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자사고 취소...총선 앞두고 '곤란'해진 정부여당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6.2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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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행간] 줄잇는 자사고 지정 취소

*이 기사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김준일의 행간'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행간'은 매일 중요한 이슈 하나를 선정한 뒤 그 배경과 주목할 사안을 설명하는 코너입니다.

부산의 유일한 자립형 사립학교인 해운대고등학교가 어제 자사고 지정이 취소됐습니다. 부산시교육청은 27일 해운대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재지정 기준 점수 70점에 훨씬 못미치는 54.5점을 받아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사고 지정 취소 발표가 줄줄이 예고된 상황에서 어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 교육위가 열렸는데 뜨거운 논쟁이 오갔습니다. 교육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사안이 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줄 잇는 자사고 지정 취소>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7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성과와 향후 3년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서울시교육청

1. 지역별 온도차

지난 24일 YTN의 의뢰로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자사고, 특목고 축소'에 찬성이 43.1%, 반대가 37.1%로 찬성이 약간 더 우세했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2년전인 2017년 6월 26일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외고 자사고 존폐에 대한 국민여론은 ’폐지‘가 52.5%, '유지'가 27.2%였습니다. 2년 사이 자사고 폐지가 약 10%포인트 감소했고, 유지가 10%포인트 증가한 겁니다.

지역별로 온도차가 있는데요. 최근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서울은 52.8%대 26.8%로 자사고 폐지가 압도적인데, 대전세종충청은 37.6%대 48.6%로 자사고 유지가 더 높습니다. 특히 전주 지역 여론은 반대가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산고가 있는 전주을의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을 포함해 전북 국회의원 10명이 모두 상산고 지정취소 반대입장을 밝혔습니다. 어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에선 여야 할 것 없이 전북교육청의 결정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여당마저 문제라고 공격한 것은 다분히 지역 여론을 의식했다고 봐야합니다.

 

2. 정치적 부담감

내년 선거는 총선입니다. 지금 앞두고 있는 것이 대선이라면 정부가 큰 신경을 쓰지 않을 겁니다. 서울이든 전주든 부산이든 똑같이 한 표로 계산해 합치면 되니까요. 그런데 총선은 다릅니다. 소위 지역민심이라는 게 당락을 가르는 중요 포인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자사고 폐지는 지역별로 온도차가 매우 큰 사안입니다. 지역여론을 의식 안 할 수가 없습니다.

6월 현재 전국에 총 41곳의 자사고가 있는데요, 서울에 절반이 넘는 22곳이 있고, 전북 대구에 3개, 경기 인천 충남 대전 경북에 2개, 그리고 울산 부산 전남에 1개씩 있습니다. 자사고 하나가 지정 취소되면 해당 지역의 33~100%가 취소되는 겁니다. 자사고가 명문대 배출 산실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지역의 자사고 폐지는 일종의 ‘지역차별론’으로 프레이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엔 청와대가 전주 상산고 지정 취소에 제동을 걸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청와대는 공식 부인했고 교육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공을 넘겼습니다만, 정부가 몇몇 자사고는 구제할 것이란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자사고 지정 취소 최종 결정은 교육부 산하 지정위원회에서 합니다. 지정위원회는 지난 2014년 12월 자사고 지정취소시 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얻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 당시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50일 이내에 동의 부동의 여부를 확정해 통보해야 합니다. 2017년 여름에 임기 2년의 2기 위원회가 출범이 됐는데 3기 위원회를 새로 꾸려야 합니다. 교육부는 위원 명단을 비밀에 부칠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3. 서울에 쏠리는 눈

어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정부가 제도개선을 통해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발적인 일반고 전환은 학부모 반대로 어렵고, 평가를 통한 취소는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으니, 국회와 정부, 교육부가 법률상 심의를 해 자사고 지정 여부를 결정하라는 겁니다. 자사고 지정 취소에 따른 정치적 부담감이 각 시도 교육감에게 쏠리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입니다. 어제 국회 교육위에 출석한 김승환 전북교육감도 “교육부가 과감하게 자사고 폐지 조항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서울에는 올해 재지정 평가 받는 곳이 13개교나 됩니다. 조 교육감은 다음달 10일 이전에 발표한다는 방침입니다. 이 발표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데요. 일단 서울이라는 상징성, 그리고 앞서 언급한 지역차별론 등이 재부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자사고 지정 취소가 몇 개가 나오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하에서 자사고 지정 취소가 대세가 될지, 제동이 걸릴지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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