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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스마트폰 때문에 젊은이들 머리에 뿔이 났다?엉터리 외신 보도를 잘못 옮긴 국내 언론들 외신번역 문제

최근 '스마트폰 사용으로 젊은이들 머리에 뿔이 자라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국내에 잇달아 소개됐다. 젊은 층이 스마트폰 등 휴대용 전자기기 사용의 영향으로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증가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고개를 숙이면 무게중심이 척추에서 후두부로 이동하게 된다. 그 결과 후두부 부위의 뼈가 점점 자라 뿔 모양의 돌기가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정말 젊은이들 뒷머리에 뿔이 자라는 것일까. 국내에서 이 뉴스는 최초로 연합뉴스가 6월 21일 오후 4시쯤 보도했다. 이 뉴스는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고 확산된 것인지, 신뢰할 만한 연구인지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국내 언론이 인용한 언론보도는 지난 20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젊은 사람들의 머리에서 ‘뿔’이 자라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는 스마트폰 사용 때문(‘Horns’ are growing on young people’s skulls. Phone use is to blame, research suggests)> 기사였다. 워싱턴포스트는 호주 선샤인코스트대학 소속 데이비드 샤하 (David Shahar)와 마크 세이어스 (Mark G.L. Sayers)의 2018년 논문을 인용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처음은 아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소위 권위있는 언론에서 이 연구를 소개한 것은 6월 13일 BBC가 처음이다. 제목은 <현대 삶은 어떻게 인간 두개골을 변화시키나 How modern life is transforming human skeleton>였다. 뒷머리에 뼈가 돌출된 사람이 증가했다는 내용이며 휴대폰 사용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권위지인 포브스는 지난 20일 BBC의 보도를 팩트체크해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의 기사와 같은 날 발행됐다. 기사 제목은 <아니, 당신 아이들의 사악한 휴대전화 때문에 뿔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No, Your Kids' Evil Cellphone Won't Give Them Horns)>였다. BBC보도와 연구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한 내용이었다.

결국 KBS,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 국내 언론은 워싱턴포스트 기사만 참조해 이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언론의 '외신 편식'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언론이 좀 더 다양한 해외 기사를 참고했다면 이렇게 잘못된 내용이 일방적으로 유포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이들 기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 우선 워싱턴포스트 기사가 틀렸다. ‘젊은 층의 스마트폰 사용’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연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게다가 해당 논문의 연구 내용 역시 엉터리였다. 국내외 언론 상당수가 신뢰성이 부족한 논문을 무분별하게 인용하면서 검증을 게을리한 것이다.

우선 샤하와 세이어스의 논문은 스마트폰 사용이 외골증을 유발한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없다. 외골증이 “지속된 기형적인 자세” (“sustained aberrant postures”) 로부터 비롯됐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기” (“hypothesize”) 했을 뿐이다. 스마트폰 사용은 잘못된 자세를 유발할 수 있는 한 예로서만 언급되었다. 습관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언론은 화제성을 위해 스마트폰 사용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연구결과가 젊은 층 사이에서 증가하는 외골증이 “현대 기술을 이용하느라 발생한 자세 변화”로부터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는 워싱턴포스트의 해석은 비약이다. 연구팀이 “어린 시절부터 목 부근에 압박을 주는 원인은 다름아닌 ‘스마트폰 사용’이라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고 한술 더 뜬 한국일보의 보도 역시 명백한 오보이다.

논문의 Discussion 일부. 스마트폰 영향 언급은 단 한 줄만 나온다.

해당 연구가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X-레이 사진을 분석한 결과”라는 KBS의 설명 역시 틀렸다. 논문은 18세에서 86세 사이의 성인 1200명을 표본으로 삼았다고 명시한다. 스마트폰 사용 여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논문은 스마트폰을 단 한번 언급하고 있다. 토론 (Discussion)에서 '현대 기술과 휴대용 기구'가 주요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했지 스마트폰의 영향 때문이라고 단정하지 않은 것이다. 스마트폰의 영향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의 소위 '뿔' 빈도를 비교해야 하는데, 논문은 단순히 연령별 뿔의 빈도만 조사했을 뿐이다.

<그림1> Shahar and Sayers (2018), Figure 4.

검토 결과 논문 자체에도 결함이 많았다. 주장을 뒷받침할 기본적인 자료조차 없었다. 논문에 따르면 돌출된 외후두골 융기 (enlarged EOP; EEOP)는 여성에 비해 남성에게서 5.48배 더 많이 발생했다. 하지만 논문 그 어디에서도 실험 집단의 데이터를 기록한 표를 찾을 수 없다. 논문에 첨부된 그래프는 오히려 남성과 여성 사이에 발생률 차이가 거의 없음을 보여준다 (<그림1> 참조). 데이터를 누락했을 뿐 아니라 결론과 모순되는 그래프를 사용한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예로 들며 위스컨신대학교의 고고인류학자 존 호크스 교수는 해당 논문을 “넌센스”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림 2> Shahar and Sayers (2018), Figure 1.

데이터 측정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 논문은 EEOP를 ‘크기가 1cm를 초과한 경우’로 규정한다. <그림 2>의 사진은 모두 돌출된 EOP의 사례로 논문에 소개되었다. 하지만 돌출의 기준점이 되는 흰색 선은 한눈에 보기에도 확연히 다르다. 촬영자가 고개를 얼마나 숙였는지, 사진이 어떤 각도에서 촬영되었는지에 따라 측정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뒷머리의 ‘뿔’이 단순히 엑스레이를 촬영한 각도에 따른 “착시” (“illusion”) 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포브스 기사는 이 연구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자세히 밝히고 있다. UC 리버사이드의 사라 베커 (Sara Becker) 교수는 "성장기 동안의 잘못된 자세가 골격 변화로 이어질 수는 있으나 해당 연구는 성인만을 다룬다는 점에서 다소 불확실하다"며 "논문은 EOP 발달을 퇴행 현상 (“degenerative process”) 이라 표현했으나 단순히 활동 증가로 인한 뼈 성장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덴버대학교 니비엔 스피스 (Nivien Speith)는 "외후두골 융기 (EOP exostosis)와 반복적이고 습관적인 행동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인류학자들에게 알려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느시칸 악판 (Nsikan Akpan) 병리생물학 (pathobiology) 박사는 "‘젊은 사람들이 EOP가 발달할 위험성이 더 높다’는 결론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일 올린 트윗에서 "3번 사진을 보면 젊은층 뿐 아니라 노년층도 고개를 전방으로 숙이는 정도 (FHP)가 크며, 4번 사진에서도 보여지듯 노년층에서도 EOP 다량 발생한다"고 말했다. 젊은층이 노년층보다 스마트폰을 더 많이 사용할 것이라는 믿음에 의존했으나 통계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논문의 그림 4를 보면 U자형 곡선을 보이고 있다. 왜 40대에 돌기가 가장 적고 20대와 60대 이상에 돌기가 가장 많은지, 이게 휴대전화 사용과 연관이 있는지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논란은 불거지자 워싱턴포스트는 25일 해당 기사를 업데이트하며 연구결과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을 추가했다. 논문 저자들의 설명도 곁들여 내용을 보강했다. 일차적으로 워싱턴포스트가 ‘부실 논문’을 자극적으로 인용해 독자를 낚은 것이고, 국내 언론이 팩트체크 없이 이 기사를 인용보도하고, 심지어 워싱턴포스트에 없는 내용까지 집어넣으며 왜곡 보도한 것이다. 언론의 '원본 소스 팩트체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이 해프닝이 보여주고 있다.

문기훈 팩트체커  moonkiho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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