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제시카 존스>는 어떻게 여성의 삶을 다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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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시카 존스>는 어떻게 여성의 삶을 다루나
  • 박현우
  • 승인 2019.06.2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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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의 문화 분석] 넷플릭스 드라마 <제시카 존스>와 여성의 삶

*이 글에는 <제시카 존스> 시즌3까지의 내용이 모두 담겨있습니다.

<제시카 존스>는 매번 여성의 삶을 다뤘다. 시즌 1에서 제시카 존스는 다른 히어로들은 지금껏 가져본 적이 없는 독특한 설정을 하나 가진 채 시청자들과 만난다. 그는 성폭행 피해자다. 그가 시즌1에서 상대할 빌런 킬그레이브는 그를 성폭행했다. 단순히 제시카가 성폭행 피해자이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여성의 삶을 다룬다고 하는 건 아니다. 빌런인 킬그레이브는 말로 상대를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링크). 그는 이 능력으로 제시카를 포함한 수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맺었고, 이 능력으로 ‘사랑한다'라는 말을 들어왔다. 대부분 그의 피해자는 여성이다.

킬그레이브가 상징하는 건 가스라이팅이다. 가스라이팅이란 말로 상대의 판단 능력을 혼란케해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게끔 만드는 것을 뜻한다. 흔히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는 여성이다. 연극 <Gaslight>로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연극에서 남편은 가스등을 어둡게 하고 빛이 없어 어둡다는 아내의 말에 호통을 치며 아내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결국 아내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 생각하며 남편에게 더 의존하게 된다.

흔히 가스라이팅은 권력 관계에서 나타난다. 남성과 여성, 어른과 아이, 선생과 학생, 교수와 대학원생, 개신교 목사 혹은 카톨릭 신부와 신자, 국회의원과 보좌관, 정신과 의사 혹은 일반적인(?) 의사와 환자, 영화감독 혹은 제작자와 무명 배우 등등. 이런 관계들에서 강자는 약자를 말로 짓누르고 완전히 통제하에 두면 성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언급한 관계들과 관련해 각종 성범죄 기사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에 한국 법원은 10살의 여아가 35살의 보습학원장에게 강간 당한 것을 두고 "이씨가 A양을 폭행·협박했다는 직접증거는 A양의 진술이 유일하지만, 여러 상황을 살펴봐도 진술만으로는 폭행·협박으로 간음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부족하다"면서 합의된 성관계라 입장을 냈는데(링크), 판사가 가스라이팅이라는 개념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이런 판단이 나왔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다시 드라마로 돌아오면, 킬그레이브는 비단 가스라이팅으로만 상징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버닝썬으로 최근에서야 남성들의 약물 성범죄가 수면 위로 끌어올려졌지만, 미국에서는 버닝썬 전부터 이 이슈가 꾸준했다(흔히 남성들이 살고 있는 곳에는 강간 문화가 있다). 사람 많은 곳에서는 술잔을 가지고 다니라던가, 누가 주는 술은 먹지말라던가 하는 식의 생존팁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넘어왔다. 킬그레이브의 능력-말은 일종의 약물로서 상대가 자신의 의지에 반해 행동하지 못하게 만든다. 킬그레이브는 그 자체로 가스라이팅 약물 성범죄의 화신이자 여성의 적이다.

시즌2의 빌런은 제시카의 엄마 엘리사 존스다. 제시카는 지금까지 엘리사가 죽은 줄 알았고, 가족 없이 고독을 벗삼았지만, 엄마가 살아돌아오면서 새로운 삶을 희망하게 된다. 하지만 엘리사는 제시카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다. 흔한 엄마들처럼 자식의 삶은 존중하지 않고, ‘다 너를 위한 거야'라며 자식을 본인 삶의 중심에 놓고 자신과 모든 것을 함께하자는 식으로 제시카를 압박한다. 제시카가 엘리사와 함께하게 된다면 제시카는 제시카 존스가 아닌, 엘리사의 딸로 남게 된다.

“개소리. 딸한테는 엄마가 필요해. 항상.”

 

킬그레이브나 엘리사는 모두 제시카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은 자리에 위치한다. 한 여성의 삶을 억압하고 자유의사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가족 없이 외롭게 평생을 지냈던 제시카는 엘리사와 함께하고 싶어하면서도 본인의 삶에 충실하고 싶어하는지라 어떻게 할지 갈등한다. 이 갈등은 제시카의 절친인 트리시 워커에 의해 강제적으로 해결(?)된다. 트리시는 수많은 사람을 살해한 엘리사에게 총알을 박아넣고, 엘리사가 할 법한 대사를 제시카에게 한다. 다 너를 위해서 그런 거라고. 그렇게 제시카는 유일한 가족을 잃고, 자신의 부모를 죽인 절친까지 잃으며 다시 고독한 1인이 된다. 고독한 히어로 제시카 존스에게 어울리는 훌륭한 종결이었다.

