학기술이 가져다 준 이 작은 방랑, 발견의 반복이야말로 다가올 시대의 희망이며, 세계의 모든 인종이 느슨하게 이어져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행복한 세계의 실마리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어요. 한국의 여러분께도 이 영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문득 아무 목적 없이 여행을 떠난다든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거리로 나설 수 있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투어리즘>은 완성 직후 몬트리올 누보시네마페스티벌의 초청을 받았다. 하지만 미야자키 감독은 당분간 몬트리올의 쌀쌀한 10월 날씨를 떠올릴 겨를이 없을 듯하다. 뉴욕에서 끝나는 시리즈로 기획된 <투어리즘>의 두 번째 이야기가 한국에서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간 중 후속편의 촬영이 일부 이루어질 <투어리즘>은 영화제 폐막 직후인 7월 13일 일본 국내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홍상현 팩트체커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을 갖추고 한ㆍ일 두 나라 매체에 분석 기사를 쓰고 있다. 파리경제대 교수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시미즈 연구실 출신으로, 현재도 같은 대학 이미지인류학연구실(IAL)의 네트워크 멤버다. 번역가로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의 논쟁적인 저작을 소개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램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홍상현 팩트체커  contact@newst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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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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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 2019-06-22 14:32:38

    좋은 기사 고맙습니다~~   삭제

    • 이민규 2019-06-22 01:05:56

      어찌보면 일본의 젊은이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한국과 세게의 젊은이들이 그리고 기성세대들도 공감이 갈수있는 영화가 될것 같아요.
      한국개봉은 계획에 없나요?
      유익한 인터뷰였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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