그런데 시즌2가 공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즌3 제작 소식이 알려졌다. 시즌1과 시즌2는 페미니즘만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했지만, 시즌3은 보다 복합적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제시카 존스> 시즌3은 마블과 넷플릭스가 콜라보해 제작하는 마블 드라마의-아마도-마지막 작품이다. <데어데블>,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 <퍼니셔>가 모두 캔슬됐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마블 유니버스를 종결내는 작품이 <제시카 존스> 시즌3이니 이 유니버스가 다뤘던 이야기를 충실히 마무리하면서도 <제시카 존스>를 마무리해야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해냈다.

당연하게도 시즌3에서 제시카와 트리시는 사이가 좋지 않다. 제시카가 유일한 가족인 엘리사와 함께 하지 못한 이유는 엘리사가 제시카의 삶을 존중하지 않아서였는데, 트리시 역시 제시카의 의사를 무시하고 제시카를 위한다는 이유로 제멋대로 제시카의 결정을 대신해버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제시카는 자신의 유일한 혈육을 잃었으니 트리시에게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여러 에피소드를 거치며 둘이 화해하기는 하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제시카는 살인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힘'을 얻은 트리시는 퍼니셔처럼 악당의 숨통을 끊어내야 한다 생각한다. 악인을 죽여야할지 말아야할지에 대한 이야기는 <데어데블>부터 시작해서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 <퍼니셔>까지 넷플릭스-마블 유니버스에 꾸준히 이어지는 주제다. 그리고 살인을 통해 선을 이루려는 자들은 드라마들에서 대부분 빌런으로 취급된다(<퍼니셔>에서 주인공 버프 받은 퍼니셔가 유일한 예외다). <제시카 존스> 시즌3에서는  트리시가 이 전통적인 역할을 맡았다고 보면 된다.

흥미로운 건 트리시가 이런 악질이 된 원인에 그의 엄마 도로시 워커가 있다는 거다. <제시카 존스>에선 본인 인생 다 내팽게치고 딸에 올인하는 엄마들은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한다(그러니 부모들이여 본인 삶을 살으라). 도로시는 트리시가 어렸을 때부터 “넌 세상에 빚을 지고 있다"면서 더 노력하라고 압박을 넣었고, 트리시는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기보다는 도로시의 뜻대로 살았다. 결국 트리시는 도로시에 의해 억눌렸던 자아를 악당을 처리하는 것을 통해 푼다. 처음에 트리시는 범죄자들의 자백을 유도할 작정으로 주먹을 날렸지만,  트리시는 자기통제가 안됐고, 이런 방식으로 두 명의 범죄자가 사망한다.

트리시의 이런 선택 때문에 주인공 제시카와 트리시는 더 극적으로 대비된다. 제시카는 증거를 모아 범죄자를 경찰에 넘겨주지만, 트리시는 경찰서에 있는 살인범을 굳이 찾아가서 직접 죽이는 적극성을 보여준다. 제시카는 부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살아가지만, 트리시는 부모를 극복하지 못해서 도로시가 간섭하는 것을 끊어내지 못한다. 연쇄살인마 샐린저에 의해 도로시를 잃었을 때 트리시가 이성을 놓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금까지 대부분 결정을 해주던 도로시가 사라졌으니 무엇을 잣대 삼아 행동할텐가?

결국 제시카는 절친이자 가족이자 살인마인 트리시를 잡아 경찰에 넘겨주면서 <제시카 존스>와 넷플릭스-마블 유니버스의 마지막을 고하는데, 이는 <제시카 존스>나 넷플릭스-마블 유니버스 모두에게 적절한 엔딩이다. 제시카 존스는 고독한 히어로이고 고독을 통해 완성된다. 그런 제시카에게 끊임없이 간섭하는 절친 트리시는 제시카의 엄마인 엘리사와 마찬가지로 장애물이다. 트리시가 결국 철창 신세를 지게되는 것도 적절하다. <데어데블>부터 이 유니버스는 자경단원의 살인에 명확한 메세지를 던졌다. 트리시가 한 때 우군이었다는 이유로 그를 멀리 도망치게 했다면, 제시카의 캐릭터는 무너졌을 거고, 넷플-마블 유니버스는 어정쩡한 메세지만 남긴 채 끝을 내게 됐을 거다.

넷플릭스가 명확히 했듯 시즌3은 파이널 시즌이다. 다만, 크리스틴 리터만큼 제시카 존스에 어울리는 배우가 또 없으니 디즈니가 디즈니+에서 크리스틴 리터와 함께 <제시카 존스>를 리부트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6월 17일, 크리스틴은 임신 중이고, IMDB에 따르면 딱히 차기작이 계획되어있지도 않다. 출산 후 그가 계속 연기를 할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디즈니+에서 다시 제시카 존스가 되어 시청자들에게 썩은 미소를 날려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깡통주먹은 영원히 기억에서 지우고 싶지만 제시카 존스 이야기는 시즌3으로 끝나기엔 너무 아쉽다.

박현우   funder2012@gmail.com    최근글보기
'일간 박현우'를 연재하며 유료 구독자들에게 글을 연재하는 일이 주업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헬조선 늬우스' 관리자이며 영화, 미드, 게임, 애니, 페미니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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